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죽이는 사람들에겐 그만큼 강력한 정당화가 필요하다.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 정의의 편에서 싸운다는 믿음. 선량한 사람들을 지키며 악에 맞서 싸운다는 신념. 이것들 없이는 정신이 무너지고 만다. 스스로를 사선에 내던지는 동시에, 처음 보는 사람들을 죽여야 하는 충격이 그만큼 엄청나기 때문이다.
-pp.249

"게다가 어지간한 사람은 갑작스러운 명성을 얻으면 성격이 변하게 마련인걸요. 그걸 두고 본성이 드러나는 거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완전히 글러먹은 비난이에요. 사람은 관계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잖아요. 유명해진다는 건 어떻게 보면 새로운 관계를 강요받는 거죠. 나는 모르지만 나를 아는 무수한 사람들, 내가 보지 못하는 공간에서 나를 지켜보는 수많은 시선들, 그런데 그들이 기대하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에요. 무방비하게 던져지는 셈이죠. 이전까지의 자신으로는 행동할 수 없는 낯선 무대에……"
-p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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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한 사람과 사람들의 차이가 아닐까? 사람은 순수할 수 있어도 사람들은 순수할 수 없다는 것. 사람들이 더 많은 사람들일수록 사람에서 멀어지는 건 아닌가 하고.
-p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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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사람이 상품이 되어선 안 되는 것이건만.
-p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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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심성이 반드시 선량하라는 법은 없다. 오히려 약하기 때문에, 살기 위해 사악해지기도 한다. 핍박받는 약자는 더 약한 자를 핍박하기 쉽다. 당장 살아남아야 하니까...
-p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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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
정영목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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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는 좁다면 좁은 언어 공간 내에서 자신의 문화적 소속과 선택을 표현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떠안게 된다.(중략)어떤 면에서 번역가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는 외국어를 잘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국어를 나의 한국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한국어로 구사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145쪽

내가 만일 작가라면 나의 언어를 갈고 다듬고 살찌우고 또 갱신하고, 그러면서도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번역가는 나의 언어에서, 나의 목소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숙명이다.
-147쪽

출발언어의 불완전성을 인식하면 번역가가 그 언어를 읽어나가며 의미를 적극적으로 형성해가는 입장에 설 수 있고, 그와 함께 출발과 도착이라는 표현이 전제하는 일방통행성과 수동적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언어의 불완전성이라는 말 자체가 말하는 사람의 의도가 언어로 완전하게 표현될 수 없다는 뜻을 포함하며, 번역은 양 언어의 통합을 통해 완전한 언어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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