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중국음식이나 중국인에게는 왜 이렇게 어둡고 불결한 꼬리표가 붙어 다녔던 것일까? 영세한 자본을 밑천으로 가게 문을 열었으니 실제 호떡집이나 중국음식점이 어둡고 불결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식민지 조선에서 중국음식이나 중국인을 비하하거나 모멸하게 된 것에는 중국을 부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려는 일본의 의도 역시 작용하고 있었다. 중국에 대한 인식의 문제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일본은 문명, 편리 등으로 상징되는 서양의 근대를 수용하고 뒤쫓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가 아시아의 일원이라는 자각은 의도적으로 억압되거나 망각되었다. 스스로를 ‘아서구‘, 곧 아시아의 서양이라고 지칭한 것은 일본의 지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다른 아시아 국가를 자신과는 반대편에 부정적 타자로 위치시키려 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이전까지 세계관의 중심에 위치했던 중국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일로, ‘중화‘, ‘화이‘ 등으로 집약되는 중국 중심의 유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중국을새롭게 인식해야 했다. - 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