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일용은 양복 차림으로 햇빛이 반짝이는 서귀포 앞바다에 앉았다. "햇살 좋은 4월에 잔잔한 물결이 막 반짝반짝거리는데, 갑자기 물에 풍덩 빠져 죽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더라고요."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서도 권일용은 우울했다.
˝어떻게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지? 이렇게까지 재밌을 수가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재밌었다.<납골당의 어린왕자> 이후로, 웹소설을 안 읽는 사람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윗사람의 마음을 제멋대로 헤아리는 잔챙이‘들이 지금 일본의 정치 기구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톱다운 방식도 아닙니다. 하급 관료들이 멋대로 ‘이렇게 해야 위에서 좋아하지 않을까‘라고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죠. 자신의 생각이 아니니까 책임질 생각도 아예 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윗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라는 추측에 기초한 판단이기 때문에 책임은 모조리 ‘윗사람‘에게 돌립니다. 그러나 ‘윗사람‘은 그런 지시를 내릴 생각이 없었을 터라 당연히 책임 따위는 지지 않습니다. 요컨대 ‘윗사람의 마음을 제멋대로 헤아리는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조직 내부 그 어디에서도 책임자를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 P127
본래 대학에는 시장 원리나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해서는 안 되는데도 요즘은 소용이 없지요. 그런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학생은 고객이고, 대학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이며, 교수는 종업원입니다. 따라서 고객이 "당신네 종업원의 접객 태도가 불량하다"고 불만을 제기하면 사안의 진위를 따지기보다 먼저 "정말 잘못했습니다"라는 태도를 취합니다. 학생이나 보호자를 소비자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지요. 그런 당국자는 학생을 더 이상 교육의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습니다. ‘교육 상품의 구매자‘로 생각할 따름입니다. - P130
선원이 선장을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고 합시다. 어떻게 해서든 꼴도 보기 싫은 선장을 응징하고 싶어 합니다. 그럴 경우 무슨 짓을 할 수 있을까요? 배 밑바닥에 구멍을 냅니다. 그렇게 크지 않은 구멍입니다. 선장을 더욱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점점 구멍을 키워서 물이 들어오게 합니다. 한편, 배 밖에서는 아무리 선장이 미워도 그렇지, 배가 침몰하면 자신도 끝장일 텐데 그렇게까지 위험천만한 짓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이란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존재입니다. - P140
파국적 사태에 이르러 누구의 잘잘못도 가릴 수 없게 되는 상황은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일억 총참회‘가 그랬듯이 상상을 뛰어넘는 참혹한 사태에 이르면 누구의 책임이니 누구의 잘못이니 하는 말은 나오지 않게 됩니다. 모두가 내일의 끼니를 걱정할 뿐 사람의 잘못 따위는 묻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시스템이 기능할 때라면 실정失政은 혹독한 비판을 받지만, 시스템이 무너져버리면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 P145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한 말을 납득할 만한 이유도 없이 갑자기 철회했을 경우, ‘미국 쪽에서 강하게 불쾌감을 표명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일은 일본 정치 과정을 들여다보는 사람에게는 상식에 속합니다. - P159
일본을 지켜줄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미국의 국익에 도움 되기 때문이지,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 아닙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당연한 이야기인데, 일본의 특수한 대미 종속은 새로운 천황제나 마찬가지라 이처럼 당연한 이치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왜 볼 수 없게 되었을까요? 워싱턴은 천황과 같은 존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천황인 까닭에 천황 폐하가 일본 국민을 사랑하는 것처럼 미국은 틀림없이 일본을 사랑하리라고 믿어버립니다. 미국은 선하고 일본을 사랑한다는 망상이 모든 인식을 가로막았죠. - P165
미국을 향한 일본인의 감정은 정말이지 양가적입니다. 하지만 일본인이 미국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는 좋을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척합니다. 사랑하는 척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노예가 주인을 대하는 감정처럼 자발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고 자발적으로 복종하고 있다. 대미 종속은 자유의지에 기초한 행동이다. 따라서 미국에 예종하는 일이야말로 주권국가 일본의 주체성 발로다‘라는 도착적 논리가 생겨납니다. - P168
미국을 ‘한 집안‘이라 생각했었고 이제는 슬슬 집을 나갈 때라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핑계를 대고 언제 집을 나가는 게 좋을지 생각하기 시작한거죠. 그런데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할 만한 근성이 없습니다. 집을 나갈 구실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파국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파국을 위해 이곳저곳에 다양한 형태의 리스크를 마련해둡니다. 중일 관계와 한일 관계, 원전 문제를 비롯한 수도권 집중 문제 그리고 격차 사회 심화 방치를넘어 아베노믹스에 이르기까지 많은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지요. 설치해둔 폭탄 중 하나가 조만간 폭발하여 수습할 수 없는 대혼란에 이르기를 기대합니다. 가출하기는 어려우니까 차라리 집이 불에 타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자력으로는 오늘날의 미일 질서를 바꾸거나 수정 보완할 힘도 없고, 비전도 없기 때문에 전부 엉망진창 돼버리는 파국이 도래하기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 P174
뭐라는 거야... 미수가 왜 66세야... 차라리 주석을 넣지를 말지.......
"아, 또 나이를 먹는구나. 지금 생각하면 생일이라고 순수하게 기뻤던 건 스물세 살까지였던 거 같아. 앞으로 다시 생일이 반가워질 때가 있다면 아마도 미수(66세 생일을 이르는 한자어-옮긴이) 때가 아닐까." - P266
아이가 생기면 어떤 남자라도 아내와 자식을 위해 열심히 일할 거라고 생각한 것은, 리나 자신이 노력가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구가 되듯, 리나의 친구들도 모두 성실하고 근면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자신을 기준으로 세상을 보면 큰코다친다. - P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