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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움 - 제국-권력의 오만과 몰락
한스 크리스티안 후프 외 지음, 박종대 옮김 / 말글빛냄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 전염병의 도래, 도덕적 타락...
현대의 과학자들은 저마다 갖가지 이론을 주장하며 역사 속 제국의 몰락 원인을 설명하려 든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런 편협하고 비논리적인 설명이 얼마나 어설픈가를 조목조목 따져본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믿고 싶어 하던(!) 상투적인 주장인 로마인들의 타락은 결코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하면서 사실 로마 제국은 도덕적 타락의 절정기에 오히려 융성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게다가 현재의 관점에서 로마를 재단하고, 오늘날의 부정적 현상들과 로마의 몰락을 관련지어 설명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단순한 생각이라고 덧붙인다.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위대한 람세스의 행적도 실제로는 히타이트족과의 카데시 전투에서 대패를 당하고 휴전협정을 맺은 뒤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스스로를 미화시켰다는 점을 꼬집는다.
이밖에도 규격화된 부품과 건조 공정을 사용했던 카르타고의 놀라운 조선 기술, 돈으로 권세를 얻은 가문과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명성을 얻은 가문과의 갈등이 카르타고의 쇠퇴를 부추겼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만하다.
특히 로마의 멸망과 함께 찾아온 1천 년간의 문화적 휴지기가 인류의 퇴보가 아니라 오히려 축복이었을 수도 있다는 점은 서늘한 느낌이 드는 충격이었다. 만약 인류가 중단 없이 발전했다면 과거의 ‘30년 전쟁’에서 벌써 핵지옥으로 빠져들었을 거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