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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날에 우는 사람 ㅣ 애지시선 14
조재도 지음 / 애지 / 2007년 9월
평점 :
좋은 날에 우는 사람
조재도
슬픔의 안쪽을 걸어온 사람은
좋은 날에도 운다
환갑이나 진갑
아들 딸 장가들고 시집가는 날
동네사람 불러
차일치고 니나노 잔치 상을 벌일 때
뒤꼍 감나무 밑에서
장광 옆에서
씀벅씀벅 젖은 눈 깜작거리며 운다
오줌방울처럼 찔끔찔끔 운다
이 좋은 날 울긴 왜 울어
어여 눈물 닦고 나가 노래 한 마디 혀, 해도
못난 얼굴 싸구려 화장 지우며
운다, 울음도 변변찮은 울음
채송화처럼 납작한 울음
반은 웃고 반은 우는 듯한 울음
한평생 모질음에 부대끼며 살아온
삭히고 또 삭혀도 가슴 응어리로 남은 세월
누님이 그랬고
외숙모가 그랬고
이 땅의 많은 어머니들이 그러했을,
그러면서 오늘
훌쩍거리며
소주에 국밥 한 상 잘 차려내고
즐겁고 기꺼운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시집 [좋은 날에 우는 사람 (애지 2007)] 중에서
시인은 1957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청양에서 자랐다.
공주사대를 졸업한 후 대천고, 공주농고, 안면중학교에서 근무하였다.
[민중교육]지 사건 (1985), 전교조 결성(1989) 으로 해직되었다가
1994년 복직되어 지금은 온양 신정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시집 [백제시편] [그 나라] [사십 세] [교사일기] 등이 있고
산문집 [내 안의 직은 길] 장편소설 [지난 날의 미래] 동화 [넌 혼자가 아니야]
교육에세이 [일등은 오래가지 못한다] [삶· 사회· 인간· 교육]
시 해설집 [선생님과 함께 읽는 윤동주] 등을 펴냈다.
좋은 날에 우는 사람, 누군가요?
우리들의 어머니인가요?
이모인가요? 외숙모? 고모???
아하~!! 슬픔의 안쪽을 걸어온 바로 그대!!!
그래요. 그대,
울어도 좋으니
날마다 좋은 날이었으면
울음도
변변찮은 채송화처럼 납작한 울음이라도
세월의 응어리
확 풀리는 좋은 날들이......하고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