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가끔 같은 열람실에서 만나 필요한 책을 찾는 법 같은 걸 물으며 여성열람실 친구가 생겼다. 이를 계기로 도쿄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여성 모임이 탄생했다. 십 년 전 그때는 각기 학교에다니는 학생이거나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젊은 여성의 뜨거운 열망으로 가득 찬 그들은 제각기 도서관에 와서 학교 과목이나 일을 위한 책 외에 다양한 공부를 했다. 그러면서 서로 낯이 익고 이야기를 꺼내게 되어 도시락 먹을 때 함께 식당에 가거나 하면서 모임이 형성됐다. 서로를 격려하며 공부했고 밤이 깊어 으슥해진 우에노 숲속을 다 함께 무리 지어 집으로 돌아갔다. 젊은 여자들 모임으로는 드물게 가끔 서로 경제적 지원도 했다. 그 당시 가장 빨리 홀로서기에 성공해 개업한 여의사 친구가 모두를 위해 자주 힘써줬다. - P151

여자의 우정이 미덥지 못했던 것도 여성이 사회인으로서 무력했기 때문이었다. 경제적 능력도 제대로 된 직업과 신분도 갖지 못했기에, 친구에게 기대면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생존의 발판밖에 갖지 못했다. 여자전문학교나 대학 동료라는 것도 이제까지처럼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생활이 보장되는 소녀들의 모임이 되어서는, 결국 생활의 문제까지 떠안는 동지로서의 우정이 싹트기 어렵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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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나 있는 흔한 비밀은 누구나 일상에서 몇 개쯤 갖고 있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세월을 보낸다. 가족과 친구에게도 알리지 않음으로써 평화가 유지된다. 수십 년씩 친하게 지낸 친구도 나의 진상을 모른다는 걸 체험하고있다. 우리는 지인에게 오해 받고 있다고 탄식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오히려 오해 받고 있기에 가까이 지낼 수 있으며 진실을 안다면 서로 서먹해질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모두 고독하다고 할 수 있겠다. 고독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고독에 잠기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지금 이 순간 생각한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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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속 기차, 시골뜨기 여자애, 평범한 기사로 도배된 석간.-이것이 상징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해할 수 없고 비루하고 따분한 인생의 상징이 아니고 무엇인가.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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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내부에서 초래된 ‘쇼크‘의 다수는 실은 그 사회가 범한 몇겹의 ‘실패‘가 낳은 결과인 것이다.
그러나 일본사회에는 이렇게 해서 발생한 다양한 참사를 사회 ‘실패‘의 결과라기보다 외부에서 초래된 ‘쇼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 P161

버블붕괴도, 중간층의 붕괴를 초래한 격차확대도 ‘1.57쇼크‘로 알려진 초저출산도 ‘지방소멸‘로 일컬어지는 인구감소도, 모두 헤이세이 일본이 불가항력적으로 입은 사회적인 ‘쇼크‘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 이렇듯 ‘쇼크‘로 간주하고 요령부득의 일로 받아들이는 수용 패턴은 사회가 정책이나 정치적 타협이 야기한 실패들을 ‘실패‘로 인식하며 그 구조적 문맥을 정면에서 응시하는 것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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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시타 정권 붕괴 후 일본의 총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속속 교체된 것은 그들이 본래부터 권력의 실질적인 주체가 아니고, 형편에 맞아 총리 자리에 오른 ‘장식물‘에 불과했음을 입증한다. 당시, 정국을 움직이는 권력의 실질적인 중심은 구 다나카파 세력을 승계한 다케시타 노보루와 가네마루 신을 중심으로 한 게이세이카이에 있었다. - P98

리쿠르트 사건이 일본 정치에 던진 충격의 마이너스 효과가 이런 정치 혼란과 일탈이었다면, 플러스 효과는 여야 정치인들 사이에 ‘정치개혁‘이 최대과제라는 공통인식이 생겨난 것이었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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