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연말이나 새해를 맞닥뜨리면 물리적으로 분주하지 않음에도 정신적으로 분주함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분명 인지하고 있는 것조차 한순간에 잊어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어제 '주목 신간 페이퍼를 써야지' 하고 확실히 의식하고 있었음에도, 홀라당 까먹어버리고만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것이다.
올해는 아홉수에 빠진 해라 다사다난할 것이라 스스로 암시를 걸고 있는 터라 글을 쓸 때 주저리주저리 하는 경향을 보인다. 많은 분들이 읽지는 않을 페이퍼일 것이지만 만약 읽으시는 분이 있다면 양해해 주시라.
<무업 사회>(펜타그램),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에코리브르)
지금까지 '헬조선'이니 '지옥불반도'니 하는 대한민국 사회에 관한 자조적인 분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관련 책도 계속 쏟아지고 있다. 출판 관계자가 아닌 탓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불평등에 관한 것들을 다룬 책들에 관심이 많아 상관은 없지만 딱히 이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출판 경향을 환영할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나는 관련 책들에 관심이 있고, 불평등을 간절히 해소하고 싶어하는 소위 '흙수저' 중 하나이기에 불평등에 관한 책들을 주목 신간으로 선택했다. 그 중에서도 일본 청년 무업자의 실태를 다룬 <무업 사회>와 불평등과 노년의 삶의 상관관계를 다룬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를 꼽았다.
불평등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청년과 노년의 연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둘은 함께 가야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불평등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더 많고, 관련 책들도 마찬가지다. 여러 관련 책 중에서도 노년의 불평등을 다룬 <불평등이 노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가>란 책이 조금은 더 소중한 이유다.
<달리는 기차에서 본 세계>(후마니타스), <명리>(돌베개), <비밀의 언어>(인사이트)
내가 지금 발을 딛고 있는 사회를 면밀히 관찰하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서도 책을 읽는다. 그래서 여러 분야를 다룬 다양한 책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전문적인 연구는 분명 있을테지만, 한국에서 전문적인 연구를 쉽게 풀어낸 대중교양서는 보기 드물다. 그런 부분이 참 아쉽다. 그렇다고 대학 교수들에게 대중교양서를 집필하라 강요할 수도 없다.(연구논문보다 대중교양서가 점수가 낮다.) 때문에 좋은 대중교양서를 만나면 참 반가울 수밖에 없다.
<달리는 기차에서 본 세계>는 철도가 만들어낸 세계에 관한 이야기다. 철도에 관한 이야기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이 책은 '철도 기관사'가 직접 쓴 책이라 더 의미 있다. <명리>는 명리학을 다룬 책이다. 주로 음악평론가로 알려진 강헌의 책인데, 전작 <전복과 반전의 순간>을 꽤 재밌게 읽은 터라 기대 중이다. 신간평가단에 선정되지 않는다고 해도 꼭 사볼 예정이다. 한국인이라면 사주팔자를 떼놓고 살긴 힘드니까. <비밀의 언어>는 암호에 관한 책이다. 지난해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는데, 마침 관련 책이 나왔다. 암호의 역사와 과학이라는 부제만큼 재미있기를 기대한다.
1월 5일이 마감이라 이 페이퍼가 반영될 지 안 될지 모르겠다. 뭐 어떤 책이 되든지 상관은 없다. 그저 조금이나마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책이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