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삶일까?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나를따돌릴 것이다. 그것을 붙잡는 또 다른 방법은 살아가는 것이리라. 하지만 꿈들은 나를 무의식의 늪에 빠뜨리는 현실보다 더 완전하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뭘까? 사는 것? 아니면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아는 것? 몹시도순수한 말들, 작은 크리스털 방울들. 나는 촉촉이 반짝이는 형상이 내 안에서 뒹구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 내가 말해야 하는 것은 어디 있을까? 내게 영감을 달라. 나는 거의 모든 것을 갖고 있으니, 나는 본질을 기다리는 틀을 갖고 있으니, 그런데 겨우 그게 내 전부라고? 자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 몸과 영혼을 유익케 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몸과 영혼으로 나누어 써야 할까? 아니면 자기 내면의 힘을 저 바깥의 힘으로 치환해야할까?  - P107

나는 계속해서 조용히 숨을 쉬었고, 내 몸은 공중에 따스하고 반투명한 웅웅거림으로 남은 마지막 소리 속에서 여전히 진동하고 있었다. 그 순간은 너무 완벽해서, 나는 두렵지 않았고 무언가에 감사하지도 않았으며, 신이라는 관념에 이끌리지도 않았다. 나는 이제 죽고 싶다고, 내 안에서 해방된, 고통 이상의 무언가가 외쳤다. 이 다음에 이어질 순간은 더 낮고 공허할 터였다.
나는 위로 오르고 싶었으니, 오직 하나의 끝과도 같은 죽음만이 내리막 없는 절정을 안겨 줄 터였다. 주위의 사람들이 일어나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연약하고 창백한 모습으로, 출구로 걸어갔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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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혼자였다. 그는 주목받지 못했으며, 행복했고, 삶의 야성적 핵심 가까이에 있었다."
제임스 조이스-

"He was alone. He was unheeded, happy, and near to the wild heart of life."
-James Joyce-

편집자 주

위에서 언급된 문장은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등장한다. 리스펙토르의 데뷔작 제목은 이 문장의 ‘near to the wild heart‘라는 구문을 그대로 옮긴것이다. 이 제목은 리스펙토르의 친구이자 작가인 루시우 카르도주가 제안한 것이었는데, 그때까지 조이스를 읽어 본 적이 없었던 리스펙토르는 작품의 맥락보다는 나열된 단어들이 주는 인상에 매료되어 이 제목을 받아들였다.
리스펙토르가 데뷔작에 담은 메시지 중 하나는 언어를 넘어선 심상의 세계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진실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어들의 관습에 도전하고, 낯설게 하고, 거기서 예측할 수 없는 이미지를 탄생시키곤 한다. 본 작품의한국어판 제목 역시 그러한 특성을 반영했다. 즉, 주로 ‘야성의 중심(핵심) 가까이‘
정도로 번역되는 한국어 번역의 관례를 따르지 않고 ‘wild heart‘를 ‘야생의 심장‘이라는 이미지로 변형시킨 것이다.

아버지의 타자기 소리가 탁탁...... 탁탁탁...... 이어졌다. 시계가 먼지 없는 뎅그랑 소리로 깨어났다. 정적이 잠잠잠잠잠잠 이어졌다. 옷장은 뭐라고 말했지? 옷- 옷- 옷. 아니, 아니야. 시계와 타자기와 정적사이에는 귀가 하나 있다. 듣는, 커다란, 분홍빛, 죽은귀. 세 가지 소리는 햇빛과 반짝이는 작은 나뭇잎들의바스락거림으로 이어져 갔다.
그녀는 반짝이는 차가운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이웃집 마당을, 저- 죽을- 줄- 모르는- 암탉들의 커다란 세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단단히 다져진 따스한 흙, 그 흙의 몹시도 향기롭고 건조한 냄새를 마치 바로 코밑에 있는 것처럼 맡을 수 있었고, 지렁이 한두 마리가사람들이 잡아먹을 암탉에게 잡아먹히기 전에 기지개 - P12

를 켜는 걸, 저절로, 그냥 알아차렸다.
커다랗게 텅빈 고요의 순간.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기다렸다.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공백. 그러더니 갑자기 그날의 태엽이 감기면서 모든 것이 위잉 되살아나, 타자기가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고, 아버지의 담배가 연기를 피우고, 정적이, 작은 나뭇잎들이, 알몸의 닭들이, 빛이, 물건들이 끓는 주전자처럼 다급하게 활기를 띠었다. 빠진 건 너무도 예쁜 시계의 뎅그렁거림뿐이었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그 시계 소리와 존재하지않는 리드미컬한 음악이 들리는 것처럼 가장하고는 발끝으로 섰다. 날아가듯 가볍고 빠른 춤 스텝을 세 번 밟았다. - P13

그녀는 이미 인형 옷을 입히고, 벗기고, 인형이 파티에가서 다른 모든 딸들 사이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상상을 했었다. 아를레치는 파란 차에 치어 죽었다. 그 다음엘 요정이 나타나 그녀를 도로 살려 냈다. 딸과 요정과파란 차는 주아나 자신이었고, 그렇지 않았다면 그 놀이는 따분했을 것이다. 그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어면 등장인물이 집중 조명을 받는 순간에 그 역할을 자기 자신에게 맡기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냈다. 그녀는침묵 속에서 양팔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진지하게 임했다. 아를레치 역할을 하기 위해 아를레치 가까이로 갈필요는 없었다. 그녀는 멀리서도 사물을 소유했다.
그녀는 판지 쪼가리들을 갖고 놀았다. 그녀는 잠시 그것들을 바라보았고, 판지 쪼가리 하나하나가 학생이었다. 주아나는 선생님이었다. 어떤 학생은 착하고 어떤 학생은 나빴다. 그래, 그래, 그래서 뭐? 이제 이제 이제 뭐? 그리고 그녀가 …… 기다릴 때면 항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P15

악은 나의 소명이라는 확신, 주아나는 생각했다.
억눌린 힘. 눈을 질끈 감은 채, 야수 같은 무모한자신감을 통해, 폭력으로 터져 나올 준비를 마친 그 억눌린 힘을 모조리 발산하고 싶은 갈망을 달리 어떻게설명할 수 있을까? 오직 악 안에서만 공기와 허파를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두려움 없이 숨을 쉴 수 있지 않았던가? 내겐 기쁨 그 자체도 악만큼 큰 기쁨을 주진못했어, 그녀는 놀라며 생각했다. 그녀는 모순들과 이기심과 활기로 넘실대는, 자기 안의 완전한 짐승을 느꼈다. - P21

자책하지 마. 이기심의 근본을 탐구해 봐: 내가 아닌 것은 내 흥미를 끌 수 없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넘어선 존재가 될 수는 없다ㅡ그럼에도 나는 정신이 혼미하지 않을 때에도 자신을 초월하며, 따라서 나는 거의 늘 나 자신을 넘어서 있다ㅡ. 내겐 몸이 있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내 시작으로부터 이어진 것들이다. 마야 문명이 나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면 그건 내 안에 그 얕은 돋을새김 조각들과 관련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서 나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데, 왜냐하면 그것들이 태어난 원인을 미처 자각하지 못한 내가 나도 모르게 아주 중요한 것을 짓밟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의 가장 위대한 겸허함이다, 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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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향

이호철


하룻밤 신세를 진 화찻간은 이튿날 곧잘 어디론가 없어지곤 했다. 더러는 하룻저녁에도 몇 번씩 이 화차 저 화차 자리를 옮겨 잡아야 했다.
자리를 잡고 누우면 그런대로 흐뭇했다. 나이 어린 나와 하원이가 가운데, 두찬이와 광석이가 양 가장자리에 눕곤 했다.
이상한 기척이 나서 밤중에 눈을 떠보면, 우리가 누운 화찻간은 또화통에 매달려 달리곤 하였다.
"야야, 깨깨, 빨릿......"
자다가 말고 뛰어내려야 했다. 광석이는 번번이 실수를 했다. 화차가는 쪽으로가 아니라 반대쪽으로 뛰곤 했다. 내리고 보면 초량 제4부두 앞이기도 했고 부산진역 앞이기도 했다. 이 화차 저 화차 기웃거리며 또다른 빈 화차를 찾아들어야 했다.
"아하, 이 노릇이라구야 이건 견디겐."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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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손창섭


이렇게 비 내리는 날이면 원구의 마음은 감당할 수 없도록 무거워지는 것이었다. 그것은 동욱 남매의 음산한 생활 풍경이 그의 뇌리를 영사막처럼 흘러가기 때문이었다. 빗소리를 들을 때마다 원구에게는 으레 동욱과 그의 여동생 동옥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그들의 어두운 방과 쓰러져가는 목조건물이 비의 장막 저편에 우울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비록 맑은 날일지라도 동욱오뉘의 생활을 생각하면, 원구의 귀에는 빗소리가 설레고 그 마음 구석에는 빗물이 스며 흐르는 것같았다. 원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동욱과 동옥은 그 모양으로 언제나비에 젖어 있는 인생들이었다.
동욱의 거처를 왕방하기 전에 원구는 어느 날 거리에서 동욱을 만나 저녁을 같이한 일이 있었다. 동욱은 밥보다도 먼저 술을 먹고 싶어했다.
술을 마시는 동욱의 태도는 제법 애주가였다. 잔을 넘어 흘러내리는 한방울도 아까워서 동욱은 혀끝으로 잔굽을 핥았다.  - P249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돌아서는 원구의등에다 대고, 중요한 옷가지랑은 꾸려가지고 간 모양이니 자살할 의사는 없었음이 분명하고, 한편 병신이긴 하지만 얼굴이 고만큼 반반하고서야 어디가 몸을 판들 굶어죽기야 하겠느냐고 주인 사나이는 지껄이는 것이었다. 얼굴이 고만큼 반뱐하고서야 어디 가 몸을 판들 굶어죽기야 하겠느냐는 말에 이상하게 원구는 정신이 펄쩍 들어, 이놈 네가 동옥을 팔아먹었구나, 하고 대들 듯한 격분을 마음속 한구석에 의식하면서도 천근의 무게로 내리누르는 듯한 육체의 중량을 감당할 수 없어 그는 말없이 발길을 돌이키었다. 이놈, 네가 동옥을 팔아먹었구나, 하는 흥분한 소리가 까마득히 먼 곳에서 자기를 향하고 날아오는 것 같은 착각에 오한을 느끼며 원구는 호박넝쿨 우거진 밭두둑길을 앓고 난 사람모양 허전거리는 다리로 걸어나가는 것이었다. - P265

오발탄

이범선


계리사 사무실 서기 송철호는 여섯시가 넘도록 사무실 한구석자기 자리에 멍청하니 앉아 있었다. 무슨 미진한 사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장부는 벌써 접어치운 지 오래고 그야말로 멍청하니 그저 앉아 있는 것이었다. 딴 친구들은 눈으로 시곗바늘을 밀어올리다시피 다섯시를 기다려 휘딱 나가버렸다. 그런데 점심도 못 먹은 철호는 허기가 나서만이 아니라 갈 데도 없었다.
"송선생은 안 나가세요?"
이제 청소를 해야 할 테니 그만 나가달라는 투의 사환애의 말에 철호는 다 낡아빠진 해군 작업복 저고리 호주머니에 깊숙이 찌르고 있던 두손을 빼내어서 무겁게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나가야지."
하품 같은 대답이었다. - P275

운전수가 힐끔 조수애를 쳐다보았다.
"그런가봐요
"어쩌다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렸어. 자기 갈 곳도 모르게."
운전수는 기어를 넣으며 중얼거렸다. 철호는 까무룩 잠이 들어가는 것 같은 속에서 운전수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멀리 듣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들 구실, 남편 구실, 애비 구실, 형 구실, 오빠 구실, 또 계리사 사무실 서기 구실. 해야 할 구실이 너무 많구나. 그래 난 네 말대로 아마도 조물주의 오발탄인지도 모른다. 정말 갈 곳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지금 나는 어디건 가긴 가야 한다.……
철호는 점점 더 졸려왔다. 다리가 저린 것처럼 머리의 감각이 차츰없어져갔다.
"가자!"
철호는 또 한번 귓가에 어머니의 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며 푹 모로쓰러지고 말았다.
차가 네거리에 다다랐다. 앞에 교통신호대에 빨간불이 켜졌다. 차가섰다. 또 한번 조수애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어디로 가시죠?"
그러나 머리를 푹 앞으로 수그린 철호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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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글을 쓰는가? 그건 무엇보다도 내가 언어의 혼을 포착했기 때문이며, 바로 그 이유로 가끔 형식이 내용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나는 그 북동부 여자를위해서가 아니라 ‘불가항력‘이라는 중대한 원인 때문에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마치 사람들이 공문서 속에서
"법적 강제‘라는 표현을 쓸 때처럼.
그렇다, 나의 힘은 고독에 있다. 나는 폭우나 거센 돌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 자신도 밤의 어둠이니까. 어둠? 옛 여자 친구가 떠오른다: 그녀는 경험이 많았고, 그 몸에는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그녀를 결코 잊을 수 없다: 같이 잔 사람은 잊지 못하는 법이다.
그런 일은 살아 있는 육신에 불꽃 모양의 문신으로 남으며, 그 낙인을 보면 모두들 겁에 질려 달아난다. - P29

나는 방금 그 북동부 여자에 대한 글을 쓰면서 두려움에 젖었다. 문제는 나는 어떻게 쓰는가? 내가 영어와 프랑스어를 귀로 배웠던 것처럼 글도 귀로 쓰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작가로서 갖추고 있는 조건은? 나는 굶주리는 사람들보다는 돈이 많으며, 그것 때문에 어쩐지 정직하지 못한 상태가 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할 때만 거짓말을 한다. 글을 쓸 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또 뭐가 있지? 그래, 나는 특정 사회계층에 속하지 않은 열외자다. 상류층은 나를 기이한괴물로 여기고, 중류층은 내가 그들의 안정을 흔들까봐 걱정하며, 하류층은 내게 접근조차 하지 않는다.
아니, 글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돌을 깨는것만큼 어렵다. 불꽃과 파편이 번득이는 칼날처럼 날아다닌다. - P30

생각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어서, 그녀는 생각이란 걸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올림피쿠는 생각을 할 뿐 아니라 멋진 말들도 쓸 줄 알았다. 그녀는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자신을 ‘아가씨‘라고 불렀던걸 잊을 수 없었다. 그는 그녀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특별한 사람이 된 그녀는 분홍색 립스틱까지 샀다. 그녀의 대화는 늘 비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진정한 말을 사용한 적이 없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사랑‘만 해도, 그녀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고 ‘나-뭔지 모르겠는 것‘이라고 불렀다. - P91

 그녀를 맞이한 대기는 너무도 풍요로웠고, 밤의 첫 찡그림은, 그래, 그랬다. 깊고도 화려했다. 마카베아는 현기증을 조금 느끼며 서 있었다. 그녀의 삶은 이미 변했기에 눈앞의 길을 건너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말이 그녀의 삶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모세의 시대 이래로 우리는 말의 신성함을 알고 있다. 그녀는 길을 건널 무렵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미래를 잉태한 사람. 그녀는 이제껏 느껴 본 그 어떤 절망보다 더 격렬한 희망에 차 있었다. 그녀가 이제 더 이상 그녀 자신이 아니게 된다면,
그건 이득이 되는 상실이었다. 그녀는 사형 선고를 받듯 점쟁이로부터 삶의 선고를 받았다. 갑자기 모든 게 너무너무 많고 커서 그녀는 울고 싶어졌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죽어 가는 태양처럼 빛났다. - P137

죽음은 자신과의 대면이다. 거기 누운 그녀는 죽은 말처럼 컸다. 여전히, 최선의 선택지는 이것이다: 죽지 않는 것. 왜냐하면 죽음은 충분치 못한 것이고, 따라서 너무도 많은 걸 필요로하는 나를 완성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카베아가 나를 죽였다.
그녀는 마침내 자신으로부터, 우리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두려워 말라, 죽음은 순간이며, 그러니 순간속에서 지나가는 것이다. 나는 그 여자와 함께 죽었기에 그걸 안다. 부디 이 죽음에 관한 한 나를 용서해 주기를. 나도 어쩔 수 없었으니까. 벽에 입을 맞춰 본 사람은 무엇이든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갑자기. 나는 마지막 남은 혐오감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부짖는다: 비둘기 대학살이다!!! 산다는 것은 사치다.
그래, 끝났다.
그녀의 죽음과 함께 종들이 울렸지만 그 종의 육신인 청동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 P147

그것은 거의 -거의 울릴 듯한 저 종들의절박함이다.
모든 존재의 위대함.

정적.
언젠가 신이 이 땅에 당도한다면 거대한 정적만이흐르리라.
생각조차 존재치 않는 완전한 정적.
결말이 당신들의 요구에 부합할 만큼 장대했는가? 그녀는 죽어서 공기가 되었다. 활기찬 공기? 모르겠다. 그녀는 한 순간에 죽었다. 질주하는 차의 바퀴가땅에 닿았다가 닿지 않았다가 다시 닿은 순간, 눈 깜짝할 사이의 순간.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결국그녀는 그저 음정이 약간 틀어진 음악상자일 뿐이었다.
나는 당신에게 묻는다:

"빛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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