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 개정판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박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적 소양이 (많이) 부족한 나에게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는 너무 벅찬 작품이었다.
어떤 독자들의 눈에는 수준 높은 문학적 문구들로 가득했을 페이지들이 내 눈에는 두서없는 잡담으로밖에 보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고양이 이름에 관한 잡담, 야구에 관한 글에 대한 잡담, 야구에 관한 잡담...

그리고 작가가 직접 썼다는 연보에 굳이 ‘따분했다’, ‘허리를 삐끗했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야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문학적인 농담이었을 수도 있을 테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욱 답답했다.

‘사물과 언어, 그리고 이미지들이 퍼즐 맞추기의 조각처럼 서로 맞물려 있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자만이 '진정한 야구 이야기'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는 뒤표지의 찬사는 어느 정도 문학적 소양이 갖춰진 독자를 위한 글인 것 같다.

문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의 답답함과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없는 자의 아쉬움을 그 누가 알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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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배심원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존 그리샴은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톱니바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를 쓰더니만, ‘하얀집’, '관람석‘같은 순수문학에 가까운 작품을 쓰기도 한다.
최근작 중 비교적 존 그리샴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유언장’도 이전의 법정 스릴러와는 거리가 멀다. 전체 줄거리의 절반이 아마존의 밀림에서 펼쳐지다니 말이다.

‘최후의 배심원’에서는 클랜턴이라는 소도시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재판, 지역신문사의 젊은 발행인인 윌리 트레이너의 취재 이야기가 펼쳐진다.

존 그리샴답게 미 법조계의 배심원 제도와 가석방 제도의 허점을 통쾌하게 파고드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선정적인 언론의 보도행태, 인종문제, 다소 우스꽝스러운 선거제도, 대형할인점과 지역경제문제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하지만 역시 초창기의 존 그리샴이 보여주던 긴박감 넘치는 재미가 느슨해졌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스티븐 킹은 ‘신출내기 작가가 존 그리샴에게 배워야 할 것은 솔직함과 시원시원한 글 솜씨’라고 말했지만, 그는 과연 ‘최후의 배심원’을 읽고도 그런 말을 했을까.

‘의뢰인’이나 ‘펠리컨 브리프’같은 날렵하고 간결한  법정 스릴러를 다시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90년대였다면 두세 권으로 분책되었을 분량의 작품을 한권으로 출간한 출판사의 자세는 고마운데, 간혹 번역본의 문장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로다 카셀로의 언니는 로다를 가리켜 자꾸만 ‘언니’라고 하고, (비가 오지 않는) 무더운 날씨의 습도가 98퍼센트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30도가 넘는 날씨를 ‘온화한 날씨’라고 하는 것도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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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2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중간하면 역시 잘 안되는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06-05-22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빈쿡이나 존 그리샴의 소설이 예전만 같진 않더라구요..
전 이걸 영화로 봤는데.. 주인공이 배심원 구워삶는 방법은 기발하더라는..^^

sayonara 2006-05-2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최근들어서 존 그리샴의 작품들이 많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의 문학적인 향기를 반기는 독자들도 많은 것 같지만, 저는 초창기의 스릴러가 더 그립습니다. ㅎㅁ
 
밤 그리고 두려움 1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코넬 울리치 지음, 프랜시스 네빈스 편집,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코넬 울리치의 단편들은 이야기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흥미진진하며, 단편의 대가 오 헨리 못지않게 위트가 넘친다.

단편집 첫 권에 수록된 단편들은 모두 여덟 편인데, 뒤로 갈수록 분량이 길어지는 반면 이야기는 조금 느슨하다. 그래서 앞부분에 수록된 단편들이 훨씬 재미있다.

'담배'는 긴박감 넘치는 전개와 팽팽한 긴장감이 일품인데다가 안전한 반전까지 흠잡을 데 없다.

경찰에 포위된 극장의 인질극을 다룬 작품 '동시상영'은 별다른 반전이나 충격이 없는,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지만 박진감 넘치는 묘사만큼은 매우 뛰어나다.

우연히 찾아온 행운의 무게를 감당해야만 하는 사나의의 이야기 '횡재'는 마치 모파상의 단편을 읽는 것 같다.
정의로운 경찰의 무모한 도전에 관한 '용기의 대가', 탐욕스러운 인간의 내기와 예정된 결말에 관한 '목숨을 걸어라' 등도 마찬가지로 빼어난 걸작들이다.

코넬 울리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단편이라는 '엔디코트의 딸'은 마치 오 헨리의 '경관과 찬송가'같다. 마치 허무개그같은 모험담을 읽는 것처럼 인상적이다.(당사자에게는 피가 마르는 일이지만, 구경꾼에게는 재미있다.)

코넬 울리치의 스릴 넘치는 단편들에는 인생의 위트와 반전, 인과응보의 이치까지 두루 담겨있다.

확실히 코넬 울리치에게 '추리소설계의 피츠제럴드'라는 찬사는 너무나도 약소하고 빈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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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22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소원이 있다면 코넬 울리치 전집이 나와주는 것이랍니다~

사마천 2006-04-22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가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도 꽤 괜찮은 작품인데 ^^

sayonara 2006-04-24 1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츠제럴드는 의심의 여지없이 현대의 대가라고 할 수 있겠죠?! ^^;
90년대말에 영미권 대학생들이 문학평론가만들의 순위놀음에 반발해서 자신들의 순위를 만들었는데, 1위가 '위대한 개츠비'였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코넬 울리치의 위대함도 피츠제럴드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독자들의 추리문학에 대한 편견이 아쉬울 뿐... ^^;;
 

짜릿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엔딩의 수사 시리즈



'콜드 케이스'란 미결사건을 가리킨다.
주인공 릴리 형사를 비롯한 이 시리즈의 수사관들은 증거도 빈약하고, 흔적도 사라져버렸고, 증인들도 늙거나 죽어버린 과거의 사건들을 해결한다.
수십년 전 경찰들의 비리에 실망하기도 하고, 당시의 주먹구구식 수사방식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열심히 발로 뛰면서 차근차근 사건을 해결하고 만다.

'콜드 케이스'는 미국 TV에서 흔해빠진 범죄스릴러물이지만 'CSI'와는 또 다른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주인공들의 갈등과 드라마같은 부분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범죄의 재연, 증인들과의 대화같은 사건의 해결 과정에 중점을 둔다.
제리 브룩하이머 사단의 시리즈답게 매 장면들이 긴박감 넘치고, 사건의 전개가 빠르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과거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흑백/컬러로 교차되는 장면들은 '콜드 케이스'만이 보여주는 매력이다.
특히 매 에피소드의 엔딩은 짜릿한 감동을 선사한다.
마치 '전설의 고향'에서 원한이 풀린 원혼이 감사하며 사라져가는 것처럼, 사건이 해결되고 나면 처리장면들 사이사이에 희생자들의 밝은 표정으로 지나간다. 그때마다 흘러나오는 주옥같은 올드팝들은 꼭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게 된다.
이 멋진 엔딩 때문이라도 이 시리즈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이런 식의 뮤직비디오같은 엔딩이 좀 부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깊게 본 에피소드는 '증오의 시대'편이다.
동성애가 인정받지 못하던 60년대의 비극과 편견, 용기 있는 청년의 죽음, 비겁했던 사람들...
The Byrds의 'Turn! Turn! Turn!'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활짝 웃고 있는 다니엘이 서 있던 엔딩은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나올 뻔 했다.(실제로 많은 팬들이 이 에피를 시리즈의 정점으로 꼽는다.)
그리고 이 에피에서 주인공 다니엘의 친구로 나왔던 훤칠한 청년이 ‘수퍼맨 리턴즈’에서 쫄바지를 입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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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21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우리나라에 방송 안되나요?

Mephistopheles 2006-04-21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턴!턴!턴!이라면 포레스트 검프에서도 나왔던...??

줄리 2006-04-21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인디,, 반갑네요. 그리고 저두 그 에피소드에 눈물나는 감동을 받았었는데... 전 에피소드를 시디로 다 모아서 보관까지 하고 있어요.

sayonara 2006-04-22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블에서 방송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최근에 재방하다가 조기종영했던데...
그러고 보니 이 곡이 '포레스트 검프'에도 나왔더라구요. 저도 기억이...
미공개 장면과 NG모음, 인터뷰같은 서플을 담은 DVD타이틀이 출시되었으면 좋겠는데, CSI같은 작품도 출시되지 않은 걸 보면 아마도 요원한 일일듯... OTL
 

반담의 자아도취가 단역배우들의 노력과 대비된다.



장 클로드 반담이 직접 스토리와 감독을 맡은 작품 '퀘스트'는 일단 음악이 뛰어나다. B급액션영화답지 않게 말이다.
오프닝에서 노인이 된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주최측(?) 사람들이 무술대회를 준비하는 장면, 반담이 첫 시합에 오르는 장면 등의 배경음악은 마치 '늑대와 춤을'을 보는 것처럼 인상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액션이다.
지금까지의 반담 영화들이 연기는 뻣뻣했을지언정 액션만큼은 유연하고 탄력이 넘쳤다. 그런데 '퀘스트'에서는 연기뿐만이 아니라 액션까지 뻣뻣하다.
특히 반담이 데뷔무대, 무에타이 경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경직되어 있다. 그저 나무토막처럼 서서 발차기만 냅다 질러대는 통나무 액션이란...

오히려 중반부 이후에 계속되는 여러 무술가들의 다양한 권법과 대결장면들이 더욱 볼만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쿵푸, 태권도, 공수도, 스모, 카포에라, 삼보, 무에타이 등 다양한 권법의 챔피언들이 겨루는 장면들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과장된 동작의 현란한 개인기와 슬로우 모션이 적절히 조합된 액션의 퍼레이드라고 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몽골과 그리스 선수의 대결이 가장 재미있었다. 요란하게 다리만 돌려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몸과 몸이 엮이고, 스치면서 비트는 장면은 마치 프라이드의 한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반담은 주인공이기 때문에 자아도취에 빠져있었던 것 같고, 단역배우들은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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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21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담이 무용을 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충격입니다 ㅠ.ㅠ

sayonara 2006-04-21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용이라니요...
발레를 했습니다. -ㅗ-;
진정한 액션배우라고 하기에는 좀 부실하죠. 킥복싱했다고 뻥치고 다니다가 뽀록나서 망신당하고, 향수회사 사장 부인하고 불륜하다가 망신당하고...
간혹 돌프 룬드그렌하고 비교되는데.. 돌프는 최영 선생이 직접 지부를 맡아달라고 할 정도로 무서운 실력을 가진, 진정한 무도인이라고 합니다. ㅎㅎㅎ
님 리스트-올림픽 영화에 돌프의 영화 하나 추가했습니다. ㅋㅋㅋ

Mephistopheles 2006-04-2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럽에서 껄렁대다 기도들에게 늘씬 얻어터진적도 있다죠...^^
대단한 돌프...MIT출신인거로 알고만 있었는데...^^

sayonara 2006-04-21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저요. 그 이후로 경호원 없이는 함부로 안돌아다닌다는 전설이... -ㅗ-
돌프 룬드그랜은 배우로서는 통나무같이 뻣뻣하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존경할만하죠.
MIT출신 수재에 6개국어를 할줄 알고, 고수 수십명을 상대해야 하는 승단심사에서도 출중한 기량을 보이고, 최영의 요구에 서양인으로서는 예절바르게도 일본까지 직접 찾아가서 양해를 구했답니다. 최근에는 가라데 보급에 힘쓰고 있다하니... ^_^

물만두 2006-04-21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무용이나 발레나요 ㅠ.ㅠ;;; 그리고 그런 영화가 있었나요. 감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