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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배심원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북앳북스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존 그리샴은 참 많이 변한 것 같다.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톱니바퀴’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스릴러를 쓰더니만, ‘하얀집’, '관람석‘같은 순수문학에 가까운 작품을 쓰기도 한다.
최근작 중 비교적 존 그리샴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유언장’도 이전의 법정 스릴러와는 거리가 멀다. 전체 줄거리의 절반이 아마존의 밀림에서 펼쳐지다니 말이다.
‘최후의 배심원’에서는 클랜턴이라는 소도시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재판, 지역신문사의 젊은 발행인인 윌리 트레이너의 취재 이야기가 펼쳐진다.
존 그리샴답게 미 법조계의 배심원 제도와 가석방 제도의 허점을 통쾌하게 파고드는 것을 잊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선정적인 언론의 보도행태, 인종문제, 다소 우스꽝스러운 선거제도, 대형할인점과 지역경제문제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하지만 역시 초창기의 존 그리샴이 보여주던 긴박감 넘치는 재미가 느슨해졌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스티븐 킹은 ‘신출내기 작가가 존 그리샴에게 배워야 할 것은 솔직함과 시원시원한 글 솜씨’라고 말했지만, 그는 과연 ‘최후의 배심원’을 읽고도 그런 말을 했을까.
‘의뢰인’이나 ‘펠리컨 브리프’같은 날렵하고 간결한 법정 스릴러를 다시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90년대였다면 두세 권으로 분책되었을 분량의 작품을 한권으로 출간한 출판사의 자세는 고마운데, 간혹 번역본의 문장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로다 카셀로의 언니는 로다를 가리켜 자꾸만 ‘언니’라고 하고, (비가 오지 않는) 무더운 날씨의 습도가 98퍼센트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30도가 넘는 날씨를 ‘온화한 날씨’라고 하는 것도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