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트린 이야기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뭐라고 해야 좋을까... 여기 책 속의 말에 따른 안경을 벗으면 폭신폭신한 세상이 펼쳐진다고 했는데 바로 그런 느낌의 추억이야기다. 안경을 안 쓰는 사람들은, 눈이 나쁜 대신에 안경을 쓰는 나같은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자욱한 안개가 눈앞에 서려있는 느낌을 가질 수는 없을 것이다. 이건 역시 눈이 나쁘다는 단점이자 장점인 것이- 밤에 고속도로가 정체되어 내 쪽부터 저~어기 끝까지 자동차들의 밍기적거리는 느린 행렬을 보고 있자면 잠시 안경을 벗고 바라볼 때 안경을 썼을 때 그저 자동차의 불빛. 뭐냐 헤드라이트라고 하던가, 뭐 그런것들이 갑자기 보석처럼 영롱하게 동그랗게 빛난다. 주황색, 노란색, 가로등불빛은 옅은 오렌지색으로 -갑자기 동그랗게 되어 중앙부분이 제일 밝게 빛나면서 금은방 유리 속에 있는 보석들의 빛깔처럼 하나하나 결이 있는 그런 식으로 빛난다. 눈이 더 나쁜 사람은 더 뿌옇게 보이겠지만, 나같은 경우에는 결하나하나가 보이는것처럼- 빛나는데 그럴때 가장 예쁘다. 눈물방울같기도 한 빛들이 보석처럼 도로에 늘어져 있는거다. 그것도 까만색 배경속에서 별처럼 반짝반짝하게...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안경을 벗었을 때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뭔가 동지라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안경을 벗으면 또렷한 세상대신에 푸근하고 폭신폭신한 느낌의 말랑거리는 세계가 눈앞에 있어서 아무것도 겁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때가있다. 이 책의 내용도 그런것같다. 아련하게 뚜렷하진 않아도 느낌처럼 다가오는 그런 식의 예쁜 내용들이 꼭 안경을 벗고 있는것같다. 그리고 상뻬의 귀여운 그림들이 나오는것도 역시 좋다. 그냥 조금은 지루했을 소설이었을 만한 소설들도 조금만 그림이 들어가면 왜그리 예쁘게 보이는 건지.. 보는 내내 즐거웠다. 까트린하고 까트린 아빠가 의미심장한 웃음으로 앉아있는 장면이 제일 좋다. 말로는 뭐라고 하지 못할것같아서 안경-을 벗는다는 식으로 ... 어쨌든 내 느낌 그대로... 조금은 뿌옇고 말랑말랑하고 폭신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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