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가끔 같은 열람실에서 만나 필요한 책을 찾는 법 같은 걸 물으며 여성열람실 친구가 생겼다. 이를 계기로 도쿄에서 유일하게 흥미로운 여성 모임이 탄생했다. 십 년 전 그때는 각기 학교에다니는 학생이거나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젊은 여성의 뜨거운 열망으로 가득 찬 그들은 제각기 도서관에 와서 학교 과목이나 일을 위한 책 외에 다양한 공부를 했다. 그러면서 서로 낯이 익고 이야기를 꺼내게 되어 도시락 먹을 때 함께 식당에 가거나 하면서 모임이 형성됐다. 서로를 격려하며 공부했고 밤이 깊어 으슥해진 우에노 숲속을 다 함께 무리 지어 집으로 돌아갔다. 젊은 여자들 모임으로는 드물게 가끔 서로 경제적 지원도 했다. 그 당시 가장 빨리 홀로서기에 성공해 개업한 여의사 친구가 모두를 위해 자주 힘써줬다. - P151

여자의 우정이 미덥지 못했던 것도 여성이 사회인으로서 무력했기 때문이었다. 경제적 능력도 제대로 된 직업과 신분도 갖지 못했기에, 친구에게 기대면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생존의 발판밖에 갖지 못했다. 여자전문학교나 대학 동료라는 것도 이제까지처럼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생활이 보장되는 소녀들의 모임이 되어서는, 결국 생활의 문제까지 떠안는 동지로서의 우정이 싹트기 어렵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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