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과 놀아주기
페널티킥, 프리킥, 오프사이드, 축구의 세칙을 모르지만 공차는 꿈을 꾼다
잔디밭도 축구장도 황토언덕도 아닌 별자리들 사이에서 공을 찬다
거문고자리 큰곰자리 페가수스자리가 한꺼번에 보이는 광활한 운동장
오리온자리의 허리띠 쪽으로 공을 몰다 유성우 쏟아져
황소자리 뿔 속에 들었다가 백조자리 여우자리 오가며
푸른 붉은 흰 콩을 서리해 깜부기불에 굽다
우주먼지 쏴아 걷히며 쾌청해지는 순간
돌고래자리 감마에서 오리온자리를 향해 다시 공을 몰고 달린다
그러다 다리를 삐는 때도 있지만,
잠에서 깨어 소변을 보러 간다
돌돌돌 소변 흐르는 소리가 지구 밖까지 흘러나가는 것
같은 비몽사몽
삔 다리와 멀쩡한 다리와 우주의 움푹 파인 곳들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들과 인간의 시간에 매달린 벌레집, 어린별들이 터뜨리는 꽃씨들, 푸드득 비늘을 터는 달의 북쪽 같은 걸 생각하다 다시 잠든다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몸이 살려고 뒤치락거리는 낮밤엔 득점이 필요 없는 축구를 한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별자리 삼아 공이라 부를 만한 모든 공들을 제멋대로 드리블하며
꽃이라는 유심론
눈앞에 열명의 사람이 잘빠진 몸매로 웃고 있어도
백명의 사람이 반짝이는 선물을 펼쳐 보여도
내 눈엔 그대만 보이는
그대에게만 가서 꽂히는
마음
오직 그대에게만 맞는 열쇠처럼
그대가 아니면
내 마음나의 핵심을 열 수 없는
꽃이,
지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