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체호지라는 말은 뭔가 장중한 울림이 있지만 내실을 보면 지배층의 자기 보신을 바꿔 말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 P46
처음에는 행복해지기 위해 경제 성장이 필요했겠지만, 이제는 그것을 자기목적화하여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불행해져도 괜찮다는 식으로 생각이 어긋나 버리고 말았습니다. - P69
원래 민주주의는 의사결정을 늦추려 하는 시스템이지, 최적의 대답을 척척 내놓기 위한 틀이 아닙니다. 의사결정이 늦기 때문에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나라가 망해도 천천히 망합니다. 거꾸로 독재 시스템은 급성장할 수 있는 대신 하룻밤 사이에 망하죠. 말하자면 그렇다는 건데 원리적으로는 어느 쪽이 좋고 나쁜지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국가 형태로는 어느 쪽이 나을까요? ‘좋은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나쁜 일‘은 천천히 일어나는 시스템이 살아가는 국민들에게는 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 P70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도 국민은 자민당과 공명당, 공산당을 선호한 반면 민주당, 모두의 당과 유신당을 싫어했습니다. 신문도 사설을 통해 국민이 이들을 싫어하는 이유는 당내 투쟁으로 의견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 있다고 논조를 펼쳤지요. 자민당과 공명당, 공산당은 일사불란한 정당입니다. 수장이 모든 일을 결정하고 그의 지시가 아래로 전달됩니다. 말하자면 비민주적 정당이지요. 미디어는 그래야 ‘좋은 정당‘이라고 말하고, 유권자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P71
기호화한 인간에게는 폭력을 휘두를 수 있지만 살아 있는 인간에게는 좀처럼 손을 대기 어렵습니다. - P78
2011년부터 2012년에 걸쳐 우리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거세게 일었지요. 그런데 어느샌가 ‘역시 바뀌지는 않는다‘는 분위기로 흘렀고, 그로부터 눈을 감은 채 여기까지 쭉 왔습니다. 위기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죠.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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