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아버지 대신 모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18세의 소피는 사는 게 별로 재미없다. 앞으로도 모자 가게를 계속하고 싶은 건지 아닌지도 확실치 않다. 무표정한 얼굴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소피는 골목길을 걷다가 군인들에게 희롱을 당한다. 그 순간 누군가 나타나 궁지에 빠진 소피를 안고 하늘로 훌쩍 날아오른다. 그가 바로 뭇 사람들은 두려워하지만 여자들은 보는 순간 빠져든다는 마법사 하울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이 도입부를 보고 있으면 정말 두근거린다. 황무지 마녀의 부하들에게 쫓기고 있던 하울이 마침 군인들에게 놀림을 당하던 소피를 안고 훌쩍 하늘로 날아올라 함께 공중을 걷는 장면은 특히 10대에서 30대 중반까지의 여성 관객들의 가슴에 강력히 꽂힐 만하다. 두 주인공의 캐릭터를 소개하며 관객들을 일상에서 판타지의 세계로 단숨에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날의 아찔한 경험에 마음을 빼앗긴 소피에게 곧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난다. 하울을 짝사랑하는 황야의 마녀가 소피를 질투해 저주를 건 때문이다. 눈 깜짝할 사이 주름투성이의 90세 할머니로 변해버린 소피는 주변 사람들이 걱정할까봐 스스로 가출하고, 황야를 헤매다 하울의 성에 들어간다. 그렇게 할머니 소피와 '꽃미남' 마법사 하울의 기이한 동거가 시작된다.

평상시 별로 하는 일도 없이 놀고먹는 귀차니스트에 소심남이지만 그 때문에 여자들에게 인기 많은 꽃미남의 전형이랄까. 기무라 타쿠야가 "하울 캐릭터의 원화를 받았을 때 그걸 떨어뜨릴 뻔했다. 너무 좋아서"라고 했을 정도니, 외모는 확실히 수준급이다. 여러 왕국의 왕들이 러브 콜을 보내는 능력 있는 마법사면서도 치솟는 인기가 부담스러운 그는 성을 움직여 자유롭게 떠돌아다니기를 원할 뿐이다.

그런 하울에게 반한 우울 소녀 소피는 할머니가 된 뒤로 무진장 건강해진다. 무미건조하던 일상에서 자신이 할머니가 된 일대 사건을 즐겁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울의 성에서 청소부로 살게 된 후부터는 구부정하던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하울과 그의 견습생 마이클, 하울과 계약을 맺고 움직이는 성의 화덕에 살고 있는 불의 악마 캘시퍼를 보살피며 살림을 도맡는다. 나이 드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리 나쁜 것도 아니라는 삶의 통찰은 명랑 할머니 소피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 속을 알 수 없는 미야자키의 연출력은 90세 할머니와 꽃미남 마법사 사이에 흐르는 기묘한 감정의 교류를 세심하게 포착한다. 규모나 스케일, 전체 완성도를 떠나서 소피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한 컷만으로도 마음의 두근거림과 기발한 유머가 느껴지게 하는 것, 그건 역시 아무나 지닐 수 있는 재능은 아니다.

그리하여,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전해주는 지축을 울리는 것 같은 장대함과 박력과는 종류가 다른 감동이 존재한다. 소피가 하울의 과거와 비밀을 알게 되는 후반부의 클라이맥스는 가슴을 먹먹하게 할 만큼 슬프기도 하다.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소피에게서 흘러나오는 감동은 이 특별한 주인공들을 둘러싼 중세의 풍경과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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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의 움직이는 성 예고편 왈츠 노래가 너무 좋지요.

올리고싶은데 잘 안되는군요!!

어제 크리스마스 이브날 보러갔는데 눈앞에서 따악~ 매진되는 꼴을 보고 열받아서 친구랑 쇼핑을 마구 해버렸습니다!!

하필 기무라 타쿠야가 하울의 목소리를 하다니 -_-쳇. 그것땜에 경쟁자들이 생기잖아...ㅜㅜ

나는 그저 영화를 보러갈뿐인데..... 아.... 보고싶어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

폴라 익스프레스와 함께 인기가 엄청나더군요~ 눈앞에서 표가 삭삭 줄어드는데 바라보고있자니..참.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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