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의 지배‘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물론 그 뿌리는 임재감적 파악 자체에 있지만, 그것이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것은 아마 근대화 진행기일 것이다. 도쿠가와 시대와 메이지 초기의 지도자들에게는최소한 ‘공기‘에 지배당하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는 면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남자라는 놈이 그 자리의 공기에 지배당해 경거망동을 하다니……." 라는 말에 나타나듯이, 인간은 ‘공기‘에 지배되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지. "지금 공기로는 어쩔 수 없다."라고 해도 좋은 존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쇼와 시대에 들어서면서 ‘공기‘의 구속력이 점차 강해지더니 언제부터인가 ‘그 자리의 공기‘, ‘그 시대의 공기‘를 일종의 불가항력적 구속으로 여기게 되었고, 동시에 공기에 구속되었다는 증명이 개인의 책임을 면제한다고까지 여기기에 이르렀다. - P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