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한국 사회에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복지는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이고 최종적으로는 해소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 영역이야말로 사회와 국가의 발전뿐만 아니라 존속에까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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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삶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넘어, 그저 임신해서 사회 재생산에 기여하는 존재로만 여기는 세상에서 과연 여자들은 아이를 기꺼이 낳고 싶어할까? 출산과 양육이 온전히 여성의 몫으로 여겨지고 오직 여자만이 커리어의 중단을 맞이하는 것이 아름다운 희생 정도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여자들은 그 희생을 감당하려고 할까? 낮아지는 출생률을 올리는 것은, 낙태죄가 강화된 사회가 아니라 아이를 낳고도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펼칠 수 있다는 기대가 존재하는 사회이다. 아이를 낳더라도 자신의 중요한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을 때,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고 출생률은 올라갈 것이다.
결혼을 둘러싼 수많은 통계들이, 결혼 이후의 여성의 삶이 어떤 식으로 왜곡되며 많은 기회로부터 차단당하는지 또한 얼마나 불평등한 위치에 놓이게 되는지를 설명한다. 통계청의 2015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에 의하면 삼십대 기혼 여성 열 명 중 네 명이 경력단절 여성으로 나타나는데, 이렇게 경력 단절을 경험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출산과 육아 때문이다. 출산도 육아도 오롯이 여성의 몫인 채로 여성이 직장생활과 가정을 병행할 수 없는 구조이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4~5년 정도 경력 단절을 경험하면 그후에는 결혼 전의 커리어를 결코 유지할 수가 없다. 멀쩡한 기업에 다니던 여성이 학습지 교사나 마트 직원밖에는 할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책임질 수 있었던 여성이, 가정에서는 "겨우 그 돈 벌려고 애 놔두고 일 나가냐"는 말을 듣다가, 아이 학원비라도 벌기 위해 다운그레이드된 커리어로 내몰리는 이 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력 단절 남성은 없고, 오직 경력 단절 여성만이 사회문제가 된다는 현상 역시 결혼이 여전히 여자의 일방적인 희생을 통해 유지되는 제도임을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여성의 삶에 정답 따위는 없으며, 이기적인 선택이 얼마든지 귀한 선택일 수 있음을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니 이기적인 선택을 하기로 했다고 해도, 당신은 전혀 위축될 이유가 없다. 행복은 아이를 통해 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있든 없든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통해 오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는 선택을 하는 여성이든 그러지 않기로 선택한 여성이든, 결국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밟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모두,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다. 우리는 모두, 지속적으로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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