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목례 애지시선 7
김수열 지음 / 애지 / 200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삿개에서 

                       김수열

 

그립다,는 말도

때로는 사치일 때가 있다

노을구름이 산방산 머리 위에 머물고

가파른 바다

漁火 점점이 피어나고

바람 머금은 소나무

긴 한숨 토해내는 순간

바다끝이 하늘이고

하늘끝이 바다가 되는 지삿개에 서면

그립다, 라는 말도

그야말로 사치일 때가 있다

 

가날픈 털뿌리로

검은 주검처럼 숭숭 구멍 뚫린

바윗돌 거머쥐고

휜 허리로 납작 버티고 선

갯쑥부쟁이 한 무더기!

                               시집 <바람의 목례> 중에서

                               김수열시인은 198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어디에 선들 어떠랴], [신호등 쓰러진 길 위에서],

                                     [바람의 목례], [생각을 훔치다],

                               산문집 [김수열의 책읽기], [섯마파람 부는 날이면]이 있다.

 

 

 

지삿개는 주상절리의 제주 방언입니다.

 

숭숭 구멍 뚫린 검은 현무암 절벽에 피어난 갯쑥부쟁이

한 무더기!에서 치열한 생존을 봅니다.

경배를 올리고 싶은 생...

사는 것은,

견디는 일입니다.

오늘을 사는 그대에게 절 올립니다.

그립다는 말,도 아끼면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