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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첫 햇살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리뷰] 아침의 첫 햇살(파비오 볼로: 소담, 2014)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는
당신인가요?
글에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감정'과 '생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의 글을 읽는
독자는 글을 쓴 사람의 '시간', '공간', '감정',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독자는 글에 몰입할 수록 글쓴이의 '시간', '공간', '감정', '생각'을 더욱 잘 느낄수 있습니다.
파비오 볼로의 책 <아침의 첫 햇살>(소담, 2014)는 여러모로
독특한 작품입니다. 먼저 이탈리아 내에서 호평을 받은 이 책은 사랑의 주체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성'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작가는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가
'남성'임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여성'의 정체성과 변화의 모습을 세밀하게 잡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겠지만 작가는 '여성 작가'못지 않은
솜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성 심리의 복잡미묘한 굴곡을 기막하기에
잘 그려낸 소설, 작가가 남자라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 - 이탈리아 독자
두번째 이 책의 특징은이 책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는 두 명의 여자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책에는 일기를 쓰는 여자와 일기를 읽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동일인물입니다. 일기를 쓰는 주인공 '엘레나'의 글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복잡한 상황이 특징이라면 몇 년 뒤 글을
읽고 있는 '엘레나'의 글은 일기를 쓸 당시의 '공간', '감정', '생각'과 관련된 속사정을 이야기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한 권의 일기를 읽는 가운데
접하게되는 '시간'과'공간'의 공유와 '생각'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는 작가의 독특한 문체(이탈리아 독자들은 작가를 가리켜 속도감 있는 일상의
언어라고 한다.)가운데 묘한 느낌을 안겨줍니다.
<아침의 첫 햇살>은 "권태에 빠진
한 여성이 불시에 찾아든 사랑과 아픔을 통해 진정한 정체성과 행복을 찾아나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작품을 통해 저자는 기존의
남성작가들이 쉽게 성공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새로운 길에 훌륭하게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오히려 평가보다는 남성작가는 여성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묘사하는데 서툴다라는 우리의 편견이 더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변화의 시작은 '용기'라는
점과 변화 속에서 경험하게 될 감정들은 늘 행복함으로 점철된 것이 아니라 '불안'과 '혼란'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과거의 '엘레나'는
이러한 변화의 경험을 보여주며 미래의 '엘레나'는 '변화 후'의 시점에서 '불안'과 '혼란'의 정체를 이야기 합니다.
'무미 건조한 일상' 속에서 변화를 바라는 '나의 마음'이 있지만 용기가 없다는
점이 작품 속 주인공과는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나은 삶의 변화를 누리고자 하는 '엘레나'의 '용기'와 '변화'를 부러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권태'로부터 벗어나 '변화'의 삶을 손에 넣은 '엘레나'에게 축하를 그리고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통해 '변화'에 성공한 작가에게
감탄을 해봅니다.
일상의 언어로 쓰여져 있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사랑'이라는 소재로 어색하지 않은 <아침의 첫 햇살>. 과거의 '엘레나'와 미래의 '엘레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둘의 속삭임
속에서 맞은 '아침의 첫 햇살'을 함께 맞아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