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스스로 자기를 낮추고 들어가는 사람에게는 점수가 후할 수 밖에 없는데....이 책이 그런 경우다.

저자는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잠깐 검찰 조직에 몸을 담았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바로 마눌 뒷바라지를 한다고 미국으로 떠나 말 그대로 마눌 뒷바라지를 2년간 한다. 이때에 자신이 하고 싶어했던 상대적으로 소외된 법학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는데...이것이 자신을 법대교수가 되게 만들었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법학과의 인연을 이어가게 만들어주었다고 설명한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패스하고서 스스로 이류법학자라고 고백하는 용기도 가상하거니와, 현실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조근조근하게 밝혀내는 폼이 전혀 이류가 아니다. 이건 일류법학자도 하기 힘든 자기 고백아닌가!

헌법 조문에 나와있는 여러가지 기본권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유리되어 왔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헌법의 기본 정신을 망각한 법률가들이 '인정한다. 그러나'라고 하는 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기본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음을 꼽고 있다. 헌법상에 보장되어 있는 무죄추정원칙을 가장 수호해야할 전직 검사가 자신의 부끄러운 수사일화를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있는걸 읽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헌법에 대한 우리의 무지한 모습을 보고 있는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린다.

본인을 중증 예수쟁이라고 낮추면서도 종교의 자유에 대한 편협한 모습을 보이는 종교인들에 대해 따끔한 한마디를 잊지 않는 참 예수쟁이라 할 것이다.

학창시절 뜬구름 잡는것만 같던 헌법이 저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는가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 정도였다. 앞으로 주목해서 봐야할 필요가 충분한 이류 법학자 김두식을 나는 이렇게 만났다. 여러분에게도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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