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부탁
나의 발에도 편자를 박아다오
이제 내 발굽은 다 닳아 연약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먼동이 틀 때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가야 할
광야의 지평선이 남아 있다
나의 목에도 맑은 말방울을 달아다오
설산 위로 떠오른 초승달을 뒤로하고
티베트의 협곡을 묵묵히 걸어가는 노새처럼 나에게는 아직 오체투지하며 넘어가야 할
슬픔의 산맥이 남아 있다
나의 등에도 쌍봉낙타처럼 봉우리를 달아다오
내 등허리에 짊어진 짐은 갈수록 무거워지지만
사막의 어두운 경사면을 걸어가는 낙타처럼 나에게는 아직 모래가 되어 걸어가야 할
눈물의 사막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