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의 기억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서평] 등 뒤의 기억(에쿠니 가오리: 소담, 2014)

추억을 마주하는 저마다의 방식들

일곱가지의 깃털색이 특징인 '팔색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새입니다. 머리부터 꽁지까지 부위마다 색이 다르지만 그 색은 마치 그자리에 꼭 있어야 하는 색처럼 전체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색이 매력적인 팔색조처럼, 다양한 글로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도 있습니다.

이제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된 에쿠니 가오리는 사랑과 기다림 그리고 연애에 관하여 주로 이야기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읽을때마다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그것은 마치 팔색조의 깃털색과 같이 다양한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을듯 싶습니다.

<등 뒤의 기억>(소담, 2014)은 에쿠니 가오리의 다재 다능한 작가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소설입니다. <등 뒤의 기억>은 기존의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에서 자주 보여주는 관계를 통해서 바라보는 '사랑'과 '기다림', 그리고 연애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표현의 방식에 있어서는 기존 작품들이 에세이 형식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것과 달리 이 작품은 추리 형식의 장편 소설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소설의 중심 축에는 '히나코'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소설이 시작하는 순간부터 함께 등장하는 가공의 여동생과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독신녀의 집에 종종 찾아오는 이웃 남자, 그리고 이외에도 여러 등장인물들이 서로 보이지 않는 운명의 실에 엮인 것처럼 이야기가 진행되어져 나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또 다른 주인공들이 되어 에쿠니 가오리가 말하는 '관계'의 다양한 측면들을 보여줍니다.

"관계가 끝났다고 해서 기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끝난 사랑이라 해도, 그 사람이 마음을 품고 있는 한 그것은 유효하다." - 에쿠니 가오리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은 점차 희미해져 흔적만을 남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는 희미해져가는 기억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선명한 자국을 남겨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고 말합니다. <등 뒤의 기억>에 등장하는 히나코는 도심에서 떨어진 실버아파트에서 현실과는 또 다른 또 하나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면서 이미 행방이 묘현해진 여동생과의 관계를 가상과 현실의 미묘한 경계선상에서 보여줍니다. 이 밖에도 우리는 히나코의 주변 인물들 그리고 그외의 다른 인물들을 통해서 저마다의 방법으로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을 애틋함으로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그 애틋함은 누군가에는 아픔으로 누군가에게는 슬픔으로 누군가에게는 연민으로 비춰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독자 한사람 한사람은 히나코와 그들의 고독과 슬픔이 우리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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