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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 - 120 True Stories & Innocent Lies
황경신 지음, 김원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리뷰] 밤 열한 시(황경신: 소담, 2013)
참 좋은 시간이야 밤 열한시
누군가는 잠이 들고, 누군가는 깨어있을 그 시간 밤 열한시. 같은 시간대에 살면서도 그 의미가 서로 다른 시간의 특별함처럼. <밤 열한시>는 작가 황경신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에세이입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읽기 좋은 책 <밤 열한 시>의 표지입니다. 황경신 작가의 열 일곱번째 책이자, <생각이 나서>이후 삼년 만에 발간된 책이기도 합니다.
<생각이 나서> 책이 2010년 11월에 출간된 이후 3년이라는 세월을 반영하듯 이 책은 2010년 11월 이후 12계절의 120여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가을로부터 출발하여 겨울로 그리고 봄과 여름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읽노라면 '삶에 중독되어 마비된 마음'의 한켠이 풀리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밤 열한시' 황경신 작가와 함께하는 특별한 초대를 함께 나눠봅니다.
"마음이 풀려가고, 조여지고, 사람이 멀어지고 가까워지고, 생각이 달려가다 멈춘다. 그렇게 갈팡질팡이고 그렇게 단호한 시간이 밤 열한 시다. 우리가 만약 밤 함께 있다면, 그런데 아직 헤어지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서로의 맨마음을 이미 들여다본 것이다." -황경신
작가와 독자는 글로 서로를 만납니다. 비록 시간과 공간은 서로 다르지만 작가의 글을 통해 독자는 작가가 묘사하는 풍경과 이야기 속으로 작가가 서있는 곳으로 다가갑니다. 3년이라는 짧지않은 시간을 담아내고 있는 이 책에서 작가는 김원의 그림과 함께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 아침의 인사와 저녁의 안부를 함께 전합니다.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아 전하는 작가의 인사가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 삶을 정리하는 내게 인사를 합니다.
작가의 말처럼, 밤 열한시는 '오늘과 내일이, 그리고 기억과 망각이, 희망과 절망이 반반씩 섞인' 그런 시간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열 한시의 두 얼굴처럼 <밤 열한 시>의 풍경은 시종일관 다른 풍경을 보여줍니다. 가을로부터 시작되는 일년이 있어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때로는 <밤 열한 시>와 같은 특별한 책과 특별한 만남이 일상의 한켠을 변화시키는 것을 허용해도 좋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을, 겨울, 봄, 여름으로 이어지는 120여편의 이야기는 때로는 시가 되어 마음의 노래가 되기도 하고 조용한 속삭임이 되어 마음의 위로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황경신 작가와 함께 10여년간 호흡을 맞추었다는 김원의 그림은 <밤 열한 시>의 이야기들을 더욱 돋보이게 해줍니다. 나의 작가의 마음이 마주하고 공명하면서 작가의 특별한 시간이 내 시간이 되는 특별한 경험이 당신과도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것이 붉게 물들어지는 가운데 노란색과 초록색 그리고 갈색이 어우러진 창밖을 바라보면서 이 책은 붉은 색이 아닌 또 다른 가을의 색을 내게 보여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가을이 끝나가고 겨울이 오는 그 길에서 만난 특별한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내 삶의 특별한 시간을 찾을 수 있는 눈과 마음과 생각이 깃들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