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이 영화를 골랐을 때, 고리타분하게 무슨 군대영화냐고, 보기 싫다고 했던 영화였다.

군대영화 볼거면 혼자서 보라고 했던 이 영화는 해안선처럼 무겁지도 않았고, 또 그렇다고, 삼류 코메디처럼 이상하지도 않았다. 정말 군대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뜻밖에 좋은 영화를 발견했다.

아는 배우가 한 명도 없는 영화..오호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자연스럽잖아.

배우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아서 물 흐르듯 흘러가는 연기와 스토리가 좋았다.

 

병장 태정과 중학교 동창이자 신참인 승영, 그리고, 승영의 신입 부하 지훈의 일상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보여준다. 지훈은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하다.

 

가장 아름다운 젊음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군대라는 곳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2년이란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건 남자들에겐 큰 좌절이겠지.

내 미래의 2년을 썩혀야 하는 젊은 남자들에게 군대는 과연 어떤 곳일까...

미래를 저당 잡혔던, 현재 저당 잡힌 대한민국의 많은 남자들이 공감했을 영화..

남편에게 물어보았다...정말로 저래? 좀 과장 아니야?...아니란다...저거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다고 하니...나로서는 믿기 어렵다...

이제 두살인 아들이 벌써 걱정이다...저런데를 보내야 하는지....

 

승영의 죽음이, 지훈의 죽음이 과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충분히 공감이 가는게, 꼼짝없이 갇혀 있는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고, 그 상황이 그들에겐 숨쉴 수 없을 만큼 견디기 어려웠을 거라고...

거기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의 젊음이 가여웠다.

불쌍한 남자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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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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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면서, 이건 충분히 시각적으로 영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나 눈이 즐겁더군.

 

책에선 주로 안드레아의 내면 묘사가 주를 이루는데(책이니까 당연하겠지) 반해 영화는 아무래도 일일이 독백으로 처리할 수 없으니 화려함이 강조될 수 밖에 없다..

 

대학을 갓 졸업한 촌스런 사회 초년생이 세계적인 패션잡지사 편집장의 조수로 일하는 고군분투기쯤이 영화의 커다란 줄기랄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연 그 악마는 편집장 미란다가 될터..

그리고, 촌스런 그녀가 점점 세련되어가는 것도, 좌충우돌하던 그녀가 서서히 일에서도 안정을 찾아간다는 것도 충분히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안드레아의 하는 일이라곤, 커피 심부름이나, 온갖 종류의 신문과 잡지를 준비해놓거나, 드라이클리닝한 옷을 미란다의 집에 갖다놓거나...하는 정말 사소한 일들이다.

그래서, A million girls would die for her job. 한다는 말은 수긍하기가 어려웠다.

 

메릴 스트립의 차가운 미란다 역은 참 잘 어울린다.

그 차갑운 얼굴로 'That's all'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아마 그 자리에서 얼어붙지 않았을까?

아님, 억울해서 눈물만 흘리고 있었을까?

 

자막없이 보는 거라 완전히 이해하지도 못했을 뿐더러, 한국에선 미개봉작이니, 더 이상의 글은 스포일러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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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너무나 한국적인, 그래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했을, 우리를 위한 영화.

영화는 참 잘 만들어졌다.

그러나,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어쩜 그리도 한국의 사회를 적나라게 보여줄 수 있는지...

 

가난한 자들의 인권은 어디에 갔는지...현서가 살아있다는 걸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사회, 사지로 들어가서 방역을 하는 자들에게까지 돈을 요구하는 사회, 그런 사회를 보여준다는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게 지금 현재 2006년의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그런 사회에서 누가 현서를 구하겠는가...가족이 나설수밖에..

 

감독은 참 욕심이 많다.

미국부터 무능한 정부, 편향된 언론, 한국의 구조적인 부패와 무관심, 그리고, 가족애까지 많은 것들을 참 잘 버무려 놓았다. 무거운 주제 사이사이에 웃음장치까지 만들어 놓다니....

4명의 연기가 정말 너무 좋았다. 할아버지 변희봉의 그 눈빛, 연기생활 몇 십 년은 그냥 얻어지는게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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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 한국경제 - 장하준.정승일의 격정대화
장하준 외 지음, 이종태 엮음 / 부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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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서 쾌도난마의 뜻을 찾아보았다. 헝클어진 삼실을 잘 드는 칼로 잘라버린다. 얽히고 설킨 우리경제의 문제점을 찾아보겠다는 건데....

 

책을 읽기 전엔 다른 리뷰들을 일부러 피했다. 일단 느끼는게 더 중요한거 같아서인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사실 그래서, 적잖이 놀랬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개혁할 것이 많으니 그쪽으로 가자는 거겠지 했는데, 보기 좋게 한방먹었다. 대담형식이라곤 했지만, 교수2명과 진행자 모두 한통속(?)인 듯한 느낌이다. 난, 대담형식이라길래, 의견이 엇갈린 두 사람이 나와서, 침튀기며 싸우는걸 사회자가 말리는 그런 그림을 생각했는데, 너무 쿵짝이 잘 맞는 화기애애한 대담이었다.

 

우선, 박정희를 어떻게 볼 것인가...나도, 이전엔, 무조건 박이라면 뭐든지 싫었던 적이 있었다. 분명, 그는 민주주의라는 이름하에서는 절대로 잘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그게 경제로 넘어가면, 의견이 엇갈린다. 지금의 한국의 문제점이 그로부터 출발했다는 것과 이만큼 잘 살게 된데에는 그의 공이 크다는 평가까지...경제학 콘서트에 정부도적이론이라는 게 나온다. 적어도 그가 도적은 아니라는 것에는 공감한다. 마르코스가 아닌 박정희가 대통령인 건 그나마 다행이다. 저자의 논의처럼, 경제후진국에선, 강력한 리더십으로 경제를 드라이브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나도 일단 수긍한다.

 

김대중정부와 현정부가 좀 심하게 말해서, 나라를 말아먹고 있다고 한부분은 글쎄....

만신창이가 되어 IMF의 직격탄을 맞은 김대중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극히 작았다는 걸 간과한건 아닐까...BIS200기준을 맞추지 않으면 안된다고 협박하는 IMF를, 무디스의 신용평가를 무시할 수 없었던 그 당시의 한국은 국가부도로 가는냐 마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속에서 당신들 뜻은 따를 수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았을까....

 

IMF를 전후해서, 한국은 정말 많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앞으로 더 성장해 나갈 것인가 후퇴할 것인가 그 중요한 기로에 서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시행착오도 겪었고, 아직도 그 변화의 바람에서 우왕좌왕하는 게 현재의 한국이다. 서구식 선진제도를 도입하면 좋을 것이라 생▤杉쨉? 이상하게 그러면 그럴수록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저~어 쪽은 잘 사는데 나는 아니라는 상대적 박탈감과, 이상하게 개혁과 혁신을 주장했는데, 그 결과는 언제 잘릴지 모를만큼 보전하고 있는 자리도 불안하더라는, 심지어는 점점 더 장미빛 미래를 꿈꾸기가 어렵더라는 것이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과연 시장은 옳은 건가...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여 시장이 완벽하게 작동한다면, 그게 과연 다 좋은 건가.  시장은 긍극적으로 약자를 위한 곳이 아니다. 거긴 참여하는 경제 다수가 이익을 실현하는 장이다. 그러니, 약자는 낙오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본회수가 어려운 사회간접자본에 대해서는 시장이 작동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래서, 정부가 존재하는거고.

시장실패가 있고, 정부실패가 있다. 누가 더 나쁜가를 논할게 아니고, 서로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서 해결하는게 더 중요하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박정희는 나쁘니까 무조건 반대한다 내지는 국가가 하는건 무조건 나쁘니까 시장이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정부는 손을 떼라는 것도 옳지 않다는 주장에 나도 동의한다.

 

또한, 주주이익 극대화가 과연 옳은 것인가. 금융시장개방으로 인해 적대적 M&A는 또 어떻게볼 것인가, 재벌은 나쁘니 타파하여야 할 것인가, 노동운동은 또 어떤 방식으로 나아가야 하나까지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삼성이나 현대같은 재벌이 없어져야 할까? 나라 밖에서 살아보니 좀 심하게 표현해서 한국제품은 한국의 얼굴이다. 그러니,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죽일게 아니라 살려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우라는 이름이 사라진건 좀 아쉽다.

우리나라는 이제 값싼 저임금으로 싼 제품을 만들어 팔 수가 없다. 싸구려 제품의 대부분은 중국이 차지해버렸으니까...그렇다면 방법은 고부가치상품을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럴려면 고도로 체화된 기술력을 요하는데, 이건 노동시장이 너무 유연하면 얻기 어려운 부분이다.

 

소버린이 sk에 대해서 취했던 행동을 진보개혁파쪽에서 찬성했었다니 놀라운 일이다. 정체도 알 수 없는 외국자본이 sk를 취해서 이익실현을 위해서 조각내 팔 수도 있다는 건 당연하다. 그들은 주주 이익극대화를 추구할테니 노동자 따위에는 관심이 없을게 뻔하며, 그들은 노동자를 잘라도 아무런 사회적 책임도 감정도 없다. 물론 그들이 나뻐서가 아니라, 성격상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거다. 그런걸 지지했던 사람들이 보수가 아니라 진보라니 정말 그랬었나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저놈이 싫으니 아무에게나 주어도 상관없는게 아닌데 말이다.

 

그들의 주장은 불편한 것도 있었지만, 이런 고민이 한국의 나아갈 방향을 찾아가기 위한 논의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같이 잘 사는 나라로 가기위한 합의를 위해서 필요한건 무조건 비판만 할 것이 아니고,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일것이다.

 

쓰고보니 너무 길고 장황하다...아줌마도 이렇게 할 말이 많은데,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

한쪽의 주장을 들어보았으니...이젠 이 책에 대해 딴지를 걸어줄 책만 기다리면 되나...그래야, 이쪽 저쪽의 의견을 고루 들어서, 취할건 취하고 수정할건 수정할텐데...언제쯤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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