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 상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 까치 / 199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마리앙투아네트에 거짓도 많은데, 그 중 하나로 프랑스 혁명의 시작에 농민들이 몰려오자 그 이유가 /빵이 없어서/ 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들은 마리앙투아네트는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되죠."라고 했다는 것이 가장 유명한 것 같다.

사실 그 말을 실제로 했으면 슈테판 츠바이크가 이 소설에서 언급했을 것을, 아무런 말도 없다.

왜냐면 이 말은, 마리앙투아네트가 시집오기 전 1760년대 루소의 참회록에 등장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어느 고귀한 공주가 농민들이 빵이 떨어졌다는 소릴듣고 "브리오시를 먹게하라."고 했는데 그건 아는 빵이 브리오시 뿐인데다가, 호의에서 나온 말이므로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다.

마리앙투아네트의 빵 대신 과자-이야기는 내가봐도 너무 터무니없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 이야기로 들어온다면, 상편은 굉장히 재밌었다. 그런데 하편에서부턴 좀 어려워서 읽다가 많이 졸기도했는데.. 마리앙투아네트를 완전히 옹호하는 게 아니라, 왕비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한 '이유'와 '질책'또한 함께 하고 있다.

마리앙투아네트의 권리 회복에 관한 책임에도 그렇게 이로운점에만 치우치지 않는 게 좋았다.

트리아농성에서의 낭비, 친구들에게 나누어주는 막대한 세금과 훗날이 보장되는 연금들.. 자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해놓은 글이 굉장히 깔끔해서 좋았다.

그리고 마리앙투아네트의 남모르는 걱정과 여자로서의 괴로움,루이의 성격묘사등이 흥미로웠다. (역사의 중대한 날임에도 그의 일기엔 하루를 간파할 수 있는 글이 그저 무미건조하게 적혀있을 뿐이었다. 라는 뜻의 글이었을 것이다.)

또 마리앙투아네트의 환희에서 절망으로 가는 단계에서는 자연스럽게 시대상황까지 설명해주기 때문에 내가 알아보기위해 이것저것 책을 뒤진다거나 하지 않을 수 있는 점도 좋고,

목걸이사건은 정말 흥미로운 사기극이었다. 마리앙투아네트의 사치와 백성들의 민심이 결합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그런 모욕을 당하는 왕비는 나타나지 않았을것이므로.

하지만 어린 소녀에서부터 마리아 테레지아가 그렇게도 바라던 성숙한 여인이 되기까지는 꼭 하나의 영상필름이 쫘-악 지나가는듯이 뚜렷한 대조를 보여 -읽는 내내 감탄스럽기만했다.

사람은 끝까지 꿋꿋해야 하는 거에요.

흥청망청 놀기좋아하는 소녀가, 이 말을 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아마 자신도 모르게 "우와~" 하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태어날적부터 가난과 질책에는 거리가 멀었으니 온 세상이 제 맘대로여도 대놓고 혼낼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 뿐이였던 [그래봐야 어머니는 저 멀리 오스트리아에 있는걸.] 글이라곤 하루에 몇줄도 읽기 힘들었고, 성품은 고왔으나 오스트리아의 전통적인 거만함을 물려받은 착한 여자임에도 너무 늦게 철이 들어버려서 겪었던 고통의 댓가는 너무나도 컸다고 본다. 제때 강력히 잘못을 바로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만 있었어도 좋았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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