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자들은 언제쯤 어른이 될까. 지카코 세대와 비교해서 나아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옛날 남자들은 "내가 먹여살릴 테니 여자는 집에 있어"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그런 봉건적인 남자들이 훨씬 남성적인 게 아닐까. 요즘 남자들은 아내가 밖에서 돈을 벌어 오기를 바라면서 집안일도 여자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P177

영원하다고 생각했던 사랑은 생각보다 빨리 식는다.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무너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연애결혼이 중매결혼보다 이혼율이 더 높은 게 그 증거다. 물론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 일도 시작할 수 없다. 아니, 애초에 이혼은 실패가 아니라 살면서 무언가를 선택한 결과일 뿐 아닌가. 참고 견디며 억지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이 잘난 척하는 풍조가 이상한 것이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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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사고를 말하자면, 전후 일본의 다테마에가 정말로 다테마에에 지나지 않았다는 모든 증거가 튀어나왔습니다. 대표적인 다테마에가 평화주의와 민주주의입니다. 이 나라의 지배 권력은 평화와 민주, 그 어떤 가치도 진심으로 추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덮은 채 감추고 있던 어두운 것, 어렴풋이 알아채기는 했지만 보고 싶지 않아 내팽개쳤던 진실이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P106

왜 패전을 부인해야만 했을까요? 전쟁을 이끌었던 사람들이 전후에 또다시 지배적 지위에 계속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큰 잘못을 저질렀으므로 본래대로라면 그런 지위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패전 사실을 가능한 한 애매모호하게 처리해야 했죠.
그렇다면 왜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미국이 원했기 때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부터 냉전 구조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일본을 자유주의 진영에 붙들어 두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누구에게 일본 통치를 맡기겠습니까? 일단 좌익은 제외입니다. 일본이 소련 진영으로 내달릴지도 모르니까요. 또 하나 선택지는 이전의 파시스트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파시스트는 좌익이든 별 볼 일 없기는마찬가지이나 그들은 파시스트 쪽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전전의 보수 세력이 계속해서 권력의 자리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후 일본은 민주 국가가 되었다고들 얘기하지만 허구입니다. 일본을 패전으로 이끈 무리가 그대로 머물렀고 계속해서 후계자들이 권력의 자리를 지키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나라에 진짜 민주주의 따위는 있었을 리가 없습니다. - P108

안에서는 패전을 속이고, 미국에는 아무런 조건 없이 항복했습니다. 두 손 두 발 다 들었죠. 일본의 보수 정치 세력은 미국의 허락 아래 권력의 자리에 머무를 수 있었던 터라 미국에 감히 맞설 수가 없습니다. 이것이 대미 종속 구조를 형성한 근본 원인입니다. 이리하여 일본은 미국에 영원히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 P109

윗사람의 총애를 받아 입신출세하는 것이 일본인에게는 정통적 경력 쌓기 방법입니다. 강자에게 철저히 충의를 다해 이루어진 이해관계의 완벽한 일치를 과시함으로써 독립을 획득합니다. 종속성을 강조함으로써 독립성을 획득하는 프로모션 형식을 서구인은 선뜻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일본인은 별다른 위화감 없이 받아들입니다.
따라서 역대 일본 총리가 미국 대통령과 친밀한 표정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주인과 지배인이 찍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 P113

기본적으로 자민당이라는 정당은 CIA로부터 돈을 받아 결성된 경위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의 꼭두각시나 다름없습니다. 다른 한편 야당 중 제1당인 사회당은 우여곡절 끝에 소련에 기대고 맙니다. 소련의 앞잡이 비슷한 역할을 했지요. 그러니까 미국의 앞잡이와 소련의 앞잡이가 제1당과 제2당이었던 셈입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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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일본의 트라우마는 메이지유신으로부터 150년이 지나 지금에 이르기까지 주제로 떠오르지도 못했고 언어로 표현되지도 못했습니다. 그런 정신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현대 일본의 정치인이 정치적 결정을 내리고 있습니다. - P87

영속패전 제제가 드러내는 단면은 미국에 종속하는 비굴한 모습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시아를 향해 오만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비굴한 종속과 오만한 태도가 뿌리깊게 자리 잡은 까닭은 메이지 이래 제국주의 정책이 성공했고, 또 1945년 전쟁에서 패배했음에도 살아남은 데 있습니다. - P89

"어떻게 가난한 중국인을 좋아할 수 있었겠는가. 먹고살 만해지니까 주제넘을 짓을 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내려다볼 수 있는 선에서 사이좋게 지내자. 대등한 건 싫다." - P90

실제로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 학교 선생님은 진지하게 "너희들은 민주주의의 자식이다. 모든 전쟁 책임으로부터 결백한 너희들이 일본의 미래다"라고 늘 말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세대는 전쟁에 "전혀 책임이 없다"는 말을 앞선 세대로부터 되풀이해 들어왔습니다. 그랬던 까닭에 그로부터 50년이 지나 이웃 나라 사람이 "전쟁 책임을 어떻게 다룰 생각이냐?"고 따지고 들면 깜짝 놀라곤 했지요. 참으로 미안한 얘기지만 이런 상황은 전쟁 세대가 전쟁에 관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난 데 따른 부정적인 귀결입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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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대개 예쁘고 애교 많은 여자를 좋아한다. 남자들에게는 그게 전부다. 일을 잘한다거나 배려심이 깊다거나 감성적이라거나 예술에 조예가 깊은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저 예쁘장한 여자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자신을 바라봐주는 데서 지상 최대의 기쁨을 느끼는 동물인 것 같다. 이런 바보들이 있나.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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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체호지라는 말은 뭔가 장중한 울림이 있지만 내실을 보면 지배층의 자기 보신을 바꿔 말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 P46

처음에는 행복해지기 위해 경제 성장이 필요했겠지만, 이제는 그것을 자기목적화하여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불행해져도 괜찮다는 식으로 생각이 어긋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 P69

원래 민주주의는 의사결정을 늦추려 하는 시스템이지, 최적의 대답을 척척 내놓기 위한 틀이 아닙니다. 의사결정이 늦기 때문에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나라가 망해도 천천히 망합니다. 거꾸로 독재 시스템은 급성장할 수 있는 대신 하룻밤 사이에 망하죠. 말하자면 그렇다는 건데 원리적으로는 어느 쪽이 좋고 나쁜지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가 형태로는 어느 쪽이 나을까요? ‘좋은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나쁜 일‘은 천천히 일어나는 시스템이 살아가는 국민들에게는 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 P70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도 국민은 자민당과 공명당, 공산당을 선호한 반면 민주당, 모두의 당과 유신당을 싫어했습니다. 신문도 사설을 통해 국민이 이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당내 투쟁으로 의견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 있다고 논조를 펼쳤지요. 자민당과 공명당, 공산당은 일사불란한 정당입니다. 수장이 모든 일을 결정하고 그의 지시가 아래로 전달됩니다. 말하자면 비민주적 정당이지요. 미디어는 그래야 ‘좋은 정당‘이라고 말하고, 유권자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P71

기호화한 인간에게는 폭력을 휘두를 수 있지만 살아 있는 인간에게는 좀처럼 손을 대기 어렵습니다. - P78

2011년부터 2012년에 걸쳐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거세게 일었지요. 그런데 어느샌가 ‘역시 바뀌지는 않는다‘는 분위기로 흘렀고, 그로부터 눈을 감은 채 여기까지 쭉 왔습니다. 위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죠.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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