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법칙 - 반양장
허브 코헨 지음, 강문희 옮김 / 청년정신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화려한 경력의 작가가 경험한 수많은 국제협상에 대한 거창한 에피소드를 기대한다면 다른 책을 찾아 봐야 할 것이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다 읽고나서 머리 속에 남는 게 의외로 간략한 메시지라 조금 실망스럽기도 할 것이나, 책을 제대로 읽었다면 오히려 그런 간략한 몇 가지 법칙에서 응용되는 자신만의 법칙들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협상의 본질부터 알기쉽게 설명하고 있다. 진부한 부분도 있고 '아하!'하고 무릎을 치게 만드는 부분도 있다. 문장은 평이하지만 딱딱하게 직역된 부분이 많다는 점과 일반인들도 쉽게 협상을 이해하도록 한 목적은 알겠지만 설명이 장황하다는 점이 좀 아쉽다.

이 책을 읽는 도중 특히 약 2년 동안 회사일로 외국인들과 협상을 많이 했던 것이 생각났다 상대방은 유럽의 베테랑 협상가들이었고 우리측은 협상에 상당히 취약했다. 알게 모르게 소비에트식 협상도 활용해서(전략이라기보다는 상관의 성향이 원래 그래서..^^;;..) 우리 측에 유리하게 끌어간 적도 있긴 했지만, 우리가 실수한 것 중 하나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먼저 전화를 하게 하고 상대방이 회의록을 작성하게 한 점이었다(특정사안에 대해 정보가 없을 때 이렇게 되기 쉽다.).

협상과정에서 느끼게 된 건 당시에도 생각한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협상문화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상의하달방식이 익숙해서일 것이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군대에서 직장에서. 그래서 대화의 기술이 발달한 서구인들과 협상할 때 자주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외교능력 부재에 대한 보도가 자주 나온다. 외교란 곧 협상이고 이 협상을 얼마나 잘 이끌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사실 국력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는 협상의 전략과 기술인 것이다. 멕시코의 한 허름한 원주민 상인이 저자에게 싸지 않은 가격에 옷을 팔아 먹을 수 있었던 건 그가 더 나은 교육을 받고 더 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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