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향
이호철
하룻밤 신세를 진 화찻간은 이튿날 곧잘 어디론가 없어지곤 했다. 더러는 하룻저녁에도 몇 번씩 이 화차 저 화차 자리를 옮겨 잡아야 했다.
자리를 잡고 누우면 그런대로 흐뭇했다. 나이 어린 나와 하원이가 가운데, 두찬이와 광석이가 양 가장자리에 눕곤 했다.
이상한 기척이 나서 밤중에 눈을 떠보면, 우리가 누운 화찻간은 또화통에 매달려 달리곤 하였다.
"야야, 깨깨, 빨릿......"
자다가 말고 뛰어내려야 했다. 광석이는 번번이 실수를 했다. 화차가는 쪽으로가 아니라 반대쪽으로 뛰곤 했다. 내리고 보면 초량 제4부두 앞이기도 했고 부산진역 앞이기도 했다. 이 화차 저 화차 기웃거리며 또다른 빈 화차를 찾아들어야 했다.
"아하, 이 노릇이라구야 이건 견디겐." - P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