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 마음이 한 뼘씩 자라는 이야기
사색의향기문화원 지음, 이영철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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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 리뷰



 

책을 읽을 때 얻는 깨달음은 짜릿함을 준다. 하지만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도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적이 있다. 끙끙대며 읽은 책인데도 뭔가를 얻지 못해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다. 그런데 어떤 때는 한 줄의 문장을 읽었을 뿐인데도 말할 수 없는 상쾌함을 느끼고, 척박한 삶을 살아갈 힘을 얻은 적이 있다.

 

책 한 권뿐만 아니라 한 문장에도 이렇게 강력한 힘이 있다면 누군가 나를 위해 좋은 문장, 삶을 돌아보게 하는 문장들을 보내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누군가 그런 문장을 보내온다면, 그 문장을 읽고 곱씹는 하루는 왠지 멋진 하루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그런 좋은 문장들을 매일 아침 보내주는 곳이 있었다. 바로 사색의 향기 문화원이다.

 

사색의 향기 문화원은 매일 명언산책, 책속의글, 세상보기, 독자의글, 문화읽기 등을 주제로 한 향기 메일을 회원들에게 보내주고 있다. 향기 메일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자극적이고, 단발적인 인터넷 콘텐츠에 익숙해진 현대인을 위해 사색하고 곱씹을 수 있는 문장을 전달해주는 서비스다.

 




현대인은 팍팍한 삶 때문에 책 읽을 시간도 없고, 생계에 바빠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이럴 때 마음을 울리는 한 문장이 주어진다면 그 삶은 조금이라도 나은 삶이 아닐까. 향기 메일은 이러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사색의 향기 문화원은 지난 10년 간 보낸 2,400여 건의 향기 메일 중 120편을 선별해서 올해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란 책으로 묶었다.

 

사람, 희망, 마음, 사랑의 잠언집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를 펼치면서 류시화 시인이 엮은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란 책이 떠올랐다. 삶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는 잠언들의 모음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상투적인 경구일 수도 있는 것들이다. 나도 처음에 책을 읽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책을 읽다가 사색의 향기 문화원이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사색한 것들을 서로 공유하고 있었다. 아마 이들은 아무런 공통점도 없을 것이다. 오로지 향기 메일을 통해서 소통하고 공감하는 이들일 것이다. 사색과 공감의 장이 사색의 향기 문화원이란 곳에 열린 것을 보니 내심 나도 향기 메일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몇 줄의 문장이

우리의 삶을 전면적으로 돌아보게 하지요.

몇 줄의 이야기가

상처받은 우리의 마음에

깊은 위안을 주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할 때가 있습니다.


서문 중에서

 

그제야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란 책은 향기 메일을 통해 소통하고 공감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상투적이면 어떤가. 상투적인 문장도 읽는 이의 상황, 기분, 환경에 따라서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어떤 때는 그냥 스쳐지나갔던 문장이 또 어떤 때는 눈물을 왈칵 쏟게 만드는 것을 보면 말이다.

 




경구만 곱씹어 보는 것도 좋다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는 명사들의 문장과 그 문장을 풀어낸 짧은 글귀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사색이라는 것을 처음 하는 사람들은 명사들의 문장과 그 문장을 풀어낸 짧은 글귀를 같이 읽는 것이 좋다. 명사들의 문장이 어려울 수도 있고, 짧은 글귀가 사색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색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명사들의 문장만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명사들이 남긴 글이나 말은 문장이긴 하지만 시에 가깝다. 그 문장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렇게해석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저렇게해석될 수도 있다. 명사들의 문장에 담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다. 또한 직접 그 의미를 발굴해 낸다면, 거기서 오는 쾌감은 더 클 것이다.

 

사색은 문화의 향기를 피워 올린다

 

사색의 향기 문화원은 사색의 향기란 명칭의 뜻을 이렇게 말한다. “사색을 통해서 사고와 분별과 견해를 갖게 된다. 그것이 곧 생각이다. 생각이 자리 잡으면 그 생각으로부터 상상력이 발휘된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한다. 사색을 통하여 문화의 향기를 피워 올리는 것이다. 그 문화는 공유되고 나누어지면서 행복한 문화나눔터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 사색의 향기 문화원 홈페이지



사색의 향기, 아침을 열다를 통해 사색의 첫 출발을 시작하는 건 어떨까. 한 문장에서 시작하다보면 한 문단이 될 것이고, 그것은 결국 책 한 권이 될 것이다. 또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동한다면 사색의 향기 문화원이 보내는 향기 메일도 한 번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삭막한 메일함 속에서 따뜻한 한 문장이 담긴 메일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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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공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에리카 종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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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飛行)에 대한 공포. 그것은 어떤 공포일까. 단어 그대로 날 수 없다는, 고소공포증과 비슷한 공포일까. 아니면 세상의 굴레를 벗어던질 수 없는, 세상이 주는 치명적 달콤함을 이길 수 없다는 그런 뜻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비행(非行)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억압적 상황에 대한 공포일까. 비행공포라는 제목만으로는 아직은 알 수 없었다.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는 남성중심사회가 만들어낸 여성성이라고 할 수 있는 가사와 육아를 끔찍이도 싫어하지만, 동시에 남자에게 구속당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진 주인공 이사도라 화이트 윙의 이야기다. 소설은 주인공인 이사도라의 삶 전체를 관통하면서, 남성중심사회 속의 여성과 혼란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비행공포를 주인공인 이사도라가 네 명의 남자를 길잡이로 삼아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정의하고 싶다. 소설 속에서 이사도라는 항상 자신이 만나는 남성에게서만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는다. 하지만 그것은 공허한 몸짓에 불과하다. 이사도라 자신이 없는 결혼생활은 매번 결핍을 만들어냈고, 남편과는 항상 불화했다. 그래서 이사도라는 그 결핍을 메우기 위해 지퍼 터지는 섹스를 갈망했다.

 




그 욕망은 세 번째 남자인 베넷과 정신분석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으로 떠났을 때 달아올랐다. 거기서 에이드리언을 만났기 때문이다. 당시 이사도라는 자신이 환상으로만 생각했던 지퍼 터지는 섹스를 에이드리언과 경험했다고 믿었다. 그것은 베넷과의 결혼이 주는 안정감을 던질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믿음이었다. 결국 이사도라는 베넷을 포기하고 에이드리언과 사랑의 여행을 떠난다.

 

이사도라는 에이드리언을 자신이 선택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그것은 앞선 세 명의 남자와 마찬가지로 에이드리언을 자신의 존재가치로 삼는 것이었다. ‘자신이 없는 욕망은 끝내 스스로를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에이드리언은 자신의 부인과 자식을 만나기 위해 이사도라를 버리고 떠난다. 이사도라는 분노하지만 남은 것은 단지 자신 밖에는 없었다.

 

에이드리언을 쫓아 햄프스테드로 가지 않을 것이다. 자기파괴적인 열정 때문에 내 삶을 망치지 않을 것이다. 따라가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다. 내 안의 또다른 나는 사랑을 위해 모든 걸 던지지 못하는 이사도라를 경멸한다. 그러나 이제 가식은 필요치 않다. 나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자기희생 다윈 이제 관심 없다. 로맨틱한 여주인공이 될 수 없을지는 몰라도 나는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건 그것뿐이었다.”

-『비행공포554

 

나는 여전히 살아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건 그것뿐이었다.” 이사도라는 자신이 지퍼 터지는 섹스를 했다고 믿었던 에이드리언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이제까지 자신이 가진 것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 외에는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이 바로 이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르트르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실존이 조금은 선명해지는 느낌이었다.

 




이사도라는 다시 베넷을 찾아 런던으로 떠난다. 그것은 이사도라에게 이전과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이전의 사랑과 의존성이 사라진 상태, 그것은 아마 에이드리언에게 버림(?)받고 난 이후 호텔에서 이사도라 스스로 씻어낸 것이리라. “살아남는다는 건 자꾸만 다시 태어나는 걸 의미했다는 이사도라의 말처럼, 이사도라는 다시 태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껏 사랑이 실망 외에 무엇을 주었던가? 아니면 내가 사랑에 잘못된 기대를 품었던가? 나는 남자 속에서 나 자신을 잃고 싶었고, 나 자신이기를 멈추고 싶었으며, 빌린 날개로 천국으로 날아가고 싶었다. 이사도라 이카루스라고 불러주세요. 그러나 빌린 날개들은 내가 필요로 할 때 붙어 있어주질 않았다. 아무래도 내 날개를 길러야 할 것 같다.“

-『비행공포555

 

베넷이 들어오면서 소설은 끝난다. 베넷이 들어온 이후 어떤 말을 했을지 궁금하다. 갑작스런 등장에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을 수도 있고,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쉴지도 모른다. 또 이사도라의 비행(非行)을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TV를 켤 수도 있다. 아마 베넷은 욕조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 이사도라를 감싸는 날개를 봤을지도 모른다. ‘비행(飛行)의 공포를 이길 수 있게 하는 커다란 날개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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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해서 죄송합니까? - 예뻐지느라 아픈 그녀들의 이야기 생활의 발견 시리즈 1
사단법인 한국여성민우회 지음 / 후마니타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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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회는 외모가 계급인 사회다. 물론 외모 외에도 직업, 학벌, 돈 등 계급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가장 큰 요소는 외모일 수밖에 없다. 사람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첫인상이라고 하는데, 첫인상에는 외모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제 외모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암담한 시대가 됐다. 연애도, 취업 면접도, 인간관계도. 외모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면 불이익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세상이 돼버렸다.

 

자기 관리가 외모 관리가 된 시대다. 무릇 자기 관리라면 능력을 계발하거나 시간과 건강을 관리하는 뜻이어야 마땅하지만, 다른 어떤 것이 뛰어나든 뚱뚱하면 자기관리에 실패한 사람 취급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황당하면서도 견디기 힘들다. 이런 주변의 시선은 대부분 여성들이 받게 된다. 최근 남성들도 외모 관리의 대열에 뛰어들었지만 여성들에 비하면 그것은 상당히 견딜만한 것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사회의 시선을 견디며 침묵해온 여성들이 드디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목소리를 한국여성민우회가 모아 뚱뚱해서 죄송합니까?란 책으로 만들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성평등한 민주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운동 단체다. 만약 다른 단체나 연구자가 이런 책을 썼다면 모르겠지만, 여성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여성민우회가 낸 책이라 그 진정성이 느껴진다.


대한민국에서 지금까지 뚱뚱해서 죄송합니까?와 같은 책이 나오지 못한 것은 못생긴 오크녀의 자기변명이자 피해의식이라는 재갈에 물려 거의 모든 여성들은 발언권뿐만 아니라 신체적·심리적·사회적 생사여탈권을 박탈당해왔기 때문이다.(124)” 여성의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을 보는 시선에서 마저 외모지상주의가 깔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가족이 더 무서운 이유

 

뚱뚱해서 죄송합니까?의 내용처럼 뚱뚱한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첫 장소는 가정에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집에서 가장 많이 듣는 것은 살 빼라는 소리다. 매번 볼 때마다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 지겨울 만도 한데 그칠 줄을 모른다. 이제는 무덤덤하지만 뚱뚱한 아들은 창피하다는 말을 듣고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주변의 시선을 감당하고 온 사람을 보듬어줘야 할 가족마저도 그런 눈치를 주니 어느 누가 세상을 견딜 수 있을까.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는 일이 있어요. 제가 초등학교 때 어머니랑 같이 고층 아파트 사는 친척 집에 갔다가 나오는 길에 있었던 일이에요.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다가 중간에 멈추고 어떤 아저씨가 타는 순간, 무게가 다 차서 ~’하는 거예요.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있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완전 소심하게, “죄송합니다이러시는 거예요.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제가 엄마한테 엄마가 뭐가 죄송해, 우리가 먼저 탄 건데!” 그러니까 엄마가 내가 뚱뚱해서 그래그러시는데……. 어린 마음에 가슴이 너무 아픈 거예요. 왜 우리 엄마가 먼저 탔는데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 싶고요.”

- 『뚱뚱해서 죄송합니까?빅뷰티의 인터뷰 중에서

 

이 인터뷰를 보고 울컥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가장 앞에서 타려고 한다. 조금 늦게 엘리베이터를 타 소리라도 울리면 내가 조금 더 먼저 탔음에도 덩치 때문에 스스로 눈총을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대한민국이 이런 사회가 됐는지 알 수 없다. 뚱뚱한 게 인 사회, 예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사회 생각하면 할수록 최악이라고 느낀다.


뚱뚱한 사람도 당당할 수 있다


뚱뚱한 사람들은 차별받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나서거나 뭉치지 못한다. 미국처럼 뚱뚱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도 않을뿐더러 이미 뚱뚱한 것이 라는 것을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뚱뚱한 사람마저도 그렇게 믿어버리는 마당에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지만 뚱뚱해서 죄송합니까?란 책이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의 2부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목소리는 힘이 약하지만 다수의 목소리는 어떤 강력한 힘을 가진다. 대한민국 사회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비판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끊임없이 외모 관리를 해야 사랑을 받고, 취직이 되며, 자신감과 자기애가 생기는 현실 자체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124)” 뚱뚱해서 죄송합니까?가 비록 작은 책이지만, 그 작은 씨앗을 통해 언젠가는 뚱뚱한 사람들이 득은 없을지언정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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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마디 말로도 박수 받는 힘 - 사람들 앞에 홀로 선 당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
강헌구 지음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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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기 위해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런데 '문학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라는 담론이 팽배해 있는 지금 사회에서 글로 먹고 살기엔 힘이 들 수밖에 없다. 걱정이 앞선다. 내 지도교수님도 제자들의 앞날을 걱정하시면서 매번 하시는 말이 있다. "문학과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 즉 학자가 먹고 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나는 저술 능력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강의 능력이다."


저술 능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지만 솔직히 강의 능력은 자신이 별로 없다. 만약 지금 사람들 앞에 홀로 선다면 어버버 거리다 부끄러워 줄행랑을 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을 가지던 차에 위즈덤하우스 퍼플소셜평가단 3기 첫번째 미션도서로 『단 한마디 말로도 박수 받는 힘』이라는 책이 왔다. 후에 하게 될지도 모르는 강의나 강연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니 책이 반가웠다. 





단 한마디 말로도 박수 받는 힘의 저자는 강헌구 교수다강헌구 교수를 가리켜 부르는 말이 있다바로 비전 강연의 달인이다. 20년간 2,000여 회 넘게 강연을 해오면서 이 타이틀이 생기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겠는가그만큼 초보강사 시절의 고충을 공감하고 스타강사가 되기까지의 노하우를 잘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그동안 가슴 뛰는 삶》 《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등의 베스트셀러를 낸 바 있는 그가 이번에 사람들 앞에 홀로 서서 그들을 감동시키고 박수 받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를 썼다


강헌구 교수는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에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한남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83년 이후 장안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1995년에 '비전스쿨'을 설립하여 청소년들을 위한 비전 형성 교육에 힘써왔다. 1998년부터 경기방송과 대전극동방송 라디오에서 '21세기 꿈터', '생방송 시사 21'을 진행하면서 비전의 힘과 형성원리를 전파한 바 있다한국비전교육원을 통해 기업학교관공서 및 개인들에게 비전 교육을 실시해왔으며, 200여 명의 강사를 양성해왔다.(알라딘 제공)

 




강헌구 교수는 먼저 '무대 위에 홀로 선 그대에게' 자신의 노하우가 담긴 열여덟 가지의 감동 기술을 서술한다. 이 열여덟 가지의 기술은 다섯 가지 테마로 나뉜다. 그 테마는 선제기습, 집중, 핑퐁, 대변인, 결행이다. 선제기습과 집중은 강연을 할 때 청중들의 이목을 끄는 기술이다. 강헌구 교수는 초반에 청중들을 휘어잡지 못하면 강연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강연을 시작할 때 구구절절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바로 핵심으로 들어가는, 선제기습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청중들을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이야기, 즉 스토리텔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청중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것은 이야기뿐이고 강연자는 이야기 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핑퐁과 대변인은 강연을 어떻게 끌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한 기술이다. 핑퐁은 강연자가 청중에게 일방통행식, 즉 설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과 핑퐁처럼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교식 강연은 쉽게 지루해질 수밖에 없고 딱히 기억에 남는 것도 없다. 그래서 청중과 대화하면서 강연이 쌍방향의 교류가 되야 한다고 강헌구 교수는 말한다. 대변인은 청중의 언어로, 청중의 입장에서 강연자가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연자의 입장에서 말하다보면 자칫 설교가 되기 쉽다. 그리고 어려운 강의가 될지도 모른다. 강헌구 교수는 강연자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청중과 같은 언어를 쓰다보면 청중과 더욱 가까워지고, 강연은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헌구 교수는 단언한다.


결행은 강연을 통해서 청중을 변화하게 만드는 것이다. 강연을 듣고 거기서 끝나는 것은 강연을 단순히 소비하는 행위일 뿐이다. 강연자의 강연은 청중을 움직이게 하거나, 그만두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강헌구 교수는 이를 강조한다. 청중을 결행하게 만드는 강연이 진짜 강연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강헌구 교수는 '한 판 승부가 임박해오는 그대에게' 필요한 공식과 조건을 이야기 한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강연의 기술이다. 나는 아직 강연의 기회가 없어 숙지해두는 것에서 그쳤지만 누군가 강연을 해야하고 그것이 임박했다면 이를 참고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 CEO와 직장인을 위한 토크파워 공식


말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부터 버려라

가설사고단어지출예산템플릿으로 무장하라

토크파워 9단계 공식으로 승부하라

- 1단계인트로청중의 의자에 접착제를 붙인다

- 2단계토픽소개자신에게 자신감을 준다

- 3단계핵심 메시지 선언청중에게 신념의 마법을 건다

- 4단계배경 설명인연을 말하며 다가선다

- 5단계메뉴 소개길을 보여준다

- 6단계개별 메뉴 서빙감동을 만끽하게 한다

- 7단계클라이맥스결단 촉진제를 투약한다

- 8단계클로징: 2리드 상황에서 쐐기 골을 추가한다

- 9단계질의응답조금 더 다가선다

전날 밤에서 시작하기 30분 전까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실수 7가지

 

▶ 백문·백독·백습프로 강사의 조건


박수 받는 즐거움프로 강사의 비전

결정적인 하나의 키워드로 승부한다

뇌에 지식 가공 장치를 설치한다

먼저 성공을 경험하고 그 다음에 강의를 시작한다

프로다운 근성을 발휘한다

당대 1인자에게 직접 배운다그리고 넘어선다

100번을 연습하라그리고 1,000번을 초대 받아라

스타 인큐베이터프로 강사가 되는 마스터플랜

 

 

이제 말을 잘하는 것도 큰 재산인 시대다. 어떤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이라면 강연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이 된다. 그런데 무대에서 사람들 앞에서 홀로 섰을 때 말을 잘 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재산을 낭비하는 것과 다름 없다. 나도 앞으로 공부를 하면서 조금의 성취를 이루고, 책을 쓴다면 강연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강헌구 교수의 『단 한마디 말로도 박수 받는 힘』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만약 강연이나 말을 잘 하고 싶다면 『단 한마디 말로도 박수 받는 힘』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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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지승호 지음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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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의식의 악순환을 끊어내자





  보수주의자의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진짜’ 보수주의자로 나선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와 전문 인터뷰어인 지승호의 공저인 『공범들의 도시』가 세상에 나왔다. 『공범들의 도시』는 프로파일러이기도 한 표창원 교수의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범죄라는 키워드를 매개로 바라본 대한민국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공범들의 도시』는 대한민국이 왜 공범들의 도시가 되었는지를 일련의 실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범죄 자체에 대한 것에서 시작해 범죄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인 구조, 범죄를 예방할 수 없는 사법적 시스템,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벌인 대선개입 사건과 같은 최근 정치적 이슈까지 다양한 매개를 가지고 대한민국을 보고 있다.


  표창원 교수는 책에서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불이익을 걱정해 정의와 진실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지 묻고 있다. 이웃에서 일어나는 작은 범죄에서부터 최근 공권력의 대선개입 사건과 같은 거대 범죄까지 모두들 외면해버리고 마는 현실이, 비록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지만 범죄에 침묵함으로써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공범의식에 젖어 있는 것이 아닌지 자문해보라는 것이다.





"정부와 국가기관, 권력자와 고위 공직자들이 눈앞의 이익과 보신을 위해 거짓을 강요하고 정의를 짓밟는 행태를 지속하는 사이에 우리 사회는 그 뿌리부터 썩어 문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표창원 교수가 언급했듯이 이런 공범의식은 국민이 정부와 정부가 집행하는 공권력을 신뢰하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불신은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서도 그 원인이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가진 정부와 공권력의 불신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쿠데타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아주 뿌리가 깊다. 두 번의 쿠데타와 국민을 학살한 사건은 공권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국민이 정부와 공권력을 불신하기 시작하면 공권력이 담당하는 치안을 믿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그 수단 중에서 가장 손쉬운 것은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총기를 사면된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은 총기 소지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럴듯한 자위의 수단이 없다. 그렇다면 항상 주변 사람들을 경계의 눈초리로 쳐다 볼 수밖에. 이렇게 국민의 공권력 불신은 결국 국민이 서로를 불신하게 만든다.





※ 사진 출처 - 프레시안 협동조합



  국민이 서로를 불신하게 되면 사회는 공범들의 도시가 되고 만다. 국민은 자신에게 돌아올 불이익을 무릅쓰고 남을 도울 이유가 없다. 불이익을 감수할 어떤 기제도 공범들의 도시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명예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도와준 사람만 바보가 되는 사회. 그것이 바로 공범들의 도시다. 표창원 교수는 이를 “패배나 불리한 결과에는 승복하지 않으며 온 힘을 다해 저항한다. 모두가 퍽퍽하고 삭막한 불신과 의심, 경계, 피해의식의 악순환 속에 빠져 있는 듯하다”고 표현한다.


  이런 공범의식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신뢰회복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정부의 공권력이 신뢰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지만, 그런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남는 것은 국민 서로의 신뢰회복뿐이다. 신뢰회복이 없다면 어떠한 연대도 불가능하다. 표창원 교수는 대한민국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2008년부터 시작해 어떤 거대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나타난 촛불을 근거로 한다. 아주 느슨한 연대이기는 하지만 촛불은 정의와 신뢰의 회복이 가능하다는 맹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표창원 교수의 바람처럼 이제 대한민국이 서로를 불신하고 의심해 공범들의 도시가 되는 것에서 멈추고 정의가 살아있는 신뢰의 도시가 되길 소망한다. 『공범들의 도시』가 이 소망을 이루는 출발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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