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강에 삽을 씻고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1978. 문학사상>




쇠를 치면서 


쇠를 친다
이 망치로 못을 치고 바위를 치고
밤새도록 불에 달군 쇠를 친다
실한 팔뚝 하나로 땀투성이 온몸으로
이 세상 아리고 쓰린 담금질 받으며
우그러진 쇠를 치던 용칠이
망치 하나 손에 들면 신이 나서
문고리 돌쩌귀 연탄집게 칼 낫
온갖 잡것 다 만들던 요술쟁이
고향서 올라온 봉제공장 분이년을
생각하면 오금이 저리다던 용칠이
떡을 치고 싶으면 용두질치며
어서 돈벌어 결혼하겠다던 용칠이
밀린 월급 달라고 주인 멱살 잡고
울분 터뜨려 제 손 찍던 용칠이
펄펄 끓는 쇳물에 팔을 먹힌 용칠이
송두리째 먹히고 떠나버린 용칠이 - P18

용칠이 생각을 하며 쇠를 친다
나 혼자 대장간에 남아서
고향 멀리 두고 온 어머니를 생각하며
식모살이 떠났다는 누이를 생각하며
팔려가던 소를 생각하며
추운 만주벌에서 죽었다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밤새도록 불에 달군 쇠를 친다
떡을 칠 놈의 세상, 골백번 생각해도
이 망치로 이 팔뚝으로 내려칠 것은
쇠가 아니라고 말 못하는 바위가 아니라고
문고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밤새도록
불에 달군 쇠를 친다

<1978. 소설문예> - P19

이곳에 살기 위하여


한밤에 일어나
얼음을 끈다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보라, 얼음 밑에서 어떻게
물고기가 숨쉬고 있는가
나는 물고기가 눈을 감을 줄 모르는 것이 무섭다
증오에 대해서
나도 알 만큼은 안다
이곳에 살기 위해
온갖 굴욕과 어둠과 압제 속에서
싸우다 죽은 나의 친구는 왜 눈을 감지 못하는가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봄이 오기 전에 나는
얼음을 꺼야 한다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나는 자유를 위해
증오할 것을 증오한다

<1978. 미발표> - P24

이제 내 말은


이제 내 말은
나의 슬픔도 그대의 설움도
잠재우지 않는다
바람이 바람을 잠재우지 않고
슬픔이 슬픔을 잠재우지 않는다
슬픔을 위한 말,
슬픔을 꾸미는 말,
모든 어둠의 下手人인
슬픔에 봉사하는 말,
그대와 나의 가장 깊은 곳에 회오리치던
슬픔의 찌꺼기인 눈물도
나의 것이 아니다 이제 내 말은
슬픔을 알아버렸다
가슴 쥐어뜯는 사랑도
이별도 알아버렸다
내 말은 허공을 떠돌지 않고
내 말은 죽지 꺾인 물새처럼 - P30

바다로 가서 혼자 울지 않는다
이제 내 말은
더 이상 슬퍼하지 않는다

<1977. 문학과지성> - P31

아버님 말씀


학생들은 돌을 던지고
무장경찰은 최루탄을 쏘아대고
옥신각신 밀리다가 관악에서도
안암동에서도 신촌에서도 광주에서도
수백 명 학생들이 연행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피 묻은 작업복으로 밤늦게
술취해 돌아온 너를 보고 애비는
말 못하고 문간에 서서 눈시울만 뜨겁구나
반갑고 서럽구나
평생을 발붙이고 살아온 터전에서
아들아 너를 보고 편하게 살라 하면
도둑놈이 되라는 말이 되고
너더러 정직하게 살라 하면
애비같이 구차하게 살라는 말이 되는
이 땅의 논리가 무서워서
애비는 입을 다물었다마는
이렇다 하게 사는 애비 친구들도 - P38

평생을 살붙이고 살아온 늙은 네 에미까지도
이젠 이 애비의 무능한 경제를
대놓고 비웃을 줄 알고 더 이상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구나
그렇다 아들아, 실패한 애비로서
다 늙어 여기저기 공사판을 기웃대며
자식새끼들 벌어 먹이느라 눈치 보는
이 땅의 가난한 백성으로서
그래도 나는 할 말은 해야겠다
아들아, 행여 가난에 주눅 들지 말고
미운 놈 미워할 줄 알고
부디 네 불행을 운명으로 알지 마라
가난하고 떳떳하게 사는 이웃과
네가 언제나 한몸임을 잊지 말고
그들이 네 힘임을 잊지 말고
그들이 네 나라임을 잊지 말아라
아직도 돌을 들고
피 흘리는 내 아들아

<1977.미발표> - P39

맨주먹


손을 들여다본다
보아도, 눈 씻고 보아도 낯선 손바닥
흠집에 기름투성이
이 손이 잡을 것은 무엇인가
일을 해도 일을 해도
내 손은 빈손
찬바람이 손가락을 빠져나갈 뿐
두 손으로 얼굴을 거머쥐어도
바람은 내 얼굴에 모래를 뿌린다
나는 안다
이 추운 겨울밤
뭇사람을 비탄에 떨게 한 바람이
어떻게 한 사람의 높은 담을 치솟게 하고
한 사람의 음험한 웃음소리가 어떻게
타인을 맨주먹 쥐게 하는가

<1975. 창작과비평> - P66

너를 부르마


너를 부르마
불러서 그리우면 사랑이라 하마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아도
내 가장 가까운 곳
나와 함께 숨쉬는
空氣여
시궁창에도 버림받은 하늘에도
쓰러진 너를 일으켜서
나는 숨을 쉬고 싶다
내 여기 살아야 하므로
이 땅이 나를 버려도
空氣여, 새삼스레 나는 네 이름을 부른다
내가 그 이름을 부르기 전에도
그 이름을 부른 뒤에도
그 이름을 잘못 불러도 변함없는 너를
자유여

<1975. 창작과비평> - P67

답청


풀을 밟아라
들녘엔 매맞은 풀
맞을수록 시퍼런
봄이 온다
봄이 와도 우리가 이룰 수 없어
봄은 스스로 풀밭을 이루었다
이 나라의 어두운 아희들아
풀을 밟아라
밟으면 밟을수록 푸른
풀을 밟아라

<1974. 세대>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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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마스크


세상에서 가장 기쁘고
즐거운 날이 죽는 날이구나
죽고 사는 것이 물소리 같구나
나는 이제 잠과 죽음을 구분하고
나무와 숲을 구분하고
바다와 파도를 구분하고 사는구나
죽음은 용서가 아니라 용서이구나
사랑은 용서의 심장과 함께 사는구나
나는 살아 있는 동안
진실을 말할 용기를 지니지 못하고
만년필에 피의 잉크를 넣지도 못하고
늘 빈 밥그릇을 들고 서 있었지만
나의 데스마스크에 꽃이 피면
그 꽃에 당신만은
입맞춤 한번 해주길 바란다

벗에게


내 죽어 범어천 냇가의 진흙이 되면
그 흙으로 황소 한마리 만들어
가끔 그 소를 타고 우리집에 가주렴
우리집 꽃밭에 수선화는 아직 피는지
남향받이 창가에 놓아둔 춘란이
아직도 꽃을 피우지 않고 애태우는지
대문 곁 우물가 높은 감나무 가지 위에
새들은 날아와 나를 기다리는지
병든 노모는 오늘도 진지를 잘 드셨는지
가끔 가서 살펴봐주렴
내 죽어 범어천 개울가의 진흙이 되어
얼음장 밑으로 졸졸졸
봄이 오는 소리를 내고 있으면

마지막 부탁


나의 발에도 편자를 박아다오
이제 내 발굽은 다 닳아 연약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먼동이 틀 때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야 할
광야의 지평선이 남아 있다

나의 목에도 맑은 말방울을 달아다오
설산 위로 떠오른 초승달을 뒤로하고
티베트의 협곡을 묵묵히 걸어가는 노새처럼 나에게는 아직 오체투지하며 넘어가야 할
슬픔의 산맥이 남아 있다

나의 등에도 쌍봉낙타처럼 봉우리를 달아다오
내 등허리에 짊어진 짐은 갈수록 무거워지지만
사막의 어두운 경사면을 걸어가는 낙타처럼 나에게는 아직 모래가 되어 걸어가야 할
눈물의 사막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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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어느 산 밑
허물어진 폐지 더미에 비 내린다
폐지에 적힌 수많은 글씨들
폭우에 젖어 사라진다
그러나 오직 단 하나
사랑이라는 글씨만은 모두
비에 젖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다

나무 그림자


햇살이 맑은 겨울날
잎을 다 떨어뜨린 나무 한그루가
무심히 자기의 그림자를 바라본다

손에 휴대폰을 들고 길을 가던 사람이
자기 그림자를 이끌고
나무 그림자 속으로 걸어들어가 전화를 한다

무슨 일로 화가 났는지 발을 구르고
허공에 삿대질까지 하며
나무 그림자를 마구 짓밟는다

나무 그림자는 몇번 몸을 웅크리며
신음소리를 내다가
사람을 품에 꼭 껴안고 아무 말이 없다

싸락눈


나는 싸락눈도 너무 아프다
내가 늘 기다리는 사람과 함께 내리는
내가 늘 그리워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내리는 내가 미워한 사람도 이별한 사람도
꼭 한사람씩 데리고 내리는
어떤 때는 내가 용서해야 할 사람과
내가 용서를 청해야 할 사람과 함께 내리는
싸락눈도 너무 아프다




사다리를 타고 지붕 위에 올라가
사다리를 버린 사람은 별이 되었다
나는 사다리를 버리지도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하고
엄마가 밥 먹으러 오라고 부르시는데도
지붕 위에 앉아
평생 밤하늘 별만 바라본다

수선화를 기다리며


수선화가 피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겨우내 불을 켜두고
문을 열어둔 채 너무 멀리 나왔다
수선화의 연노란 향기가
수의처럼 나를 감싸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 불을 꺼야 한다
대문을 닫고
우물을 파묻고
고요히 홀로
수선화의 뿌리 속으로 걸어들어가
아름다운 인간의 구근이 되어
기다려도 오지 않는 봄을 또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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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슬픔의 나무


살아서는 그 나무에 가지 못하네
그 나무 그늘에 앉아 평생 쉬지 못하네
그 나무에 핀 붉은 꽃도 바라보지 못하고
그 나무의 작은 열매도 먹지 못하네
내 한마리 도요새가 되어 멀리 날아가도
그 나무 가지 위에는 결코 앉지 못하네
나는 기다릴 수 없는 기다림을 기다려야 하고 용서할 수 없는 용서를 용서해야 하고
분노에 휩싸이면 죽은 사람처럼 죽어야 하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다 받아들여야 하네 그래야만 죽어서는 그 나무에 갈 수 있다네
살아 있을 때 짊어진 모든 슬픔을
그 나무 가지에 매달아놓고 떠나갈 수 있다네

적멸에게


새벽별들이 스러진다
돌아보지 말고 가라
별들은 스러질 때 머뭇거리지 않는다
돌아보지 말고 가라
이제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제 다시 보고 싶은 별빛도 없다
아지랑이 이는 봄 하늘 속으로
노고지리 한마리 한순간 사라지듯
삼각파도 끝에 앉은 갈매기 한마리
수평선 너머로 한순간 사라지듯
내 가난의 적멸이여
적멸의 별빛이여
영원히 사라졌다가 돌아오라
돌아왔다가 영원히 사라져라

미소


부디
반가사유상처럼 미소 지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 위를 걸을 때나
바다에 넘어져 다시 일어나 흐느낄 때나
거친 삼각파도 위에 반가사유상처럼 고요히 앉은 자세로
평생에 단 한번
세상의 너와 나를 생각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턱을 손에 괴고 눈을 아래로
낮은 데로 더 낮은 데로
저 땅 아래에서 물 아래에까지 내려가
인간의 낙엽으로 다시 썩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너를 향한 내 인간의 자세가
너를 향한 내 인생의 미소가

손을 흔든다는 것


잘 있어라
눈빛은 차마 너를 보지 못하고
잘 가거라
마른침을 삼키며
호스피스 병동 병실에 누워
마지막으로 너를 향해
손을 흔든다는 것
창가의 어린 나뭇가지를 향해
나뭇가지에 앉은 흰 눈송이를 향해
차마 슬프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천천히 손을 흔든다는 것
인간이 인간에게 마지막으로
말없이 손을 흔든다는 것
그것은 풀잎이 땅을 흔든다는 것
별들이 밤하늘을 흔든다는 것
그래도 어디에서든
그 어느때든
다시 만나자는 것

여행가방


너는 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니
언제까지 여기에 머물려고 그러니
이곳은 더이상 머물 곳이 아니야
어머니는 떠나시려고 하는데
아버지는 이미 떠나셨는데
너는 도대체 누굴 만나려고
머뭇거리고만 있는 거니
그동안 내가 무거웠다면
얼마든지 가벼워질 수 있어
떠나가는 동안에 가끔 노래도 부르고
배고프면 컵라면 하나 사 먹고
잠시 풀잎 위에 머무는 바람이 되면 돼
그동안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내 너를 위해 떠났지만
이젠 네가 나를 위해 떠나야 할 때야
제발 나를 이곳에 처박아두지 말아줘
떠나지 않으면 여행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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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언에 대한 사랑으로 부드러워지고 롬니의 소식으로 누그러진 오로라는 마침내빅토리아 시대의 청중에게 ‘예술은 소중하다. 그러나 특히 여자에게는 사랑이 더 소중하다‘고 인정한다.


예술은 천국을 상징한다. 그러나 사랑은 신이며
천국을 만든다. 나, 오로라, 갱도에서 추락한 나는 다른 여자들처럼 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을 믿는 단순한 여자, 그리고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의 권리를 소유한
그리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신을 만족시키는 것으로 만족하는. 나는 분석하고
맞서고 질문해야 한다. 마치 파리 한 마리가
어떤 햇빛 아래서도 몸을 덥히지 않기로 결심했던 것처럼
해가 절정에 이를 때까지 - P978

옛 체계는 갱신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때를 향해 개개인의 새로운 가슴은 빠르게 뛰어야 하며, 그런 가슴들이 늘어나
다수가 되어 인류의 새로운 왕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로부터 발전하여 동시에 새로운 교회, 새로운 경제,
자유를 인정하는 새로운 법이, 잘못을 배제하는
새로운 사회가 나올 것이다.
그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리라.


신성한 가부장이 인간 가부장과 그의 협력자의 도움을 받아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 것‘이라는 사실을 통해 위 인용은 배럿브라우닝의 구도 안에서 모든 것이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며 만들어질 것이라는, 더 놀라운 사실을 끝까지 숨기지 않고 있다.
에밀리 디킨슨은 ‘그 외국 여자‘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을 처음 읽었을 때 ‘정신의 개조‘를 경험했다고 썼다. 디킨슨은 『오로라 리』의 결론을 읽고 자기를 포기하는 굴종의 베일 뒤에 감 - P981

추어진 사회 변화에 대한 낭만주의적 열망을 감지했음에 틀림없다." 그녀는 또한 이 시의 끝에서 해가 떠오를 때 오로라 리가 본 천상의 도시는 결국 오로라의 것이지 눈먼 롬니가 볼 수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틀림없이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 도시는 빛나는 도시 새 예루살렘이기 때문이다. 오로라 리의 가슴속 ‘열기와 과격성‘이 아무리 길들여진다 해도 그 서광 같은 불길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배럿 브라우닝이 사방으로 ‘여성 선배들‘을 찾아다녔고, 그녀 자신이 영국과 미국을통틀어 모든 현대 여성 시인들의 조상이 되었다는 것은 의심의여지가 없다. 분명 브라우닝은 에밀리 디킨슨의 정신적 어머니였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에밀리 디킨슨은 브라우닝의 타협을 거부했다. 그러나 그녀는 브라우닝의 ‘통찰적 시선‘에 매번 영감을 받았고, 바로 그 시선을 통해 시를 쓸 때 여성 시인을 괴롭히는 ‘문제‘를 해결했다. - P982

북아메리카 토착민들 사이에서 [...] 여자의 독신 생활은 [...] 다음의 경우에 허용되었다. [...] 젊었을 때 자신이 태양과 약혼했다고 생각한 여자 그녀는 외딴곳에 자신의 오두막을 짓고, 그곳을 자기 결혼의 표상과 독립 생활을 위한 도구로 채웠다. 그곳에서 그녀는 혼자 힘으로,
자신이 서약한 약혼에 충실히 임했다.
모든 민족이 태양과 약혼한 것처럼 살았던 여자는 묵인했다. 그녀가 성인이 되면 그녀의 청춘을 아름답게 꽃피운 빛이 그녀를 후광으로감싸리라고, 우리는 믿는다.
-마거릿 풀러

팔린 로맨스는 어떤 것이든
그 개인을 정독하는 것만큼 사람을 매혹시킬 수 없으리 ㅡ
그것은 허구의 몫 ㅡ그럴듯함으로 희석시키는 것은
우리의 소설ㅡ믿을 수 있을 만큼
작을 때 ㅡ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에밀리 디킨슨

에밀리 디킨슨은 장시를 한 편도 쓰지 않았고 산문이나 소설, 로맨스도 쓰지 않았다. 바로 이 사실 때문에 동시대 성공한 여성들과 비교할 때 디킨슨이 더없이 두드러진다.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과 크리스티나 로세티만 해도 우리가 여성 서정시의 ‘문제‘로 규정한 것을 해결하려 하면서 예술에 대한 여성의 불안을 극화하고 거리를 둔 채 서사 안에 서정시적 폭발을 안전하게 (말하자면 주제넘지 않게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로세티의 가장 성공적인 두 작품은 「도깨비 시장」과 「집에서 가정으로」이고, 이 둘 다 본질적으로 여자들이 오랫동안 산문으로 써왔던 고딕 로맨스다(「도깨비 시장」의 운문은 「성 아그네스의이브」보다 마더 구스 동요집과 훨씬 더 비슷하다), 배럿 브라우닝은 오로라 리』 같은 대규모 서사시를 구상하던 시기, 처음에는 로세티보다 자기주장이 더 강했다. 하지만 브라우닝 자신 - P984

이 이 작품을 소설-시로 묘사함으로써 작품의 길이에 비해 그작품이 품을 수 있는 야심은 약화되어버린다. 약강격의 오보격형식으로 쓴 『제인 에어』는 전통 서사시였다면 보였을 장엄함이 훨씬 덜하다. 서사시란 본래 워즈워스의 『서곡이나 밀턴의『실낙원처럼 ‘인간‘을 ‘신‘에 관련시킨다는 우주적 목표를 내포하지만, 『오로라 리는 여느 풍속소설처럼 여자를 남자에 관련시킬 뿐이다. 사실 매우 신비해 보이는 오로라와 롬니의 약혼도(어쨌든 표면상으로는 ‘그는 오로지 신을 위해, 그녀는 롬니안의 신을 위해‘라는 [『실낙원] 4편 299행] 밀턴의 위계질서를해명하기 위해 고안된 것처럼 보인다.
시서치 - P985

다시 말해 디킨슨의 삶 자체가 일종의 소설이고 이야기였다. 이 창의적인 시인은 정확하게 손에 잡히는 복장의 도움을 받아 비상하게 복잡한 일련의 책략을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예술에 대한 불안과 여성의 종속에 대한 분노 둘 다를 재연하고 결국 해결했다. 디킨슨의 간결하고 폭발적인 시들은 어떤 의미에서 허구적 인물의 대사다. 그녀가 히긴슨에게 말했듯 ‘내가 시에서 대리인을 통해 나 자신을 말할 때 그것은 (나를 의미하지 않고) 가상의 사람을 가리킵니다." 사실상 정교한 극적 독백으로 이해되는 디킨슨의 시는 확장된 소설 속 ‘대화‘이며, 소설의 주제는 가상 인물의 삶이다. - P986

실제로 디킨슨에게 예술이란 포에시스-만들기보다 미메시스-행동하기였는데, 이는 그녀가 의식조차 사색적이기보다 연극적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토머스 존슨이 1863년경 디킨슨이 썼다고 추정한 아래의 시는 히긴슨에게 보낸 편지보다 훨씬 더 상세하게 이 점을 밝혀준다.


극의 가장 생생한 표현은 일상이다
우리 주변에서 떠오르고 지는ㅡ
다른 비극은

암송으로 사라진다ㅡ
이것이ㅡ최상의 공연
청중이 흩어지고
관람석이 닫혔을 때ㅡ

‘햄릿‘은 자신에게 햄릿이었을 것이다ㅡ 셰익스피어가 쓰지 않았다면ㅡ - P990

‘로미오‘는 자신의 줄리엣에 대 어떤 기록도 남기지 않았지만,

그것은 무한하게 공연되었다
인간의 가슴에서ㅡ 오로지 극장만이 기록했다
소유주가 문 닫을 수 없는ㅡ [J741편]


인생은 연기이며, 예술은 내면의 무대에서 공연된 장면이 외부로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작가와 그녀의 인물들은 하나다.
그들은 한 명의 ‘가상의 사람‘이거나 더 정확히는 일련의 그런 사람들로서, 낭만주의적 드라마나 (이장 첫머리에 인용한 디킨슨의 시가 암시하듯) 믿을 수 없는 거대한 ‘소설‘에서 ‘믿을수 있을 만큼 작을 때 /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상호작용한다. - P991

그녀는 그의 요구에 일어섰다ㅡ그녀 삶의
장난감들을 떨어뜨리고
여자의, 그리고 아내의ㅡ
명예로운 일을 잡기 위해서
새로운 날에 그녀가 잃어버린 무언가가 있다면
품위나 경외ㅡ
또는 최초의 전망ㅡ또는 금
사용하여 닳아버린

그것은 말해지지 않은 채 놓여 있다ㅡ바다가
진주와 해초를 만들어내지만,
단지 바다만ㅡ알고 있듯이
그들이 살고 있는 깊은 곳은ㅡ[] 732편] - P994

나는 ‘아내‘다ㅡ나는 끝냈다 그ㅡ
다른 상태를ㅡ
나는 황제다ㅡ나는 이제 ‘여자‘다ㅡ 그래서 더 안전하다ㅡ

이 부드러운 일식 뒤에서ㅡ 소녀의 삶은 얼마나 이상해 보이는가
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ㅡ이제ㅡ
지상이 그렇게 느껴지리라
이것이 편안하니ㅡ그러니까

그 다른 것은ㅡ고통이었다ㅡ 그러나 왜 비교하지?
나는 ‘아내‘다! 거기서 그만!
[] 199편] - P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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