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불어 젖히던 시대에 늘 뿌리를 박고 있었다. 음악에 기여하겠다는 생각, 그것에 무엇인가를 바쳐야겠다는 생각은 나팔이든, 피아노든, 무엇이든 간에 자신만의 소리를 발견하도록 만들었다.
‘기여‘는 그 말을 쓰는 사람에게 품위를 부여하는 단어다. 그리고 에너지를 끌어올리게 하는 단어다. 기여라는 행위가없었다면 인류 역사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고 지상의 많은 좋은 이야기도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기여하고자 했던 그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자신만의 소리를 찾거나 말거나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물론 중요했다. - P77
그것이 그들의 말이자 삶, 불타는 핵심, 존재 이유, ‘이것이나다!‘라고 할 만한 것, ‘인생을 건다‘는 말이 의미하는 모든것이니까. 그들은 오늘날까지도 그들이 연주한 음악에 둘러싸여있다. 그들은 음악에 삶을, 슬픔과 희망을 집어넣었고 우리는 삶에 그들의 음악을 집어넣는다. 가끔은 눈을 감고 듣는다. 가끔은 내가 음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내가 받아들여지는 중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잠시나마 뭔가를 이해할 것도 같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삶의 복잡성과 그 너머에 있는 순수함에 대해서. 사랑보다도 행복보다도 더 깊은 그 무언가에 대해서. - P78
그럴 때 음악은 시간을 멈춰 세운다. 우리를 다른 곳으로데려간다. 그 순간에는 음악 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않는다. 그 순간 우리는 삶에 대해서 뭔가 알 것만 같은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그러나 아름다운‘은 이 결함 많은 삶에서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는. 제아무리 노력해봤자 아무 곳에도 이르지 못한 것 같은 나날들은 이렇게 위로받고 우리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길을 간다. 제프 다이어는 이 모든 것을 우리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음악을 이야기로 펼쳐냈다. 책을 읽은 우리는 얼른 음악을 찾아 듣고 싶어진다. 「그러나 - P78
아름다운』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인 ‘듣기‘를 촉구하는책이다. 그들이 음악에 얼마나 많은 것을 걸었는지, 얼마나많은 피, 땀, 눈물을 쏟아부었는지를 알게 되었으므로, 우리는 그들이 만든 음악에 귀를, 몸을, 인생을 완전히맡겨보고 싶다. 마치 사랑에서처럼.
이 책을 읽는 방법이 더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우리의 덧없는 순간들에 관한이야기다. 세상은 잘 돌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그렇지않다고 느끼는 쓸쓸한 순간,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지만마음은 다른 곳에 있던 순간, 접시를 반짝반짝 닦아 싱크대에 올려놓는 순간. 내일은 더 낫겠지 생각하며 잠이 드는 순간, 창가에 서서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는순간. 장바구니에 담을 세일 중인 물건을 찾아 마트를 빙빙 도는 순간, 돈을 아끼다 지친 순간, 병원에서 나와안도의 한숨을 쉬는 순간, 무서운 병에 걸린 것은 아니겠지 혼자서 옷자락을 들춰 보는 순간. 벚꽃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져버리는 것을 아쉬워하는 순간, 뉴스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순간, 그늘 없어 보이는 사람들 앞에서 초라해지는 - P79
순간. 지쳐서 물 한잔을 마시는 순간, 카페인을 찾아 헤매는순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일상 속의 미세한 시간들. 제프다이어의 표현을 빌리면 "참을만한 절망이 반복되는 일상의 일부분, 일상 속에 녹아든 모든 시간의 압축본" 같은순간. 아니면 정반대되는 삶의 순간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웃음을 터트리는 순간들. "우와, 오늘 달 진짜 환하다!", "저구름 좀 봐. 양 같아!", "그때 그 은행나무 기억나?" 이런대화를 하는 순간들. 이런 순간들이 아무것도 아닐까? 책에는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 결정적인 순간으로 바뀌는 부분이 몇 차례 나온다. - P80
삶의 의미가 무엇일까? 그 물음이 전부였다. 이 단순한 물음이 세월이 흘러가면서 밀려들곤 했었다. 위대한 계시가 밝혀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마도 위대한 계시가 찾아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대신에 사소한 일상의 기적이나 등불, 어둠 속에서 뜻밖에 켜진 성냥불이 있을 뿐이었다.
울프는 우리의 하루하루는 존재보다 비존재로 이루어지는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누구랑 뭘 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잠시 후면 다 잊어버린다. 대부분의 날이 그렇다. 그냥 하던 일을 하고 빨래하고 밥먹고 뭐 좀 보거나 가족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다가 잔다. 건강검진이나 시험 결과를 기다리거나, 큰 걱정거리가있거나 고통에 시달리면 비존재의 시간이 더 커진다. 어린시절도 비존재의 시간이 더 크다. 비존재의 시간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시간이다. 기억이 없는 시간이다. 그런데 무슨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갑자기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일처럼, 마치 눈앞에 성냥불이 켜진 것처럼 생생한 순간들. 이것이 존재의 순간들이다. 비존재의 흐름을 끊어주는 시간. 울프는 삶의 의미는 엄청난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는 것이 - P87
아니라 일상의 소소한 그러나 강렬하고 빛나는, 어쩌면 충격과도 같은 ‘존재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소중히 여기는데 있다고 생각했다. 『등대로』에서 화가 릴리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원하는 건 일상적 경험의 차원에서 이건 의자고 저건 식탁일 뿐이라고 느끼는 동시에 이건 기적이고 저건 희열이라고 느끼는 거야.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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