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지 않을 권리 -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서
강신주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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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고만 살았던 나

[서평] 상처받지 않을 권리



평소에 '저거 갖고 싶다. 돈 모아서 사야지.'라는 말을 많이 하고 다녔다. 뭘 그렇게 많이 가지고 싶은 것인지 좋은 물건만 보면 연신 그 말을 해댔다. 한참을 그러다가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읽게 되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 나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난 속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처음 이상과 짐멜을 만났다. 그들은 돈이 가진 위력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상은 돈이 있다면 자신이 활개 칠 수 있는 날개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돈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만날 수 없다는 두려운 사실이 이상이라는 활시위를 떠나 날 꿰뚫었다. 짐멜은 나와 타자 사이에 돈이 침입해 직접 관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직접 사람과 사물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돈이 없다면 나는 허영심에 가득 찬 사람이었다. 그리고 사람도 만날 수 없고, 사물도 얻을 수 없는 돈에 속박된 사람이었다. 돈이 신으로 여겨지다니, 무서웠다.


자본주의의 위력


다음엔 보들레르와 벤야민을 만났다. 그는 돈의 위력을 알고 있었다. 돈이 있다면 세상은 매춘부처럼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나도 돈이 있으면 보들레르처럼 느꼈다. 돈을 한 아름 안고 백화점(아케이드)를 누비는 상상은 나의 허영심을 채우기 충분했다. 하지만 벤야민은 나를 깨뜨렸다. 매춘부를 예로 들면서 자본주의의 무서움을 말했다. 


파리의 여인들이 산업자본이 만든 제품을 사기위해 매춘을 행하기 시작했고, 매춘으로 번 돈이 다시 산업자본의 손으로 들어가는 그 악순환을 보았을 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뒤에 떠오른 것은 능력 여하에 따라 결혼하는 현대 여성들이었다. 돈, 돈, 돈. 지금은 보들레르의 시대보다 더 매춘이 횡행하고 자본주의가 사랑을 완전히 지배하는 시대라는 것이 피부에 와 닿았다. 나도 이런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다니, 오싹했다.


투르니에와 부르디외를 만났을 때는 절정이었다. '아비투스'에 갇혀있다니. 문학과 사학, 그리고 철학을 공부하면서 넓은 사고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나는 근대에 살면서 전근대적인 사람이었다. 자본주의로 인해 미래를 가능성의 장이라고 여기면서도 불합리한 이 사회의 미래가 여전히 같을 것이라고, 잠재성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본주의로 가득 찬 내 마음에 구멍을 뚫었다. 


또한 투르니에와 부르디외는 나를 허영에 가득 찬 사람이라고 손가락질했다. 옳다. 나는 상류계층의 사람들을 우러르며 그들의 생활을 모방하려 애썼다. 그리고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며 멸시하는 사람이었다. 계속해서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살고 있나?'라고 나에게 질문했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왜 상류계층의 사람들을 우러르고, 왜 유행하는 물건을 사고, 왜 돈을 갈구하는지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질책하지 않았다. 대신 '놀이의 아비투스'를 내게 보여줬다. 허영의 미래가 아니라 함께 현재와 내재적 삶을 살아보자고 손을 내밀었다. 아직 나는 그 손을 잡을 수 없었다.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려면


마지막으로 나는 유하와 보드리야르를 만나게 되었다. 그들도 앞의 사람들과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네가 느끼는 자유는 반쪽짜리 자유일 뿐이라고, 넌 이미 산업자본의 노예가 되어버렸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들의 말이 맞았다. 나는 자본주의 속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뭘 만들지도 못하고 고치지도 못한다. 전문화라는 허울좋은 명분아래 나는 사육되고 있었다. 산업자본을 이루는 하나의 부속품이었던 것이다. 


보드리야르는 나에게 도구와 상품, 상징, 그리고 기호 중에 어떤 사물의 측면을 고를 것인지 물었다. 지금 나는 대부분이 그렇듯 어떤 것보다 기호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상징을 선택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선뜻 그곳에 손을 내밀지 못했다. 과연 모든 이에게 상징으로 내 것을 내어줄 수 있을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나는 아직 자본주의에 매몰되어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와 만났던 이들을 모두 떠나보냈다. 그들은 내 생각을 열어 자본주의가 낸 상처를 보여줬다. 돈, 돈, 돈. 돈으로 내 생각은 난도질 당해있었다. 곳곳이 미래를 위한 금욕으로 멍들어있었다. 그리고 내 인생을 뒤돌아보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모두가 장밋빛 미래를 향해있었다. 순간 나는 멍해졌다. 투르니에의 로빈슨크루소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나도 그처럼 '놀이의 아비투스'를 가지고 싶어졌다. 이제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사는 것이다. 반쪽짜리 소비의 자유가 아닌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다!



책 정보


 제목 - 상처받지 않을 권리

 부제목 - 욕망에 흔들리는 삶을 위한 인문학적 보고소

 지은이 - 강신주

 출판사 - 프로네시스(웅진)

 출간일 - 2009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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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고전 : 한국편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김욱동 지음 / 비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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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연에게 빚을 갚아야할 때

[서평] 생태주의적 인문학 <녹색 고전>



근대 이전까지 인간은 자연에게 많은 빚을 지며 살았다. 인간은 항상 자연에게 일용할 양식을 얻었다. 견디기 힘든 추위도 자연에 있는 나무를 베어와 불을 때며 살아남았다. 이때 인간은 자연에 속한 존재였기 때문에 자연은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자연의 나무나 물, 불에 정령이 있다고 믿기도 했다.


그러나 근대 이후 상황은 급격하게 돌변했다. 인간이 산업혁명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의 여파로 기계와 자연과학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자연을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됐다. 자연에게 종속됐던 신세를 벗어나 자연을 이용하고 개발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른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의 편의를 위해 자연을 마구잡이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철로를 깔고 건물을 올리고 공장을 지었다. 자연을 개발하는 만큼 인간의 과학기술은 나날이 발전했고, 그 발전 속도만큼 자연도 더 빠르게 파괴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연은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되었고, 이제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자연보호를 위한 여러 시민단체가 등장했고, 자연보호와 관련된 여러 책들도 출간되기 시작했다. 여러 국가들도 이런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는지 녹색 성장, 지속가능한 성장 등의 슬로건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생태주의라는 학문도 등장했다. 이처럼 자연보호는 시대의 화두가 됐다. 이번에 소개할 <녹색 고전>이라는 책도 생태주의, 자연보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생태주의적으로 고전을 해석하다


<녹색 고전>은 조금 특이한 책이다. 중·고등학교에서 국어시간에 공부했던 ‘청산별곡’이나 ‘바리공주’ 등의 한국 고전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녹색 고전>은 이런 한국 고전들을 생태주의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특이하다. 이 책을 읽는다면 어렸을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한국 고전이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었구나하고 놀랄지도 모른다.



십 년을 살면서 초가삼간 지어냈으니

나 한 칸, 달 한 칸, 맑은 바람 한 칸을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곳이 없으니 이대로 둘러두고 보리라



이 시조는 조선시대 중기에 활약한 문신인 면앙정 송순이 지은 평시조다.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대로 해석한다면 이 시조는 말년에 낙향한 선비가 자연과 벗하며 노래한 시조라느니, 유학자가 임금의 은혜를 잊지 않고 감격해 하는 유교적인 충의사상을 내면에 깔고 있다느니 하는 의미를 가질 것이다. 


하지만 <녹색 고전>에서는 다르다. <녹색 고전>은 이 시조를 생태주의적으로 해석한다. 2절의 ‘나 한 칸, 달 한 칸, 맑은 바람 한 칸을 맡겨두고’를 분석하면서, 2절이 “시적 화자 ‘나’가 자신이 방 한 칸을 쓰고 나머지 두 칸은 달과 바람에게 내어준다는 것은 곧 달과 바람을 한식구로 삼는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말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시적 화자인 ‘나’는 한 가족의 가장이고 달과 바람은 그 가족의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것이다.


생태주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시적 화자인 ‘나’가 한 가족의 가장이고 달과 바람이 그 가족의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인간은 자연과 상당히 멀어졌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녹색 고전>은 현대인은 쉽게 발견해내지 못하는, 하지만 자연과 벗하며 살았던 선인들에게는 당연한 생태주의적 관점을 되살려내고 있다. 


인간중심주의에서 파생된 자연 파괴


실옹은 인간중심주의라는 눈곱을 떼고 좀 더 맑은 눈으로 다른 생물을 바라볼 것을 권합니다. 그러면 인간은 생태계라는 거대한 가족에 속한 소중한 구성원일 뿐 그 가장(家長)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생태계는 그만큼 건강한 모습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188쪽)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아마 인간중심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기 때문에 만물 중에서 으뜸이라는 인식은 생태주의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생태주의는 만물이 평등하다는 인식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만물에게 우열은 결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자연은 현재 이용 가능한 것일 뿐이다. 경제적인 논리가 만연한 지금, 공장에서는 정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오폐수를 몰래 버리는 등의 행동은 쉽게 일어난다. 돈을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환경보호는 뒷전이다. 인간에게 이롭기만 한다면 자연을 파괴하는 것은 쉽게 결정되는 일이다.


이는 지난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만성적인 경기불안으로 위기에 처한 토건업자들을 구하기 위해 벌인 이 사업은 국민들의 세금 22조를 토건업자들의 배 속으로 집어넣어준 것뿐만 아니라 애먼 4대강까지 파괴하고 끝이 났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서 얼마나 쉽게 자연이 파괴당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다.  





오염된 언어를 순화하는 언어 생태학


인간의 입장에서 생물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태도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언어학 분야를 ‘언어 생태학’이라고 합니다. 자연이 훼손되고 환경이 오염되어 있듯이 언어도 사용하다 보면 오염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오염된 언어를 찾아내고 그것을 순화하는 것이야말로 언어 생태학이 무엇보다도 관심을 두는 문제입니다.(95쪽)


<녹색 고전>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언어 생태학’을 언급하는 부분이다. 언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의 생각하는 대로 다른 생물에게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이것은 분명히 권력이며, 잘못 사용하면 폭력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대항할 수 없는 상대에게 마음대로 그 힘을 행사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언어 생태학’이 조금 더 대중적으로 알려진다면 하나의 운동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잡초라 불리는 것들도 분명히 그들만의 특색과 매력을 가지고 있을 것임에도, 그것이 경작물을 망친다고 해서 잡초라 불리는 것은 폭력이다. ‘언어 생태학’이 이런 오염된 언어를 더 많이 순화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시 자연과 벗하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무위자연의 세계는 바로 건강한 생태계가 지향하는 세계이기도 합니다. 생태주의의 원친 가운데 “자연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있습니다. 자연은 아무런 인공을 보태지 않고 본디 상태 그대로 그냥 내버려두었을 때 최상의 상태를 유지한다는 원칙입니다. 우리말 속담에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연은 손을 대면 댈수록 손해를 봅니다.(155-156쪽)


<녹색 고전>은 자연과 벗하며 살았던 옛 선인들의 글을 생태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다시 발견해낸 책이다. 어쩌면 옛 선인들은 이미 생태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후대의 현대인들이 근대의 화려함에 취해 그것을 잃어버리고 만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자연이 더 망가지기 전에 다시 자연과 벗하는 삶으로 돌아와야 한다.


개인은 자연보호에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자신의 할 일을 다 할 수 있다. <녹색 고전>과 같은 책을 읽어보는 등의 방법으로 말이다. 하지만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을 입안하는 것은 각 국가의 정부다. 이제 정부도 말로만 ‘녹색 성장’을 외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녹색 성장을 실천해야 한다. 더 이상 토건을 일으킬 때가 아니다. 이제 자연과 상생하는 성장이 반드시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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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밥상 - 건강.젊음.활력을 되찾는
방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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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밥상』 서평

 






음식으로도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이 있다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했다고 전해지는데그가 정말 이 말을 했다는 근거는 없다하지만 이 말 자체는 꽤나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약으로 아무리 병을 고치려고 해도 매일 먹는 음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헛일이니 말이다.

 

인간은 음식을 통해서 스스로의 생명력을 얻는다그래서 음식은 중요하다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자신의 건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매일 먹는 밥상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따라 건강도 달라진다책 남자의 밥상은 어떤 음식을 먹어야 건강에 좋은지 알려주는 일종의 설명서다.

 

식물성 단백질의 힘

 

시금치케일브로콜리의 단백질 함량은 닭가슴살의 두 배가 넘고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은 1,000배 이상 높다그러나 당신은 시금치나 브로콜리의 광고를 듣거나 본 적이 있는가동물성 식품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이론은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허구이다.(33쪽)

 

치킨이나 피자와 같은 기름진 음식에 사로잡혀 있다가 건강을 되찾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려고 하면주로 찾는 음식이 고구마나 닭가슴살이다그래서인지 다양한 닭가슴살을 파는 쇼핑몰이 넘처난다나도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퍽퍽한 닭가슴살을 씹어댄 적이 있다이런 닭가슴살이 그렇게 큰 효과가 없다니 깜짝 놀랐다.

 

책에서 말하는 대로 코끼리 같은 동물이 풀만 먹고 그 몸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닭가슴살과 같은 동물성 단백질보다 식물성 단백질이 큰 효용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만약 이후에 다이어트를 할 일이 있다면 동물성 단백질보다는 시금치브로콜리와 같은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 할 것 같다.

 




자연 그대로 먹기

 

현미는 씨앗이다씨앗은 완전한 생명체로 자랄 수 있는 모든 영양소를 갖추고 있다현미를 땅에 뿌리면 벼가 되어 자란다현미에는 생명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백미를 땅에 뿌리면 그대로 썩어 버린다백미는 이미 죽은 시체이기 때문이다백미는 모양만 현미와 비슷할 뿐 그 안에는 생명 에너지가 없다마치 비타민 음료가 오렌지와 다른 것과 같다.(134쪽)

 

자연은 인간에게 생명력을 섭취할 수 있는 여러 음식을 제공한다자연이 제공하는 음식은 열매의 형태이거나 아니면 그 전체를 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하지만 인간은 자연이 제공하는 것 그대로 먹는 것이 아니라정제된 형태로 먹는다그렇기 때문에 자연이 제공하는 생명력 모두를 섭취할 수 없다.

 

포도를 껍질과 씨 째로 먹으라거나 고구마를 껍질 째 먹으라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자연의 모든 과실은 껍질과 씨에 가장 많은 영양소가 몰려 있다하지만 인간은 그 껍질을 제거하고 껍질 속의 달콤함만 취할 뿐이다자연이 주는 생명력을 다 취하기 위해서는 자연 그대로를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믿음을 버려라

 

승용차 엔진오토바이 브레이크화물차 창틀을 조립하여 자동차를 만든다면 이는 아무데도 갈 수 없는 고철덩어리일 뿐이다온갖 다른 성분을 조합하여 만들어진 알약도 마찬가지이다이러한 알약은 우리로 하여금 화공약품을 과일과 채소로 착각하게 만드는 종합영양제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의 식탁마다 건강보조식품이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인가에 의지하고 싶은 현대인들의 허약한 믿음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은 사회적 증거가 클수록 맹목적이 된다알코올 중독자가 술이 건강에 좋다고 떠든다면 술주정이다그러나 저명한 의대 교수가 술이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면 당신의 판단은 쉽게 바뀐다,(66-67쪽)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서는 수많은 건강보조식품이 자신들을 뽐내고 있다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런 건강보조식품을 찾는다는 증거일 것이다하지만 건강보조식품은 말 그대로 보조식품일 뿐이다건강을 지키는 것은 본질적인 것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건강의 본질은 바로 음식이다.

 

비타민제나 건강보조식품을 아무리 많이 먹는다고 해서 결코 건강은 나아지지 않는다자신의 몸에 맞는 음식을 잘 가려서 먹고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텔레비전과 인터넷에서 광고하는 건강보조식품의 유혹에서 벗어나고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책 말미에 담긴 저자의 말을 명심해야 한다.

 

당신이 지금처럼 모든 음식을 골고루 먹어댄다면 50대에 생을 마치는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성인병은 중년의 병이 아니다잘못 먹은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질병이다인체는 당신이 먹은 불완전한 음식으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를 증상과 질병이라는 신호로 당신에게 알려 줄 따름이다생명체의 목적은 당신에게 고통을 안기는 것이 아닌 생존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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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움직이는 법 - 전 로비스트가 알려주는 설득의 숨은 비밀
폴커 키츠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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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살아가기 위해서 사회를 이룬다사회는 수많은 인간군상이 모여 만들어낸 복잡한 얽힘으로 구성돼 있다사회를 살아간다는 것은 그 복잡한 얽힘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의 문제이다인간군상이 만들어내는 그 복잡함은 서로가 소통함으로써만 풀어낼 수 있다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어렵다.

 

사람 간의 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시중에는 대화법과 관련된 수많은 서적들이 출간되어 있다그것은 적을 내 편으로 만들거나 강연에서 박수를 받을 수 있다는 등 다양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이 글에서 이야기할 책도 대화법설득법에 관련된 것이다이 책 역시 거창한 제목을 가지고 있다바로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움직이는 법이란 책이다.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말하다

 

사회에서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이해관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설득을 한다하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모두가 자신의 입장이 있고그것을 바꾼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소통의 어려움에 대한 가장 극명한 예로 텔레비전에서 하는 토론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TV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하나의 쟁점과 그 쟁점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이 있고그 입장을 대변하는 패널들이 등장한다보통 사람들은 토론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면서 하나의 합의점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만 텔레비전에서 비추는 모습은 합의점을 도출하기 보다는 서로의 입장만을 말하기 바쁜 패널들뿐이다.

 

"우리 주변 사람들은 우리 자신과 똑같이 자기중심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그들은 하루 종일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를 생각한다타인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서는 제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한 정보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한다."

-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움직이는 법』 58

 

이런 모습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토론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친구와 이야기할 때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답답해본 적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그 대화에서 생긴 답답함은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관철시키려한 것에서 나오는 것이다.

 





반대 의견으로 설득하기는 어렵다

 

"다 좋다시간이 남아돈다면 토론도 시간 때우기에 더 없이 좋은 놀이이다다만 그 방법으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리라는 믿음은 버려야 한다오히려 결과는 정반대다반대 의견으로 상대를 설득하려 하면 할수록 당신은 상대의 입장을 바꾸겠다는 애초의 목표에서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움직이는 법』 39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견해를 가지고 있고웬만한 일이 아니라면 그 견해를 수정하려들지 않는다그래서 누군가 자신에 대해 비판을 하면 그것이 아무리 옳은 말이라고 해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겉으로는 수용하는 척 할지는 몰라도 마음속으로는 분명히 앙금이 남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할 때도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이 필요한 말만 하는 사람이 있다그것은 설득을 위한 방법이 아니다자신의 일을 해결하기 위해 상대방을 설득해야 할 때는 충분히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그렇지 않다면 상대방의 반발만 살뿐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은 없다.

 

이는 최근 대통령의 말에서도 알 수 있다. “대통령이 철도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데 왜 믿지 않느냐란 말은 상대방에게 아무런 설득이 될 수 없다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대통령과 같이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말만 했을 때는 철도 파업과 같은 반발만 살 뿐이다.


 




타협이 가장 좋은 해법이다

 

"우리는 아무런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도 나와 다른 관점을 경청할 수 있고탐구할 수 있으며 이해하려 노력하고 심지어 상상할 수도 있다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자신의 관점으로 돌아올 수 있으며 생이 끝나는 날까지 예전과 똑같이 자신의 관점을 유일하게 올바른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적어도 생각만이라도 한 번쯤 편을 옮겨 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볼 용기가 없다면 내가 타깃으로 삼은 사람을 어떤 논리로 설득할 수 있겠는가아마 절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를 움직이는 법』 78-79

 

앞서 말했듯이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사회는 이런 수많은 견해들의 얽힘으로 굴러간다거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견해를 얼마나 잘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견해를 하나의 합의점으로 모아가는 것이다상대방을 꺾고 자신의 의견을 밀어붙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서로가 타협한다는 것은 많은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겠지만 상생하는 길은 오로지 그것뿐이다타협하기 위해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서그것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결코 상대방을 움직이지 못한다서로의 말이 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분명 타협하는 것뿐이다그것이 아니면 결국 다툼밖에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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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 철학이 묻고 심리학이 답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진실
로랑 베그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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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란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도덕적 인간이 어떻게 나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란 의문 때문이었다. 상식적으로 도덕적 인간이 많은 사회라면 당연히 좋은 사회여야 하는데 말이다. 책의 제목은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책 제목뿐만 아니라 호기심을 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책 우측 상단에 찍힌 이그노벨상이라는 단어였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그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한 것으로, 실제 논문으로 발표된 과학적인 업적 가운데 재밌거나 엉뚱한 점이 있는 것에 주는 상이었다. 저자가 이런 상까지 받았다니, 책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도덕적 인간은 과연 도덕적인가

 

도덕적 인간이 어떻게 나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의 저자인 로랑 베그는 저명한 사회심리학자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도덕이란 관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도덕이란 개개인마다 그리고 특정한 사회의 세계관에 따라 달라지며, 그것은 어떤 때는 상식적으로, 또 다른 어떤 때는 비상식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를 쭉 읽다보면 아주 흥미로운 책이 등장한다. 바로 크리스토퍼 브라우닝의 아주 정상적인 악이다. 이 책은 예전에 사학과에서 학부생활을 할 때 읽었던 책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는 책으로 어떻게 보면 끔찍할지도 모를 이야기가 나온다.

 

아주 정상적인 악은 나치 때 유대인을 학살하고 다녔던 ‘101예비경찰대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상식적으로 유대인 학살을 자행한 사람들은 괴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101예비경찰대대도 그들 나름대로의 도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한 가족을 죽일 때 아이에게 엄마가 죽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아이를 먼저 죽였다!

 

어차피 죽는다면 누가 먼저 죽는다는 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끔찍한 이런 행위가 그들에게는 도덕적 행위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도덕이란 관념이 과연 어느 누구에게나 통용될 수 있는 것일까. 저자인 로랑 베그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도덕관념이 모두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한 도덕관념을 옹호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도덕관념의 차이

 

"‘우리그들의 경계는 도덕규칙이 적용될 수 있는 선, 다시 말해 우리와 같은 집단구성원에게 기대할 수 있거나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행동방식의 기준을 보여주는 듯하다. 역설적이고 놀랍게도, 이 규칙들은 그 집단 내에서는 대개 더욱 강화되지만 적대관계에 있는 집단에서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서 도덕의 경계에 관심이 많았던 프로이트는 사랑으로 서로 결합하거나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려면 공격할 만한 외부인이 있어야만 한다.”라고 했다."

ㅡ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77

 

저자인 로랑 베그가 말하는 도덕관념의 차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정치적인 것에서 이 차이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다. 보수적인 사람이 생각하는 도덕과 진보적인 사람이 생각하는 도덕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철도민영화를 예로 도덕관념의 차이를 살펴보자.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법인을 만들어 한국철도공사를 쪼개는 것은 다른 국가의 사례를 볼 때 민영화의 수순이라고 주장하며 철도민영화를 반대하는 파업에 들어갔다. 반면에 정부는 수서발 KTX 법인을 만드는 것이 한국철도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철도 부분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양질의 철도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철도 민영화는 절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런 공방 중에 정부는 수서발 KTX 법인을 관철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경찰 5천여 명을 동원, 강제적인 공권력 집행을 강행했다. 국민의 입장에서 이것은 부도덕한 일이지만 정부와 그 수장인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이것은 도덕적인 일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도덕관념에 공권력 강제집행이 옳은 일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결코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은 사실 신념에 가깝다. 박근혜 정부가 행하는 모든 일들은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서는 도덕적이다. 여기서 도덕적이라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그들의 신념과 일치한다는 말과 같다. 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들의 신념이 도덕적인 것이라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회집단의 유대에서 보편적 도덕관념이 싹튼다

 

"사회집단과의 심리적 유대는 구체적 처벌에 대한 두려움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유대는 법을 존중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다. 사회통제는 순응의 압박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가까운 이들과의 정서적 애착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범죄자가 결혼식을 올리고 나면 범죄위험도가 낮아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ㅡ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90

 

법으로 사회를 통제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법이 포용하지 못하는 부분은 도덕이 담당해야 한다. 그런데 이 도덕관념이 각 사람마다 다르다면 도덕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덕이 영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사회 구성원 간의 심리적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너무나 파편화, 개인화 되어 있다. 그만큼 사회 구성원 간의 심리적 유대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예전에 이웃사촌이라 불렸던 그런 관계는 이제 정말 옛날이야기가 됐다. 이런 사회라면 수많은 도덕관념이 난립하는, 책의 제목처럼 나쁜 사회가 되고 만다. 도덕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의 심리적 유대가 필요하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희망적인 것은 심리적 유대를 원하는 갈망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안녕들하십니까열풍은 그런 갈망이 밖으로 표출된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현상이 끊이지 않는다면 결국 좋은 사회가 올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가 우리에게 주려고 했던 의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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