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과학을 하는 여성이지만, 대중이 두려움을느끼도록 만들려면 대중에게 두려움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두렵게 만든다.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두려움이 좋은 결정을 내리게 해주지는 않으며 적어도 가끔은,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여기 좋은 예가 있다. 내가 어린아이였던 1980년대에,
나는 핵전쟁 때문에 공포를 느꼈다. 내 주위 어른들이 서로를(그리하여 나까지) 두렵게 만드는 모습이 나까지 불안하게만들었다. 우리의 두려움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그렇다.
두려움이 해결책을 찾아줄 수 있을까? 꼭 그렇지는 않다.
40년이 지난 지금, 과거 히로시마에 투하된 폭탄은 오늘날의 열핵폭탄에 불을 댕기는 성냥개비로 사용되지 않았던가. 어린 시절 내 잠을 설치게 했지만 이제 핵으로 인한 파괴의 능력은 더 적은 나라가 아닌 더 많은 나라의 손에 의해, 줄기는커녕 더 커졌다. p191





생명의 순환the circle of life. 
내가 질문을 던졌던 모든사람은 우리에게 가장 보편적인 이 개념을 저마다 독특하게 정의했다. 어린 시절부터 친한 친구는 할머니가 세상을뜬 바로 그날 자신의 첫 손녀가 태어나 기쁨과 슬픔을 동둥한 무게로 느꼈는데, 삶이란 잃어버리거나 얻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가고 또 사랑하는 것임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뉴욕 지하철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디즈니 블록버스터 영화에 나오는 동명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엘턴 존이 채 한 시간도 안 걸려 썼다는 기억 속의 그 멜로디를 나의 경우는, 생명의 순환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식물이 떠오른다.  - P175

생물학을 공부하는 것은 히에로니무스 보스 HieronymousBosch(초현실적이고 기괴한 그림을 그렸던 15세기 네덜란드 화가 옮긴이의 그림을 연구하는 것과 비슷해서, 몇 걸음 뒤에서 볼때 느끼는 혼란이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하게 살펴보면 더증폭된다. 우리를 압도하는 것은 지구상 식물과동물의 끝없이 다양한 모습과 질감만은 아니다. 생명이 있는 존재가자라나고, 자신의 각 부분을 유지하고, 힘들 때를 대비해 저장하고, 적에 대항해 스스로를 지키고, 다음 세대를 번식시키는 방법의 끝없는 변화 역시 압도적이다. 자연은 보스의그림과 마찬가지로 자세히 살펴볼수록 더 많이 알게 된다.
지구상 모든 형태의 생명체가 지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내면에서 연소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단세포 미생물에서부터 생기 있는 데이지꽃, 100톤짜리 고래에 이르기까지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는 식물조직을 연소시킬 수 있다.
(그렇다. 식물들도 자신의 조직을 태울 수 있다!). 인간의 몸은 식물을 잘 연소시킨다. 우리는 음식으로 섭취한 식물이나 동물(결국 식물을 먹은 동물)을 통해 얻은 당분과 단백질,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얻는다. 달리고 걷고 말하고 생각하고 숨 쉬고 그 밖의 모든 일을 하기 위해 우리 몸에 연료를 공급하느라 이런 에너지를 사용한다. - P176

날씨에 관해 생각할 때면 언제나 바람을 생각하게 된다. 하와이 마노아 계곡을 떠도는 향긋한 바람과 헤어드라이어처럼 얼굴에 와서 부딪히는 네바다 사막의 바싹 마른돌풍, 오슬로 피오르 위를 넘실거리는 상쾌한 미풍, 미니애폴리스 공항의 슬라이딩 도어를 지나면 우리를 맞아주는쌀쌀한 바람. 특히나 물기를 머금은 바람에 관해 생각하게되는데 여름철 폭풍우가 칠 때 하늘을 폭발시키는 노스다코타의 바람, 수평으로 불어오는 푸에르토리코의 강풍, 몇시간 안에 세상을 파묻어버리는 앵커리지의 엄청난 눈보라, 피크닉 접시에서 물기를 앗아가는 애리조나의 찌는 듯한 바람, 창밖으로 내다보는 것만으로 관절을 시리게 만드 - P182

는 뉴질랜드의 차가운 안개 같은 바람을 떠올린다.
바람은 움직이는 공기다. 공기가 움직이는 것은 무엇인가가 밀어내거나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폭풍우가 밀려올 때 일기예보에서 고기압 혹은 저기압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움직이는데 이때 폭풍우를 이동시키는 바람을 만들어낸다. 바람의 움직임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원은 대부분의 다른 에너지원과 같다. 바로 태양이다.
바람도 없고 날씨 변화도 없는 행성이 되려면 어떻게해야 할까?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태양의 스위치를 끌필요가 있다. 태양은 극지방보다 적도 부위를 직접적으로비추고, 물과 바위와 눈을 데우는 방법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지구 표면의 온도는 곳곳에 따라 다르다. 태양이 대기를위쪽에서 따뜻하게 데워주고 지구 표면은 아래서부터 데워지다 보니 중간에서 만들어진 차가운 공기 주머니가 아래로 가라앉아 위로 올라오는 따뜻한 공기를 대체해버린다. 움직이는 모든 공기 덩어리는 다른 공기 덩어리를 밀어내는데 지구 한쪽에서 시작된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1,500킬로미터 떨어진 나무 꼭대기 사이로 부는 바람을 만들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햇빛은 대양에서 수분이 증발해 하늘로 올라갔다가 비와 눈의 형태로 내려올 수 있도록돕는다. 이런 모든 이유로 날씨를 없애려면 태양을 없애는것이 첫 번째 단계일 것이다. - P183

날씨를 만들어내는 기본적인 에너지원은 태양이기때문에, 그리고 햇빛을 잘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분자의 널리 알려진 능력 때문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지구가 더워진다는 합리적인 이해에 ‘온실효과‘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 때문에 지구가 이상할 정도로 특이하게, 또 인공적으로 데워지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어서 놀랄 수도 있겠지만, 온실효과라는 개념이 얼마나 납득하기 어려운 것인지, 적어도 얼마나 불길한 것인지 나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 P184

어린 시절의 추운 날씨를 과장한다는 비난을 너무 많이 받다 보니 나는 요즘 초등학교에 입학한 1975년의 미국기상청 기록을 출력해서 가지고 다닌다. 1975년 1월 9일시작된 눈보라가 나흘이나 이어져 ‘금세기 최악의 폭풍으로 기록된 바로 그해였다. 그 끔찍한 폭풍 기간 동안, 1년치 강설량이 일주일 만에 쏟아졌다. 내 인생에서 스케이팅과 썰매타기, 눈사람 만들기의 기본 실력을 닦은 1977년에서 1979년, 48개 주를 통틀어 20세기에 겨울이 가장추웠던 3년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니, 내 말이 맞다. 그때는 추웠고, 춥다는 사실을모두 알고 있었으며, 추위에 단련되어 있었지만 추위를 좋아하지 않았고, 특히나 장갑이 젖었을 때는 정말이지 끔찍했다. 하지만 적어도 너에게는 장갑이라도 있지 않았냐고어머니는 늘 상기시킨다. 그때만큼이나 추웠던 1936년 겨울, 어머니에게는 장갑이 없었고 그 추위 때문에 당신의 코가 내 코처럼 뾰족하지 않고 살짝 들린 거라고 말씀하시곤한다. - P185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대기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했던 지난 두 세기 내내 전체 기온은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겠는가?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고, 사실이 그랬다. 지구 표면의평균 온도는 지난 100년 동안 화씨 1.5도 이상 증가했다(섭씨 1도에 약간 못 미친다).
이 수치가 얼마나 명확한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온도 상승을 측정하는 도구인 온도계는 아주 간단한 장치다. 300년 전 발명되고나서 바로 완벽하게 완성되었다. 기온을 재는 기상 관측소는 곳곳에, 심지어 세상에서가장 외진 곳에도 존재하며 그 데이터는 수세기 동안 성실한 농부, 우편국장, 수녀, 시민, 과학자에 의해 아주 구체적으로 수집, 기록되었다. 지난 30년 동안 기온이 화씨 1도넘게 오른 최근의 온난화 경향은 과학자들이 논쟁을 벌일만한 대상이 아니다. 내 말을 믿어주기를 과학자들이라면거의 모든 것에 관해서 논쟁을 벌이는 사람이지만 말이다.
- P187

이는 최종적인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산업혁명 이후 총체적인 온난화는 2도 이하여야 할 것이라는 권고가있었다. 이 장 앞부분에서 산업혁명 이후 평균적인 지구 표면 온도가 섭씨 1도 조금 못 되게 상승했다고 이야기한 바있다. 이 말은 지금 이 순간, 1970년대 과학자들이 처음 예견한 파국의 영역에 도달하는 데 1도보다 조금 더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이런 내용을 알리는 것이지,
사람들을 그저 두렵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이해하는 것과 두려워하는 것의 차이를 알게 되었고그것을 존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문제를 외면하게 만들고, 정보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한다. 이런 점을고려해 논리적으로 생각해보건대 우리가 겪었던 것 이상의 온난화와 대변동을 피하려면,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에서 요구된 점진적인 변화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사용에 대한 접근을 전환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 P192

‘풍요의 이야기‘가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된다면, 다시 말해 지구상 모든 사람이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택한다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현재의 네 배 이상이될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대양에 얼마나 녹아들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그래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힐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1970년대 과학자들이 알아냈듯이 2200년까지 대기중 이산화탄소 함량이 지금보다 두배가까이 증가하지 않으리라고 상상하긴 어렵다. 이산화탄소의 증가와 함께 최소 2도의 기온 상승도 따라올 것이고, 그에 따라 대격변이일어날 것이다.
- P193

지난 반세기북극의 해빙기는 6월 초부터 시작되는데, 다시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날짜는 기온이 오르면서 점점 더 늦어지고 있다. 1970년대 해빙기는 9월이면 끝났지만 지금은10월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다. 이렇게 해빙기가 길어지다보니 얼음이 어느 기간은 그만큼 짧아진다. 북극해를 덮고있는 바다 얼음은 급속도로 얇아지고 모서리가 부서져 내리고 있는데, 밟고 몸을 지탱할 곳이 필수적인 북극곰들에게는 무엇보다 나쁜 소식이다.
지구상의 얼음 대부분은 북극과 남극에 위치한다. 이곳에선 길고 어두운 겨울이 매년 내리는 눈을 잘 보존해꽝꽝 얼려서 기존의 단단하고 차가운 얼음과 합체해준다.
이런 극지방 덕분에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표면의 10퍼센트가 흰색으로 나타난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한다면, 이흰색 패치가 점점 줄어들다가 마침내 사라지는 것을 인공위성에서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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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이산화탄소라고 불리는 기체로 매년 점점 더많은 양이 발생하는데, 어쩌면 우리 모두를 죽이게 될 수도있다.

알려진 석유와 가스 매장량이 1980년 이후 두 배로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전 세계 화석연료의 소비 역시 두배가 되었다. 언제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시점에 이르면 무언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 4세대에 걸쳐 지질학자들이 평원과 산맥과 해저를 그려가며 지도를 완성했을 때 빠뜨렸던 두 번째 판탈라사해 같은 것은 없다.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유한한 자원보다 인간 사회가 오래가기를 원한다면, 화석연료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인데 그 대비는 아무리 빨리 해도 이르지 않다.
수십 년간 국제적 반목을 일으켰지만 각 나라가 에너지 독립을 위해 각국의 식량 수급 문제를 절박하게 다시고민하는 상황에서, 화석연료가 발견되는 지역과 그것이사용되는 지역이 많이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테티스해가 최종적으로자리 잡은 위치 덕에 현재 자원 관련 지형도는 그리기 간단하다. 지구상 모든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의 절반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축으로 하는 중동 국가들의 경계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전 세계 석유와 천연가스의 절반은 OECD 국가들 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 P148

화석연료에 대한 인류의 열광은 대단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지쳐서 터덜거리며 망각으로 마지막여행을 떠나는 오래된 부부처럼, 이혼이라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지난 50년간 미국은 필요한 에너지의 90퍼센트를 화석연료를 태워 얻어냈다.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자신이 얼마나 많은 천연자원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런 자원을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는 미국인들 때문에 머리가 아플 정도다.
9.11 이후의 세상에서, 미국은 여전히 석유의 3분의 1정도를 OPEC 국가들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1973년 석유 위기직전과 거의 흡사한 상황이다. 지난 수십 년간도 그랬지만지금도 가장 기본적인 연료를 중동에 심각하게 의존하고있는 형편인 것이다.
- P149

세인트버나드 주립공원에는 벨벳처럼 부드러운 어둠 속에 누워 악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재가 잔뜩 살고 있는 캠프장이 있다. 뉴올리언스 심장부에서 20여킬로미터 떨어진 세인트버나드 주립공원은 방문하기도 쉬워서 멕시코만으로 구불거리며 향하는 미시시피강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시간은 충분히 잡도록 한다. 제한속도가시속 90킬로미터인데 대부분의 이곳 사람들은 시속 55킬로미터 정도로 운전한다. 해가 넘어가기를 기다리며 졸고있는 개들과 해 뜨기를 기다리는 나팔꽃, 월급날을 기다리는 전당포들을 지나가게 될 것이다. 뉴올리언스 남부는 기다림에 관해서는 모든 기술을 통달한 지역이다.
공원으로 향하는 길 중간쯤에서, 에인 랜드Ayn Rand 《파운틴 헤드》 등을 쓴 미국의 작가이자 사상가 -옮긴이)와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등을 쓴 영국의 작가-옮긴이)가 함께 디자인한것 같은 이상한 풍경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 P154

우리가 에너지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이 화석연료든 재생 가능한 에너지든 비율과 총량 사이에서 헛갈리기쉽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이용한 책략을 잘 쓰는 정치가와 과학자를 모두 보아왔다. 설명하자면, 이런 방식으로 작동된다. 내 친구 브라이언은 몇 년 전 흡연을 그만두었는데 수십 년간 담배에 중독되어 있었으니 놀라운 일이었다.
16세의 그는 친구들과 함께 수업 후 담배를 피웠는데 한갑이면 일주일 정도 지낼 수 있었다. 대학 시절에는 시간제로 일을 하며 이 습관이 더 심해져 일주일에 두 갑 정도 피우곤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전일제로 건축 현장에서 일하게 되자 흡연량이 매일 한 갑으로 늘어났다.
브라이언의 삶에서 담배의 중요성을 최소화하고 싶을 때, 나는 그의 담배 구입비가 급료에서 차지한 비중이지난 20년 동안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 P158

지구상 사람들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넓은 지역에 걸쳐 화석연료를 고갈시키고 있다. 이것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50년 전, 세계 인구가 화석연료를 사용해 에너지 수요의 94퍼센트를 충족시킨 이후 그 비율이 감소하고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85퍼센트까지 떨어졌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가고 있다는 증거로 제시된 이런 일련의 진실된 사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총량이 같은 기간 동안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사용하는 화석연료의 총량은 지난 50년 동안 두 배 이상증가했고, 미국과 유럽의 화석연료 사용량은 3분의 1 정도증가했다.  - P159

가장 규모가 큰 수력발전소는 30개 이상의 터빈을 돌리는데, 비교적 작은 편이지만 꽤 괜찮은 수준이라 할 수있는 미니애폴리스 세인트앤서니 폭포 발전 설비에 비해200 배가 넘는 전기를 생산한다. 수력발전은 강력한 에너지원으로,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방식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수력발전은 전체생산 전력의 오직 18 퍼센트만 담당할 뿐이다. - P163

재생에너지는 인기가 좋다. "바람을 이용한 동력으로만들어진 전력량은 2010년 이래 두 배가 되었다"거나 "태양력 설비가 지난 10년 동안 100배 성장했다"는 언급이 자주 등장한다. 여기서 내 친구 브라이언과 담배 이야기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사실을 가리고 있는 진짜 이야기는, 바람과 태양은 여전히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5퍼센트 미만만 책임지고 있고 이 수치를 50퍼센트로 끌어올릴 방법을 찾기란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터빈 대다수는 화석연료를 태워 돌아간다.
- P167

지구 대기를 엄청난 규모로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에 관해들은 적이 있겠지만 현실에서 풍력 터빈과 태양광 패널은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극히 미미한 부분만 차지한다. 10만명 규모의 미국 도시에 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근처에 거대한 폭포가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10만 명이 전기를 사용해 불을 켤 수 있으려면 중간 규모의 수력발전소가 열 개 정도 필요한데, 그게 아니라면 풍력 터빈 1,000개나 태양광 패널 100만 개가 있어야 한다. 이모든 추정치는 해당 도시가 풍부한 수원 자랑하거나늘 바람이 불거나 햇빛이 강한 지역이어서 최상의 상태에서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하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달성 가능한 목표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오늘날과 같은 전기 소비 수준에서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은 미국의 경우 불가능하다. 지금의 전력 소비와 생산 수준에서라면, 미국의 전력 공급을 위해 오직 수력발전만 이용할 경우 50개의 주마다 후버 댐이 50개 정도씩 필요하다.  - P169

나는 재생에너지가 덜 사용하고 더 많이 나누는 해결책의 한 부분이라고 믿고 물과 바람, 태양으로부터 더 많은전기를 만들어내면서 전기를 덜 사용하는 두 마리 토끼를잡을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재생에너지 비중의 확대는 필요한 금속 재료를 어디에서 구하는가 하는다른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지금은 전기를 만들어내는 터빈과 전기를 저장할 때 사용되는 배터리에 필요한 카드뮴,
구리, 납, 텔루륨, 아연, 리튬 등의 상당 부분이 칠레와 페루두 나라로부터 들어온다. 배터리가 동력인 노트북이나 휴대폰 등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이런 금속에 대한 수요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는데, 옛날부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이 두 나라는 여전히 가난하다. - P170

대부분의 미국인은 아이폰이 화석연료를고갈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충전할 때 벽을 통해 타고 들어오는 전류는지역 외곽에 자리한, 석탄을 연료로 쓰는 발전소에서 만들어졌을 확률이 높다. 냉장고, 토스터, 텔레비전, 그리고 모든 전기 조명도 대부분 화석연료를 태워 작동된다. 학교와병원, 직장에서 불을 켜는 전기와 그 안에 있는 각종 기계에 공급되는 전기 역시 마찬가지다. 때때로 사볼까 고민하는 전기 자동차에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납과 니켈, 카드뮴혹은 리튬으로 만들어진 탯줄을 통해 화석연료에 종속된상태로, 깨끗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전기 자동차는 마을의 다른 쪽에서 스모그를 방출시킨다.
적어도 화석연료 사용 과정은 지난 50년 동안 꽤 많이 깨끗해져왔다.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배출가스에서 납과 유황 성분을 덜어내는 진전을 이룬 결과 많은대도시의 대기질이 절대적으로 나아졌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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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기 위해 조사와 연구를 시작했을 때 희미한 북소리처럼 들리던 것이 이제는 내 머릿속에서 마치주문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라.
13장에서 살펴보겠지만 우리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도록 해주는 마법 같은 기술은 없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21세기의 궁극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은 우리 세대에게 던져진 가장 커다란 과제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어려운 제안이라서 실현이 가능할까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스스로를 이 혼란 속에서구하는 데 시작점이 될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다. p127


나는 민중이다, 폭도다, 군중이다, 대중이다.
이 세계의 모든 위대한 작품이 나를 통해 이뤄졌음을그대는 아는가?
- 칼 샌드버그 (1916) - P117

전기는 기적과도 같은 발명품이다. 어둠을 밝혀서 해가 진 뒤에도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늘려주었고, 간호사와 의사가 병원에서 사용하는 각종 도구를 살균할 수 있게 해주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었다. 태어난 이후로 나는 이런 사치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겼고, 나와 마찬가지로 행동하는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아왔다. 한 가지 슬픈 사실은 지난50년 동안 이런 혁신이 이 세상의 다른 많은 사람에게는 - P122

결핍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지형도는 놀랍게도 지난50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전 세계의 기아와 위생, 질병과가난에 관한 각종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오랜 역사 동안 자원의 수탈과 착취를 경험한 아프리카 대륙은 심각한 고통과 회복의 요원함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눈에 띈다.
모리타니에서 이집트까지 뻗어 있는 사하라 사막은세계에서 가장 넓고 가장 뜨거운 사막이다. 아프리카를 실제로 절반으로 나누는 끔찍한 장벽이기도 하다. 사하라 사막 남쪽은 48개의 독립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국이 자체 정부와 법률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여섯개의 주요 언어와 1,000여 개의 소수 언어가 사용되는데각각의 언어는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와 시와 노래를 만 - P123

사하라 사막 이남의 10억 명에 이르는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13퍼센트를 차지한다. 전기 없이 사는 지구상사람들 절반 이상은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에살고 있다. 이 지역은 깨끗한 물 없이 살아가는 전 세계인구 절반의 고향이며, 위생적인 하수 처리 시설 없이 사는전 세계 인구 3분의 1이 거주하는 곳이다. 그 결과 이곳에는 비위생적인 생활환경 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말라리아, 콜레라, 이질 같은 전염병에 의한 연간사망자의 50퍼센트는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발생한다. 이런 우울한 통계수치 뒤에는, 지난 50년간 사하라 사막 이남 인구가 세 배로 늘어나는 동안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는 극도로 낮았고 늘어나지도않았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 - P124

최근 지구상 75억 명 사람들이 매년 수행하는 노동의최종 생산물 가치는 80조 달러에 달한다. 1969년 20 조달터에서 지난 50년 동안 네 배로 증가한 것이다. 미국과 EU에서 이루어지는 노동, 10억 명이 채 안 되는 인구의 노동은 전 세계 노동 가치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사하라 사막 남쪽의 10억 명이 만들어내는 노동 가치는2조 달러를 밑돈다. 이 말은 전 세계 인구의 13퍼센트가 전세계 경제적 가치의 2퍼센트만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50년전 내가 태어났을 때에도, 사하라 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은 전 세계 경제 가치의 단 2퍼센트에해당했다.
인도에서 사는 또 다른 10억 명에게는 다른 종류의고난이 드리워졌다. 내가 태어난 1969년 이후 인도에서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는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1,000퍼센트 이상 성장했는데, 같은 기간 인도의 인구는단지 두 배 성장했을 뿐이다.  - P125

앞에서 한 이야기는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철도라는 선택권이 어디서나 존재하는 것은 아닐 뿐 아니라 현존하는 철도 중 많은 수가 쇠퇴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기차는 현재 집단적으로 퇴보하는 중이다. 인구가 20퍼센트 증가했음에도 전 세계 기관차의 수는 지난 20년간 17퍼센트 감소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중국은 제외) 지난 40년간사용 가능한 철도 노선의 수에 변화가 없었는데, 이는 전세계 도시들이 확장되었음에도 그 도시 안에서 혹은 도시간 이동에서 기차 활용도는 늘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지난 20년간 철도의 지위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철도의 총 규모가 실제적으로 줄어든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미국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철도를 유지하고 작동시키는 전세계 인력이 대폭 줄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년간 전 세계철도 관련 일자리 네 개 중 하나가 사라졌는데 그 대부분은민영화 과정에서 일어났다. 뉴욕과 워싱턴을 오가는 노선을 제외하면 활성화된 여객 철도 시스템을 경험한 적 없는미국의 철도 체계는 확연히 쇠퇴해, 1991년 이래 철도 관련 일자리 일곱 개 중 하나가 사라졌다.  - P131

우리를 자연스레 불행으로 몰고 가는 대상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자동차로 귀결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로서 공개할 수 있는 하나의 편견이 있다면, 내가 자동차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쓰면서 갖는 하나의 희망은, 독자들이 자신도 자동차를 얼마나(그리고 왜 싫어하는지 이야기하려고 나에게 편지를 쓸 것이라는 점이다.
나는 모든 자동차를 싫어하고 동시에 특정 자동차들을 싫어한다. 자동차가 나를 싫어하기 때문에 나도 자동차를 싫어한다. 나는 자동차를 믿지 않는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는 형편없는 운전자다. 이것은 분명 자동차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을 이해하는 친구가 있는데, 바로그 점 때문에 그는 나에게 아주 소중하다. 나와 그는 만나기만 하면 수년간 우리를 괴롭혔던 ‘멍청한 자동차들‘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둘의 대화는 대충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
엔진이 너무 심하게 헛돌아서 머플러가 떨어져버릴정도였던 85년산 닷선이 있었지. 급가속을 하거나 머플러없이 시내를 휘저어야 했는데, 어느 쪽이거나 정말 시끄러웠어 - P132

내가 여러분에게 자동차란 인간이라는 종에게서 즐거움을 빨아들이는 흉악한 역병이라는 사실을 납득시켰다고쳐보자. 여러분이 사는 곳을 고려할 때, 자동차를 포기하고 싶어도 정말 포기할 수 있을까? 음식을 구하고 공부를 하고 진료를 받고 일하러 가는 등의 기본 생활을 도보나 자전거, 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영위할 수 있을까? 이는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게 그저 부담스럽거나 실용적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미국 사회는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필요로 하고 이 기본은우리가 믿고 싶은 것보다 훨씬 덜 유연하다. 이렇게 규정하기 힘든 풍요를 추구하는 동안,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금속으로 만든 상자 안에 갇히고 말았다. 이제 우리는다른 금속 상자들 사이에서 서로를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며 아침과 저녁을 보내고 있다. - P136

내가 살아온 동안 매년마다 미국인들은 이 나라의 크고 작은 도로와 고속도로, 주간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며 자동차를 타고 약 700억 킬로미터의 이동 거리를 더해갔다. 하지만 미국인들만 차를 운전하는 것은 아니다.
1990년 이후 중국 사람들도 이런 대열에 참여해 매년 약500억 킬로미터의 이동 거리를 더해가고 있다. 그 누구보다 앞서 나가는 인도의 경우, 1990년 이후 매년 1,600억 킬로미터의 연간 이동 거리를 더해가고 있다.
1970년과 오늘날 사이에 운전의 전체적인 증가로 미국, 중국, 인도 이 세 나라는 최소 1조 5,000억 리터의 연료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이는 스물네 개의 미시시피강에서한 시간 동안 흐르는 수량에 맞먹는 엄청난 양이다.
.
이 자동차 엔진을 움직이고 저 엔진을 움직이고 또다른 엔진을 움직이기 위해 채워 넣는 미끈거리는 검은 기름에는 또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 나름대로 뻗어나가는 별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를 정확하게 짚자면, 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도 수백만 장을 더 거슬러올라가야 한다. -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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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프 자런 HOPE JAHREN

  다양한 수상경력을 지닌 과학자, 작가, 열정적인 교사이자 75억 인류와 함께 이 행성을 공유하고 있는 지구인,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지구 진화 및 역학 센터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과학예술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하다.

 1969년 미네소타주 오스틴에서 물리학 교수였던 아버지의 딸로 태어났다. 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지질학을 공부했고,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토양과학분야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지아공과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부교수로, 하와이대학에서 정교수로 재직했다. 풀브라이트 상을 세 번 수상했고, 탁월한 역량을 보인 젊은지구물리학자에게 수여하는 제임스 매클웨인 메달을 받았으며,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여성 과학자로서의 삶을 담은 책 《랩걸》은2016년 스미스소니언매거진> ‘최고의 과학책 10‘, 아마존 ‘최고의 책 20‘으로 꼽혔다.

각종 주요 언론 매체의 2017년 보도에 따르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는 노르웨이다. 그곳을 생각하면 기차 철로 건너편의 꽁꽁 얼어붙은 야외 벤치에 앉은 한 남자가 청어를 꺼내 들고 턱수염을 헤치며 먹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노르웨이 인구는 500만 명으로 미국 애틀랜타시 일대의 인구보다도 적은데, 추위 속에서 늦은 시간 오는기차를 기다리는 일만 없다면 나 역시 여기서 꽤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인정한다. - P79

노르웨이 문화에서 살모 살라르Salmo salar 라는 물고기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영어로는 ‘대서양 연어Atlantic salmon 라고 불리고 노르웨이에서는
그저 ‘라크스 Laks‘라고 알려진 살모 살라르는 모든 훌륭한바이킹처럼 갖은 풍상을 겪은 여행자라 할 수 있다. 민물에서 부화해 곤충과 유충을 먹이로 삼는데, 태어난 첫날부터열정적인 사냥꾼이다. 성체가 되면 북해로 향해 오징어와장어, 새우, 청어를 따라다니며 잡아먹고 길이 1미터, 무게45 킬로그램에 이르는 거대한 몸집으로 커진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토르(북유럽 신화에서 전쟁과 농업을 주관하는 천둥의신 - 옮긴이)의 힘과 프레이야(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사랑과 풍요의 여신 - 옮긴이)의 열정을 모두 갖추게 되고, 물살을 헤치고강을 거슬러 올라 다음 세대 탐험가 물고기를 탄생시키기위해 원래의 기원인 민물로 돌아간다. - P81

1990년은 노르웨이뿐 아니라 전 세계 어업에 중요한변곡점이었다. 1990년과 지금 이 순간 사이 전 세계 해산물 생산량은 두 배가 되었는데,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의 양은 변함이 없다. 현재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물고기의 절반이상은 양식장에서 키운 것이다. 이는 지난 50년 동안 인류의 식량 생산 능력이 놀랍게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5장과 6장에서 본 곡류 및 육류 분야의 생산 증가가 어업에서도 일어난 것이다.
- P87

해초로 만든 하이드로콜로이드는 내가 아이였을 때는 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어디서나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의 탄생에 일조했다. 몇 년 동안 누군가가 먹어주기를 기다리고 있는 일련의 음식들 말이다. 개봉되면 이 음식들은 밀폐되었던 그날과 거의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 그 결과 수백 미터만 가면 나오는 편의점과 자동판매기에서 캔디, 케이크, 파이, 도넛 등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1969년 또 다른 화학물질이 발명되어 우리가 먹고 마시는방식이 완전히 바뀌고 말았다. 비타민이나 미네랄, 기타 영양소가 전혀 들어 있지 않고 그저 칼로리뿐인 물질. 그것이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삶을 참을 수 없이 달콤하게 만들어놓았다. - P92

때때로 나는 아버지가 그리워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할정도가 되곤 한다.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지금도 가끔은 너무 힘들어서 아버지가 정말 세상을 떠나셨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아버지는 2016년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와 세 오빠와 내가 병실에서 마지막 순간을 맞은 아버지를 둘러싸고 앉아 있었고, 의사가 기관지에 삽입한 호흡기를 떼어내는 동안 침대로 다가가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숨소리가 점점 불규칙해지더니 마침내 멈추었고, 간호사가마지막으로 심전도 모니터를 끄고 플러그를 뽑으며 눈물을 훔치는 것을 보았다.
- P93

과일과 꿀은 지난 1,000여 년 동안 인간의 음식을 달콤하게 만들어주었다. 중세 시대 상인들은 햇살이 내리쬐는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사탕수수로부터 건조한 형태의 설탕을 정제하고 결정화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나중에는 유럽의 자갈 토양에서 캐낸 사탕무로도 설탕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식탁에서 사용하는 흑설탕, 황설탕, 백설탕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설탕은 수크로스sucrose 라 불리는 정제된 합성물질이다.
양 날개로 나는 나비처럼 설탕은 두 가지 화학물질이결합해 만들어진다. 한쪽 날개는 포도당(글루코스)이고 다른쪽 날개는 과당(프럭토스)이다. 사탕수수 혹은 사탕무로부터정제된 이 ‘나비‘는 미국인들이 1950년대에 2킬로그램들이 봉투째로 사서 집으로 향해 식료품 저장고에 보관하던기본 식품으로, 오늘날의 미국 식습관에서는 더 이상 지배적인 당류 형태가 아니다. - P99

우리가 먹는 음식의 양으로 10퍼센트는 몸속에서 고체 상태의 폐기물로 존재하게 된다. 물론이폐기물은 완전히 변형된 상태로, 먹은 것을 소화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큰 도움을 주는 박테리아를 함유하고 있다. 건강하게 잘 살려면 장 안에 이런 박테리아가 엄청나게 많이 존재해야 하지만, 아주 적은 수라도 박테리아가 입 근처로 올라오면 심하게 아플 수도 있다. 평균적인 성인은 매주 1킬로그램에이르는 대변과 15리터의 소변을 만들어내는데, 이런 노폐물은 만들어진 곳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운반되어 어느정도는 즉시 무독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세인트폴의 30만 주민은 매일 36톤의 대변과 55만리터의 소변을 만들어낸다. 이런 인간의 배설물 양을 가늠하기 위해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익숙한 시각적인 비교법을 이번엔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럴 수가 없을것 같다.  - P107

농장에서 재배된 식재료가 식탁의 포크까지 이어지는 과정에는 음식이 낭비되는 수많은 단계가 있을 것이다.
채소는 너무 크다고 혹은 너무 작다고 거절당하고, 곡물은컨베이어벨트로 운반되는 와중에 쏟아져 내리고, 우유는트럭으로 운반되는 도중 상해버리고, 과일은 진열장에서물러 터지고, 고기는 포장된 채 유통기간을 넘겨버리고, 저너 뷔페 음식 중 남은 것은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더 많이먹을수록 더 많이 버리게 된다. 1970년에 미국인은 매일평균 150그램의 음식을 버렸다. 오늘날 이 수치는 300그램으로 늘어났다. 미국 가정에서 최근 매일 쓰레기 매립지로보내지는 것의 20퍼센트는 먹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음식물이다.
미국 슈퍼마켓의 효율성을 분석한 경영 컨설턴트는트럭 일곱 대중 한 대꼴로 신선 식품이 버려지고 있다고추정했다. 짐 내리는 곳으로 들어간 트럭은 싣고 있던 나무 상자를 내린다. 그 안에 있는, 포장되지 않은 채 담겨 있는 식료품들은 선반에 진열되었다가 나중에 다시 수거되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그 안의 쓰레기는 대형 쓰레기통으로 옮겨진다.  - P111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은 숫자 자체만 보아도 알 수있다. 엄청난 양의 식품이 다가 썩어가지만 그 이상의 문제가 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에는 엄청난 비극이 담겨있다. 매일 거의 10억 명이 배를 곯는 동안 또 다른 10억명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음식을 망쳐버린다. 우리는 먹을 의도가 전혀 없는 음식에 숲과 깨끗한 물과 연료를 걸고 도박을 하는데, 매번 그 도박에서 지고 있다. 우리 입맛에 봉사하기 위해이 지구에서 짧은 시간 머물다 가는 셀 수없이 많은 식물과 동물을 무의미하게 멸종시켜버렸다.
절반쯤 먹다 버린 음식을 쓰레기통에서 발견하면 도대체 왜 우리가 땅을 갈았는가 생각하게 된다. 왜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잡초를 솎아냈을까? 왜 수확기를 몰고 탈곡기를 돌리고 저장고를 채웠을까?  - P112

우리는 이런 노동에 삶을 허비하고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집을 떠나 일을 하고 또 일하고 일하는 것은, 이런 공급의 엄청난 전 세계적 연결을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이루어낸 모든 것의 40퍼센트를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는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은 자라나고 우리 몸은 시들어가고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찾아온죽음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버리기 위한 목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시간을 쓰고 있다. 음식물을 쓰레기 매립지에 던져 넣을 때 우리는 그냥칼로리 덩어리를 던져 넣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른 사람의생명을 던져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풍요에 대한 무자비한 추구에 이끌린 결과, 우리가 공허하고 소모적이고명백한 빈곤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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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약속
로맹 가리 지음, 심민화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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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았다.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

  오래전에 읽은 책을 다시 꺼내서 읽는다. 처음 읽었을 때 '로맹 가리'를 향한 찬탄으로 보이지 않았던 어머니의 조바심과 아들을 향한 기대치가 너무 뚜렷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여러 의미로 ‘엄마‘를 생각한다. - 근래 들어 아니 에르노의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로 오래 앓던 어머니를 보낸 작가를 읽었고, 시몬느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으로 평생을 불화한 엄마를 떠나보내는 작가의 심경을 고스란히 느꼈다.

  여러 버전의 ‘프랑스‘ 또한 생각한다. - 요즘 계속 읽은 책들을 통해 물론 소설들이긴 하지만 '에릭 제거'의 [라스트 듀얼]로 중세 프랑스를, '에밀 졸라'의 [패주]로 프로이센과 전쟁을 치르며 패배하는 1870년대의 프랑스를, [집구석들]로 그 이전 시절의 부르주아의 몰락을, '프랑스와즈 사강'의 [패배의 신호]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려는 자유 영혼들을 만나고 '아니 에르노'의 여러 권의 책을 통해 거기 사는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고 '프랑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으로 근 현대 프랑스의 철학이나 사회성을 엿본 것이 시작이겠지만.

  ˝끝났다. ˝로 시작하는 로맹 가리의 [새벽의 약속]은 ˝나는 살아냈다. ˝로 마무리된다. 장소는 빅서 해안이고, 그 특별한 장소는 곧 어머니다. 자신이 완성한 그 모든 것이(자신까지도 포함해서), 곧 어머니였고 어머니 때문에 가능했다고 로맹 가리는 역설한다.

  영화를 보는 중에도 그렇고 책을 읽으면서도 덩달아 바쁘고 고단했다. 도무지 쉼이 없는 일상의 연속이다. 아무리 프랑스인이라고 가슴 가득 바람을 집어넣고 자세 반듯하게 기립해도 망명자의 고단함이 꾹꾹 눌러찍은 스탬프 도장 같아 짠했다. 진짜들은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진짜처럼 보여야 하는 아류들은 확인받을 무언가가 자꾸 필요한 법이다. 무엇이 그토록 프랑스인으로 되려는 이유가 궁금하기는 했다. 그러나 자식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자신을 몽땅 내던지는 억척스럽고 강인한 우리 주변의 어머니들을 돌아보아도 그 해답은 별로 필요하지 않다. 아들을 향한 과도한 허세와 집념은 아들을 닦아세웠고 어머니가 원하는 아들이 되려고 고군분투하는 시간들로 로맹은 그의 인생을 채웠다. 어머니의 장래희망이 그의 것이 되고, 어머니의 염원이 그의 것이 되어가는 동안 그는 행복했을까? 단지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서만 살았을까? 그런 의문들도 비행 중에도, 잠을 포기하고 매일 밤 글을 쓰는 로맹의 모습은 그것이 무엇이었든 과정은 치열하고 그 치열함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무엇보다도 나 때문에 걱정은 말아라. 나는 늙은 말이야. 이제까지도 견뎠는데, 조금 더 견딜 수 있다. 모자를 벗어보렴. ˝ 나는 모자를 벗었다. 어머니는 내 이마 위에 손으로 십자 성호를 그었다.

  ˝Blagoslavliayou tiebia——너를 축복한다. ˝

  어머니는 유대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기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것이 문제이다. 어떤 언어로 말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문으로 갔다. 우리는 다시 한번 미소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완전히 마음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

  어머니의 용기 안에 있는 어떤 것이 내게로 옮겨와, 내 안에 영원히 남았다. 지금도 어머니의 용기가 내 안에 깃들어 살며, 절망하는 것을 막음으로써 내 인생을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p282.283

  로맹은 몰랐지만 어머니는 이 작별 의식이 마지막임을 알고 있었다. 저 축복의 기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자식한테 보내는 간절한 기원임은 알겠다. 남평에서 젤로 용감하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내 어머니의 용기가 내게로 옮겨오면 좋겠다. 하긴 우유부단한 노름꾼 한량을 남편으로 둔 엄마의 용기가 없었다면 일곱 명의 자식들은 굶어죽었겠지.

  단 한 번도 어머니의 자부심이 되지는 못했어도 오늘의 내 삶은 그분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나는 그분께 빚졌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부탁한 말씀은 완전히는 아니어도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지켜냈다고 오늘은 말할 수 있겠다. '약속'은 중요한 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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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04-28 16: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산 님 진심 어린 솔직담백한 페이퍼 감동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머니에게 빚꾸러기이지요. 새삼 표지의 표제 서체를 다시 보게 됩니다. 불안정한,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한 자락 같은…이방인으로서 안착하기 위해 작가로서 성공한 삶이 주어지길 염원한 어머니에게 약속을 지킨 작가의 품성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도 책도 보았는데 갱스부르의 연기도 그렇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많이 읽으셨네요. 특히 아니 에르노의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관심이 갑니다. 읽어봐야겠어요. 에릭 제거의 “라스트 듀얼”도요.

2022-04-28 18:28   좋아요 0 | URL
지금 읽고 있는 호프 자런의 책에 ˝프레이야˝가 등장했는데... 여기서 뵈니 감동입니다^^ 책도 매번 새롭게 읽힌다는 걸, 깨닫고는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