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속이고, 그 아이가 나중에 커서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속인 사람은 대가를 치르게 될 거예요. 대가라는 것이 반드시 보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아이의 마음속에서 그 사람은 지워지고 말 겁니다. 그것은 죽는 것보다 괴로운 일이지요! - P276

문혁이 끝나자, 누구도 그 시절에 대해 책임지려 하지 않았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말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 P293

행복은 그 어떤 유익한 교훈도 주지 않지만, 고난은 사람의 성격을 변화시킵니다. 이것은 내가 얻은 가장 값진 삶의 경험입니다. - P300

최근 신문에서 한 젊은이가 우리 같은 우파 분자들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대목을 읽었습니다. "당신들은 그때 왜 나서서 반항하지 않았습니까?"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고 싶습니다. "지금 너를 호랑이 굴에 집어넣는다면, 너는 아마도 놀란 나머지 가장 먼저 바지에 오줌을 쌀 것"이라고요.
독재자를 탓하는 대신 오히려 피해자를 탓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중국에서 더는 문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혁명 모범 가극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했고, 마오 주석을 신처럼 모시는 현상을 보면서 말이죠. 역사를 바로잡지 않으면 문혁은 재현될 수 있습니다. - P309

문혁 기간 내내 나는 장난감 같은 존재였습니다. 남들이 흥미를 느낄 때, 즉 운동을 할 때 나를 가지고 놀았고, 놀다가 질리면 한쪽에 방치해 두고는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 P309

솔직히 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으니 속에서 뜨거운 것이 솟구치면서 약간 감동을 하긴 했습니다. 나도 예술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쉽게 감동하고 또 그 감동에 기만당하곤 합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지난 시절 내가 겪었던 모진 고초와 이제 거의 80세 가까운 노인이 된 나 자신, 그리고 일찌감치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린 아내를 생각하자 갑자기 화가 났어요. 그들에게 묻고 싶어요.
"그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우리가 살아온 지난 22년 세월의 고통을 묻어 버릴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가 지난 22년 동안 그런 고난을 당한 것이 고작 당신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서입니까?" 라고요. -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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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내 나름의 해석이 있어요. 사랑은 자신이 애착하는 것을 좋아하는 감정인데, 사실은 그게 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겁니다. 자기가 생각하고 꿈꾸던 점을 상대가 갖고 있다고 여기고, 자신의 웃음을 상대의 웃음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투사해 스스로 감동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렇지 않다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리겠어요? 사랑이 끝나면 자신도 끝나니까요. 그래서 나는 첫사랑이란 일생에서 유일하게 정신 이상을 겪는 시기라고 봐요. 일종의 환각 상태에 빠지는 거죠. - P195

사람은 정상적이더라도, 부조리는 생활이 강요한 거죠. 달리 말하자면, 부조리는 생활의 본질입니다. - P200

한 철학자가 말했어요.
"어떤 것이 네게 행복을 가져다줄지라도 경계해야 한다. 바로 그것이 불행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 - P201

당시에 정치범이란 정치적 대의를 위해 어떤 일을 한 사람이 아니라, 정치가 필요로 했던 희생양이었을 뿐입니다. - P243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나를 아프게 했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답니다. 출소해 모든 명예를 회복하고 난 뒤 모든 사람이 내게 웃어 보일 때, 그것이 진심일까요? 그건 가짜입니다. 옛날 동창들은 지금 내가 제멋대로이고 무례하다고들 합니다. 일할 때는 말할 때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지 않는다고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다른 사람을 존중한 결과 온갖 쓴맛을 다 보았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뿐입니다. - P252

어느 날 명예 회복 후 돌려 받은 옛날 물건을 뒤적이다가 문혁 전에 내가 썼던 글씨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깜짝 놀랐답니다. 다른 사람이 쓴 것 같았거든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을요. 어찌되었든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그다지 상심하지는 않았어요. 상심이란, 운명을 도와 자신을 해치는 감정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지금 내 모습대로 그냥 살아가면 되는 겁니다. 다른 사람을 해치지도, 나 자신을 해치지도 않으면서 말이죠.
분명한 것은 내가 예전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뿐입니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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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혁이 중국 역사에서 일종의 필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인방이 아니었더라도 다른 무리들이 나타났을 겁니다. 마오 주석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자오 주석이나 첸 주석, 쑨 주석 등이 문혁을 일으켰을 거예요. 진시황의 분서갱유에서 문혁에 이르기까지, 지식인들이 박해받았다는 사실을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또한 역사적으로 봉건 왕조시대의 필화 사건에서부터 문혁까지 중국 사람들은 줄곧 서로의 말과 글 등을 꼬투리 잡아 ‘반혁명 언사‘로 고발해왔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거예요. 문혁은 중국에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입니다.
문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지요! - P92

소문과 비방, 뒷공론, 그리고 고발 내용에 근거해 죄를 조작해 내는 것이야말로 중국의 비애가 아닐까요? - P95

나는 강제로 노예가 되어 온갖 박해를 받았고 노동 개조를 당했으며, 농촌으로 하방되어 8년간 농사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아첨하고 알랑거리며 비위를 맞추는 짓이나, 남을 밀고하고 팔아먹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았어요. 나는 노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굴욕을 당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노비가 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거든요. - P99

인간성이 소멸된 시대에,
인간성을 표현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방식은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다. - P122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은 모든 중국 지식인의 소망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랬기에 박해를 당했습니다. 중국 지식인 모두가 겪었던 불행입니다. 그런 고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를 위해 일하고 싶다면, 그런 마음은 뭘까요? 어떤 사람은 그것이 우리가 가진 가장 귀중한 것이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비극적인 면이라고 합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요? - P140

비옥한 토지의 비애는,
한편으로는 유린당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정성을 다해
수확물을 바쳤다는 것이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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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내게 준 첫 번째 교훈은, 순진한 것은 우매한 것보다 더 나쁘다는 것입니다. - P51

홍위병 운동이 지나가고 난 뒤인 1970년에 국민경제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국가는 2천만 명이나 되는 지식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능력이 없었고, 그렇다고 도시에 있게 하자니 소란을 피울까 염려되었죠. 그래서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허울 좋은 구호를 생각해 내서 우리를 사방으로 내쫓은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때 그들을 위해 용감하게 적진으로 돌격해 싸웠고 일편단심 충성했던, 천군만마 같았던 우리는 그들이 마련해 놓은 함정에 모조리 빠졌습니다. 국가마저도 감당하지 못하는 짐을 우리 10대 아이들의 삐쩍 마른 어깨가 지탱했던 거예요. 기울어져 있는 기둥을 바로 우리가 지탱했기에 국가라는 건물이 붕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셈입니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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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이 끝난 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때 일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때 모든 사람의 얼굴에 내려앉았던 어두운 그림자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수천 년간 봉건 지배를 받으면서, 힘없는 백성들은 기억을 지우는 방식으로 고난에 대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낙관적 태도가 반드시 좋다고만 할 수는 없으며, 그저 일종의 ‘귀여운 무지‘라고 할 수는 있겠다. 역사의 잘못은 얻기 힘든 재산이다. 그 재산을 잃어버린다면 새로운 맹목에 빠지게 될 것이다. - P11

문혁 당시 서로가 서로를 해치고 상처 줌으로써 타인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지만, 나는 그들의 이야기로부터 믿음을 다시 확인한 것에 깊은 위안을 받았다. - P11

인간의 약점과 질투, 겁약, 자아, 허영, 나아가 인간 본성의 장점, 용기, 성실함, 진실 등이 모두 동원된 것이 바로 문혁이다. 그것은 내게 정치가 일단 휴머니즘을 벗어나면 사회적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으리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 P12

내가 느낀 바로는, 큰 인물들이 아무리 비극적인 일을 겪었다 할지라도 일반 인민들이 겪는 비극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큰 인물의 누명은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일반 인민은 사람을 잘못 만나거나 기회를 얻지 못하면, 마치 량산의 이 선생이 마침 그 이야기를 읽어 본 적이 있는 나를 우연히 만난 것처럼, 운명이 트이는 날을 맞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죽은 사람이든 산 사람이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누명을 벗지 못하고 있을까요?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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