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
칼리 피오리나 지음, 공경희 옮김 / 해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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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아이아코카는 자서전의 상당 부분을 포드에서의 갈등과 부당한 퇴직에 대해 할애했다.
리처드 브랜슨도 자신의 버진항공과 브리티시항공의 법정 다툼 와중에 자서전을 출간했다.
칼리 피오리나도 책의 서문에서 사임 이후의 비난과 문제에 관해 언급함으로서 HP에서의 어이없는 ‘해고’에 비중을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언제부터 유명인의 자서전이 자신의 입장 설명과 사업수단, 정계입문의 발단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독자들은 저자의 의도야 어떻든 글 속에서 교훈을 얻으면 되는 것이다.

이 책의 시작은 다른 평범한 자서전들과 똑같은 패턴으로 풀어나간다.
자신의 조부모님 때까지 언급하는, 가족사와 귀감이 될 만한 부모님과 가정환경-솔직히 독자들은 별 관심 없는 집안 내력일 테지만 자서전의 주인공이 자신의 부모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시절에 영향을 미쳤던 까뮈와 헤겔의 사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두껍기만 하고 지루한 자서전들과는 달리 상당히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부분이 많다.
일요일 아침 문득 깨닫게 된 자신의 진로, 새로운 일을 앞두고 있을 때의 두려운 감정들, 비즈니스계에서 겪는 비열하고 천박한 신경전 등이 비교적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저자는 자신의 대학시절이 특별히 행복하지도 않았으며 재미있게 지낸 기억도 없다면서 늘 공부하고 일한 기억밖에 없다고 말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보통 ‘그때가 좋았다’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기 마련인데 역시 인생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가 느껴졌다.

많은 자기계발서적들이 말하길 호전적인 태도는 적을 만들 뿐,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고 했다.
하지만 칼리 피오리나는 자신의 명성을 더럽히는 거짓에 맞서 물리적인 위협도 마다하지 않는 화끈한 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

1990년대 초반 한국에 출장 왔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존경심과 함께 즐거웠던 경험을 언급하는데 기생 술집의 화끈한 술잔치라니... 한국의 독자들에게 좋은 내용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칼리 피오리나는 비록 최근에 HP에서의 해고라는 불명예스러운 일을 겪기는 했지만 자신의 약한 마음을 다잡고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었던 강인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열심히 살았고 어떤 성공도 쉽게 얻지 못했다는 마지막 부분의 말은 숙연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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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아빠 2007-05-1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리 피오리나를 볼때면 항상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머랜다가 떠오르네여...

sayonara 2007-05-15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저 '이미지'가 그렇다는 것, 맞으시죠? ^^;
 
강방천과 함께 하는 가치투자
강방천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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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비교적 충실한 격언들을 담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과 내용은 터무니없다.

우리의 주변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찾고, 문제가 많은 곳에서 오히려 투자의 기회를 찾는다는 식의 이야기는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너무 간략한데다가 저자가 두서없이 했던 말들을 대충 엮은 것처럼 보인다.
저자가 하는 말은 좋지만 대부분 신문기사 수준이고, 실제로 책에 나오는 격언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더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 PER, EPS 등 전문용어에 관한 설명이 너무 간략해서 보충의 독서가 필요하다.
‘가치투자’라는 제목을 건 책에 자신의 투자자문회사인 에셋플러스에 관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는 것도 좀 거북하다.(단순한 홍보성 글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다.)
물론 한 권의 책에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지만, 계속해서 상식, 상식만 떠들다가 할 얘기가 떨어지니까 자신의 회사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가, 중국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가 하는 것도 좀 그렇다.

부동산에 대한 저자의 시각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2억 원짜리 집을 금리 15%의 월세로 계산하면 특급호텔에서 사는 셈이라는 것도 그렇고, 집값 폭등에 관한 이야기도 그렇다.
요즘처럼 부동산이 대세인 시기에는 좀 조심스럽게 말할 법도 하건만 오래 전에 써놨던 글이라서 고치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실제로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의 일부는 이미 5~6년 전의 월간시사잡지에서 읽었던 기사 내용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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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7-05-12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이 써준 티가 팍팍나는 책입니다. 저도 비추죠. ^^

sayonara 2007-05-1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으로 클릭 좀 하면 이 책에 써 있는 수준의 조언들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_-+
 
엑스 파일 시즌 6 박스세트(6disc) - 일반 킵케이스
크리스 카터 외 감독, 데이비드 듀코브니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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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코리아의 상습적인 출시일 연기는 확실히 팬들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그나마 출시된 타이틀이 매우 훌륭한 수준이기 때문에 참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뭐, 그냥 넘어가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마는.)

'엑스파일'은 시즌 6에서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완성도와 원숙한 분위기의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지난 다섯 시즌동안 착실하게 성장해 왔고, 5시즌과 6시즌을 잇는 극장판 영화까지 개봉하면서 정점을 맞이한 것 같다.

늑대인간과 번개인간이 등장하는 'alpha'와 'trevor'같은 몇몇 에피는 너무 평범하고, 엑스파일다워서 오히려 식상하다.
반면에 영화 '스피드'의 엑스파일 버전이었던 'drive'는 시종일관 긴박감 넘치는 액션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는 버뮤다 삼각지대에 관한 에피 'triangle'에서는 팬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멀더와 스컬리의 키스 장면이 나온다.(개인적으로는 시리즈의 몰락을 예고하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블루문 특급', '레밍턴 스틸'도 두 남녀 주인공 사이에 로맨스가 싹트면서 시리즈가 노쇠화 했기 때문이다.)

멀더와 비밀요원의 몸이 뒤바뀌는 'dreamland'도 재치 있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다.
크라이첵이 스키너 부국장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s.r.819', 끝없이 반복되는 월요일에 관한 이야기 'monday'도 베스트에 꼽을 수 있을 만큼 빼어난 에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서 크리스 카터를 비롯한 제작진은 스스로도 감당하기 버거웠던 음모론의 실체를 밝히게 된다.
'two fathers'와 'one son' 연작에피를 통해서 외계인의 프로젝트와 외계인, 반란군, 권력집단의 관계를 속 시원하게 풀어놓는다.
물론 이는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지만, 이후의 이야기는 에이리언+외계인 침공+지구정복계획+침략자와 반란군 이야기의 어정쩡한 조합으로 풀려나간다. 6시즌에서 정점을 맞이한 ‘엑스파일’이 하향세에 접어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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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움 - 제국-권력의 오만과 몰락
한스 크리스티안 후프 외 지음, 박종대 옮김 / 말글빛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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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기후 변화, 전염병의 도래, 도덕적 타락...
현대의 과학자들은 저마다 갖가지 이론을 주장하며 역사 속 제국의 몰락 원인을 설명하려 든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런 편협하고 비논리적인 설명이 얼마나 어설픈가를 조목조목 따져본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믿고 싶어 하던(!) 상투적인 주장인 로마인들의 타락은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하면서 사실 로마 제국은 도덕적 타락의 절정기에 오히려 융성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게다가 현재의 관점에서 로마를 재단하고, 오늘날의 부정적 현상들과 로마의 몰락을 관련지어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단순한 생각이라고 덧붙인다.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위대한 람세스의 행적도 실제로는 히타이트족과의 카데시 전투에서 대패를 당하고 휴전협정을 맺은 뒤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스스로를 미화시켰다는 점을 꼬집는다.

이밖에도 규격화된 부품과 건조 공정을 사용했던 카르타고의 놀라운 조선 기술, 돈으로 권세를 얻은 가문과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명성을 얻은 가문과의 갈등이 카르타고의 쇠퇴를 부추겼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특히 로마의 멸망과 함께 찾아온 1천 년간의 문화적 휴지기가 인류의 퇴보가 아니라 오히려 축복이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서늘한 느낌이 드는 충격이었다. 만약 인류가 중단 없이 발전했다면 과거의 ‘30년 전쟁’에서 벌써 핵지옥으로 빠져들었을 거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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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 창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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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니발 라이징’은 이전까지의 명성에 비하면 흥미진진함도 떨어지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도 없다.
솔직히 그 유명한 한니발 시리즈가 아니었다면 굳이 책을 집어들만 한 매력도 없는 작품이다.

고니 한 쌍의 죽음 같은 장면에서처럼 간혹 스티븐 킹의 소설같이 으스스한 분위기를 끌어내기도 하지만, 한니발과 깊이 있는 교감을 나눌 것 같았던 레이디 무라사키와의 관계도 결국 지지부진해지고, 어린 주인공에게서는 원숙한 한니발이 갖고 있던 천재성과 악마성도 느낄 수 없었다.(세련되고 우아한 악당이라기보다는 그저 좀 섬세하고 어설픈 괴물에 불과해 보인다. 작품 자체가 프리퀄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인공의 미숙함은 어쩔 수 없는 설정일 테지만 한니발의 고유한 매력이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포필 경감의 존재감도 스탈링 요원이나 그레이엄에 비해 좀 미약한 편이다.

게다가 시종일관 등장하는 일본의 시와 서예, 역사, 예술에 관한 이야기는 일본문화에 심취한 작가의 개인적인 취향을 보여줄 뿐이다. 기존의 한니발 시리즈를 생각하면 너무도 뜬금없어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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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5-11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영화나 책이 마치 작가가 막판 울궈먹기적인 모습때문에 주저하게 되더군요.^^
역시 양들의 침묵이 제일 좋았어요..^^

물만두 2007-05-1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증 지대로라니까요^^

sayonara 2007-05-1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의견인데... 토머스 해리스는 21세기의 닌자 이야기를 썼더라면 더 나았을 것 같더군요. -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