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 발언이 전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는 것은 확실하다.
-후텐마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그렇게 한 것이다. 그들은 기지 소음 문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곳며 살고 있다. 즉 자신들이 좋아서 그곳에 살고 있으므로 기지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권리가 없다. 기지 피해의 책임은 다 알고도 그곳에 살기로 한 그들에게 있다.
작가의 발언이 의미하는 것을 정리해 보자면 위과 같을 것이다. 그의 발언은 재일코리안이나 피차별부락 사람들, 혹은 외국인 연수생 등에게 ‘싫으면 돌아가라‘고 말하는 이들의 논리와 똑같다. 중요한 것은 그의 발언이 기지 문제의 모든 책임을 일본과미국 정부가 아닌 혹은 일본인과 미국인도 아닌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귀속시켜 버린다는 것이다. - P249

우리들의 생활은 완전한 자유와 완전한 강제 어디쯤에 있다. 이런 복잡미묘함을 멋들어진 선전 문구나 거시적 관점의 지정학적 시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 P268

"인간에 관한 이론‘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그런 상황에 있다면 그런 행위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이해, 또한 그런 상황에서 한 그 행동에 얼마나 책임이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해‘의 집합이다. 이 이론은 폭주하여 상호 모순되는 다수의 가설을 축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이론은 더욱 가설을 늘리려고 한다. 즉, 상호 모순되는 가설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고 다든 모두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실물과 같은 크기의 지도를 그리려는 듯, 모순되는 가설들을 최대한 늘리려 한다. 이 이론에 의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가혹한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이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삶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의 가혹함을 축소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이해‘이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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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스스로가 불이익 상태, 혹은 ‘사회문제‘라는 상태에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어떠한 사회문제라고 하는 상태에 자처해서 있는 데다가 그 사회문제라고 하는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일이 자주 있다. 왜 이것을 당사자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지 설명하자면, 그 상내가 본인들에게는 어떠한 좋지 못한 것.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것, 불행한 것이라고 의식하는 것이 불이익과 사회문제의 기초적 부분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즉, 사회문제란 그것이 본인들에게좋지 않다고 생각되어야 개선이 필요한 부정적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본인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면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 걸까? 혹은 스스로 선택해서 그렇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면?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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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이것은 한국도 같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말 이름도 없는 일반 개인의 이야기일지라도 오키나와 전후사 그 자체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습니다. - P8

여기에 실린 모든 이야기들은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은 시대, 혹은 특정 장소에서 우연히 태어난 사람들이 혹독한 사회적 조건과 구조적 제약 속에서 좀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가려고 힘껏 노력한 증거들입니다. - P9

생활사 구술 청취는 물론, 이쪽이 일방적으로 질문하고 구술자가 단지 그것에 대답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이야기가 어느 정도 구술되는가 하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우연에 좌우된다. 조사자의 경험, 구술자의 자질, 그때 당시의 상황과 몸 컨디션, 혹은 날씨 조차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조사자의 존재는 의외로 크다. 어떤 타이밍에 어떤 것을 물을지와 같은 조사 내용에 대해서도 그렇고 어떤 경로를 통해 누구에게 소개를 받을지, 어떤 입장에서 어떤 형식과 스타일로 구술청취조사에 임할지 같은 것들이 구술청취조사의 꽤 많은 것들을 정한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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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우리 손으로 미래를 말로 구성해본 적이 없었다. 말은 언제나 묵시적 전달의 수단이었다. 이는 일본의 비평에서도 드러나는데, 논쟁이 벌어져도 상대의 한마디 한마디 내용을 비평하지 않고 상대에대한 모종의 묘사를 쌓아올려 어떤 인상을 독자인 제삼자에게 전하고 그 인상에 상대를 대응시킴으로써 논쟁을 끝내려고 한다. - P269

‘공기의 지배‘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물론 그 뿌리는 임재감적 파악 자체에 있지만, 그것이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것은 아마 근대화 진행기일 것이다. 도쿠가와 시대와 메이지 초기의 지도자들에게는최소한 ‘공기‘에 지배당하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는 면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남자라는 놈이 그 자리의 공기에 지배당해 경거망동을 하다니……." 라는 말에 나타나듯이, 인간은 ‘공기‘에 지배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지. "지금 공기로는 어쩔 수 없다."라고 해도 좋은 존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쇼와 시대에 들어서면서 ‘공기‘의 구속력이 점차 강해지더니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의 공기‘, ‘그 시대의 공기‘를 일종의 불가항력적 구속으로 여기게 되었고, 동시에 공기에 구속되었다는 증명이 개인의 책임을 면제한다고까지 여기기에 이르렀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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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인들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상황을 면책의 사유‘로 생각하지는 않는 전통 속에 살아왔다. (중략) 서구적 윤리는 완전히 고정적인 것이어서 ‘린치라는 행위는 악이다.‘라고 규정한다면 특별고등경찰이 저질렀건 공산당원이 저질렀건, 또는 하사관이 저질렀건 폭력단이 저질렀건 린치는 악에 해당하고, 또한 런치의 대상이 공산당원이건 로건 스파이건 똑같이 린치라는 ‘행위‘만을 끄집어내 ‘악‘으로 규정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태도를 취하지 않고 항상 그 반대의 태도를 취한다. - P139

확실히 공자의 생활 방식은 일본적이지 않다. 그에게 ‘아비와 자식의 윤리‘는 문자 그대로 부자의 윤리였다. 공자는 동시대의 제후를 대할 때는 절대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생활 방식은 종신 고용과 회사에 대한 귀속 또는 조직에 대한 충성을 절대시하는 현대 일본인보다는,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의 계획을 채택해 그 시행을 자신에게 맡겨줄 조직을 스스로 선택하는 미국의 경영진과 더 비슷하다. 만일 그런 것을 근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면, 공자가 오늘날의 일본인보다 더 근대적이다. - P168

일본은 30년 전까지 ‘충효일치‘를 통해 ‘효‘를 조직으로 확대한 상태를 ‘충‘이라고 부르면서 ‘임금이 임금 노릇을 못해도 신하는 신하 노릇을 하라‘는 것을 당연시하던 사회였다. 도쿠가와 시대에는 이것이 봉건제후에 대한 복종을 절대화하는 이데올로기였는데, 메이지 이후에는 이런 이데올로기가 극한까지 확대되었고 그 극한에 놓인 것이 덴노였다. 이 체제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타격으로 붕괴되었지만, 물리적 붕괴가 질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았음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곧바로 새롭게 생겨난 다양한 조직을 ‘효‘의 대상으로 만들어 그것들이 서로 ‘한가족‘을 형성했다. 오히려 전쟁 직후의 시대는 그런 조직이 형성되기 쉬운 토양을 제공했다. - P170

메이지 시대의 일본을 만들어놓은 플러스의 ‘그 어떤 힘‘은 필경 그것을 괴멸시킨 마이너스의 ‘그 어떤 힘‘과 같은 것이고, 전후 일본에 ‘기적의 부홍‘을 일으킨 ‘그 어떤 힘‘도 아마 그것을 괴멸시킬 가능성을 지닌 ‘그 어떤 힘‘과 같을 것이다. 그 힘을 통제할 방법을 갖지 않는 한 그 힘이 어느 한쪽을 향할 때 얻은 성과가 그 힘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때 일거에 파괴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 - P190

많은 사람은 메이지 시대와 관련된 과거의 상징을 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버리지 않는 사람을 고루하다거나 완고하다고 매도했다. 그러나 그것은 남들을 매도한 사람이 그 상태를 벗어났다거나 새로운 상징을 임재감적으로 파악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반대로 즉각 새로운 상징을 임재감적으로 파악하고 그 상징과의 사이에 ‘문명개화‘라는 새로운 ‘공기‘를 조성했음을 의미할 뿐이었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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