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가? 그건 무엇보다도 내가 언어의 혼을 포착했기 때문이며, 바로 그 이유로 가끔 형식이 내용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나는 그 북동부 여자를위해서가 아니라 ‘불가항력‘이라는 중대한 원인 때문에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마치 사람들이 공문서 속에서
"법적 강제‘라는 표현을 쓸 때처럼.
그렇다, 나의 힘은 고독에 있다. 나는 폭우나 거센 돌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 자신도 밤의 어둠이니까. 어둠? 옛 여자 친구가 떠오른다: 그녀는 경험이 많았고, 그 몸에는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나는 그녀를 결코 잊을 수 없다: 같이 잔 사람은 잊지 못하는 법이다.
그런 일은 살아 있는 육신에 불꽃 모양의 문신으로 남으며, 그 낙인을 보면 모두들 겁에 질려 달아난다. - P29

나는 방금 그 북동부 여자에 대한 글을 쓰면서 두려움에 젖었다. 문제는 나는 어떻게 쓰는가? 내가 영어와 프랑스어를 귀로 배웠던 것처럼 글도 귀로 쓰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작가로서 갖추고 있는 조건은? 나는 굶주리는 사람들보다는 돈이 많으며, 그것 때문에 어쩐지 정직하지 못한 상태가 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할 때만 거짓말을 한다. 글을 쓸 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또 뭐가 있지? 그래, 나는 특정 사회계층에 속하지 않은 열외자다. 상류층은 나를 기이한괴물로 여기고, 중류층은 내가 그들의 안정을 흔들까봐 걱정하며, 하류층은 내게 접근조차 하지 않는다.
아니, 글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돌을 깨는것만큼 어렵다. 불꽃과 파편이 번득이는 칼날처럼 날아다닌다. - P30

생각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어서, 그녀는 생각이란 걸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올림피쿠는 생각을 할 뿐 아니라 멋진 말들도 쓸 줄 알았다. 그녀는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자신을 ‘아가씨‘라고 불렀던걸 잊을 수 없었다. 그는 그녀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특별한 사람이 된 그녀는 분홍색 립스틱까지 샀다. 그녀의 대화는 늘 비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진정한 말을 사용한 적이 없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사랑‘만 해도, 그녀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고 ‘나-뭔지 모르겠는 것‘이라고 불렀다. - P91

 그녀를 맞이한 대기는 너무도 풍요로웠고, 밤의 첫 찡그림은, 그래, 그랬다. 깊고도 화려했다. 마카베아는 현기증을 조금 느끼며 서 있었다. 그녀의 삶은 이미 변했기에 눈앞의 길을 건너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말이 그녀의 삶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모세의 시대 이래로 우리는 말의 신성함을 알고 있다. 그녀는 길을 건널 무렵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미래를 잉태한 사람. 그녀는 이제껏 느껴 본 그 어떤 절망보다 더 격렬한 희망에 차 있었다. 그녀가 이제 더 이상 그녀 자신이 아니게 된다면,
그건 이득이 되는 상실이었다. 그녀는 사형 선고를 받듯 점쟁이로부터 삶의 선고를 받았다. 갑자기 모든 게 너무너무 많고 커서 그녀는 울고 싶어졌다. 하지만 울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죽어 가는 태양처럼 빛났다. - P137

죽음은 자신과의 대면이다. 거기 누운 그녀는 죽은 말처럼 컸다. 여전히, 최선의 선택지는 이것이다: 죽지 않는 것. 왜냐하면 죽음은 충분치 못한 것이고, 따라서 너무도 많은 걸 필요로하는 나를 완성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카베아가 나를 죽였다.
그녀는 마침내 자신으로부터, 우리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두려워 말라, 죽음은 순간이며, 그러니 순간속에서 지나가는 것이다. 나는 그 여자와 함께 죽었기에 그걸 안다. 부디 이 죽음에 관한 한 나를 용서해 주기를. 나도 어쩔 수 없었으니까. 벽에 입을 맞춰 본 사람은 무엇이든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갑자기. 나는 마지막 남은 혐오감에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울부짖는다: 비둘기 대학살이다!!! 산다는 것은 사치다.
그래, 끝났다.
그녀의 죽음과 함께 종들이 울렸지만 그 종의 육신인 청동은 소리를 내지 않았다.  - P147

그것은 거의 -거의 울릴 듯한 저 종들의절박함이다.
모든 존재의 위대함.

정적.
언젠가 신이 이 땅에 당도한다면 거대한 정적만이흐르리라.
생각조차 존재치 않는 완전한 정적.
결말이 당신들의 요구에 부합할 만큼 장대했는가? 그녀는 죽어서 공기가 되었다. 활기찬 공기? 모르겠다. 그녀는 한 순간에 죽었다. 질주하는 차의 바퀴가땅에 닿았다가 닿지 않았다가 다시 닿은 순간, 눈 깜짝할 사이의 순간.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결국그녀는 그저 음정이 약간 틀어진 음악상자일 뿐이었다.
나는 당신에게 묻는다:

"빛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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