<형사 톈우의 수기>에 나오는 주인공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100만 내지 200만 명의 피난민들이 장제스와 국민당을 따라 타이완 해협을 건넜다. 상당수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탈출을 서두르던 군인과 정부 관리들이 부녀자와 아이들을 남겨 놓고 떠나는 바람에 많은 가족이 생이별을 겪었다. (중략) 수십만 명의 피난민들이 친구나 친척과 연락이 완전히 두절되었고 3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본토에 있는 지인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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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은 이미지 전쟁에서 민주주의와 사회 개혁에 관련된 환상을 심어 주는 데 성공했다. 성공의 주된 요인은 안내원을 동반하고 돌아다닌 소수의 방문 기자들을 제외하고는 공산당의 본거지에서 시간을 보낸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 P60

다른 트럭들은 깔끔한 흰색 블라우스와 면 반바지 차림으로 징 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여학생들을 태우고 있었다. 불과 몇 주 전 장제스를 위한 승리의 행진을 벌이며 도로를 질주했던 바로 그 트럭들이었다. 또다시 목이 쉬도록 함성을 외치는 사람들도 그때와 똑같은 얼굴들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공산당을 위해 함성을 지른다는 것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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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 참 예리하다.
예전에 헤닝 만켈의 <빨간 리본>을 읽으면서 서구, 특히 유럽의 일부 지식인들은 중국에 대해서 마오이즘적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중국을 겪어보고 중국에 대해 잘 아는 나는 그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실상이 가려진 채로 그들이 선전하는 빛나는 이상만 본다면 그럴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공산당의 선전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현실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을 다루었다. 온갖 계획과 청사진, 모델로 이루어진 세상이었으며 피와 살로 이루어진 진짜 인간이 아니라 모범적인 노동자와 농부가 주인공인 세상이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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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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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글을 아주 잘 쓰는 작가가 쓴 도시괴담 모음집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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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는 범죄가 없는 평화로운 상황에서는 그 자체로 정신병적Psychotic 존재이다. 보통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면을 보며,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낀다. 특별히 뛰어난 감각과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으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정신병적 특성으로 인해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가 저지르는 범죄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니, 두 존재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그렇기에 가장 뛰어난 프로파일러는 ‘사이코패스/소시오패스’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나라에서 발생하는 장기 미제 사건의 95퍼센트 이상은 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되며, 대부분의 강력 사건은 사회구조적 모순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범죄를 해결하겠다고 사회를 개혁하는 나라는 없다. 사회에서 바라는 가장 훌륭한 범죄 해결사는, 문제의 본질과 사회의 모순에 접근하지 않고 ‘바로 그 사람’만 잡아내는 사람이다. (중략) 프로파일러에게 주어진 임무는 ‘그 사람’을 잡는 것인데, ‘그 사람’을 잡는다고 해서 범죄 문제 자체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맥락과 구조가 그대로인 한 ‘또 다른 그 사람’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러가 고민하고 갈등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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