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 줄 꽂아놓고 - 옛사람의 사귐
이승수 지음 / 돌베개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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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요새 사용하는 말로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거문고를 잘 연주하는 명장이 있었는데, 그 명장의 연주를 제대로 감상했던 친구가 죽어버리자 명장은 거문고의 줄을 끊어버리고 다시는 거문고를 잡지 않았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단어다. 소리를 알아듣는다는 뜻의 지음이란 단어를 진정한 친구를 일컫는 말로 사용하게된 연유다. 

이책은 고사성어를 빌어, 멋진 제목으로 활용하고 있다. 진정한 벗을 위해 거문고의 줄을 꽂아놓고 기다리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며, 그네들간의 사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지은이는 진정한 사귐이 어떠한 것인가를 12쌍의 다양한 사귐을 보여줌으로써 대신 설명한다. 옛문헌 속에 박제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처럼 고민하고 걱정하고 보고싶어하고, 만나고 싶어하는 따스한 피를 가졌던 사람이었음을 알려준다.

평생 단 몇일만 만나 같이 숙식하면서 서로간의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눈 사귐은 그래도 정상(?)적인 교제를 나눈 축에 들수 있을 것이지만, 평생 단 한번도 만나지 못하고 몇통의 서찰을 통해 우정을 나눈 비정상(?)인 사귐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쌍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최명길과 김상헌 커플이다. 워낙 유명한 커플(?)이라 많이 알고 있어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글을 통해 내가 몰랐던 그네들의 새로운 면면을 보게 되었다. 청나라 군대의 포위 가운데서 항복과 관련된 문서를 쓰고 있던 최명길과 그 항복문서를 찢으면서 통곡했다는 김상헌. 정말이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 정치적인 노선을 가진 것인데, 이정도라면 평생 얼굴 한번 안 마주치면서 살았을 것 같은데 실상을 그렇지 아니했던 것이다.  

그네들이 다시 만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청나라의 수도 심양의 감옥의 한 골방에서였다. 이때 김상헌은 74세, 최명길은 58세였다. 담배연기를 뿜어는 상대방에게 애교섞인 항의의 내용을 담은 시편을 지어 전달하는 비흡연가인 김상헌 노인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웃음을 머금게 한다. 또한 감옥에서 나눈 시를 살펴보면, 자신의 정치적인 심정을 시를 통해 피력함으로서, 서로간의 다름을 확인하고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진정한 다름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 커플에 대해 이긍익이 내린 평가야 말로 진정 이책이 말하고자 하는 고갱이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을 포함한 후세 사람들은 처음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뒤의 갈등과 대립만을 기억한다. 

평생 단 몇일 동안의 만남을 소중하게 간직해 지음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평생 단 한번도 만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지음의 경지에 도달한 커플도 있다. 정말이지 사귐에는 정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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