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의 진자 3 - 개정판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1월
구판절판


사람이 한 가지를 계속해서 믿는 척하면 나중에는 자기가 그것을 믿는 척하는 것인지 정말로 믿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때도 있는 법이다.-8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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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하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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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율을 금할 수 없었다.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두 분이 오로지 상대의 갈채를 받기 위해서 싸워 온 것인 양 서로 상대에게 감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중략)그러니까 이레 동안 두 사람은 교묘한 약속 아래, 서로 두려워하고 서로 증오하면서 은밀히 서로를 찬양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7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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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하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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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책의 선은 읽혀지는 데 있다.-6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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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 누군가가 사부님에게 인사를 건네는 소리가 들렸다. 전날 문서 사자실에서 만났던 알레산드리아 사람 아이마로였다. 나에게, 그의 인상은 충격적이었다. 웃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이마로라는 사람은 인간의 어리석음과는 죽어도 화해하지 못할 것은 물론이고, 인간도 어리석을 수 있다고 하는 우주적인 비극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윌리엄 수도사에게, 예의 그 비아냥거리는 듯한 어조로 말을 걸었다.

 「윌리엄 수도사님, 벌써 이 광인(狂人)들의 소굴에 익숙해지신 모양이군요?」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시는가? 나는 이 지극히 점잖고 학식 있는 분들이 모이신 곳을 광인의 소굴이라고 한 적 없네.」

 윌리엄 수도사가 점잖게 응수했다.

 「옛날에는 그랬습지요. 수도원장이 수도원장 같고, 사서가 사서같이 굴었을 때엔 그랬습지요. 이 윗동네를 보셨겠지요…….」

(중략)

 「이곳 수도원장의 안중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머리 속에는 서책 상자만 가득 들어앉아 있지요. 케케묵었다는 것입니다. 대체 원장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아시기나 하십니까?……이곳에는 뭐 필사사도 없고, 그리스 어나 아랍 어를 하는 사람도 없답니까? 돈 많고 점잖은 부호의 아들이 피사나 피렌체에는 없답니까? 이들을 교단으로 맞아들여 그 배경의 권력과 금력을 쓰면 안된답니까? 그러나 한심하게도 게르만 인이 아니면 안된답니다. 이곳에서는 게르만 인의 인정을 받아야 세간 소식을 귀동냥이라도 할 수 있답니다……. 송구스럽습니다, 수도사님…… 아이고, 이놈의 혀, 온당하지도 못한 소식을, 어쩌자고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지…….」

(중략)

 「……우리는 장서관 문제를 더불어 논해본 적이 없습니다. 허나 조금 논하고 싶은 생각이 저에게는 없지 않습니다. 자, 원컨대 이 뱀굴을 백일하에 밝혀 벗기십시오. 수많은 이단자들을 화형대로 보내신 분이시니 능히 해 내실 것입니다.」

 「나는, 이 사람아, 사람을 화형대로 보낸 적이 없네.」

 윌리엄 수도사가 발끈하면서 그의 말꼬리를 낚아챘다. 아이마로는, 아이마로답지 않게 사람 좋게 웃었다.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잘해 보십시오, 윌리엄 수도사님. 하지만 밤에는 조심하십시오.」

(중략)

 내가 사부님께 물었다.

 「아이마로 수도사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했던 것입니까?」

 「모든 것을 말하려 하는데도 언외(言外)로는 한마디도 넘쳐나지를 않는구나.」

(상권, pp.204-209)

 

 

 윌리엄 수도사는 그 천 조각을 찬찬히 들여다보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이제 뭔가 좀 잡히는 것 같구나.」

 그러자 수도사들이 일제히 윌리엄 수도사에게 물었다.

 「베렝가리오는 어디에 있습니까? 베렝가리오의 행방에 관한 단서를 잡으신 것입니까?」

 「모르겠소.」

 사부님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아이마로는 한 차례 앙천(仰天)하고 나서 산탈바노 사람 피에트로에게 속삭였다.

 「영국 치들은 할 수 없다니까.」

(상권, pp.298)

 

 

 배랑에는 수도사들이 잔뜩 모여 집회소 안에서 들려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맨 앞줄에는 알레산드리아 사람 아이마로도 섞여 있었다. 아이마로는 우주의 덧없음을 몹시 딱하게 여기는 딱한 사람이었다. 그는 우월감을 주체하지 못해 사람을 대할 때도 큰 은혜라도 베푸는 듯이 대하고는 했다. 그런 아이마로가 예의 그, 큰 은혜라도 베푸는 듯한 미소를 머금고 사부님에게 다가오면서 말을 걸었다.

 「프란체스코 회가 있으니 그래도 기독교 국가의 기강이 이만이나 하지요.」

 사부님은 노골적으로 업신여기는 듯한 얼굴을 하고는 약간 거친 손길로 그를 밀친 다음 똑바로 구석에서 기다리는 세베리노 쪽으로 다가갔다.

(하권, pp. 553)

 

 

 말라키아가 고개를 숙인 채 문 앞까지 걸어갔을 때였다. 집회소 창가로 몰려와 있던 호기심 많은 수도사 무리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너는 저자의 밀서를 감추어 주었고, 저자는 주방에서 너에게 수련사들의 궁둥이를 구경시켜 주었지?」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말라키아는 무리 좌우를 헤치고 황급히 문을 나섰다. 아이마로의 음성이었다고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아이마로는 가성(假聲)으로 외친 것이 분명했다.

(하권, pp.599)



 주방에서 나오다 우리는 아이마로를 만났다. 아이마로는, 말라키아가 베노에게 보조 사서 자리를 주었다는 소문이 나도는데, 혹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우리는 이로써 베노의 주장을 사실로 확인한 셈이었다. 아이마로는 예의 그 빈정거리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오늘 말라키아는 꿩 먹고 알 먹었군요. 정의라는 게 있다면 바로 이 정의가 악마를 보내어 오늘 밤 말라키아를 데려가게 할 텐데요…….」

(하권, pp.627)

 

 

 교회 안에는 몇몇 수도사들이 남아 있었다. 알리나르도 노수도사, 티볼리 사람 파치피코, 알레산드리아 사람 아이마로, 산탈바노 사람 피에트로……. 아이마로는 여전히 빈정대고 있었다.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저 게르만 인이 세상을 떴으니 이제 저자보다 더 무식한 장서관 사서 맞을 일은 없어졌으니 말입니다.」

(하권, pp.653)

 

 

 

 

 

 

 

 

주인공인 윌리엄 수도사와 1인칭 관찰자인 아드소, 그리고 수도원장을 비롯 미켈레나 우베르티노같은 굵직굵직한 인물들, 그밖에 그 지위 때문에 이야기에서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는 수도사들을 제외하고, 일반 수도사들 중에 그 이름이 가장 자주 언급되고 윌리엄 수도사와 가장 자주 대화를 나누는 사람이 바로 알레산드리아 사람 아이마로 수도사이다.

물론, 작가인 에코의 성격과 사상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주인공인 윌리엄 수도사이기는 하지만, 에코가 이 아이마로 수도사를 자신과 동향-이탈리아 북서부의 알레산드리아-출신으로 설정한 것은 분명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이마로는 소설에서 등장할 때마다 어쩐지 온 세상을 빈정거리고 무시하는 듯한 느낌으로 비꼬는 듯이 말을 하는데, 아이마로의 이러한 태도와 짓궂은 대사는 에코의 비종교인으로서의 객관적이며 비판적인 태도를 얼마간 대변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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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 : 특수사건전담반 TEN 시즌 1 (4disc)
이승영 감독, 조안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이 드라마에 대한 호평을 여러 곳에서 많이 들어서 찾아 보았다. 이 TEN 말고도 OCN에서 오리지널로 제작한 수사물들은 꽤 좋은 평을 받는 모양인데, 일단 정통 수사물을 표방하고 나온 이 TEN에 가장 관심이 가서 찾아 보게 되었다. 나흘 만에 시즌2까지 쭉 달렸다..

요즘은 계속 미드만 보고, 아주 가끔 영드나 일드를 보고 있었는데 한국 드라마는 정말 오랜만에 봤다. 사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드라마의 국적보다는 소재라, 어느 나라 드라마를 보든 수사물만 찾아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취향 때문에 이 TEN도 볼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수사물이 아니었으면 아마 안 봤을 듯..;


'특수사건 전담반 TEN'이란, 범인 검거 확률 10% 미만의 강력 범죄를 수사하는 전담팀을 의미한다.(2시즌 끝까지 보고도 몰랐다가 프로그램 홈페이지의 소개를 보고야 알았다; 그래서 TEN이었구나..) 시즌1의 첫화, 두 시간이 넘는 특집편에서, 7년 전에 발생했던 사건과 같은 수법으로, 얼굴에 청테이프가 칭칭 감겨 질식사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다. 경찰청에서는 이 잔인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7년 전 문제의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전직 경찰이자 현 경찰대학 교수인 여지훈을 불러들인다. 여지훈은 신참 형사인 박민호를 조수 삼아 이 청테이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고, 한편 같은 시점에 전혀 다른 사건인 듯 보이던 살인사건과 실종사건을 조사하고 있던 백도식 형사와 남예리 형사가 수사 도중 이 사건들이 청테이프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 네 사람은 함께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이 사건을 해결한 후 경찰청의 정우식 국장은 여지훈에게 정식으로 국장 직속 팀을 꾸리라는 제안을 하고, 여지훈은 이 사건을 함께 수사했던 형사들을 그대로 팀에 합류시켜 TEN이라는 특수사건 전담팀이 탄생하게 된다.


TEN팀의 최초의 사건, 즉 이 청테이프 사건을 수사하면서 예전에 'F'라고 불렸던 사건과의 연관성이 드러난다. 이 'F' 사건은 여지훈 팀장의 과거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F라는 사건은 이 시리즈 전체를, 즉 시즌2까지를 관통하고 있다. 시즌1에서는 F사건과 관련된 여지훈 팀장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고, 팀원들과 그 사건의 인연도 드러난다. 시즌1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F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그 에피소드는 시즌2 초반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일견 해결된 듯 보였던 F사건에 아직도 비밀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런 비밀을 남긴 채 시즌2는 의미심장한 장면을 끝으로 종결이 된다.

아직 시즌3 제작이나 방영에 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는 모양인데-결정이 됐는데도 이렇게 아무 말도 없을 리는 없다고 본다-이렇게 떡밥 회수 다 못 한 채로 그냥 끝나면... 시청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_-


이 F사건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시즌1과 2는 각각 조금 다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시즌1에서는 일단 F사건과 관련된 여지훈 팀장의 과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 팀장이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나 과거에 관해 얘기하는 대사가 적절히 표현되어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그리고 시즌2에서는, F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아직 비밀이 남아 있고, 그 비밀을 지킬 것인가 혹은 밝힐 것인가가 중점이 된다. 여지훈 팀장이 몇몇 사건들을 수사하면서 사건에 숨어 있는 비밀을 대하는 태도, 사건 관계자들로 하여금 그 비밀에 대면하게 하는 태도가 시즌2 내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정작 그 여지훈 팀장에 관한 비밀, 팀원들은 알지만 팀장만 모르고 있는 그 비밀을 그에게 밝혀야 할지 아니면 지켜야 할지에 대해 팀원들은 팀장의 태도를 보며 고민하게 된다.


시리즈의 주된 노선은 이러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드라마는 옴니버스식의 수사물 드라마이다. 즉 매 화 다른 사건이 일어난다. 개인적으로 사건 자체의 재미는 시즌1이 조금 더 나았다고 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수사물로서의 재미는 시즌1의 사건들이 좀더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그에 비해 시즌2에서는 너무 '감정'이라는 측면이 강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사실 시즌1에서도 감정적인 측면이 많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시즌2가 더욱 그러하다) 특히 시즌2의 3편 같은 경우는 나는 상당히 불만스러웠다. 다른 편들도 그보다는 나은 정도였지만 너무 감정적이라는 느낌은 여전했다.


한국 드라마를 너무 오랜만에 보다 보니 조금 적응이 안 된다는 느낌도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봤다. 캐릭터 설정은 대체로 괜찮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지훈 캐릭터가 좀 ...뭐랄까 오글거린달까.. 대사며 성격이... 그래도 시즌1때의 냉정함이 강조된 캐릭터가 시즌2보다는 좀더 나았던 것 같다.

백형사 캐릭터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고, 박민호 캐릭터도 괜찮은데 나는 시즌1때의 이미지랄까 스타일(특히 머리모양;)이 더 마음에 들었어서 시즌2를 보는 내내 조금 아쉬웠다. 귀여워지긴 했지만 어딘가 좀 날티가 나는 느낌이라;;

남예리 캐릭터는 일단 내가 조안이라는 여배우를 좋아해서 즐겁게 봤다. 조안은 별순검 오리지널(OCN에서 방영한 시즌들 말고 06년인가 아주 오래 전에 MBC에서 처음 방영했던 드라마)에서 처음 보고 그 때부터 마음에 들었던 배우였기 때문에 좋아하는 배우의 연기를 이 드라마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시즌2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팀원 중 한 명의 납치사건이라는 큰 사건으로 시즌의 피날레를 인상적으로 장식했다. 그러나 그 사건 해결 이후에 시청자들로 하여금 의문을 가지게 하는 의미심장한 장면이 더 나옴으로써 다음 시즌에 대한 포석을 깔아 두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다음 시즌은 과연 제작될 것인지, F사건은 과연 영원한 미제 사건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다음 시즌에서 속시원히 해결될 것인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시즌2의 마지막 부분에 소나기가 내리는 장면은 TEN팀의 네 사람이 처음으로 같은 장소에서 마주쳤던 첫 에피소드의 그 장면을 상기시키는데, 이 소나기가 과연 팀의 시작과 짝을 이루는 팀의 결말을 의미하는 것인지, 혹은 그 때 네 사람이 만났듯 결국 또 다시 만나게 될 거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인지, 아직 좀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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