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목례 애지시선 7
김수열 지음 / 애지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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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삿개에서 

                       김수열

 

그립다,는 말도

때로는 사치일 때가 있다

노을구름이 산방산 머리 위에 머물고

가파른 바다

漁火 점점이 피어나고

바람 머금은 소나무

긴 한숨 토해내는 순간

바다끝이 하늘이고

하늘끝이 바다가 되는 지삿개에 서면

그립다, 라는 말도

그야말로 사치일 때가 있다

 

가날픈 털뿌리로

검은 주검처럼 숭숭 구멍 뚫린

바윗돌 거머쥐고

휜 허리로 납작 버티고 선

갯쑥부쟁이 한 무더기!

                               시집 <바람의 목례> 중에서

                               김수열시인은 198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어디에 선들 어떠랴],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

                                     [바람의 목례], [생각을 훔치다],

                               산문집 [김수열의 책읽기], [섯마파람 부는 날이면]이 있다.

 

 

 

지삿개는 주상절리의 제주 방언입니다.

 

숭숭 구멍 뚫린 검은 현무암 절벽에 피어난 갯쑥부쟁이

한 무더기!에서 치열한 생존을 봅니다.

경배를 올리고 싶은 생...

사는 것은,

견디는 일입니다.

오늘을 사는 그대에게 절 올립니다.

그립다는 말,도 아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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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에 우는 사람 애지시선 14
조재도 지음 / 애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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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에 우는 사람

                                 조재도


슬픔의 안쪽을 걸어온 사람은

좋은 날에도 운다

환갑이나 진갑

아들 딸 장가들고 시집가는 날

동네사람 불러

차일치고 니나노 잔치 상을 벌일 때

뒤꼍 감나무 밑에서

장광 옆에서

씀벅씀벅 젖은 눈 깜작거리며 운다

오줌방울처럼 찔끔찔끔 운다

이 좋은 날 울긴 왜 울어

어여 눈물 닦고 나가 노래 한 마디 혀, 해도

못난 얼굴 싸구려 화장 지우며

운다, 울음도 변변찮은 울음

채송화처럼 납작한 울음

반은 웃고 반은 우는 듯한 울음

한평생 모질음에 부대끼며 살아온

삭히고 또 삭혀도 가슴 응어리로 남은 세월

누님이 그랬고

외숙모가 그랬고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이 그러했을,

그러면서 오늘

훌쩍거리며

소주에 국밥 한 상 잘 차려내고

즐겁고 기꺼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시집 [좋은 날에 우는 사람 (애지 2007)] 중에서

                                시인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청양에서 자랐다.

                                공주사대를 졸업한 후 대천고, 공주농고, 안면중학교에서 근무하였다.

                                 [민중교육]지 사건 (1985), 전교조 결성(1989) 으로 해직되었다가

                                 1994년 복직되어 지금은 온양 신정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시집 [백제시편] [그 나라] [사십 세] [교사일기] 등이 있고

                                 산문집 [내 안의 직은 길] 장편소설 [지난 날의 미래] 동화 [넌 혼자가 아니야]

                                 교육에세이 [일등은 오래가지 못한다] [삶· 사회· 인간· 교육]

                                 시 해설집 [선생님과 함께 읽는 윤동주] 등을 펴냈다.

 

 

좋은 날에 우는 사람, 누군가요?

우리들의 어머니인가요?

이모인가요? 외숙모? 고모???

아하~!! 슬픔의 안쪽을 걸어온 바로 그대!!!

그래요. 그대,

울어도 좋으니

날마다 좋은 날이었으면

울음도

변변찮은 채송화처럼 납작한 울음이라도

세월의 응어리

확 풀리는 좋은 날들이......하고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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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달래는 순서 창비시선 296
김경미 지음 / 창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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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이 나를

                         김경미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

 

장미꽃나무 너무 다정할 때 그러하듯이

저녁 일몰 유독 다정할 때

유독 그러하듯이

 

뭘 잘못했는지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시집 [고통을 달래는 순서] 중에서

                             시인은 198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비망록]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시작.

                             시집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 쓰랴]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 [쉿, 나의 세컨드는]과

                             사진에세이집 [바다, 내게로 오다] [막내] 가 있으며 2005년 노작문학상을 수상.

 

시의 생명은 역설에 있다는 말이 생생해지는 시입니다.

다정한 누구를,

장미의 다정함을,

저녁 일몰의  다정한 시간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으로 읽혀지는.

저도 유독

다정한 이가,

마음결 훈훈한 당신이 좋으니 어쩝니까?

설마!!! 다정이 저를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죽인다 해도

다정한 그대를, 다정한 저녁일몰의 길을 사랑합니다. ^_^;;

그것이 우리들의 숙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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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 - 이근배 시선집 시월 활판인쇄 시선집
이근배 지음 / 시월(十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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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가 보면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시집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 중에서

             시인은 1940년 충남 당진 출생. 196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196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196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으로 [사랑을 연주한 꽃나무], [노래여 노래여], [한강],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종소리는 끝없이 새벽을 깨운다],                

             [달은 해를 물고], [사랑 앞에서는 돌도 운다] 등이 있으며

             육당문학상, 편운문학상, 가람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월하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유심문학상 등을 수상



 

살다가 보면, 살다가 보면……

생각으로만 읽으면 참 무겁게 얹히는 말이고 

살다가 보면, 살다가 보면……

자꾸 소리 내어 읽으면 살가워져서 가볍게

모든 절망을

모든 희망으로 바꾸어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살다가 보면

당신은 지금, 어느 고비쯤을 넘어가고 계시는지요.

살다가 보면,

좋은 날……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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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디 붉은 호랑이 애지시선 2
장석주 지음 / 애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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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한 알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시집 [붉디 붉은 호랑이 (애지 2005)]에서

                          시인은 1954년 충남 논산 출생.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 당선.

                          시집으로 [햇빛사냥], [그리운 나라],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크고 헐렁한 바지], [애인], [붉디붉은 호랑이],

                          [절벽], [몽해항로]등,

                          평론집으로 [한 완전주의자의 책읽기], [비극적 상상력], [문학, 인공정원],               

                          [풍경의 탄생]등,

                          소설로 [낯선 별에서의 청춘], [길이 끝나자 여행은 시작되었다]

                          [세도나 가는 길]등,

                          산문집으로 [비주류 본능], [새벽예찬]등 다수의 저서가 있음.


 

 

대추 한 알,

그를 스쳐간 시간이 그 안에 담겨있습니다.

저게 저절로

저게 저 혼자……. 우리 자신이기도 합니다.

이만큼 살아오는 동안

우리를 스쳐간 시간, 우리를 스쳐간 인연,

오늘의 우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잊고 있어도 우리 안에 우주가 살아있습니다.

단 하루도

단 한 사람도

허투루 보낼 수 없습니다. 

고맙고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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