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던 그해 초, 나는 유럽에사는 아시아계 체류자들이 차별을 당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미국에서는 아직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 소식이들리기 이전이었다.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주의는 처음에는 코로나의 확산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우한이나 이탈리아에무슨 일이 났다는데 외국에서 일어난 일이니 나와는 거의무관했다. 그러나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사건이 미국에서도발생하고 그 빈도가 잦아지자 나가서 걸어 다닐 때면 누가 나를표적으로 노리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아시아계 노인과여성을 겨냥해 얼굴을 주먹으로 치고, 침을 뱉고, 괴롭히고,
인종차별적 욕을 하고, 식당에서 서비스를 거부한다는 뉴스를들었다. 아시아계 이민자들의 가게를 훼손하는 무리에 대한기사도 읽었다. 그러나 미국 주요 언론은 2021년 들어서 누가태국계 남성 노인을 밀어 넘어뜨려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이발생하기 전까지는 그와 같은 인종주의에 그다지 관심을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2021년 3월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마사지숍에서 아시아 여성 여섯 명이 총격범에게 살해당하는사건이 발생했다. - P10

물론 내가 마이너 필링스』를 집필한 배경은 코로나대확산 이전에 이미 미국에 아시아인 혐오, 정서가 널리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오는 내내 그랬고, 내가태어나기 전에도 그랬다. 인종주의는 전혀 새롭지도 않고 결코사라지지도 않는다. 인종주의는 코로나 확산 시기에 그런 것처럼그때그때의 역사적 상황에 맞춰 적응할 뿐이다. 아시아인에대한 미국의 제노포비아는 중국인 이민자들이 처음 미국에도착한 18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흑인 노예를 대체할 값싼노동력으로 유입된 이들은 나중에는 금광에서 금을 캐는 일을했다. 미국 백인들은 이 중국인 노동자들이 백인의 일자리를빼앗는다고 생각해 위협으로 여겼다. 중국인을 역병, 해충이라고부르며 비하했다. 결국 1882년 연방정부는 중국인의 미국 이민을금지하는 중국인 배척법을 통과시켰으며, 나중에는 아시아전역을 대상으로 이민을 금지했다.
- P11

물론 진실은 훨씬 복잡하다. 미국이 공산군의 남침을막아주었을지는 몰라도, 이후 미군 남한 점령의 식민주의적유산은 그 나름의 고통과 상처를 남겼다. 아시아인에 대한미국산 인종주의가 한국전쟁 시기에 한국으로 수입되어 백인미군은 한국인을 불결하고, 인간 같지 않고, 원숭이와 비슷한존재로 간주했고 모든 한국인의 ‘자유‘를 위해 싸운다면서한국인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 이민금지법을 폐지하는1965년 이민국적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한국계 미국인들도미국 인종 분리 정책의 희생자였다. 다이빙 선수로 올림픽에출전해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계 미국인 새미 리(Sammy Lee)는1930년대에 공영 수영장에서 훈련하지 못했다. 아시아인은백인과 수영장을 같이 쓰는 일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12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미국에서 획득한 평등은 대부분 흑인민권 운동과 지금도 진행 중인 흑인의 평등 투쟁의 덕을 본것이다. 1965년에 미국이 문을 열고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이민자를 받게 된 것도 바로 흑인 민권 운동 덕이었다. 아시아계미국인들이 자체적인 운동을 개시해 공평한 처우와 존중을요구할 수 있었던 것 또한 1960년대 말에 블랙파워 운동에힘입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혹인에 대한 인종주의는 오늘날미국 한인 사회와 한국에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 나도 집에서흑인에 대한 인종주의적 언급을 들으며 자랐다. 반은 흑인, 반은한국인인 교수를 만난 적이 있는데, 누가 자기를 난생처음으로혹인 비하 표현인 "X"로 부른 곳이 미국이 아니라 서울이라고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는 심히 부끄러웠다. 이 책은 아시아사회에 존재하는 그런 흑인에 대한 반감을 지적하고 다른 인종간에 서로 어떻게 연대를 꾸려야 할지에 대해서도 다룬다.
평등을 위한 미국 흑인들의 투쟁이 없었다면 우리 부모님을비롯한 수많은 가정이 미국에 이민 올 기회조차 누리지 못했을것이다.
- P13

마이너 필링스는 나 자신의 인종 정체성을 내 나름대로솔직하게 성찰하고 따져본 결과물이다. 이 책은 개인적인수필집이다. 이렇게 미국에서 보이지 않는 몸 안에 살면서느끼는 나 자신의 상반된 감정을 가능하면 투명하게 풀어놓고자한다. 또한 이 책은 한국전쟁 후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들이겪는 세대 간 트라우마에 대해서도 다룬다. 우리 부모님은과거를 돌아보는 일에 무관심했으며 오로지 앞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고 무엇이 우리에게 상처나심지어 굴욕을 주었는지 밝혀내지 않으면 진전이 있을 수 없다.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들이 겪는 정신 질환 문제를 숨기지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P14

대중의 머릿속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모호한 연옥상태에 놓인다.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며, 흑인에게는불신당하고 백인에게는 무시당하거나 아니면 흑인을 억압하는일에 이용당한다. 우리는 서비스 분야의 일개미이며 기업계의기관원이다. 우리는 리더가 되기에 적절한 "얼굴을 지니지못했기 때문에 대량으로 숫자를 처리하며 기업의 바퀴가 잘굴러가도록 기름이나 치는 중간 관리자가 된다. 사람들은 우리콘텐츠를 문제 삼는다. 저들은 우리가 내적 자원이 없다고여긴다. 나는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지만, 역부족이라는 기분에함돌된 내 상태를 감추기 위해 물밑에서 미친 듯이 발을 저으며언제나 과잉 보상을 한다.
유대인의 자기혐오나 미국 흑인의 자기혐오에 관한 책은얼마든지 있지만, 아시아인의 자기혐오에 관한 책은 별로 많지않다. 인종적 자기혐오는 백인의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는것이고, 이것은 나를 자신의 최악의 적으로 만든다. 유일한방어책은 자기를 심하게 다그치는 것인데, 그러다 보면 이것이강박적으로 되면서 거기서 위안을 찾게 되고, 결국 자신을죽도록 구박하게 된다.  - P26

이 아시아인들을 다 누가 들여보낸 거야? 속으로 투덜거린다.
다른 아시아인들과 함께 있으면 결속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내 경계선이 흐려지고 한 무리로 뭉뚱그려져서 더 열등해지는기분이 든다.
자기를 혐오하는 아시아인은 내 세대를 끝으로 사라질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런 생각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가르친 세라 로런스 칼리지의 학생들은 맹렬하여 -자율적이고 정치적 참여도 열심히 하고 똑똑했다- 참 다행이다.
이 학생들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아시아인 2.0이다.
고함을 내지를 준비가 된 아시아 여성들이다. 라고 생각했다.
또 그러다가도 다른 대학교 강의실에 가보면 머리만 예쁘게매만지고 아무 말 없이 생쥐처럼 얌전히 앉은 아시아 여학생들을만나는데, 그럴 때는 닦달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너 입 좀열어라! 안 그러면 저들에게 완전히 짓밟힌다고!
- P27

나는 피해망상이라 할 정도로 과도하게 예민해져 나자신의 불안을 몽땅 소년에게 투사해버린, 신뢰할 수 없는서술자다. 정말 아팠는지 아니면 아프다고 상상했는지조차기억하지 못한다. 그 기억을 너무나 여러 번 곱씹은 나머지형체가 없어지도록 짓이겨 놓았고, 그리하여 소년은 분개의얼룩이 되고 나는 특권의 얼룩이 되고 결국 우리가 하나의얼룩으로 번져 그냥 나 하나로 합쳐질 때까지 소년의 존재를지워 없았다. 그러나 그는 나와 달랐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쓸모없는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특권을 누렸다. 방과 후 시간을모두 네일숍에서 보내는 베트남 10대 소년에 대해 내가 뭘알았겠는가? 당시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 P30

작가 제프 창은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싶다"라고 적으면서,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지 몰라서 그러지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도 그 불확실함에 동의한다. 우리는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인가? 아시아계 미국인 의식이라는관념은 도대체 존재하는가? 그것은 W. E. B. 뒤부아가 한 세기도더 전에 확립한 이중의식 같은 걸까? 아시아계 미국인이라는딱지에 칠해진 페인트는 아직 마르지 않았다. 이 용어는거추장스럽고, 버겁고, 나의 존재 위로 어색하게 올라앉아 있다.
아시아계 미국인 운동가들이 블랙팬서와 손잡고 저항운동을벌였던 1960년대 말 이후로 우리만의 대중운동이라고 일컬을만한 것이 없었다. 쓰기가 조심스러운 "우리" 라는 대명사는앞으로 하나의 공통된 집합체로 결속될 것인가? 아니면 갈라진상태로 우리 중 일부는 여전히 "외국인"이나 "갈색인 (brown:인종 범주라기보다는 피부가 갈색인 중남미, 중동, 남아시아,
동남아시아계 사람들을 아우르는 용어로 최근 영미권에서 널리사용되고 있다. 옮긴이)으로 남고, 다른 일부는 부를 늘리거나인종 간 결혼으로 백인 세상에 입장할 것인가?
- P50

우리 인종은 심지어 이 나라와도 무관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여론조사에서 흔히 "기타"로 분류되고신고된 강간, 직장 내 차별, 가정폭력 사건의 인종별 집계에서도찾아보기 어렵다.
모든 사회적 신호를 박탈당해 나의 행동을 타인과의 관계에비추어 가늠할 수단이 없으니 유령 취급을 당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행동하면 좋았을지, 무슨 말을하면 좋았을지 내 생각을 샅샅이 점검한다. 내가 보는 것, 내가듣는 것을 신뢰하지 못한다. 자아는 자유 낙하하는데 초자아는무한대로 커져서, 나라는 존재는 부족하다고, 결코 충분치못하다고 다그친다. 그러므로 더 잘하고, 더 잘되려고 강박적으로노력하며, 자기 이익이라는 이 나라의 복음성가를 맹목적으로따라 부르고, 내 순가치를 늘려 내 개인적 가치를 입증해 보이는짓을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한다.
- P58

우리는 시의 느림을 칭송한다. 요즘처럼 감각을마비시키는 정보의 맹공격과는 반대로, 시가 마음속에 서서히스며드는 방식을 칭송한다.
우리 시인들은 청중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건거짓말이다. 시인들도 위상에 집착할 수 있고 내가 알기로남의 인정을 무척이나 받고 싶어 한다. 환심을 살 청중이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시인들이 왜 그렇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지외부인들은 어리둥절할 수 있다. 사실 시인의 청중은 제도다.
우리는 학계, 심사위원단, 펠로십 제도라는 고등한 관할권에의존하여 사회적 자본을 획득한다. 수상 제도를 거치는 것은시인이 주류적 성공에 이르는 소중한 길이며, 수상 결과는심사위원단이 공들여 이뤄낸 타협에 의해 결정된다. 이 타협은미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수상작에 아무 위험성이 없음을보장한다.
- P66

당시 우리 가족은 LA의 신개발 지역에 살아서 주변에 온통집이 지어지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사슴 떼가 덤불 우거진 동네언덕 위를 돌아다니며 엉겅퀴나 산쑥을 뜯어 먹었다. 어느 날 밤보름달이 떴을 때 나는 머리에 작은 뿔이 솟은 수사슴 한 마리가뒷다리를 구부린 채 우리 집 뒤뜰에 용변을 보고 확 달아나는모습을 보았다. 나는 우리 집이 귀신 들린 집이라고 생각했다.
침대 틀이 흔들리는 바람에 몇 번씩이나 자다 깨곤 했다. 한 번은유령이 내 몸을 매트리스에서 들어 올리려는 느낌이 들어서 깜짝놀라 깼다. 나는 몸이 둥둥 뜨지 않도록 침대 시트를 움켜잡았다.
그 시절 나는 심하게 외로웠고 별로 활기도 없었다. 나는미술을 할 때, 나중에는 시를 짓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생기를되찾았고, 그 속에서 자유를 발견했다. 왜냐하면 내 육체가비물질화되고, 내 정체성이 떨구어지고, 내가 다른 삶을 사는것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모든 글이 이 자유를인증했다. 존 키츠에 따르면 시인은 "정체성이 없다 - 시인은끊임없이 어떤 다른 사람을 대신하고 그 사람의 역할을 한다.
롤랑 바르트에 따르면 "문학은 모든 주체가 피해 가는 그 중립자,
그 합성물, 그 모호성이며, 글을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비롯하여모든 정체성이 실종되는 덫이다".
- P67

나는 개인이 겪는 인종 트라우마에 관해쓰는 일이 늘 불편했다. 인종 트라우마를 틀 짓는 뻔한 형식이불만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고백적 서정시의 형식은내 인생이 그렇게 비범하지 않은데 나의 아픔만 특별하고,
이례적이고, 극적인 느낌이 들어서 적절하지 않아 보였다.
전통적인 사실주의 서술법으로 소설을 쓰는 것도 할 수 없었다.
내 생각을 어떤 인류학적 경험의 틀로 사출성형하듯 가공하여,
독자가 내 소설을 읽고서 한국인의 삶은 너무 가슴 아프군! 하고여기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라이어의 연기를 보고 나서 - 그리고 그가연기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의 시각적, 청각적인 면을 전부필사하고 나서 - 나는 아시아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솔직하게글로 쓸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 P72

지난 20년 동안, 그리고 아주 최근까지도, 줌파라히리의 작품들은 아시아계 이민자는 순응적인 노력가라는환상을 지탱하는 인종적 소설의 전형이었다. 내 생각에 이것은독자를 몰입시키는 이야기꾼인 라히리의 잘못이 아니라, 그의작품을 이민자의 삶에 대한 "단일한 이야기" 로 포지셔닝했던출판업계의 잘못이다. 라히리는 문화적 차이를 찾는 백인독자의 취향을 만족시키기에 딱 적당할 수준으로 편안한 인종적소품을 이용해 무덤덤하고 억제된 어조로 글을 썼으며, 작품속 인물들은 생각하거나 느끼지 않고 그저 행동한다. "나는 …은행 계좌를 트고, 우체국 사서함을 빌리고, 울워스 마트에 가서플라스틱 그릇 하나와 수저 하나를 샀다." 라히리 작품에 나오는인물은 언제나 절제되고 그 어떤 내면 지향성도 회피한다. - P75

프라이어를 처음 봤을 때 나도 "각성의 쇼크"를느꼈다고 하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프라이어를보면서 한국인 특유의 정서인 한을 연삼했다. 한은 가혹했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미국에 의해 지탱되었고 정치적으로바로 세우지 못한 독재의 역사 때문에 쌓인 울분, 아쉬움, 수치심,
우울, 앙심의 혼합물이다. 한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다음 세대로 대물림될 수도 있다.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한을느끼는 것이다.
프라이어의 온갖 흉내 연기 사이사이로 분노와 절망이스친다. "내가 백인이 아니고 흑인이라서 다행이에요. 당신네백인들은 달에도 가야 하잖아요"라고 말할 때 서리는 프라이어의우수는 웃음이 그친 한참 후까지도 맴돈다. 그 우수는 그가세상을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준다. 앙리 베르그송은유머는 숭고함을 거스른다는 점에서 신성이 배제되어 있고온전하게 인간적이라고 적고 있다. 즉 우리는 유머를 통해초월성보다는 우리의 피부를 통절히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프라이어도 "끊임없이 어떤 다른 사람의 역할을"
하지만, 키츠가 말한 정체성 없는 시인과는 달리 프라이어는 - P83

인종에 관한 글쓰기는 이제까지 우리를지워버린 백인 자본주의 인프라에 대항해야 한다는 점에서격렬한 비판을 담지만, 우리의 내면이 모순들로 뒤엉켜 있다는점에서 서정시이기도 하다. 나는 손쉬운 극복의 서사에는저항하지만 우리가 인종 불평등을 극복할 거라는 신념은있어야 한다고 본다. 이민자가 고생하는 감상적인 이야기들은짜증스럽지만 한국인은 내가 아는 한 가장 심하게 트라우마를겪은 민족에 속한다. 내 안에 깃든 의식을 표현하기 위해고정 관념을 넘어서려고 시도하다 보면 내가 어떻게(how)인식되는지가 내가 누구인지(who)에 내재한다는 점이명확해진다. 인종에 관해 진실한 글을 쓰기 위해, 나는 거의서사를 거슬러 글을 써야 한다. 인종화된 마음은 프란츠 파농이말한 대로 "지옥 같은 악순환" (infernal circle)이기 때문이다.
- P95

연기 나는 건물 가까이로 날아가자. 모로 쓰러진 자동차의새까맣게 그을린 차체, 상점 입구에서 뜯어낸 철문 셔터가바닥에 아코디언처럼 구겨져 있는 모습이 또렷이 보일 만큼가까이 가자. 온갖 경보기가 일제히 울리는 소리가 들릴 만큼가까이 가자. 불타는 가게에서 한 왜소한 여자가 나와 카메라를향해 손을 흔든다. 무엇을 원하는 걸까? 뭐라고 하는 거지?
여자가 말한다. 멈춰요!" 여자가 말한다. "도와주세요! 911에전화해도 반응이 없어요. 소방관, 구급대원은 어디 있죠? 경찰은어디 있죠?" 여자에게 말해주자. 경찰은 웨스트사이드에 가있다고, 경찰 병력이 거기서 조용한 거리를 지키고 있다고,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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