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개
하인리히 뵐 지음, 정인모 옮김 / 작가정신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하인리히 뵐을 처음 알게 된 건 그의 대표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와 '아담아, 너는 어디 있었느냐?'를 통해서였다. 두 작품 모두 감명깊었던지라, 이들 외에 뵐의 작품을 찾기가 그다지 수월하진 않아 아쉽던 참에 다행히 뵐의 유작단편집인 본 책이 그 아쉬움을 덜어주었다.

책에 실린 11편의 단편중 전쟁전에 씌여진 작품은 '불사르는 사람들' 한 편인데, 상기한 두 작품이나 본 책의 나머지 작품들과도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신과 신앙생활에 대한 뵐의 열정이 녹아있는 작품이긴 한데, 엮은이의 평가와는 달리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다른 작품들은 주로 전쟁중이나 전후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베르코보 다리 이야기'나 '죽은자는 더이상 복종않는다', '도주자'에서는 그의 '아담아,너는 어디 있었느냐?'에서 보였던 전쟁의 부조리함과 삶과 죽음에 대한 허무함을 다루고 있으며, '실낙원','아메리카' 등 그 외의 작품에서는 전후 경제의 궁핍함과 전쟁의 상흔 등이 주요 소재와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삶과 죽음, 그리고 그 무의미함, 절망, 고독, 전쟁의 파괴성 등이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이긴 하지만 뵐의 작품의 특징이자 내가 뵐을 좋아하는 이유인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사그러들지 않는 진한 휴머니즘의 향이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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