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랑은 사랑이되, 자신을 버리고는 지속되지 못한다. 아니모든 사랑이 그런 것이라고, 그런 것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은 그대를 위해 나를 희생하는 일이 아니라, 거꾸로 그대의 삶을 위해 나의 생명력을 북돋우는 일이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 점을 잘 보여준 것이 김선우의 시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의 시가 보여준 ‘몸‘의 생동감이, ‘편협한 사랑‘의 정치가, 그래서 때로 ‘시체놀이‘를 수반한다는 것은 역설적이면서도 흥미로운일이다. 이제 시를 쓰는 일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하는갱생의 과정이 된다. 시를 읽을 때 우리는 "잠깐 죽은 척했던 게분명한데/정말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 것 같다"고 느낀다. 적어도시를 통해 "새로 태어나는 척"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잠시 죽은 사람의 마음으로, 그의 시를 읽는 것이다. 
이장욱 시인

어른이라는 어떤, 고독


좁은 골목길 언덕에서 소녀가 칼등을 잡고 햇빛을 자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반달칼을 손톱에서 꺼내 허공을 긋던 소녀가 소년을 안는다 비닐봉지가 부푼다 흘러내리는 새싹들, 부서지는, 일종의 꿈들

있잖아 난 결국 너랑 자지 않을 거야
어제 배운 그 시기억나?
응 그림자를 팔아먹은 지 오래되었어
웅웅 그림자가 없으니 어른이 되어도 우린 함께 자지 못할 거야

침묵이 엄마인 검은 바람의 말, 담장 밑 깨진 화분에 가득고인 소음들, 잃어버릴 집도 돈도 부모도 가진 적 없는 꽃씨들, 떠도는, 일종의 방패인 칼들

그림자가 없는 소녀와 소년이 한낮 골목길 언덕에서 시를 이야기하는 것이 다행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애들에게 들릴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인사한다

미안해.. 나도..... 사생어른이야……

쓸쓸하다
그림자의 사전 3


쓸쓸하다,는 형용사
하지만 이 말은
틀림없는 마음의 움직임

쓸쓸하다,를
동사로 여기는 부족을 찾아
평생을 유랑하는 시인들

유랑이 끝날 때
시인의 묘비가 하나씩 늘어난다

목련 열매를 가진 오후


목련꽃을 사랑하는 이에게
목련 열매를 마저 보여주어라

꿈지럭거리며 허물 벗는 무섬중 같은..

여러개의 심방을 가진 심장,
분열하는 붉은 열매를 찢고

꽃이 사뿐 날아오를 때

꽃을 기억하는 사람의
꽃이 아니라

꽃이 기억하는 열매까지
보여주어라

꽃으로 보여주어

연두의 내부


막 해동된 핏방울들의
부산한 발소리 상상한다
이른 봄 막 태어나는 연두의 기미를 살피는 일은
지렁이 울음을 듣는 일, 비슷한 걸 거라고

상상해본다 최선을 다해 운다고
상상해본다 최선을 다해 웃는다고도
최선을 다해 죽는다거나
최선을 다해 이별한다거나
최선을 다해 남는다거나
최선을 다해 떠난다거나

최선을 다해 광합성하고 싶은
꼼지락거리는 저 기척이
빗방울 하나하나 닦아주는 일처럼
무량하다 무구하다 바닥이 낮아진다

아마도 사랑의 일처럼

아직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꽃 피지 않는 봄이 올 것이다
시인의 부음이 그전에 당도할 것이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이주하는 구름들의 해진 눈꺼풀 위에 문 닫은 나무들의냉담 위에
비린 바람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붉은 바람이

여러번 태어나도 매번 처음인
매번 연습이 모자라는 생
아직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며 깃발을 흔드는 죽은 시인이여 장미 열매를 쪼개고 뜨거운 붉은 차돌을 꺼내 손에 쥔 아직 살아 있는 시인이여
가로수 밑 식탁에 작년 꽃의 두개골을 올려놓지 말 것
기억을 두려워해 기억을 배신하는 눈보라
아직 때가 아니라고
웅얼거리는 하얗게 혼이 빠진 천둥소리 밑에서 불면을 향유하는 잠입자여
돈 때문에 질병 때문에 절망 때문에 질투 때문에 분노 때문에 전쟁 때문에 이기심 때문에 경쟁 때문에 증오 때문에

냉소 때문에 무지 때문에 무수한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시취를 맡았다는 개들 아직 없고
미래가 중단되었다는 진단서 아직 없고
지금은 죽을 때가 아니라는 방부된 속삭임,
아직 살아 있는 시인은 죽을 때를 기다렸다

희망은 아프다 아픈 곳에서 태어나는게 희망이므로
나는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불치의 것들과 함께 끝까지갈 것이므로
저 숱한 죽음의 이유는 비루하다 최선은
사랑 때문에 죽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이런 말을 지껄이는 시인의 매장을 바라는 은밀한 마음들을 애도하며 시인은 썼다
사랑 때문에 죽는 사람이 없다는 것 ㅡ 그것이야말로 이시대의 불명예다

내 시는 명예의 쪽인가 불명예의 쪽인가

검은 밑줄이 시인이 남긴 마지막 기록이었다
밑줄의 오른쪽 끝에 힘이 들어가 씨앗처럼 잠시 반짝였으나

꽃은 피지 않았다
아무도 사랑 때문에 죽지 않게 된 지 오래되었으므로

아직
사랑해서 죽은 자,
마지막 시인이었다

시인의 말

뜻밖에도 설렌다. 처음 떠나는 모험처럼.

나는 여전히 시가
아름다움에의 기록의지라고 믿는 종족이다.
운명이라는 말이 위로가 된다.

이것은 처절하고 명랑한 연애시집이다.
라고 독자들이 말해주면 좋겠다.
사랑한
사랑하는,
아름답고 아픈 세상에 이 시집을 바친다.

2012년 새봄 강원도에서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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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건스스로를 잠재적 작가라고 보는 사람들의 문제를 우회합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내가 그랬다면‘, ‘내가 그럴 수 있었다면‘, ‘내가 시간이 있었다면‘이라고 말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어쩌면 그건 사실 그들이 현실에서 해야 할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겠지요."
"산문 또는 시를 쓰는 작가의 창작 과정과 비교했을 때 그림을그리는 과정은 어떨까요?"
"클라리시, 아마도 차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재료의 차이일것입니다. 화가는 색과 그림과 선을 이용하죠. 작가는 문장을 이용하고요. 그러나 창작자로서의 숨은 같은 것이어야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본질이 다를까요?" - P585

"자원은 같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저는 루시우 카르도주에게 무척 놀랐어요. 그는 아픈 이후로 더는 글을 쓸 수도, 불러줄수도 없게 되었지요. 실어증에 걸렸거든요. 그렇지만 왼손으로그림을 그렸어요. 오른손은 마비된 상태였죠. 왜 왼손으로 글을쓰지 않았을까요? 의사가 설명하길,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틀리지 않는다면, 뇌에는 글, 단어가 나오는 엽이 있다고 해요. 또 다른 엽에서는 그림이 나오고요."
"그가 글을 쓰듯이 그림을 그릴까요? 아니죠. 그림을 그리는것은 수공업이에요, 도구를 다룰 줄 알아야 하는 거죠. 단어를가지고 창작하려고 애쓰는 작가도 마찬가지예요. 단번에 그림을 완성하는 화가는 없어요. 문학에서는 그런 게 존재하나요?" - P585

"어쩌면 랭보는 그랬을 거예요."
우리는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기 전에 완성작의 모습을 머릿속으로이미 그리시나요? 아니면 그 작품의 특별한 세계를 한 발 한 발발견해나가시나요?"
"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예술가는 자기 작품의 첫 번째 관객이지요. 앞선 해결책, 깨친 지식은 새 작품을 창작하는 데 쓰이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배웠던 것을 잊으려고 할 때에만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저는 이미 그린 그림들을 다시 그리는 데 시간을 다 썼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건 그저 복사, 복제품에 불과하지요. 네, 클라리시, 우리가 어떤 여행에 뛰어들 때 우리는 직관으로 무언가를 찾습니다. 나아가야 할 길을 정하고 목표 지점을 선택하지만, 그것이 도착 지점에 당도해야 밝혀지는 것들을 예단하는 일은 아니지요.  - P586

"어떻게 구상을 버리고 추상화가가 되신 걸까요?"
"저는 구상을 버리지 않았어요. 그저 변형시킨 것뿐입니다. 당신의 질문이 뛰어난 화가, 이름 있는 화가가 되기 위해 애썼느냐고 묻는 것이라면,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어요. 오히려 사람들이 저를 거장으로 여길 때마다 무척 놀라는걸요.... 당신은 어떠신가요? 이름을 알리는 게 중요한가요?"
"아니요, 그건 사회적인 문제일 뿐이에요. 실질적으로 중요한것은 표현하는 단어를 기다리며 백지 앞에 있는 것이지요. 그때가 정말 중요한 순간이에요. 이베레, 주제를 바꿔보죠. 어떻게 - P587

실패가 당신 작품의 출발점이 되었을까요?"
"실패는 제 어릴 적 판타지이자 저의 장난감이었어요. 그것이제가 만든 작품에 상징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인간의 얼굴에는 어떻게 관심을 두게 되셨나요?"
"화가의 관점으로 말하자면, 저는 인간의 얼굴에 특별한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사람으로서 얼굴은 그 사람을 비춰준다고 생각해요. 얼굴이 그 사람을 드러내지요. 저는 내면이 썩은사람은 외면도 썩었다고 생각해요. 클라리시, 그게 아니라면 특수효과를 내기 위해 배우들이 분장할 필요가 없겠지요."
"색깔은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색깔만으로 화가가 느끼는 것을 표현할 수 있나요? 정확히 왜 붉은색 대신에 밤색을 쓰는 것일까요?" - P588

"저는 색이 문맥, 관계 속에서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립된 색이 차갑거나 따뜻하다고 한다면, 색의 강렬함은 다른 색과부딪치면서 그 정도가 결정되기도 해요."
"작품을 창작한 후에 어떤 상황에서 자신이 해방되었다고 느끼시나요? 작업을 잠시 중단하기도 하시나요? 혹은 즉각적으로창작하셔야 하나요?"
이베레는 깊이 생각했다. 나는 그가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렸다.
"작품 하나를, 혹은 연작을 끝내고 나면 비워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러고 나서는 준비 작업이 시작되죠. 그렇게 창작 기간이다시 시작되는 거예요. 당신도 그런 경험을 하신 적이 있나요?" - P588

"비슷해요. 과장 하나 없이 절망이라 말할 수 있는 허무를 느껴요. 저는 더 심하죠. 새로운 작업의 발아와 준비에 몇 년이 걸리기도 하거든요. 그사이 저는 죽어 있는 거죠. 신인 화가들에게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잠시 생각을 좀 해볼게요." (그는 팔짱을 끼고 한동안 생각에잠겨 있다가 내게 물을 한 잔 마시겠다고 말했다. 그러고 돌아와서이 질문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나도 역시 물 한 잔을 마시고 침묵 속에서 답을 기다렸다.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는 걸 아시나요?" 이베레가 말했다. "천천히 생각해보세요." 나는 대답했다. 마침내 이베레가 입을 열었다.
"자신이 그림을 창조했다고 믿지 말 것. 당신은요? 신인 작가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쓸것. 쓰고 또 쓸 것."
"야스퍼스는 새로운 세대는 손에 구멍이 나 있을 거라고 썼죠." 이베레가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베레가 인용했던 야스퍼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 P589

세상에, 사랑이 얼마나 죽음을 방해하는지! 이해는 너무 제한적이기에 나는 내게 본능적, 직관적 삶을 살게 해준 나의 몰이해에 의지한다고 말하지만, 이 말을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나는 친구들을 잃었다. 그러나 죽는 것이 두렵진 않다. 나는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쉼일 것이다. 그러니까 마침내 요람에 들어가는 것. 나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까지 살아낼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내가 버지니아 울프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게 싫다. (게다가 나는 첫 책을 쓰기 전까지 그녀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자살했다는 것을 나는 용서할 수 없다. 끔찍한 숙제는 끝까지 가는 것이다.  - P600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자기만의 현실을 사는 것이다.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덜 고통받기 위해서는 조금 무뎌져야 한다. 더 이상 세상의 고통을 책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이며 또 무엇을 느끼는지를 온전히 느낀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따라 살지만 더 이상힘이 없다. 나는 조금은 ‘나를 위해‘ 살 것이다. 조금 더 무뎌질것이다- 내가 절대 하지 않을 말이 있다. 책에는, 신문에는 더욱이 하지 않는다. 세상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한 남자가 내게 말하길 탈무드는 많은 사람에게 하지 못하는, 몇몇 사람에게만 할 수 있는 말을 한다고 했다. 나는 이렇게 덧붙인다. 나 - P600

는 내 자신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나는 내가 몇 가지 진실을 알고 있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내가 그것을 정신적으로 이해하는지 모르겠다. 그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조금 더성숙해야만 한다. 난 이미 짐작하고 있다. 그렇지만 진실에는 단어가 없다. 진실들인가 진리인가? 내가 신에 대해 말할 거라고생각하지 말기를. 그것은 나만 아는 비밀이니까.
맑은 가을날이다. 해변에 부드러운 바람과 자유가 가득하다. 나는 혼자였다. 그때는 아무도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느끼는 것을 누군가와 나눠야 하니까. 바다는 잠잠했고, 나도 역시 차분했다. 그러나 의심하며 경계했다. 그 고요함이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처럼. 아직도 곧 무언가 도래할 것 같다. 뜻밖의 일은 나를 매료시킨다. - P601

나는 이미 두 사람과 너무도 강렬한 대화를 나눠서 존재하면서도 존재하기를 멈췄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고? 우리는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상대였고 상대는 나였다. 그것은 말로 설명하기에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일은 너무도 어렵다. 너무도 조용하다.
두 영혼의 만남의 깊은 침묵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말로 하기 너무 어렵다. 우리는 서로를 뚫어질 듯 바라봤고 한동안 그 상태로 있었다. 우리 두 사람뿐이었다. 그 순간은 내 비밀이다. 이른바 완벽한 일치 상태가 됐다. 나는 그 순간을 행복의 예민한 상태라고 말한다. 정신이 끔찍하게 맑은 데다 보다 숭고한 차원의 - P601

인간성에 다다르는 느낌인 것이다. 그것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가장 고귀한 순간이었다. 다만 그런 후에…… 그러고 나서 이사람들에게 그 순간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 분주했고 나는 혼자였다. 완전히 혼자였다. 그것은 깊을수록 말 없는 고통이다. 이제 나는 턴테이블을 고치러 온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잠시 멈춰야 한다. 내가 어떤자세로 타자기 앞에 돌아올지 모르겠다. 나는 한동안 음악을 듣지 않았다. 나를 무감각하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번에는 영화 <잃어버린 전주곡>을 보면서 현행범이 되어 깜짝놀랐다. 음악이 흐르고 내가 울고 있었던 것이다. 운다고 부끄러워할 것은 없다. 내가 울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게 부끄러운것이지. 나는 글을 쓰고 돈을 받는다. 그러므로 써야 한다. - P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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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과 놀아주기


페널티킥, 프리킥, 오프사이드, 축구의 세칙을 모르지만 공차는 꿈을 꾼다

잔디밭도 축구장도 황토언덕도 아닌 별자리들 사이에서 공을 찬다
거문고자리 큰곰자리 페가수스자리가 한꺼번에 보이는 광활한 운동장

오리온자리의 허리띠 쪽으로 공을 몰다 유성우 쏟아져
황소자리 뿔 속에 들었다가 백조자리 여우자리 오가며
푸른 붉은 흰 콩을 서리해 깜부기불에 굽다
우주먼지 쏴아 걷히며 쾌청해지는 순간
돌고래자리 감마에서 오리온자리를 향해 다시 공을 몰고 달린다
그러다 다리를 삐는 때도 있지만,

잠에서 깨어 소변을 보러 간다
돌돌돌 소변 흐르는 소리가 지구 밖까지 흘러나가는 것

같은 비몽사몽
삔 다리와 멀쩡한 다리와 우주의 움푹 파인 곳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과 인간의 시간에 매달린 벌레집, 어린별들이 터뜨리는 꽃씨들, 푸드득 비늘을 터는 달의 북쪽 같은 걸 생각하다 다시 잠든다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몸이 살려고 뒤치락거리는 낮밤엔 득점이 필요 없는 축구를 한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별자리 삼아 공이라 부를 만한 모든 공들을 제멋대로 드리블하며

꽃이라는 유심론


눈앞에 열명의 사람이 잘빠진 몸매로 웃고 있어도
백명의 사람이 반짝이는 선물을 펼쳐 보여도
내 눈엔 그대만 보이는

그대에게만 가서 꽂히는
마음
오직 그대에게만 맞는 열쇠처럼

그대가 아니면
내 마음나의 핵심을 열 수 없는

꽃이,
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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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카르무스가 말하기를, 보고 듣는 것도 오성이요, 모든것을 유익하게 사용하고, 모든 것을 처리하고, 다스리고 지배하는것도 오성이라고 했습니다. 다른 모든 것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며영혼도 없다는 겁니다. 참으로 우리는 오성에게 스스로 활동할 수있는 자유를 주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비굴하고 비겁하게 만듭니다. 한 번이라도 자기 학생에게 키케로의 이런저런 문장의 수사법이나 문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은 선생이 있습니까?
마치 글자이며 음절이 말하고자 하는 바의 본질을 이루는 신탁이라도 되는 것처럼, 선생들은 그 문장들을 깃털까지 다 달린 통째로 우리 기억에 쑤셔 넣습니다. 외우는 것이 아는 것은 아니지요. 외우는 것은 남이 준 것을 기억에 간수해 놓는 것일 뿐입니다.
무엇을 확실하게 알면, 우리는 그 주인을 쳐다보거나 책으로 눈을돌리지 않고도 알아서 처리합니다. 순전히 책에만 의지한 능력이라니, 가련한 능력이로다! 그런 것은 장식으로나 쓰이지, 토대로쓰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플라톤의 견해에 따르면, 굳셈과 믿음과성실성이 진정한 철학이요, 다른 것을 겨냥하는 나머지 모든 학문은 겉치레에 불과하니까요. - P283

한 인간의 삶에서 대수롭지 않은 행동, 또는 의미 없어 보이는 말 한마디를 가려 내는 플루타르코스를 보는 것, 그것 자체가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사고력 있는 사람들이 간결하게 쓰는 것만 그토록 좋아하는 것은 유감입니다. 아마도 그들의 명성에는 그것이 더 나을지 몰라도, 우리에게 주는 유익은 덜합니다. 플루타르코스는 우리가 그의 지식보다 판단력을 칭찬하기 바랍니다. 포만감을 주기보다 자기를 더 알고 싶어 하게 놓아두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는 좋은 일에 대해서도 말이 너무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알렉산드리다스가 스파르타의 법관들 앞에서 좋은말이지만 너무 길게 말한 자를 올바르게 나무랐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오 이방인이여, 그대는 해야 할 말을, 하지 말아야 할방식으로 말하는구려."라고 말입니다. 체격이 빈약한 사람들은 옷에 털뭉치를 넣어 몸을 부풀리고, 내놓을 거리가 얄팍한 자는 말로 부풀립니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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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다 해도, 분별 있는 사람은 일반의 옷입는 방식을 거부하지 않는다. 반대로 내가 보기엔 상궤에서 벗어나 특이하게 차려입는 것이야말로 참된 이치에서가 아니라 야심과 객기가 어우러진 겉멋에서 나온 듯싶다. 지혜로운 인간은 자기영혼을 세상의 소란으로부터 빼어내어 자기 안으로 돌이켜, 만상을 거침없이 판단할 수 있는 자유와 권능 안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외적인 것들은 기왕에 받아들여진 방식과 관례를 온전히 따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공적인 사회가 우리 생각까지 간섭할 권리는 가질 수 없다. 하지만 생각 이외의 것들, 즉 우리의 행동, 우리의일, 우리 재산과 우리 생명까지도, 우리는 사회가 쓰도록 빌려줘야 하며, 공통된 견해가 요구한다면 포기까지 해야 한다. 위대•하고 선한 소크라테스가 판관에게, 그것도 몹시 불공정하고 사악•한 판관에게 불복종함으로써 자기 생명을 구하는 것을 거부했듯이 말이다. 규칙 중의 규칙, 법 중의 보편적인 법은 누구나 자기 사는 땅의 법과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 P227

그러고도 한참을 말한 뒤 (두 시간이 넘도록 내내 말했으니) "물러가라."라며 말했다. "킨나, 전에 적이었던 너를 살려 주었던 것처럼 배반자요 시역자인 너를 살려 준다. 오늘부터 우리 사이에 우정이 시작되길 바란다. 우리 둘 중 누가 신의 있게 행동하는지보자. 목숨을 돌려준 나인지, 돌려받은 너인지." 이 말과 함께 그는 킨나를 두고 자리를 떠났다. 얼마 후 그는 킨나에게 집정관자리를 주었다. 감히 그 자리를 청하지 못한 것을 나무라면서 말이다. 이후 킨나는 그의 굳건한 친구가 되었고, 그의 유일한 상속자로 지명되었다. 아우구스투스의 나이 마흔에 일어난 이 사건 이래 그를 노린 음모나 공격이 한 번도 없었으니, 그가 베푼 관용은 정당한 보상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의 기즈 공작에게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의 관대한 처사는 차후에 같은 배신의 올가미에 빠지지 않도록 보장해 주지 못했던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지혜란 허망하고 변덕스럽다. 우리의 모든 계획, 우리의 결심이나 방비들을 가로질러 항상 사태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운수이다.
우리는 어떤 의사가 좋은 결과를 내면 운 좋은 의사라고 부른다. 마치 그들의 기술만으로는 장담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고, 제 힘에만 의지하기에는 그 기반이 너무 약하다는 듯이. 또한 마치 운수의 손을 빌려야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의술뿐이라는 듯이. 의사의 기술을 극찬하건 헐뜯건 나는 다 믿는다. 왜냐하면 고 - P240

랍게도 우리는 서로간에 아무런 거래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다른이들과는 반대여서, 항상 의술을 대단찮게 여겨 왔다. 그러다 병이 들면, 의술과 타협 관계에 들어가기는커녕 그것을 더욱 미워하고 무서워하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약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에게, 기운을 차리고 건강을 회복해서 그들이 주는 약의 작용이나 위험을 좀 더 잘 견딜 수 있게 될 때까지만이라도 기다려 달라고 대답한다. 나는 자연에 맡겨 둔다. 자연이 자기에게 가해진 공격을 방어하고, 해체하고 싶지 않은 이 몸의 골격을 유지시키는데 필요한 이빨과 발톱을 갖추고 있겠거니 생각한다. 몸이 병과빈틈없이 찰싹 붙어 싸우고 있는 만큼, 몸을 구하러 달려든다는게 행여 몸이 아니라 몸의 적수를 돕고 몸에 다른 과제를 얹어 주게 되지나 않을까 겁내는 것이다. - P241

그런데 나는 의술뿐 아니라 보다 확실한 여러 기술 분야에서도운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하련다. 시인을 사로잡아 무아지경에 이르게 하는 시적 영감, 왜 그것은 운으로 돌리지 않겠는가? 시인 스스로 시적 영감이 자기 소질이나 능력을 훨씬 능가한다고고백하며,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온 것이요. 자기 능력에속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고 인정하는데 말이다. 웅변가들도 자기가 의도했던 것 이상으로 자신을 밀어붙이는 그 비상한 충동과 동요가 자기 능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림도 마찬가지여서 때로 화가의 손놀림에서 벗어나 화가 자신의 구상이나 재능을 능가해 버림으로써 화가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든다. 하지만그런 모든 작품들에서 운의 작용이 특히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은, 작업자가 의도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지각하지도 못했을 때 나오는 우아함과 아름다움에 의해서이다.  - P241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택한 길, 나는 그것이 우리가 택할 수있는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그는 관용과 온화함으로 적들조차 자기를 사랑하게 하려고 애썼다. 음모가 발각되어도 그저 자기가 알고 있었다고 선언했을 뿐이다. 그렇게 한 뒤 신들과 운수의 가호에 자기를 맡긴 채, 두려움도 근심도 없이 자기에게 닥칠 일을 기다린다는 너무도 고매한 결심을 한 것이다. 살해될 때의 그의 상태가 분명 그러했다. - P248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식물이 죽고 기름을 너무 많이 넣으면등불이 꺼지듯이 정신의 활동도 너무 많이 공부하고 너무 많은 재료를 채워 넣으면 둔해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기도 하다. 생각할거리가 너무 다양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우적거리는 정신이 뚫고 나올 힘을 잃은 채 그 짐에 눌려 허리가 굽고 웅크리게된 형국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것이 우리 영혼은가득 채워질수록 더 확대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의 예를 보건대, 오히려 공공 영역을 담당한 유능한 사람들이나 위대한 장수들,
국사에 관여한 탁월한 조언자들은 대단한 지식인이기도 했다.
모든 공직에서 발을 빼고 있는 철학자들로 말하자면, 그들 역시 자기 시대의 거침없는 풍자 정신에 의해 이따금 조롱거리가 되곤 했다. 그들의 견해나 행동거지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우스꽝스러워 보인 것이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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