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청은 이 모든 것이 주는 메시지를 깨달았다. 대중의 눈에 장점으로 비치든 단점으로 비치든 상관없이 본모습을 직시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그 ‘본연의 모습‘을 ‘자신만의 특별한 개성‘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이다. 이것이야말로 배우가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일 것이다. 모두가 같은 목표를 추구한다면 그녀는 언제든 유행이 지나면 버려질 수 있는 상품에 불과할 것이다. - P205
황청은 모니카가 밀라의 허리를 감싸는 모습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꼈다. 그녀의 눈은 어떻게 상대의 눈을 찾아냈을까? 그녀의 손이 상대의 몸에 닿을 때 상대는 또 어떻게 그 손을 맞잡을 수 있었을까? 마치 저마다 영혼이 있는 몸의 각 부분이 주인이 사랑에 빠진 순간 깨어나 서로를 알아보듯이 말이다.생각에 잠긴 황청은 확실히 취한 듯했다. 그녀는 밀라가 끓여준 캐모마일 차를 마신 후 이런 생각들을 모두 잊어버렸다. 동성 연인이 이성 연인과 다른 점은 누가 누구를 돌보는지 구분할 수 없다는 데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차를 끓여주고 무거운 것을 들어준다. 상대가 울고 있으면 함께 울어줄 것이다. 두 사람은 사랑을 통해 무력함을 나누는 동반자였다. - P207
황청은 사람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나기 시작했다. 특히 그녀보다 운이 좋은 사람에게 그랬다. - P123
고개를 들자 거울 속 자신이 보였다. 곱슬곱슬한 머리칼, 평소보다 얇은 눈썹, 평소보다 긴 속눈썹, 지나친 하이라이트로 높아진 콧날, 오렌지색 입술, 모든 게 그녀 같지 않았다. 이렇게 낯설고 다른외모와 자신의 본질 사이에서 어떻게 안전한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까. 내면의 취약한 자신을 보호하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해야 한다. - P84
"이건 꼭 기억해. 모든 이야기는 한 문장에서 시작돼. 모든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 그런데," 언니는 일부러 잠시 뜸을 들였다. "이야기를 시작한 그 한 문장이 마지막 한 문장을 결정하는 거야." - P13
사춘기는 보이는 것이 전부인 시절이다. 얄팍하고 까다롭다. 날이 무딘 커터칼처럼. - P53
이제는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때였다.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한 일이었다. 덴마크나 미국, 또는 어디가 됐든 자신이 내리게 될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터였다. 비로소 불운은 뒤로하고 떠날 때가 온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빙은 낯선 기분에 사로잡혔었다.그것은 바로 ‘희망‘이었다. - P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