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의 <앞으로 올 사랑>은 두 번의 리뷰를 쓰긴 했는데 완전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책이다. 하여 다시 소환되었다. 그 이후로도 <슬픈 세상의 기쁜 말>도 읽고서 리뷰는 쓰다 말고 미뤄 둔 상태다. 곧 마치긴 하겠지만. 지난 21년과 22년에 알라딘에서 구입한 책으로 한정된 100자 평 쓰기는 세 줄 문장으로 끝난다. 사실 저것도 140자로 한도 초과다. 앞으로도 20주, 마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책의 목록은 40여권, 안 산다 안 사다 하면서도 결국은 사게 되는.
   <앞으로 올 사랑>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이어서 쓴 디스토피아 시대의 열 가지 사랑 이야기다.
   ˝나는 이 디스토피아 시대에 유토피아적 열정으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나의 사랑 이야기 안에는 우리의 실패한 사랑, 고독, 피로한 밤, 사랑을 나누는 밤, 깨끗한 사랑, 현실을 구한 꿈같은 사랑, 파괴와 창조가 함께 한 사랑, 우리가 한 번도 마음을 주지도 않았고 그럴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던 존재에 대한 사랑, 아주 멀리 가는 헌신적이고 영원한 사랑, 이 모든 것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글의 어딘가에서는 향기로운 바람이 불고 초록색 빛이 반짝이고 동물의 눈동자와 긴 꼬리가 얼핏 보일 것이다.˝
   --작가 서문 중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한 번도 마음을 주지 않았고 그럴 필요조차 느끼지 않았던 존재에 대한 사랑‘에 뜨끔했다. 그런 무관심과 몰이해와 무책임들이 만들어내는 왜곡된 관계들……. 또한 그 연관성에서 모른 척한 어른들의 무책임이 결국은 오늘의 환경 파괴를 가져온 것은 아닌지. 덜 손해 보려고 움츠리고, 내 것을 지키려고 악귀처럼 움켜쥔 손들로 세상은 점점 쪼개지고 좁아지고 있다.


   확진 4일차, 격리 5일차. 책이나 실컷 읽어야지 했는데 생각보다 심하게 앓았다. 어제 오후에야 컨디션이 조금 회복되는 게 느껴졌다. 춥고, 무겁고, 멍한 머리와 쑤시는 삭신을 끌고 정해진 시간에 사전 투표를 하러 사브작사브작 걸어갔는데 찬바람 휭휭한 바깥에 이십여 분을 세워두었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 우왕좌왕 왔다 갔다만 하는 공무원들한테 뭐라고 말도 못 하겠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줄 선 앞사람들을 제치고 호명되어 투표지를 들고 서서 10여 분, (그 사이에 앞에 서 있던 청년이 항의하고, 줄은 한없이 길어졌는데 뒤쪽에서 소란이 일어 돌아보니 어떤 어르신이 법을 안 지키니 코로나에 걸린 걸라고 호통을 치고 계신다. 경직된 순간에도 웃음을 주는 어른들이 계셔 썩소를 짓는다.) 겨우 기표를 해서 봉투에 담아서 투표함이 아닌 그 공무원의 손에 봉투를 건넸다. (투표함에 넣고 싶어도 투표함은 없었다. 허~! 이건 무슨 상황인가. 그러나 그는 너무 바빠 보여서 망설일 수 없었다. 일을 하다 보면 시행착오야 있는 법이지만 이런 국가적인 중차대한 행사를, 선명하고 공정해야 하는 행사를 진행하려면 미리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모든 상황에 대비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해는 하지만 용납은 안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긴 줄을 헤치고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부정 선거‘ 공방을 피할 수 없겠다고. 그러나 그렇게 어렵게 한 내 투표가 무효 표로 처리된다면 무척이나 억울하다. ‘안철수 법‘을 청원한 재외 국민들의 심경을 단번에 알겠다.
   내가 했던 사전 투표소만 그런 것은 아닌지 시끌시끌하다. 제발 본 투표일인 9일은 매끄럽게 진행되기를 바란다. 아, 무엇보다 산불이 진화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우리에게 ‘앞으로 올 나라‘는 9일 이후로 알게 될 것이다.
   ˝ 보르헤스는 미래를 위해서 모든 사람이 모든 아이디어를 내는 세상을 믿었다. 희망은 모든 사람이 새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 속에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전과 같이 살기를 원치 않는 것‘, 이것이 이 시대 희망의 말이다. 우리를 둘러싼 인간 조건은 절대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 조건은 계속 가혹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사랑을 보고 싶다. 이 위험한 세상 한가운데서 홀로 애쓰고 있는 사람은 늘 감동을 준다. 약간이라도 나아지려고 다시 시작하는 사람도 감동을 준다.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면서도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도 감동을 준다. 자신이 맡은, 해야 할 일을 해내기 위해 가진 힘을 다 쓰는 사람도 그렇다. 나는 이런 것들을 사랑하면서 버티고 있겠다.˝ p286

   ‘약간이라도 나아지려고 다시 시작하는 사람‘, ‘자신이 맡은, 해야 할 일을 해내기 위해 가진 힘을 다 쓰는 사람‘ 나는 이런 것들에 속하는 사람이다. 언제나 그런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여전히 그럴 것이다. 나도 이런 것들을 사랑하면서 버티고 있겠다. 부디 버틸 힘을 가질 수 있는 결과를 기대한다.





간호사를 인터뷰하는 도중 ‘장의 매뉴얼‘ 이라는 것이사건 초기 존재했음을 알게 되었다. ‘시신‘과 관련된 ‘장의 문제는 간호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던 업무 중 하나였다.
인터뷰 두 달 뒤 나는 장의 매뉴얼을 구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내용의 일부분을 옮겨보겠다.
들것에 시신 백을 펼친다.
시신을 시신 백으로 옮기기 (시신 백 투명창에 얼굴이 위치하도록 주의).
시신 백 안의 방부제 팩을 오픈(방부제 팩이 없는 경우도 있음),
- P10

시신 백 밖 네임 태그에 환자 정보(이름,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성별, 나이) 기입,
시신 백의 외관에 소독제(물 400ml+락스 100ml)를 분무하여 소독,
시신 백의 커버를 닫은 후 소독제를 분무하여 소독.
들것에 시신 백을 싣고 건물 밖으로 이동, 소독제를 가지고 이동,
1층 건물 앞으로 이동하여 시신 백에 소독제를 분무하여 소독,

이 매뉴얼을 읽던 날 락스 냄새가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녔다. 시신과 락스는 슬픈 이야기다. 이럴 때 슬픔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다. 그러나 슬픔으로 무엇을 하는가는 ‘자연‘과는 다른 이야기다. 우리가 어떤 사회에, 어떤 ‘문화‘에 사느냐에 달린 이야기다. 슬픔과 죽음을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면서 문명은 종말을 맞는다. 그러나 또 하나의 문제 -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고 있었던 문제이기도 한 - 가 남는다. 우리는 왜 죽음을 특별히, 특별히 슬퍼하는가? 죽음이 소중하다면 삶도 소중한 것 아닐까?
죽음과 삶을 차별할 이유가 있는가? 이미 우리가 삶을 잃고있다면 그것은 누가 애도하는가?
- P11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서 미미하게나마 우리를 둘러싼관계망을 감지한다. 조금이나마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알게 되고, 그 안에서 나의 삶도 보이고, 타인의 삶도보이고, 동물의 삶도 볼 수 있게 된다. "인간과 고릴라, 말과다이커 영양과 돼지, 원숭이와 침팬지와 박쥐와 바이러스...
우리 모두가 하나" 라는 것은 상징적인 말이 아니다. 빈곤의문제가 인수공통감염병에도 영향을 미쳤고 그 빈곤이 식탁에 오르는 음식 때문이라면 슈퍼에서 음식을 한번 고를 때마다 머릿속이 꽤 복잡할 것이다. 도리가 없다. 먼저 알게된 사람들부터 음식을 고를 때마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것이다. 프로스퍼 발로처럼 손에 든 것을 오래도록 들여다.
봐야 할 것이다. 인수공통감염병이든 기후위기는 알면 알수록 일상의 선택 하나하나에 찜찜함과 불편함이 깃든다. 그러나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일이 마음 불편해지는일이 되는 것에 희망이 있다. 뭔가를 불편하게 여기느냐 아니냐, 그것을 감수하느냐 마느냐, 전과는 다른 선택을 하느냐 마느냐가 우리의 행과 불행을 가르는 갈림길이 될 것이다. 아마존을 탐사했던 영국 작가 제이 그리피스의 말에 따르면 정글에서는 길을 잃기가 너무나 쉬운데 그것은 길이금방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글에선 길을 반복해서 걷는 것이 사랑의 행위가 된다는 것이다.  - P75

나는 처음에 당신을 하나의 이야기로 파악해보라고 제안했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는 숨은 질문이 있다. 당신에게는 끝까지 함께할 사람이 있는가? 끝까지 헌신할 만한 어떤것이 있는가? 끝까지 지켜주고 싶은 게 있는가? 상황과 이해관계에 흔들리지 않을 관계가 있는가?
이 사랑스럽지 않은 삶, 우리에게 살아갈 이유를 주는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그 무엇이다.
- P135

토비에게는 쓰는 것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그녀는 잽이 구해다 준 노트에 그들 모두가 겪은 일을 적고 있었다. 그때 크레이커 소년 블랙 비어드가 묻는다. "상처가 뭐예요? 토비는 "상처는 네 몸에다 글쓰기를 하는 것과도 같아. 그것이너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서 말해줄 테니까" 라고 대답한다.
과연 이 말을 크레이커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상처가말을 해줘요? 그럼 상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말을하는 상처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말을 하는 상처‘가 책이다. 책은 상처들의 목소리다. 토비는 블랙 비어드에게 글자를 가르쳐준다. 블랙 비어드는 글자를 배워 살아남은 인류와 크레이크, 오릭스, 지미, 토비,
집, 그들 모두의 일을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한다. 세상은 한권의 책이 되었다. 그들은 커다란 이야기 속에서 결국 만난다. 그 책은 새로운 인류의 탄생 신화였고 크레이크, 오릭스,
지미, 토미, 젭 모두 새로운 인류의 조상이 되었다. 아마도우리 또한 커다란 이야기 안에서 만날 것이고, 그렇게 만난우리들의 이야기도 아주아주 커다란 한 권의 책이 될 것이고, 지구는 우리 모두가 함께 쓰는 책 중에 최고로 커다란 책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책은 이제는 사라진 존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온기가 있는 다정한 곳이 되고 과거의 깊은 상처가 미래를 위해 의미를 획득하는 곳이 된다.
- P166

지금까지의 내용은 마이크 데이비스의 『조류독감』에나오는 이야기다. 내 마음속에 남아 있던 이야기는 이것이었다. 내가 필요로 했던, 알고 싶었던 이야기도 이것이었다.
 태국 시골 소년의 개인적인 죽음 앞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있다.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많은 다른 삶이 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코로나로 숨진 백만 명 넘는 사람들 하나하나의 개인적인 죽음 앞에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을지아무도 모를 것이다. 몇 년이 지나면 우리들의 이야기도 약간이나마 라웽 분롯의 이야기처럼 재구성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살만 루시디가 『한밤의 아이들』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1001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그렇다면 이전의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발현되지 못한 1001가지 가능성이 있는 것이며 또한 1001가지 종말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125만 명의생물학적 죽음, 125만 가능성의 죽음, 125만 이야기의 죽음을 살고 있다. 나는 내가 라웽 분롯이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어떤 고통도 한 인간이 혼자 겪어야 하는 것보다 더를 수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이 어머니와 10대 소년의 이야기는 나의 개인적인 ‘사랑‘을 생각나게 한다. 내 가족을 향한 사람, 내가 어떻게든 살려내고 싶은 사람들을 향한 사랑.
- P185

진실은 거의 매순간 우리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대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진실은 자신 만을 사랑하는 것도 피곤하고 공허하고 외롭고 지치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다가 길을 잃는다. 이것이 나르키소스의 비애다. 우리는 자신이 만든 환영 속에 있다. 우리는현실과 직접적으로 관계 맺는 법을 잃고 있다. 현실을 빈껍데기로 만들어버리고 그 껍데기 위에 외로이 위태롭게 떠있다. 그러나 자기애야말로 우리가 동물과 다르게 가지고있는 것이다. 동물적 생존본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애가 있다는 것이 우리에겐 득도 되고 실도 될 수 있다.  - P188

내가 내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는 중요한 문제다. 나는 발견되는 기쁨을 말하고 싶다. 자기를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 그것은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것이다. 사랑받을 만한 어떤 것을 가지고 있음이 누군가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건강한 자기애는 감사의 사랑을 보별 타인들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좋지 않게 행동하면 슬퍼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뜻이다. 사랑과 믿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살면서 일어날 수있는 가장 좋은 일 중 하나다.
- P189

어느 날 클루수크 마을에 불타오르는 듯한 일몰이 내려않았다. 믿을 수 없이 강렬한 일몰이었다. 이런 노을을 만드는 것은 빙모였다. 수백만 제곱킬로미터의 얼음이 수평선아래로 지는 태양을 위로 반사하며 만드는 일몰이었다. 빙모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이다. 그 노을의 강력한 아름다움에 압도된 한 이방인이 마을에서 제일 높은 곳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러다가 그만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발밑의작은 만은 마을의 쓰레기장이었다. 수천 개의 쓰레기 봉투,
플라스틱 상자 더미, 부서진 카약, 하얀 냉장고가 절벽 너머로 두엄 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거울 밑에는 쓰레기가 살고 있었다. 키슈왁은 바라보는 사람을 밑에서부터 덮친다고 전해진다. 저 아래 깊은 곳으로부터, 키슈와의 정체는 지구 온난화로 비단처럼 얇아진 얼음이었다.  - P191

나는 정혜윤이고 오늘 나는 박쥐다. 나는 니파,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5천만 년 전에 지금 이 모습이 되었다. 내가 인간에게 다가간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나에게로 왔다.
그 뒤로 많은 것이 파괴되었다. 나는 서식지에 애정이 있었다. 고향을 떠날 때마다 마지막으로 한번 돌아보지 않기란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나를 괴롭히는 것은 내가 혐오의 대상이라는 사실이 아니다. 니파 바이러스 때는 110만 마리의 돼지가 사살되었다. 사스 때는 사향고양이가 끓는 물에 던져졌다. 코로나 때는 밍크와 천산갑이 죽임을 당했다. 나는돼지와 사향고양이와 밍크와 천산갑을 통해 세상을 이해했다. 인간은 책임 전가의 왕이다. 나는 인간의 눈에는 혐오의 대상일 뿐이지만 그러나 내가 무엇에 대해 책임져야 할지는 내가 결정한다. 며칠 전 새벽 나는 내 종족들의 곁을떠나왔다. 내가 사랑했던 밤꽃들의 향을 마지막으로 맡았다. 철새들이 길을 찾는 북극성을 바라보았다. 나 역시 길을 잃지 않기를 바라고 올바른 길을 가길 바란다. 나는 내본성을 거슬러 환한 대낮에 여기에 있다. 내가 하고 싶은말은 이것이다.
"나는 죽는다. 그러나 돼지와 사향고양이와 천산갑과 핑크와 그리고 다른 동물 누구도 더는 건드리지 말라!"
- P222

아름다움에 압도된다는 것은 그토록 힘이 세다. 나는 이후로 몇 번 더 열대의 바닷가로 여행을 갔다. 내게 열대 바다 여행의 의미는 점점 더 확장되었다. 향기에서 출발해 생명으로 이어졌다. 매번 나는 바다의 많은 것들과 부드럽게섞였다. 열대의 바닷가에서 책을 읽을 때, 바닷바람을 쐬며걸을 때, 해가 뜨고 지거나 바다에 별이 쏟아지는 것을 볼때, 스콜이 쏟아지면 읽던 책을 들고 맨발로 뛰어 숙소로 돌아갈 때, 소금기 묻은 머리를 감을 때, 그럴 때 삶은 참을 수없이 환했다. 내가 있던 곳들에서는 생명력이 넘쳤고 나는그것을 들이마시기만 하면 되었다. 세상엔 아직 아름다움이여기저기 분산되어 남아 있었다. 세상은 우리가 알아야 할 세부사항으로 가득했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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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올 사랑 - 디스토피아 시대의 열 가지 사랑 이야기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대체 불가능한 작가, 정혜윤은 나에게 끊임없이 책을 사게 만들고 꾸준히 읽게 하고, 원 없이 사유하게 하고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라고 주문하고 부추긴다. 그것이 ‘앞으로 올 사랑‘이라고 나쁜 남자처럼 귀를 간질이면서 속삭인다. 달뜬 십 대 소녀처럼 책 속의 책들 사이의 유혹에 빠져 침 흘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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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과 헌신의 삶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천칭의 이권 전시 위에 나를 던졌다는 것을 항상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인생의 가장 어둡고 구석진 곳에 숨겨진 은밀하고 희망적인 논리를 믿고 있었다. 나는 세상을 신용하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부서진 얼굴을 볼때마다 내 운명에 대한 놀라운 신뢰가 내 가슴속에 자라남을 느꼈다.
전쟁 중 가장 어려운 시기에도 나는 항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느낌을 가지고 위험과 대면하였다. 어떤 일도 내게 일어날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어머니의 해피엔드이므로, 인간이 절망적으로 세계에 부과하려 하는 천칭의 균형 이론을 통해 나는 항상자신을 어머니의 승리로 보았다.
- P46


나는 믿는다. 어떤 사건도 그랑드 포월랑카 16번지, 윌노의 낡은집 층계에서 내게로 쏟아지던 그 폭소보다 내 인생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진 못했다고, 그 웃음 덕에 나는 오늘날의 내가 되어 있는 것이다. 가장 나쁜 점에서도, 가장 좋은 점에서도 그 웃음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어머니는 나를 꼭 끌어안고 웃음의 광풍 아래 머리를쳐들고 꼿꼿이 서 있었다. 어머니에겐 단 한 점의 무안함이나 창피스러운 기색도 없었다. 어머니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몇 주일 동안의 내 인생은 편안치를 못했다. 나이는 여덟살밖에 되지 않았으나, 조소에 대한 감각은 벌써부터 매우 발달되어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어머니가 한몫을 했음은 당연하다. 나는 조금씩 조금씩 거기에 익숙해졌다. 나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내놓고 모욕을 받고도 전혀 개의치 않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것은모든 선의의 사람들이 받는 교육의 일부분을 이룬다. 오래전부터 나는 더는 조롱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나는 인간이란 결코웃음거리가 될 수 없는 무엇임을 잘 알고 있다.
- P51


왜냐하면, 말할 것도 없이, 바로 내 애정이 지닌 보편적이고 혈육적이며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성격이 나로 하여금 여기서 이 이야기를해볼 마음을 먹게 한 것이니까. 나는 죽어야 하는 보통의 인간들보다더 하지도, 덜 하지도, 다르지도 않게 나의 어머니를 사랑하였다. 또한 나는, 어머니의 발 아래 세상을 가져다놓고자 하였던 내 젊은 야망이 넓게 보아 개인적인 욕망은 아니었다고 진정으로 믿고 있다. 어머니와 나를 결합시킨 관계의 본질이 어떤 것이든, 컴플렉스든, 본래적인 것이든 각자 자기 마음대로, 자기의 법칙대로, 제 가슴에 따라 판단하리라 - 오늘 지나간 나의 인생에 마지막 시선을 던지는 이순간 적어도 한 가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 모든 것 속에 문제되고있었던 것은, 사랑하는 어떤 한 존재의 운명이라기보다는, 개선 장군이 되어 인간의 숙명을 밝혀주겠다는 완강한 의지였다는 것 말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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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았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을 다시 꺼내서 읽는다.
여러 의미로 ‘엄마‘를 생각한다.
여러 버전의 ‘프랑스‘ 또한 생각한다.


끝났다. 빅서 해안은 텅 비어 있고, 나는 넘어신 바로 그 자리에누운 채로이다. 바다 안개가 사물들을 부드럽게 만들고 있다. 수평선에는 돛대 하나 보이지 않고, 내 앞 바위 위에 수천 마리 새들이있다. 다른 바위에 물개 일가가 있다. 아비 물개는 지치지도 않고 파도 위로 솟아오른다. 고기를 입에 물고, 번들거리며, 헌신적으로,
이따금 제비갈매기들이 너무도 가까이 내리앉아 나는 숨을 죽이지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내 오랜 욕망이 깨어 일어나 내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조금만 더, 그러면 새들이 내 얼굴 위에 내려앉고, 내독과 품속으로 파고들어, 나를 온통 뒤덮을 텐데 하고... 마흔네살에, 나는 아직도 어떤 본질적인 애정을 꿈꾸는 것이다. 하도 오랫동안 꼼짝않고 해변에 누워 있었더니 마침내 펠리컨과 가마우지 들이 나를 빵 둘러 원을 만들고 말았다. 조금 전에는 물개 한 마리가 파도에 실려 내 발치까지 왔었다.  - P9

"엄마한텐 말하지 마, 어쩔 수가 없었어. 엄마이기 때문이라는 건알지만, 그것도 역시 아름다운 하나의 사랑이라는 건 마찬가지거든.
그래서 결국 너를 갖고 싶어 하게 만들었단 말이야…… 널 그처럼사랑해주는 여자는 평생 또 없을걸, 그건 분명해."
그건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였다. 사십 줄에 들어서야 나는 겨우 그것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그토록 어려서, 그토록 일찍, 그토록 사랑 받는다는 것은 좋지 못한 일이다. 나쁜 버릇을들여주기 때문이다.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어디에나 다 있는 일인 줄 알고,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날 수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지나치게 요구하게 된다. 바라보고 갈망하고 기다린다. 어머니의 사랑을 통해, 인생은 그 여명기에, 결코지키지 않을 약속을 당신에게 주는 것이다. 그다음부터는,죽는 날 - P36

까지 찬밥을 먹어야 한다. 그다음부터는 어떤 여자가 당신을 안아서가슴에 품어준다 해도 조사에 불과할 뿐, 우리는 버림받은 개처럼 언제까지나 어머니의 무덤으로 돌아와 짖어대는 것이다. 이제다시는, 이제 다시는, 이제 다시는 사랑스런 팔들이 당신의 목을두르고, 아무리 달콤한 입술이 사랑의 말을 속삭여도, 당신은 계속달려야만 한다. 당신은 너무도 빨리 샘을 지나쳤고, 그리고 바닥나도록 다 마셔버렸다. 다시 갈증에 사로잡힐 때, 사방으로 몸을 던져보아야 샘물은 없고, 신기루뿐이다. 여명의 첫 빛 속에서 당신은 사랑에 대해 매우 압축된 공부를 하였기 때문에, 세세한 자료들을 잔뜩 머릿속에 넣고 있다. 그리하여 어디를 가도 비교라는 독을 품고다니면서, 전에 한 번 받았던 것을 기다리며 시간을 낭비한다.
나는 어머니들로 하여금 자기 자식들을 사랑하지 못하게 해야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말은 단지 어머니들에게 누군가 달리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내 어머니에게 애인이있었다면, 나는 샘물들 주변에서 매번 갈증으로 죽어가며 인생을 보내지는 않았으리라. 진짜 금강석에 정통하다는 것, 그것이 내겐 불행이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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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에서는 절대 웃을 일이 없었다. 학교와 아무런 관련도없는 조그만 개인 소지품을 잃어버려도 교칙 위반이 될 수 있고, 모든 교칙 위반에 체벌이 따랐다. 체벌에도 등급이 있었다. 죄의 심각함에 따라 혹은 그때그때 교사의 기분에 따라등급이 매겨졌다. 교사가 손바닥으로 아무 데나 때리는 것이첫 번째였다. 그다음은 자, 회초리, 그다음은 무시무시한 카라즈네나무 지팡이 순이었다. 똑같은 등급이라도 조금씩 달라서 종류가 다양했다. 자의 평평한 끝부분으로 맞거나 금속부분으로 맞거나, 평평한 손바닥을 맞거나 손가락을 맞거나,
팔을 맞거나 허벅지를 맞거나, 울퉁불퉁한 지팡이로 맞거나평평한 지팡이로 맞거나 젖은 지팡이로 맞거나 젖지 않은 지팡이로 맞거나….
나는 첫날부터 맞았다. 산수 시간에 6 곱하기 8을 틀렸다.
고 손바닥으로 맞았다. 아랍어 시간에는 다섯 개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에서 단어 다섯 개를 잘못 읽었다고 자로 다섯 대를 맞았다.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다음에는 밥을 다 먹지않았다고, 나이프와 포크로 생 대추야자를 깔 줄 모른다고 벌을 받았다. p300


이런 학교를 다닌다고...? 무섭다. 누구나 그럴테지만 유별나게도 나는 체벌의 이름을 가장한 기합이나 자로 손바닥을 맞는 일이 아프고 싫기도 하지만 무섭다. 맞기 싫어서 숙제를 빠트린 적도 없고, 지각도 안하는 범생이에다가 공부도 잘해버리는 편을 택했더랬다. 결정적으로 반항하는 선생이 생기기 전까지는, 인생 선생님들이 계셔 그나마 사람꼴을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저런 학교라면 나는 때려치웠을 것이다. 무서워서




그날 밤 8시 55분, 다들 작은 거실로 자리를 옮기고 라디오..
주변에 모여서 뉴스에 귀 기울였다. 누군가 작은 석유 램프를라디오에 올려놓았다.
프랑스어로 전하는 이집트 뉴스 속보에서 결정적인 승리소식을 전했다. 나세르 대령의 지휘로 용감무쌍한 이집트군이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을 격파했다. 이미 하이파와 텔아비브로 진군이 이루어졌으며 1956년 12월 31일 자정에는아랍연합군이 갈릴리 해안에서 거둔 승리를 축하할 거라고,
"헛소리하고 있네!" 아이작 할아버지가 중얼거렸다.
나는 거실 창밖으로 침울하고 적막한 어둠 속에 서 있는 건물들을 내다보았다. 가로등은 전부 꺼져 있었다. 거리를 오가는 얼마 되지 않는 차들도 전조등을 껐다. 벌써 적의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암청색으로 칠한 차도 있었다.
- P220

결국은 페타 치즈로 돌아가지. 아이작 할아버지는 이게 말하곤 했다. 결국은 항상 아내 로테에게 돌아간다는 말처럼 그것은 우리를 시대에 뒤떨어지고 열등한 존재로 느끼게 하는 프랑스어였다.
컴컴한 지중해 건너 저 멀리에서 말하는 그 목소리는 몇 광년이나 떨어진 것처럼 고결하고 세련되고 흔들림 없이 프랑 스가 언제나 어둠의 세력에 저항하리라는 오랜 약속을 힘차지 음었다. 통합군이 이집트에 대항하여 항공 작전을 개시했다. 포트사이드가 함락되고 연합군 공수부대가 수에즈를 장악했다.
끝난 거야!" 네심 할아버지가 결론지었다.
며칠 만에 여기까지 올 거야."
- P223

증조할머니는 생강 비스킷을 좋아했다. 차도 좋아했다. 항상 춥다고 했다. 옆방에서 증조할머니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가정부가 오래된 스토브에 잉걸불을 넣었다. 하인들은 남은 음식을 먹고 있었다.
유리문을 닫자 벽에 클라라 할머니가 그린 정물화를 걸어놓은 주방이 너무도 고요하고 평화로워졌다. 자고새 고기, 반으로 가른 앙주멜론, 와인병에 꽂은 들꽃, 마른 과일을 미끼로 쳐 놓은 올가미에 걸린 꿩, 가을에 쓰는 사냥 도구가 있는작은 영국식 시골집. 사방이 갈색이었다. 베이지색 커튼, 다비치는 빛바랜 원단, 색이 연한 참나무 가구, 누렇게 얼룩진력 등 슬프고 습하고 삭막한 갈색투성이 다이닝룸은 햇살이희미하게 비춰서 가을도 아니지만 아직 겨울도 아닌 나날의정오와 저녁 사이 나른한 오후 같은 느낌이 났다.
- P229

할머니들이 petit salon(작은 응접실)이라고 이를 붙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 봤자 같은 공간을 나무칸막이로 나눠 놓은 거였다. 엘사 할머니가 초록색 양철 상자어든 영국산 담배에 이어 터키 커피를 권했다. 우리는 다리를 꼬고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은 미국에 관한 이야기였다. "사람은 새와 같아서 오늘은 여기에, 내일은 저기에있구나." 할머니가 말했다. 오랫동안 소파 한쪽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반대쪽으로 옮겨 앉기로 했다는 게으른 술탄에 관터키 우화가 떠올랐다. 겉보기와 달리 사람들은 아주 멀리 이주하는 경우가 드물어서 바뀌는 게 별로 없고 삶도 똑같이돌아간다는 뜻이었다.
- P275


일어나 보니 저녁이 다 된 시간이었다. 우리는 산책하러 앙리마르탱대로로 나갔다. 라마르틴분수를 지나 불로뉴의 숲끄트머리에 가까워졌다. 엘사 할머니는 잿빛으로 흠뻑 젖은풍경을 살피며 해 질 무렵이면 아름다운데 길 건너 숲으로 들어가 보겠느냐고 물었다. 헐벗은 나무들을 보니 코로가 그린발다브레의 추운 겨울이 떠올랐다. 다음에 산책할 때 가자고대답했다. 이렇게 한적한 파리는 처음이었다. 할머니들은 크리스마스여서 그렇다고 했다.

- P276

하지만 아파트를 그렇게 오랫동안 비워들리 없는 터, 분명히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었을 것이다.
발리 할아버지가 아파트를 판 기억이 나는 듯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주인이 바뀌지 않았다면, 엘사 할머니가 돌아가신날 병원으로 실려 가기 전에 떨어뜨린 포크와 카디건도 그대로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면? 엘사 할머니가 자아 준 생명력으로 영원히 할머니 것일 수밖에 없는 평생 모은 가구와 그릇, 옷가지가 제자리에서 할머니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면?
문득 이집트 테베거리의 아파트도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가족과 60년을 함께 한 그 아파트는 다른 두구의 것이 될 수 없으며 영원히 우리의 것이라고, 우리가 떠나온 그대로 남아 있다고, 우리가 떠난 뒤 그곳에서 울거나싸운 사람도 없고 구석에는 먼지가 쌓였으며 플로라가 살았고 빌리가 울었고 라티파가 죽은 창고방을 뛰어나가며 소리지른 아이들도 없을 거라고.
다시 올려다보았다. 엘사 할머니의 캄캄한 아파트 옆집은환했다. 주방에서 다이닝룸이 분명한 곳으로 걸어가는 그림자가 보였다. 그림자는 창가로 돌아서 잠깐 내다보더니 다시뒤돌았다. 내가 목욕할 때 물을 너무 많이 쓴다고 불평했던이웃이 아직 사는 모양이었다.
- P281

입학 첫 주에 감기에 걸렸다고 말했다가 맞았다. 수영 시전에 남들 앞에서 옷 벗는 게 싫었다. 유럽인 중에서 할레를 받은 아이는 나뿐이었다. 아버지가 말해 주지 않아도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멍하게 딴생각을 했다고, 수업 시간에 말했다고, 펠리컨 펜으로 공책에 잉크 자국을 남겼다고 맞았다. 그 잉크 자국을지우려고 했다가 또 맞았다. 지우지 못했다고도 맞았다. 나는 문장을 제대로 쓰는 것보다 틀린 철자를 지우는 시간이더 많았다. 끝부분에 침을 살짝 묻힌 지우개로 조심스럽지만끈질기게 문질러 대면 공책에 구멍이 생기거나 잉크가 흐려지면서 얼룩이 더 크게 번졌다.  - P301


"로렌스역이야." 어머니가 다음 역을 가리켰다. 그 시간의플랫폼은 사람 하나 없이 적막했다. 어느새 어머니는 빅토리아 노선의 역 이름을 줄줄이 읊었다. 프랑스어, 그리스어, 독일어, 아랍어, 영어로 지은 그 이름들은 그때 어머니의 모습과 함께 내 가슴에 영원히 새겨졌다. 선글라스를 끼고 바다를배경으로 달리는 제국의 전차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알록달록한 스카프와 까만 머리카락을 나부끼며 아들이 학교 일을잊어버리도록 최선을 다하던 모습. 그 역 이름들은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 사와트, 산스테파노, 지지니아, 마즐룸, 글리메노풀로, 사바파샤, 루치디, 무스타파파샤, 시디가버, 클레오파트라, 스포팅, 이브라히미에, 캄프드세자르, 채트비, 마자리타, 람레.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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