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어느새 7월도 다 지나가고 8월입니다. 태풍이 여럿 오는 것을 보니 여름도 다 지나간 모양입니다. 물론 아직 덥긴 하지만요.
주목 신간 페이퍼를 작성할 때면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고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가장 좋아하고 즐겨 읽는 책들이 인문/사회 관련 책들이라 그 분야에 비중을 두는 것이 더 전문적이기도 하고 양질의 추천이 될 것 같아 이번에도 인문/사회 관련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번에는 인문/사회 관련 책 중에서도 청소년과 관련된 책에 눈이 많이 갔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이기도 하고, 최근 발생한 극단적인 일들이 대부분 젊은 층과 관련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 길들여지는 아이들 – 내면의 야성을 살리는 법
첫 번째로 주목할 만한 책이라 눈여겨 본 책은 바로 <길들여지는 아이들>입니다. 입시와 경쟁적 교육에 매몰된 학생들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른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이기 때문이지요. 어른들이 원하는 대로 아이들을 길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교육의 극단적 표출이 세월호 참사가 아닌가 합니다.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길들여지는 아이들>은 아동기가 사라지고 게다가 성인기는 늦어지면서 어른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오늘날, 부모와 교사들이 길들이려는 충동을 자제하고 아이들 내면의 야성(야생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해서 아동기가 사라지게 되었는지, 아이들 내면의 야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역사,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의 자료를 인용하고 개인 일화를 덧붙여 주제를 살리고 있습니다.
내면의 야성을 다르게 표현하면 개성이 아닐까요?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몰개성이 개성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모두 명문대를 위해 살아가고, 명문대의 진학을 위해 현재의 모든 삶을 유보당하고 있습니다. <길들여지는 아이들>이 이런 상황에 대한 약간의 해답이라도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2. 누가 왕따를 만드는가 – 배재의 현상학
두 번째 책은 <누가 왕따를 만드는가>입니다. 최근 배제의 폭력과 관련된 사건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군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두드러집니다. 충격을 주고 있는 임 병장의 총기난사 사건, 윤 일병 구타 살인사건 등은 '배제의 폭력'의 전형적인 사례 입니다.
지난해 회자되었던 학교폭력 역시 마찬가집니다. <누가 왕따를 만드는가>는 주위에 만연해 있는 왕따와 차별 현상을 냉철한 시점으로 분석한 책이라고 합니다.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인 중 한 명인 저자는 인류학, 사회학에 정통한 민속학자로서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암묵적인 폭력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는 다수가 소수를 억압하는 왕따나 차별 문제를 '배제'란 키워드로 설명한다고 합니다.
또, 이 배제의 현상을 학교 내 따돌림, 노숙자 살인, 사이비 종교, 묻지마 범죄, 장애인 차별, 젊은이들의 현실 도피 등 6개의 주제로 나누어 분석했다고 합니다. 과거 외국에서나 일어났던 괴기한 사건들이 현재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이 대한민국 사회 속에 내재하고 있었던 배제의 폭력이 곪고 곪아 터진 것은 아닐까 합니다.
3. 레드 마켓, 인체를 팝니다
어제 우연히 TV를 보다가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습니다. 호주의 한 불임 부부가 인공수정을 하고 대리모를 통해 쌍둥이를 출산했는데, 쌍둥이 중 하나가 다운 증후군에 걸린 것을 알자 그 하나를 버리고 정상인 아이만 데리고 갔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버리고 갔다는 것이 가장 충격적인 일이지만 돈을 주고 아이를 출산하도록 하는 대리모 역시 충격적인 일입니다. 예전 우리나라에도 존재했던 '씨받이'와 비슷한 맥락이겠지요. 그만큼 인체를 판매하는 것이 쉽고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현 세상입니다.
세 번째 책, <레드 마켓, 인체를 팝니다>는 인체 판매와 관련된 여러 사례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 책의 저자 탐사 저널리스트 스콧 카니는 인간과 인체를 놓고 수익성 좋은 비밀 거래가 이루어지는 ‘레드마켓’이라는 거대한 지하경제를 쫓아다니며 현장에서 5년을 보냈다고 합니다.
<레드마켓, 인체를 팝니다>에서는 이 수십억 달러짜리 지하 거래의 성장과 몰락 및 재기를 초기 의학 연구와 오늘날의 대학 연구 활동에서부터 가난에 피폐해진 유라시안 지역과 서구의 첨단 실험실까지, 납치범과 대리모에서부터 해골 매매상과 살아남기 위해 인체를 파는 가난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 역사를 통해 폭로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법으로 이 시장이 엄중 단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과학의 발전으로 인대나 신장, 심지어 여성의 자궁을 빌릴 정도로 인체에 대한 수요는 증가했고 그 거래에 내재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고려할 공간은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세계 인체산업과 그 산업이 우리 모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놀랍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4. 대한민국 치킨전
네 번째 책은 <대한민국 치킨전>이라는 책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치킨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치킨보다 통닭이라는 말을 더 좋아하고, 대부분의 프렌차이즈 치킨을 먹어보고 먹어보려 노력하는 치킨 매니아 중 하나지요.
<대한민국 치킨전>은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자리매김한 치킨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입니다. 저자는 농촌.농업 사회학을 전공한 정은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젋은 학자입니다. 그가 이 책에서 그리고자 하는 치킨은 서양에서 유래한 프라이드치킨의 역사나 맛이 아니라 한국인의 삶과 역사가 녹아 있는 치킨의 풍경이라고 합니다.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대한민국 치킨전>은 치킨에 녹아 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2002년 ‘대~한민국’의 함성과 함께 치맥시대를 열었다. 운동회와 소소한 회식, 월드컵 응원은 맥주와 결합한 치킨이 공동체와 축제의 음식으로 얼마나 적합한지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2014년의 치킨은 치킨 전문점이 아니라 편의점에서 조각으로 팔리면서 혼자서, 식사로 먹을 수 있는 일상의 음식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대한민국 치킨전>이 보여주는 치킨의 사회사가 궁금해집니다.
5. x의 즐거움
다섯 번째 책은 과학 관련 책입니다. <x의 즐거움>이란 제목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수학을 에세이로 풀어낸 책입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자연학을 에세이로 풀어냈다면 이 책의 저자이자 괴짜 수학자 스티븐 스트로가츠는 수학을 에세이로 풀어낸 사람입니다.
출판사의 설명에 따르면 <x의 즐거움>은 <뉴욕 타임스> 독자들이 환호한 전대미문의 수학 칼럼이자 하버드와 MIT 학생들이 영화배우보다 더 환호하는 괴짜 수학자 스티븐 스트로가츠가 저자인 책입니다. <뉴욕 타임스>는 이 기발한 천재에게 수학 칼럼을 연재해달라고 요청하는데, ‘어른의 눈높이’에서 수학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알게 하고, 우리 안에 숨겨져 있던 ‘수학 본능’을 일깨우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모든 연령대의 독자에게 환호 받은 이 칼럼은 <x의 즐거움>으로 엮였습니다.
이 책 단 한 권으로 유치원 과정의 산수에서부터 대학원 과정의 대수학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독자들을 즐거운 수학의 세계로 안내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재미있을지 궁금합니다.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부터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얼룩말의 줄무늬와 크림치즈를 바른 베이글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과 대중문화, 생물학, 역사 등 세상 모든 것에 깃든 수학을 발견해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몰랐던 매력적인 수학의 세계에 눈 뜨게 될 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