넵스태드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가 최근 발표한 아마존에 대한 보고서의 주저자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나는 그에게 아마존이 지구 전체 산소의 주요 공급원이라는 말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헛소리예요." 넵스태드가 말했다. "그 말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어요. 아마존이 생산하는 산소가 엄청나게 많은 건 맞지만 호흡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빨아들이니까 결국 마찬가지입니다."
그 주제에 대해 연구한 옥스퍼드대학교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아마존의 식물들은 스스로 생산해 내는 산소의 60퍼센트가량을 호흡 과정에서 소비한다. 나머지 40퍼센트는 열대우림의 바이오매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몫이다. "따라서 (식물만이 아닌) 아마존 ‘생태계‘ 전체를 놓고 볼 때 아마존이 세계 산소에 기여하는 양은 사실상 제로다." - P87

 셀레브리티들이 소셜 미디어에 올렸던 사진들은 어떨까. 그건 실제로 아마존 열대우림에 불이 난 모습이 아니었다. 그중 상당수는 심지어 아마존을 찍은 것조차 아니었다. 호날두가 트위터에 올린 사진은 아마존에서 한참 떨어진 브라질 남부 어딘가에서 찍은 것이며, 촬영 날짜 역시 2019년이 아닌 2013년이었다. 마돈나가 공유한 사진은 무려 30년도 더 된 옛날 사진이었다.
이런 사정은 2019년 여름 아마존 화재를 둘러싼 언론 보도 전체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사실 당시 언론 보도 내용은 거의 대부분 틀렸거나 진실을 상당히 호도하고 있었다. - P88

탄소 배출 증가와 기후 변화가 전혀 위험하지 않은 일이라는 말이 아니다. 탄소 배출과 기후 변화는 위험하다. 하지만 우리는 기후 변화가 불러을 모든 영향이 자연환경과 인간 사회에 나쁜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 P93

그럼 우리가 진정으로 원시림을 지키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우리는 환경 식민주의를 물리쳐야 한다. 또한 오래된 원시림을 가진 국가의 경제 발전을 지지해야 한다. - P94

인간은 도시를 건설해 살면서 더 많은 부를 쌓기 시작한 다음에야 자연을 아끼고 배려하고 돌보아야 할 무언가로 여기기 시작했다. 유럽인은 19세기만 해도 아마존을 위험과 혼란이 가득한 "정글"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이 되자 같은 곳을 조화롭고 매혹적인 "열대우림"으로 여기게 되었다. - P102

그린피스의 운동은 언론인, 정책 결정자, 대중이 세라두 사바나와 아마존 열대우림을 혼동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라두의 콩 농사 확대와 아마존 열대우림의 벌목을 동일한 것으로 믿게 되었다.
하지만 세라두의 삼림 파괴는 경제와 생태 면에서 볼 때 아마존 삼림 파괴보다 정당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 세라두는 열대우림보다 생물다양성이 그리 높지 않을 뿐 아니라 토양 역시 콩 농사에 훨씬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린피스와 언론은 두 지역을 혼동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부풀리고 있다. 세라두와 아마존이 생태와 경제 측면에서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 주고 있는 것이다. - P104

 브라질은 세계은행이 삭감한 농업 연구 예산을 자체 재원으로 조달했다. 그랬더니 그린피스가 끼어들어 유럽 식품 회사들에 압력을 넣었다. 브라질산 콩을 구매하지 말라고 말이다. "이 터무니없는 확신, 이 오만함을 좀 보세요." 넵스태드가 말했다. "농부 처지에서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규제 위에 또 규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농사와 목축을 막는 이유 중 대부분은 이념적인 것이라고 넵스태드는 지적했다. "이건 정말 반개발주의, 그러니까 반자본주의예요. 농업 비즈니스를 증오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죠. 최소한 브라질 농업만큼은 증오하는 게 확실합니다. 같은 기준을 프랑스나 독일에 적용하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 P105

원시림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은 농부들을 특정 지역으로 몰아서 집중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비교적 온전히 야생 상태로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며 원시림을 지킬 수 있다. 그린피스와 NGO들의 전략은 반대 결과를 낳았다. 소유 토지 중 엄청난 면적을 숲으로 남겨 둬야 한다고 하자 땅 주인들은 최대한 토지 면적을 넓히려고숲 이곳저곳을 닥치는 대로 걷어 내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넵스태드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새로운 삼림법이 열대우림을 파편화했다고 생각합니다." - P107

"부자 나라들은 아주 고상하고 그럴싸한 조약을 들이밀며 아마존 삼림 파괴를 막자고 웅변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자기네 나라에서는 모든 숲을 몽땅 파괴하지 않았던가." 룰라 대통령의 2007년 연설 중 일부다.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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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론, 특히 대중을 대상으로 한 환경 관련 정치적 여론몰이에 주목한다. 셸런버거는 언론이 항상 최악의 컴퓨터 예측 시나리오를 불가피한 것으로 제시해 환경 위협을 과장하는 행태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해 설명한다. 환경 옹호자들이 여론 전략을 수립한 역사는 적어도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초창기에 환경 활동가들은 진실성이 아니라 얼마나 충격적인가를 기준으로 삼아 메시지를 선택했다고 셸런버거는 지적한다.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미래 전망이 더 파괴적일수록 메시지는 더 효과적이다. 그리고 오해를 조장하면 할수록 더 많은 지지를 끌어모을 수 있다.
-야후!뉴스 - P8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캠퍼스의 고기후학자 앤드리아 더턴은 이런 답변을 들려주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언론은 2030년까지 향후 12년에 모든 게 걸렸다는 이야기에 꽂힌 것 같아요. 아마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이 문제가 시급하다는 걸 사람들이 빨리 알아들을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겠죠. 긴급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이에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말하면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보고서를 완전히 잘못 전달하게 되고 맙니다."
- P37

‘기후 양치기‘들이 특히 어린이들 사이에서 불안과 우울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2017년 미국심리학회는 "환경 재앙에 대한 만성 공포"를 환경불안증eco-anxiety 이라 명명한 후, 이 증상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 내렸다. 2019년 9월 영국 심리학자들은 기후 변화에 대한 종말론적인 담론이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0년 영국에서 수행된 대규모 설문 조사에 따르면 영국 어린이 5명 가운데 1명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악몽을 꾼 적이 있다. - P71

펠키는 서평에서 이렇게 말한다. "과학자들은 섬세하게 조율된 미래 예측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비현실적인 낙관론부터 매우 비관적인 시나리오까지 포함한다." 반면에 "언론은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가장 나쁜 시나리오를 우리의 미래가 될 것처럼 전달하게 된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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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견제·감시할 힘이 없는 중국에서 4차 산업혁명이 이처럼 감시 자본주의의 본질을 더욱 뚜렷이 드러내는 동안 기술은 더욱 급속하게 발전한다. 당, 기업, 권력, 질서는 언제 어디서나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고 있다. - P229

중국공산당과 정부·군에서 시진핑 주석의 권력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2018년 초 국가주석 임기 제한을 폐지해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한 개헌과 미-중 무역전쟁, 2020년 코로나19 초기 대응실패 등 주요한 고비마다 시 주석의 1인 절대 권력 강화와 강경 정책 노선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공산당 엘리트들 사이에서도 분출했다.
2018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임기 제한이 철폐되고 시진핑 사상이 헌법에 명시된 것은 개혁개방 이후 확립되어온 집단지도 체제와 권력 교체의 규칙을 뒤흔든 지각변동의 충격이었다. - P260

"그의 임기 동안 정권은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권력을 쥐고 있으려는 정치적 과두집단으로 타락해갔다. 더욱 억압적이고 독재적으로 변했다. 이제 시진핑은 개인숭배에 둘러싸여, 이데올로기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고, 정치적 발언과 시민사회의 공간도 없애버렸다." - P264

마이클 페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의 경제적 성공은 노동자들의 낮은 임금, 저금리, 취약한 사회안전망, 역진세, 환경 파괴 등의 형태로 기업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생산에 비해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턱없이 낮아 생기는 높은 저축을 대규모 투자에 활용하는 모델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 P280

2020년부터 중국에선 ‘네이쥐안(involution)‘이란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원래 중국 근대 역사에서 아무리 노동력을 투입해도 1인당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상태, 노동량을 무한 투입해도 생산성이나 노동자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 상태를 설명하는 학술 용어다. 996(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 노동)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치솟는 집값과 불평등에 절망하는 젊은 세대에게 네이쥐안은 절박한 현실의 화두가 되고 있다. - P281

시진핑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Make China Great Again)을 외치고, 트럼프는 "미국을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Again)를 외쳤던 것은, 두 제국의 포퓰리즘이 충돌하는 기묘한 광경이었다. 중국 지도자들은 "탐관오리를 타격하라"고 했고, 트럼프는 "의회를 공격하라"고 했다. "사령부를 포격하라"는 마오쩌둥의 구호가 다른 방식으로 변주되고 있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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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가 생각나는 대목.


2015년 공안부는 2020년까지 중국 전역에 완전한 영상 감시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중국 구석구석에 수억 대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촬영한 인민들의 얼굴 정보를 실시간 분석해 공안이 표적으로 삼은 대상을 식별해내고 있다. 안면인식, 빅데이터,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술이 결합되는데, 정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8년 장시성 난창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5만 명의 관중 가운데서 수배 중이던 남성을 곧바로 찾아내 검거했다. 어떤 사람이 계속 지하철역에 오는 경우 직원이 아니라면 도둑일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시스템이 스스로 분석해서 이상 신호를 곧바로 공안에 전송한다. 공안부는 메그비의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2016년 이후 5000명 이상의 범죄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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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라이라는 라이더는 사거리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서둘러 출발하던 동료 노동자가 차와 부딪혀 오토바이와 함께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 동료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도 웨이라이는 멈출 수 없었다. 손에 든 음식의 배달 시간이 늦었고 새로운 주문도 들어왔기 때문이다. - P181

노동자들이 몰리면서 배송비는 더 낮아졌고, 같은 금액을 벌려면 더 많은 배달을 할 수밖에 없기에, 노동자들의 사고 위험은 더욱 커졌다. 회사들은 배송비가 알고리즘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지만, 알고리즘은 언제나 배달 노동자에게 불리하고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노동자는 아무런 발언권이 없다. - P183

장잔에 대한 가혹한 처벌, 그리고 다른 시민기자들의 침묵을 강요하는 실종에는 ‘중국이 공산당의 지도 아래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공식 역사 이외의 다른 내용은 망각하게 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중국의 성공 스토리에 흠집이 나는 것을 막으려는 중국 당국과 중국의 초기 대응 실패로 전 세계가 겪는 고통을 상기하려는 외부 세계 사이에 기억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 P198

시진핑 시대 들어 중국 당국은 독립적인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철저히 막았다. 시진핑 주석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확산시키면서 당을 사랑하고 당을 보호하고 당을 위해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이 ‘당을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명령 앞에서 힘없는이들의 고통과 사회의 문제를 알리려는 이들이 설 공간은 사라져갔다. 2019년 10월부터 중국 정부는 자국 언론인들이 5년에 한번기자증을 갱신할 때마다 ‘시진핑 사상(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시험을 의무적으로 치르고 통과해야만 갱신할 수 있게 했다. 당과 주석에 충성하는 것이 언론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되었다. - P203

사회주의 여성의 주도적 역할을 추켜올렸던 중국 당국은 이제 미투운동과 페미니즘의 확산을 불편해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들을 서구 사상에 오염된‘ ‘반중국적‘인 반역자로 몰아세운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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