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담의 자아도취가 단역배우들의 노력과 대비된다.
장 클로드 반담이 직접 스토리와 감독을 맡은 작품 '퀘스트'는 일단 음악이 뛰어나다. B급액션영화답지 않게 말이다.
오프닝에서 노인이 된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주최측(?) 사람들이 무술대회를 준비하는 장면, 반담이 첫 시합에 오르는 장면 등의 배경음악은 마치 '늑대와 춤을'을 보는 것처럼 인상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액션이다.
지금까지의 반담 영화들이 연기는 뻣뻣했을지언정 액션만큼은 유연하고 탄력이 넘쳤다. 그런데 '퀘스트'에서는 연기뿐만이 아니라 액션까지 뻣뻣하다.
특히 반담이 데뷔무대, 무에타이 경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경직되어 있다. 그저 나무토막처럼 서서 발차기만 냅다 질러대는 통나무 액션이란...
오히려 중반부 이후에 계속되는 여러 무술가들의 다양한 권법과 대결장면들이 더욱 볼만했다.
전 세계에서 모여든 쿵푸, 태권도, 공수도, 스모, 카포에라, 삼보, 무에타이 등 다양한 권법의 챔피언들이 겨루는 장면들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과장된 동작의 현란한 개인기와 슬로우 모션이 적절히 조합된 액션의 퍼레이드라고 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몽골과 그리스 선수의 대결이 가장 재미있었다. 요란하게 다리만 돌려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몸과 몸이 엮이고, 스치면서 비트는 장면은 마치 프라이드의 한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반담은 주인공이기 때문에 자아도취에 빠져있었던 것 같고, 단역배우들은 자신의 기량을 뽐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것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