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 1 세계의 사람들은 단 음식에 완전히 포위됐다. 단지 그 음식들을 식별하지 못할 뿐이다.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당은 수프, 소스, 파테, 햄버거, 감자튀김, 비네그레트, 빵과 같이 짠 음식에 숨겨져 있다. 1960년대부터 아로마 산업의 주요 사업체들은 겔랑, 샤넬, 로레알처럼 되기를 관두고 프록터앤드갬블, 유네리버, 네슬레, 다논, 코카콜라, 마스와 같은 거대 가공식품 기업이 되려고 했다. 기존 사업의 기반이 장미, 재스민, 베르가모트 및 백단향 에센스였다면 전쟁 후에 그것은 설탕, 지방, 소금으로 바뀌었다. - P19

행복의 정점은 계속해서 선을 넘게 한다. 소비자가 도파민에 취했으나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이 지점까지 이르도록 최적화된 제품은 끝을 볼 때까지 미친 듯이 식사하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종류의 제품에 영양가가 별로 없다는사실은 우리를 더 먹게 만들고 우리가 음식을 먹기 전보다 더배고프게 한다. 심지어 이러한 제품은 저렴하다. 튀긴 감자, 햄버거, 시리얼, 해바라기 씨가 들어간 크래커 또는 치킨 너겟 등은 염가로 판매되므로 우리는 계속해서 먹고 또 먹는다. 우리는 더 먹지 않겠다며 심하게 자책하지만 먹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정크 푸드의 악순환이다. 이는 정확히 그런 일이 우리에게 벌어지도록 음식이 설계되었기 때문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스스로의 도덕적 약점이자 부끄럽고 굴욕적인 것 또는 의지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 P20

우리는 우리가 편안하다고 느끼는 양보다 더 많이 먹는다. 특히 우리에게 잘 맞지 않는 것을 많이 먹는다. 음식과 우리의 관계는 완전히 정신분열증적이다. 마이클 패스벤더 또는 스칼렛 요한슨의 신체를 갖고자 하면서 감자칩과 아이스크림통을 껴안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맹세한다. 커피에 도넛을담가 먹으면서 스테비아를 첨가한다. 우리는 저녁 식사로 피자를 주문해 라이트치즈를 뿌린다. 우리는 먹고, 뚱뚱해지고, 이 문제가 교육과자원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면 자신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스스로를 경멸한다. - P21

우리는 스스로를 규율이라고는 조금도 지키지 않는 먹보라고 생각할 뿐,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세고 중독성이 강한 산업 중의 하나가 천문학적인 임금을 줘가며 강력하게 동기를 부여한 천재 집단이 우리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교묘하게 조종하겠다는 일념으로 신기술 개발을 위한 실험실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P22

우리는 금붕어의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 아니, 과거에는 그랬었다. 지금은 아니다. 물고기의 집중 능력은 9초 동안 지속되는 데 반해 평균적 인간의 집중 능력은 8초다. 2000년에는 12초 동안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지만, 우리는그 기록을 낮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인내심은 거의 사라졌다. 사용자의 40%가 웹페이지를 로드하는 데 3초 이상 걸리는 경우 웹페이지를 떠나버린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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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아니야.. 러쉬 냄새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당신은 저 멀리 거리의 러쉬 매장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마치 오염된 도심 속 상쾌한 오아시스와 같다.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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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이란 원래 풍경을 돋보이게 하는 것인데 탑 꼭대기에서도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리하여 탑은 풍경 속에 있으면서 풍경 밖에 있다. 어린 시절 탑이 드리운 그늘에서 놀았던 사람이 상당히 많을 터. 중국인이라면 모두 머리 위에 탑 하나쯤은 있다. 탑은 고대의 아름다운 경관에도 어울리고 현대의 풍광과도 잘 어우러진다. 탑의 형태는 변하겠지만 인류가 탑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으리라. - P44

두 아이는 내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살얼음판으로 뛰어들었고, 앞으로 나아갔다. 게다가 그 걸음걸이는 자기네는 프로, 나는 아마추어라는 양 거침없었다. 나는 놀랐을 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탄복했다.
아이는 이렇게 자라는 거다. 나 자신도 이렇게 자랐으니 말이다. 내가 요람을 사줄 생각을 할 때 아이들은 스스로 뛰어와 내게 말한다. "필요 없어요!" 아마 세상 모든 부모가 똑같이 겪는 일이겠지? - P83

부모가 자녀를 귀여워할 시간은 너무나 짧다. 인생의 여정이란 본질적으로 혼자 걸어가는 고독한 원정이리라. 우리는 마땅히 자녀를 벗처럼 대하고 벗처럼 사랑해야 한다. - P95

그런 뜻은 아니었다 해도, 무의식중에 나는 세상천지에 부모 된 자로서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죄를 지었다. 아이들이 사랑하는 것과 나를 나란히 놓고는 아이들에게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선택을 하라고 흘러댄 것이다. 내가 실제로 이런 용서 못 할 죄를 지었다 해도 실정법상 나는 무죄다. - P124

아이들의 정신 건강 면에서 보자면 청결은 곧 빈혈이다. 낙엽 더미에서 뒹굴고 웅덩이에 종이배를 띄우고, 머리에 거미줄을 잔뜩 붙인 채 숨바꼭질하고 진흙투성이 손으로 소꿉놀이하고, 이 모든 것이 청결하지 않다. 청결하지 않으면 어떤가, 이런 놀이가 없는 어린 시절이란 말도 안 된다. - P126

가정에서 아버지의 지위가 너무 숭고해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높은 지위는 아이가 아버지의 불합리마저 진리로 여기게 만들곤 한다.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다 죄악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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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양심의 탄생 - 한 일본인의 삶에 드러난 일본 근현대 영욕의 민중사
오구마 에이지 & 오구마 겐지 지음, 김범수 옮김 / 동아시아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참 좋은 책인데 번역에 직역투가 심하고, 오탈자가 꽤 많고, 어휘를 적절하게 번역하지 못한 부분(특히 여조카...라든가...)이 많아서 매우 아쉽다. 내용은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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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전쟁을 한 책임도 명확히 하지 않고 전쟁에 져도 논리적인 제도만 있으면 된다는 태도다. 고급 군인에게는 연금을 주면서 우리들에게는 10만 엔의 국채와 은배를 준다고 한다. 그것도 낙하산 공무원이 좌지우지하는 기금 같은 걸 만들어서 말이다."
"그런 건 눈속임이라고 생각했다. 금액이 얼마 안 되더라도 패전 직후였다면 고마워했을 것이고 나라도 어려운데 줬다고 감사했을 거다. 그러나 이제 와서 돈 따위가 무슨 필요냐며 오기로라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90년 4월에 겐지는 이 위로금을 청구했다. 그 이유는 같은 수용소에 있던 한국계 중국인 전 일본군에게는 청구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그와 나눠 가지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P325

소련군의 포로가 되었던 조선인 전 일본군의 숫자는 여러 설이 있으나약 1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한국에 귀국한 뒤에도 ‘전 일본군 병사‘나 ‘공산주의 스파이‘라는 혐의를 받거나 편견의 대상이 되었다. 1949년 2월에는 약 500명의 한국인 억류자가 38도선을 넘어 귀국했는데 한국군의 오발사격으로 37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들은 한국으로 귀국한 뒤에도 공안경찰의 심문, 경찰의 감시, 차별이나 취업 불이익 등을 당했다. 이런 어려움은 일본 이상이었다고 한다. 한국정부의 역사 바로잡기 작업에 따라 그들의 명예가 회복된 것은 2005년의 일이었다. - P327

"과거에도 평생 남 밑에서 일하다 인생이 끝나는 사람은 많았지만 ‘부지런한 부자는 하늘도 못 막는다‘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비정규직의 경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일본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사용자 측의 ‘노동 윤리‘도 사라졌다. 젊은 사람들이 불쌍하다."
"내가 스무 살 즈음에는 세상의 구조나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자랐다. 정보도 주지 않았고 정권을 선택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비판할 자유도 없었다. 지금은 진실을 알려고 한다면 알 수가 있다. 그런데도 자신이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보려 하지 않는 사람,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 지금부터 20년이 지나면 더 나빠질 것이다. 경제도 국채 금리가 오른다면 대파국을 맞을지도 모른다." - P348

1963년에 출판되어 영화로도 만들어진 야마구치 히토미의 <에부리만 씨의 우아한 생활>이라는 소설이 있다. 주인공은 아버지처럼 1925년에 태어나 나이가 그대로 쇼와의 연호(1925년을 의미한다)와 일치한다는 설정이다. ‘가장 평균적인 인간‘이라는 의미로 ‘에브리맨 씨‘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거기서 묘사한 것은 대기업 전기회사의 사택에 사는 대기업 정사원의 생활이었다. 이 책에서도 언급한 대로 그런 생활을 한 사람은 당시 노동인구의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그런 생활을 평균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책의 집필자나 구매자에 도시 중산층이 많아 그들 중에 ‘대학을 나와 샐러리맨이 된다‘ 하는 사람이 다수였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이유일것이다. - P355

인간은 보통은 눈에 띄지 않는 생활, ‘평범‘이라고 부르는 생활을 한다. 그러나 생애에 몇 차례인가는 위기를 경험하고 영웅적인 행동을 한다. 그러나 동시에 큰 틀에서는 동시대의 사회적 맥락의 지배를 받는다.
그것이야말로 평균적인 인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묘사한 아버지의 궤적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인 것이다.
다른 방식으로 한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위기 상황을 경험하거나 영웅적인 행동의 순간을 골라내는 것만으로는 그 사람을 묘사한 것이 아니다. 물론 일상적인 생활을 보여주기만 해서도 전체를 그린 것은 아니다. 그것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동시대의 사회적 맥락 속의 위치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입체적인 역사 기술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 P356

인간은 자신이 왜 여기에 존재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불안이 생겨난다. 그런 불안을 가라앉히는 방법 중에는 시장에 넘쳐나는 상품이라는 형태도 있다. 그러나 주변을 향해 대화를 하고 관계를 쌓아가는 것은 수동적인 구매보다도 결실이 많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거듭 말하지만 기억이라는 것은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역사라는 것도 그런 상호작용의 한 가지 형태이다. 목소리를 듣고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려는 노력 그 자체를 ‘역사‘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해도 좋다. -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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