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 워런 버핏이 직접 쓴 유일한 책
워런 버핏 지음, 로렌스 커닝햄 엮음, 이건 옮김, 신진오 감수 / 서울문화사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증권투자를 한다는 사람치고 버핏을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투자만으로 세계 수위의 갑부가 된 것도 경이롭지만, 그러한 수익률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도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는 것으로서 경이롭다.

 

그러한 그의 이름을 넣고 알라딘에서 검색을 해보면 무려 168권의 책이 나온다. 하지만 그 책 가운데 그가 직접 쓴 책은 한권도 없다. 물론 이 책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은 버핏이 쓴 것은 맞지만, 그가 책을 내기 위해 쓴 원고가 아닌 주주들과 소통하기 위해 지난 33년간 보내준 연차보고서 등의 서한을 주제별로 모아서 읽기 편하게 만들어낸 책이기에, 엄밀하게 말하면 그가 쓴 책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다른 사람이 버핏이 쓴 편지들을 모아서, 한권의 책으로 엮은 책이라는 점에서 버핏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있지만, 한사람의 편집자의 취사선택을 거쳤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고, 편지의 수신자가 주주였다는 점에서 편지글의 성격이나 형식의 제한이 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이 <주식 말고 기업을 사라 -  투자의 신 워렌 버핏의 주주서한>의 개정판임을 알게되었다는 점에서 새삼 나의 나쁜 기억력을 떠올렸다. 누군가 그렇게 말했다는데, 10년 후에도 똑같이 투자책을 기웃기웃 거리는 별볼일 없는 투자자가 되는게 가장 두렵다는데, 아마도 내가 그러한 유형의 투자자가 되어 있을 것 같아 새삼 바지런을 좀더 떨어야 하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두꺼운 책으로, 워낙 좋은 구절들이 많아서 포스트잇을 좀 많이 사용했다. 개정 전의 책을 다시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 쩝.

 

뱀발.....언제나 그렇듯이 책을 읽은자의 몫은 책을 읽은 자의 판단과 이해, 거기까지다. 다른사람의 비평은 그 사람의 몫이니까.

p44. 버핏은 주식분할도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행뤼라고 지적한다. 주식분할은 세 가지 결과를 불러온다. 1)주식의 회전율이 높아져 거래 비용이 증가하고, 2)주가 등락에 집중하는 시장 중심적 단기 투자자가들을 주주로 끌어모으며, 3)그 결과 주가가 기업의 내재가치로부터 크게 벗어난다. 그러나 이를 상쇄할 만한 혜택은 없으므로 주식분할은 어리석은 짓이다. 게다가 장기 투자자들을 버크셔의 주주로 끌어모으려고 30년 넘게 들였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험도 있다.

p46. 기업 인수합병

버크셔는 탁월한 경영진이 운영하는 경제성 뛰어난 기업에 투자하되, 지분 전부나 일부를 사들이는 이중 전략을 구사한다. 시장관행과 달리, 버핏은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더라도 프리미엄을 지불할 이유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독점적 성격을 지닌 기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프리미엄을 지불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회사는 가격을 인상해도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이 감소하지 않으며, 추가 자본만 투입하면 매출과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회사다. 독점기업은 평범한 경영자가 운영해도 높은 자본이익률이 나오는 회사다. 프리미엄을 지불할 만한 두번째 유형은 탁월한 경영자가 비상한 재능을 발휘하여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는 회사다.

이 두가지 유형에 속하는 회사는 지극히 드물어서,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 매년 수백 건씩 진행되는 기업인수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버릿은 이렇게 높은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기업인수의 동기를 세가지로 설명한다. 인수기업의 경영자가 1)기업인수에 전율을 느끼거나, 2)회사의 규모확장에 희열을 느끼거나, 3)시너지 효과를 지나치게 낙관하기 때문이다.

.......

p50. 버핏이 말하는 포괄이익 개념을 살펴보자. GAAP에 의하면, 과반수 지분을 보유한 종속회사에 대해서는 모든 항목이 포함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지분이 20~50%이면 종속회사의 이익을 그 비율만큼 지배회사의 재무제표에 보고해야 한다. 지분이 20% 미만이면 지배회사가 실제로 받은 배당만 기록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원칙을 따르면 버크셔의 실적에서 주요 요소가 모호해진다. 버크셔는 종속회사의 미분배이익이 회사 가치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데도 제무제표에 보고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핏은 포괄이익 개념을 도입해 버크셔의 경제적 이익을 측정한다. 버크셔의 순이익에 종속회사들의 미분배이익을 더한 다음 법인세를 차감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기업은 포괄이익과 GAAP이익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버크셔와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은 포괄이익과 GAAP이익이 다른다.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은 이 방법을 포트폴리오에 적용해 장기적으로 포괄이익이 극대화되도록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다.

p51. 회계적 영업권과 경제적 영업권의 차이는 잘 알려졌지만 버핏은 이 차이를 다시 명쾌하게 설명한다.

회계적 영업권은 기업을 인수할 때 공정한 자산가치를 초과해서 지불한 금액을 말한다. 이 영업권은 대차대조표에 자산으로 기재되며, 대개 40년에 걸쳐 매년 비용으로 상각된다. 따라서 회계적 영업권은 시간이 흐르면 상각액만큼 감소한다.

경제적 영업권은 이와 다르다. 이는 브랜드 인지도와 같은 무형자산으로서, 공장과 설비 같은 유형자산에서 평균을 초과하는 이익이 나오게 해준다. 이 초과이익을 자본화한 가치가 바로 경제적 영업권 금액이다. 경제적 영업권은 대개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하는데, 평범한 기업이라도 적어도 인플레이션 수준으로 증가하고, 경제성이나 독점력이 강한 기업은 그 이상으로 증가한다. 실제로 유형자산보다 경제적 영업권의 비중이 큰 기업은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훨씬 적게 받는다.

<아래에 계속>

<위에서 이어서>

이러한 회계적 영업권과 경제적 영업권의 차이로부터 다음과 같은 통찰을 얻게 된다. 첫째, 기업의 경제적 영업권을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업권 상각비용을 제외하고 차입금 없이 순자산에서 나오는 이익을 계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을 인수해 자산계정에 영업권이 기재되면, 이 기업을 분석할 때 상각비용을 무시해야 한다. 둘째, 경제적 영업권은 상각 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므로 기업인수를 사전에 평가할 때에도 상각비용을 제외해야 한다.

그러나 감가상각비는 실제 경제적 비용이므로 무시해서는 안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버크셔는 주주들에게 회계이론과 관련된 실적을 보고할 때 항상 감가상각비를 반영한다.

월스트리트에서는 현금흐름을 계산해서 기업을 평가할 때 흔히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영업이익(a)`+`감가상각비와 기타 비현금비용(b)` 버핏은 이 계산이 완벽하지 않다고 보고 다음과 같이 대안을 제시한다. `영업이익(a)`+`감가상각비와 기타 비현금비용(b)`-`공장설비 등에 대한 연간 자본적 지출액(장기 경쟁력과 판매량 유지에 필요한 금액)의 평균(c)`.

<아래에 계속>

<위에서 이어서>

버핏은 (a)+(b)-(c)에서 나온 결과를 `주주이익`이라고 부른다. (b)와 (c)가 다르면 현금흐름 분석 결과와 `주주이익`도 달라진다. 대부분 기업은 (b)보다 (c)가 크므로 현금흐름 분석결과는 과장되기 일쑤다. 따라서 `주주이익`을 계산하면 실적을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 그래서 버크셔는 주주들에게 회계이론에 대해 GAAP에 의한 현금흐름 분석 결과뿐 아니라 `주주이익`도 보고한다.


p67. 주식을 공모할 때 자사주가 저평가되었다고 말하는 경영진은 정직하지 않든가 아니면 기존 주주의 돈을 낭비하든가 둘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가치가 1달러인 자산을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80센트에 판다면 주주들이 부당하게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최근 주식 공모에서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고, 앞으로도 절대 저지르지 않을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우리가 버크셔 주식이 고평가되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우리는 고평가되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래에 이어서>

<위에서 이어서>

11) 재무실적에 짐이 되는 자회사이더라도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는 점을 인식하시기 바랍니다. 가격이 얼마가 되더라도 우리가 보유한 우수한 회사를 팔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경영진이 훌륭하고 노사 관계가 원만하다고 판단되면, 이익이 발생하는 한 평균 이하의 기업이라도 팔 마음이 거의 없습낟. 그러나 평균 이하으이 기업에 추가로 배분하는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부실한 기업이지만 자본을 대량으로 투입하면 수익성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는다면, 우리는 이런 제안을 극도로 경계할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전망이 어두운 회사를 아무 때나 내던지는 것은 우리 투자 스타일이 아닙니다. 우리 실적이 전체적으로 다소 낮아지는 한이 있더라도 회사를 함부로 내던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p122. 경영자 보상에 대한 원칙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본을 더 투입해서 이익을 늘린 것은 경영진의 성과가 아닙니다. 그런 식의 성과는 누구나 빈둥거리면서도 올릴 수 있습니다. 누구나 예금액을 네 배로 늘리면 이자도 네 배로 늘어납니다. 이런 성과는 찬양받을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CEO가 퇴임할 때에는, 예컨대 재임기간 중 회사의 이익을 네 배로 늘렸다고 찬양하기 일쑤입니다. 단순히 장기간 적립한 유보이익에서 나온 복리 이자 덕분이지 확인하지도 않고 말입니다.

재임기간 내내 자본이익률이 계속 다른 기업들보다 높았거나, 투입자본은 두 배만 들었는데도 이익이 네 배로 늘었다면 그 CEO는 찬양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자본이익률이 저조하고 투입자본이 이익만큼 증가했다면 찬양받아서는 안 됩니다. 복리 이자로 예금해도 이자율이 8%면 18년 후에는 이자가 네 배로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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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이어서>

기업들은 이렇게 간단한 계산조차 무시하고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힙니다. 주로 유보이익 덕분인데도 이익이 증가했다고 경영자에게 푸짐한 보상을 제공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배당은 쥐꼬리만큼 지급하면서 10년 동안 행사가격이 고정된 스톡옵션을 경영자에게 제공하는 회사도 많습니다.

이런 제도가 얼마나 불공정한지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당신이 이자가 연 8%인 예금계좌에 10만 달러를 넣었고, 수탁자가 매년 이자 가운데 얼마를 현금으로 지급할지 결정한다고 가정합시다.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은 이자는 `유보이익`으로서 다시 예금에 가산되어 복리로 증식됩니다. 그리고 이 영리한 수탁자가 연간 이자의 4분의 1만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가정합시다.

이런 조건이면 당신 예금은 10년 뒤 17만 9,084달러가 됩니다. 그리고 연간 이자는 8,000달러에서 1만 3,515달러로 약 70% 증가합니다. 현금으로 지급하는 `배당`도 첫해의 2,000달러에서 10년 차에는 3,378달러로 꾸준히 증가합니다. 매년 수탁자가 당신에게 작성해준 사업보고서에는 모든 차트가 하늘 높이 상승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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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재미삼아 한 가지 시나리오를 덧붙여봅시다. 예금계좌를 관리해준 수탁자에게 첫해 예금의 공정가치를 기준으로 10년 고정가격 옵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수탁자는 단지 당신의 예금이자를 대부분 유보한 덕분에 막대한 이익을 거두게 됩니다. 만일 수탁자가 교활하고 계산에 밝은 사람이라면, 그는 옵션 조건이 확정되자마자 현금배당률을 더 낮췄을 것입니다.

...............

실제로 경영자들은 옵션에 이중 잣대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발행 기업에 즉시 커다란 보상을 제공하는) 워런트를 제외하면, 업계에서 외부자에게 10년 고정가격 옵션을 제공하는 사례는 둘도 없을 것입니다. 사실 10개월짜리 옵션도 지나치다고 보아야 합니다. 자본금이 어김없이 증가하는 회사의 장기 옵션을 경영자가 외부자에게 준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외부자가 이런 옵션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옵션기간에 증가한 자본금에 대한 가격을 모두 치러야 할 것입니다.

경영자들은 이런 옵션을 외부자에게는 절대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에게는 잘도 줍니다.


p128. 예를 들어 10년 만기 고정가격 옵션을 생각해봅시다. (이런 옵션을 누가 마다 할까요?)

늘그래 사(社)의 내꺼만 사장이 옵셥을 한 다발(가령 회사지분의 1%)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그에게 유리한지 자명해집니다. 그는 계속해서 회사의 이익으로 배당은 전혀 지급하지 않고 모두 자사주를 사들여야 합니다.

내꺼만 사장이 이끄는 늘그래 사(社)가 이름값을 한다고 가정합시다. 회사의 순자산은 100억 달러이고 발행 주식 수가 1억 주인데, 그가 옵션을 받은 이후 10년 동안 매년 벌어들이는 이익이 10억 달러여서 처음에는 주당 10달러가 들어옵니다. 내꺼만 사장은 계속 배당을 지급하지 않고 이익을 모두 자사주 매입에 사용합니다. 주가가 계속해서 주당 이익의 10배로 유지된다면 10년 뒤 옵션 만기일에는 158% 상승하게 됩니다. 이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 발행주식 수가 3,870만 주로 감소해 주당 이익이 25.80달러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회사실적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는데도 단지 주주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유보하는 행위만으로 내꺼만 사장은 무려 1억 5,800만 달러를 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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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이어서>

심지어 늘그래의 이익이 10년 동안 20% 감소하더라도 내꺼만 사장이 버는 돈은 1억 달러가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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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는 배당을 한 푼이라도 지급하면 옵션의 가치가 감소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고정가격 옵션 승인을 요청하는 위임장 자료에서, 경영자-주주 이행상충을 설명한 사례를 나는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CEO가 회사 안에서는 자본비용이 높다고 역설하면서도 고정가격 옵션이 CEO에게 제공하는 공짜 자본이라는 사실은 주주들에게 밝히는 법이 없습니다.


p134. HH브라운의 두드러진 점은 매우 이례적인 보상제도입니다. 나는 이 제도를 보고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핵심 경영자들은 연간 급여 7,800달러를 받고 회사 이익에서 자본비용을 공제한 금액의 일정비율을 추가로 받습니다. 따라서 이 경영자들은 진정한 주주의 입장이 됩니다.


p149. 찰리와 나는 버크셔 보험사 계좌로 보통주를 살 때, 비상장회사를 산다는 생각으로 주식을 삽니다. 우리는 회사의 경제 전망,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들, 매수가격을 검토합니다. 언제 얼마에 팔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회사의 내채가치가 만족스러운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한, 주식을 무한정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할 때 우리는 자신을 기업분석가라고 생각합니다. 시장분석가로도, 거시경제 분석가로도, 심지어 증권분석가로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p154. 따라서 주식시장이 내려가면 버크셔와 자회사들이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이므로 우리 주주들은 기뻐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시장 폭락으로 투자자 손실 발생`이라는 신문 기사 제목을 보면 웃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시작 폭락 때 안사면 손실이지만 사면 이득`이라고 고쳐 읽으십시오. 사람들은 흔히 이 자명한 이치를 망각하지만 파는 사람이 있으면 사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 손실을 보면 반드시 누군가 이득을 봅니다.

우리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주식과 기업의 가격이 낮았던 덕에 엄청난 이득을 보았습니다. 당시 시장이 변덕스러운 투자자에게는 적대적이었지만 장기투자자에게는 우호적이었습니다.


p187. 주식을 평가하는 수학 공식이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노련하고 현명한 분석가도 미래 `할인율`을 추정할 때는 틀리기 쉽습니다. 버크셔는 이런 문제를 두가지 방법으로 해결합니다.

첫째, 우리는 이해할 수 있는 기업에만 투자합니다. 이는 사업의 성격이 비교적 단순하고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업이 복잡하거나 끈임없이 바뀐다면 우리는 미래 현금흐름을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이런 단점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모르는 것을 현실적으로 규정하는 일입니다. 투자자가 커다란 실수만 피할 수 있다면 단지 몇 번만 바른 판단을 내리면 됩니다.

둘째, 매입가격에서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우리가 계산한 가치가 가격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라면 투자대상으로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이 그토록 강종한 이 안전마진 원칙이 성공투자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아래로 이어서>

<위에서 이어서>

현명하게 투자하려면 신주공모보다는 유통시장을 이용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는 두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유통시장은 때때로 어리석은 대중에 지배당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청산`가격을 제시합니다. 이 가격이 아무리 터무니 없어도 주식이나 채권을 팔려는 몇몇 보유자에게는 중요한 가격이 됩니다. 기업가치가 1인 주식이 1/2 이하로 팔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에 신주공모 시장을 지배하는 세력은 지배주주와 기업입니다. 이들은 대개 공모 시점을 선택할 수 있으며, 시황이 불리해 보이면 공모를 아예 취소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신주공모를 하든 직접 매각협상을 벌이든, 헐값에 파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실제로 주식을 공모하는 경우, 지배주주들은 대개 시장이 과열되었다고 생각될 때만 물량을 내놓습니다.

p202. 주식을 아주 싼 가격에 사면 그 기업의 장기실적이 형편없더라도 대개 근사한 이익을 남기고 팔 기회가 옵니다. 나는 이것을 `담배꽁초` 투자기법이라고 부릅니다. 길거리에 떨어진 한 모금만 남은 꽁초는 하찮은 존재이지만 "싼 가격" 덕분에 이익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청산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런 기법을 쓰는 것은 바보짓입니다. 첫째, 처음에는 싼 가격이라고 생각했으나 나중에 십중팔구 싸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질 것입니다. 난국에 처한 회사는 한 문제가 해결되면 곧바로 다른 문제가 등장합니다. 주방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눈에 띈다면 한 마리만 있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둘째, 처음에 싼 가격에서 얻은 이점은 기업의 낮은 수익률 때문에 곧바로 사라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00만 달러에 되팔거나 청산할 수 있는 기업을 800만 달러에 샀을 때, 즉시 팔거나 청산하면 높은 이익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0년 동안 투자금액의 겨우 몇 퍼센트만 벌면서 보유했다가 1,000만 달러에 판다면 실망스러운 실적이 나올 것입니다. 시간은 훌륭한 기업에는 친구이지만 신통치 않은 기업에는 적입니다.

<아래에 이어서>

<위에서 이어서>

이 원칙이 당연해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어렵게 배워야 했습니다. 사실은 여러번 되풀이해서 배웠습니다. 버크셔를 인수한 직후, 나는 볼티모어 소재 백하점 `호크실드 콘`도 인수했습니다. `다이버시파이드 레티일링`이라는 회사를 통해 인수했는데, 이 회사는 나중에 버크셔에 합병되었습니다. 호크실드 콘은 장부가보다도 훨씬 싼 가격이었고, 경영자도 일류였으며, 다른 덤도 있었습니다. 장부에 누락된 부동산이 있었고, 후입선출법 재고자산에 상당한 여유 금액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있나요? 그러나 3년 뒤에 운이 좋아 대략 산 가격에 간신히 되팔 수 있었습니다.

.....

이로부터 즉시 교훈을 얻었습니다. 좋은 기수는 좋은 말을 타면 성적이 좋지만 쇠약한 조랑말을 타면 별수 없다는 것입니다. 버크셔와 호크실드 콘 둘 다 유능하고 정직한 경영자가 운영을 맡았습니다. 이 경영자들은 경제성 좋은 기업을 운영했다면 훌륭한 실적을 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기에 빠진 기업을 운영해서는 절대 좋은 실적을 낼 수 없었습니다.


p222. 앞에서 설명한 두 유형(`일정금액으로 표시되는 투자`와 `아무런 산출도 나오지 않는 자산`)은 공포감이 극에 달할 때 최고의 인기를 누립니다. 개인들은 경제가 붕괴한다는 공포감에 휠쓸릴 때 채권, 특히 미국 국채를 사들이고 통화 붕괴가 두려울 때에는 금처럼 산출물 없는 자산으로 몰려듭니다. 그러나 2008년 말 "현금이 왕"이라는 소리가 들릴 때는 현금을 보유할 시점이 아니라 투자할 시점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현금이 쓰레기"라는 소리가 들리던 1980년 초는 채권을 투자하기에 가장 매력적인 시점이었습니다. 두 사례에서 대중이 따라붙을 것으로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값비싼 대가를 치렀습니다.

여러분도 짐작하다시피 내가 선호하는 투자 대상은 세 번째 유형으로, 기업이나 농장이나 부동산 같은 생산자산입니다. 이 중에서 이상적인 자산은, 인플레이션 기간에도 신규 자본투자가 거의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구매력 가치가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자산입니다. 이 두가지 기준을 모두 총족하는 자산이 농장, 부동산 그리고 코카콜라, IBM, 시즈 캔디 같은 기업입니다.

<아래로 이이서>

<위에서 이어서>

그러나 예컨대 우리의 규제 대상 공익기업들은 인플레이션 기간에도 막대한 자본 투자를 해야 하므로 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돈을 더 벌려면 주주들이 더 투자해야 합니다. 그렇더라도 산출물 없는 자산이나 채권보다는 여전히 나을 것입니다.

p228. 사실 버크셔는 한 해 정도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자본이익률 20%를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기꺼이 투자합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캘리포니아에 뉴잉글랜드와 비슷한 부동산 재앙이 닥칠 것으로 두려워하면서, 1990년 몇 달 동안 웰스파고 주가가 거의 50%나 폭락했습니다. 우리는 폭락 전 시가로 주식을 얼마간 샀지만 이 폭락이 반가웠습니다. 투매가격으로 주식을 훨씬 더 많이 사 모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살아 있는 한 우리는 해마다 기업이나 주식을 사 모을 것입니다. 따라서 주가 하락은 우리에게 이득이 되고 주가 상승은 우리에게 손해가 됩니다.

주가를 떨어뜨리는 가장 흔한 원인은 비관론입니다. 이 비관론이 때로는 시장 전체에 퍼지기도 하고, 때로는 기업이나 산업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우리는 비관론이 있을 때 투자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비관론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비관론 덕분에 주가가 싸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낙관론은 합리적인 투자자에게 적이 됩니다.

<아래로 이어서>

<위에서 이어서>

그러나 단지 인기 없는 주식을 산다고 해서 현명한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역발상기법은 무조건 군중을 따르는 전략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입니다. 시류를 따를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버트런트 러셀의 인생관이 투자의 세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생각하기를 죽기보다도 싫어한다. 그래서 죽는 사람이 많다."


p248. 규제가 없는 시장에서 표준화된 상품을 제공하는 기업은 경쟁자 수준으로 원가를 낮추지 않으면 망하게 됩니다. 이는 명백한 원칙이었는데도 나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US에어의 CEO 세스 스코필드는 회사의 고질적인 원가문제를 해결하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그가 이동표적을 상대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일부 주요 항공사는 근로자들의 양보를 얻어냈고 일부 항공사는 파산절차를 거쳐 새로 출발하면서 원가를 낮출 수 있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CEO 허브 켈러허는 말했습니다. "파산법정은 항공사들을 회생시키는 휴향시설이 되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시장 평균보다 높은 급여를 받는 항공사 직원들은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임금 삭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지만 US에어는 장기간 생존을 유지하려면 원가를 낮춰야만 합니다. 그러나 원가를 낮출 수 있을지는 매우 불확실합니다.

<아래로 이어서>

<위에서 이어서>

이에 따라 1994년 말 우리는 US에어 투자금액을 주당 25센트에 해당하는 8,950만 달러로 상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우선주가 가치를 완전히 회복할 수도 있고, 반대로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으므로 이 평가액은 바뀔 수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우리는 투자의 기본원칙을 마음에 새길 것입니다. "손실 본 방식으로 만회할 필요는 없다"라는 원칙입니다.

US에어 상각이 회계에 미치는 영항은 복잡합니다. 우리는 대차대조표에 모든 주식을 추정 시장가치로 표시합니다. 따라서 작년 3분기 말에 우리는 US에어 우선주를 원가의 25%인 8,950만 달러로 기재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당시 우리 순자산가치에는 US에어가 취득원가인 3억 5,800만 달러보다 훨씬 낮게 평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4분기에 우리는 이 가치하락이 회계용어로 `비일시적(非一時的)`이라고 판단했고, 이 판단에 따라 상각액 2억 6,850만 달러를 손익계산서에 반영하게 되었습니다. 이 금액이 4분기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즉 가치 하락이 이미 반영되었으므로 우리 순자산은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


p249. 버진 애틀랜틱 항공의 리처드 브랜슨은 백만장자가 되는 방법이 무성이냐는 질문을 받자 즉시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억만장자가 항공사를 사면 백만장자가 될 겁니다."

p281. 무역정책의 현상 유지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즐겨 인용하는 애덤 스미스의 말이 있습니다. "가구 차원에서 사려 깊은 행위가 거대 왕국 차원에서도 옳은 일이다. 어떤 외국 제품의 가격이 우리가 직접 만드는 것보다 싸다면, 우리가 떠 쌓게 생산하는 제품 일부를 주고 그 외국 제품을 사는 편이 낫다."

나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스미스는 제품을 주고 제품을 사라고 말한 것이지, 미국처럼 매년 0.6조 달러에 이르는 부(富)를 주고 제품을 사라고 말한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과소비를 유지하려고 매일 농장일부를 팔아치우는 가정의 행태를 절대 "사려 깊다"라고 평가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거대 왕국은 부를 주고 제품을 사고 있습니다.

만일 미국의 경상수지가 0.6조 달러 `흑자`라면, 세계 언론은 미국의 무역정책을 일종의 극단적 `중상주의(국가가 수출을 촉진하고 수입을 억제해 재화를 축적하는 전략으로, 오래전부터 불신당했던 정책)로 간주해 거칠게 비난할 것입니다. 나 역시 그런 정책을 비난할 것입니다. 그러나 원래 의도했던 바는 아닐지 몰라도 외국은 미국에 대해 중상주의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아래로 이어서>

<위에서 이어서>

이는 미국이 축적한 자산이 막대하고 그동안 쌓아온 신용이 매우 높아서 가능합니다. 실제로 자국 통화 표시 신용카드로 이렇게 끝없이 소비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직은 대부분 외국 투자자들이 크게 적정 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미국을 소비 중독자로 간주하지만 우리가 부자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낭비벽이 무한정 용인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무역문제가 해결될지 예측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달러의 가치가 상승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즉시 대폭 축소하는 정책을 채택하길 바랍니다. 물론 미국이 즉각적인 해결책을 채택하면 버크셔는 외환 거래 계약에서 기록적인 손실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버크셔의 자원은 달러 자산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달러 강세와 저인플레이션 환경이 우리에게 매우 유리합니다......그러나 우리는 버크셔가 100% 우리 소유인 것처럼 경영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달러 자산만 보유하는 정책은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p290. 요즘 주택 위기에 관한 해설을 보면 흔히 중대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담보권이 행사되는 주된 사유가, 주택가격이 대출금보다 내려가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담보권이 행사되는 것은 차입자가 계약에 따라 매월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빌린 돈이 아니라 자기 돈으로 적지 않은 계약금을 치른 사람은 단지 오늘 주택가격이 대출금보다 내려갔다는 이유만으로 주택을 포기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매월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을 때에는 주택을 포기합니다.

......

주택 구입자, 대출회사, 중개인, 정부는 현재 주택위기로부터 교훈을 얻어 장래에는 이런 혼란이 절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주택을 살 때에는 계약금을 반드시 10% 이상 내야하고, 매월 상환액도 차입자의 소득으로 충분히 감당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차입자의 소득을 면밀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p302. 우리가 주식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은 버크셔 주가를 높이려는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경제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버크셔 주식은 뉴욕증권거래소에서도 장외시장에서와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어야 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거래되기를 희망합니다.

뉴욕거래소에 상장된다는 이유로 여러분이 사거나 팔아서는 안됩니다. 단지 여러분이 우리 주식을 사거나 팔 때 거래비용이 다소 감소할 뿐입니다.

둘째, 우리 주식은 거래가 거의 없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소극적인 동업자 몇 사람과 비상장기업을 경영한다고 가정할 경우, 동업을 중단하고 떠나는 사람이 빈번하게 나온다면 우리는 실망할 것입니다. 상장기업을 경영하더라도 우리가 느끼는 기분은 똑같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팔고 떠날 시점이나 목표가격을 정하지 않고 주식을 사서 언제까지나 머물러 있을 장기 주주들을 모으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 회사 주식이 활발하게 거래되기를 바라는 CEO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는 기존 주주들이 끊임없이 떠나냐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학교, 클럽, 교회 등 어떤 조직에도 구성원이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하는 지도자는 없습니다.

p306. 그러나 자본배분은 사업과 투자 관리에 대단히 중요합니다. 따라서 경영자와 주주들은 어떤 상황에서 이익을 유보하고, 어떤 상황에서 이익을 배분할 것인지에 관해서 숙고해야 합니다.

우선 우리는 모든 이익이 똑같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특히 이익 대비 자산 비중이 높은 회사는 보고이익의 일부나 전부가 가짜가 되어버립니다. 회사가 기존 상태를 유지하려면 이익의 가짜 부분(이하 `제한된 이익`)은 배당으로 지급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제한된 이익을 배당으로 지급하면 회사는 판매량 유지 능력, 장기 경쟁력, 재무 건전성 부분에서 기반을 상실하게 됩니다. 아무리 배당성향이 낮아도 제한된 이익을 계속해서 분배하는 회사는 자본금을 추가로 투입하지 않는 한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한된 이익이 주주에게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 대폭 할인해서 평가됩니다. 실제로 경제성이 아무리 빈약해도 회사는 이 제한된 이익을 활용합니다.

p307. 제한된 이익은 배당을 논의할 때 우리의 주된 관심사가 아닙니다. 이제부터는 훨씬 더 가치 있는 `제한 없는 이익`에 대해 논의해봅시다. 제한 없는 이익 역시 유보딜 수도 있고 분배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원칙이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경영자는 주주들에게 즉시 분배할 수 있는 이익도 유보하길 좋아합니다. 자신이 지배하는 기업 제국의 영역을 확장하거나, 자금이 남아도는 안락한 상태에서 경영하려는 이유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보하기에 타당한 이유는 하나뿐이라고 봅니다. 회사가 1달러를 유보할 때마다 주주들에게 창출되는 시장가치가 1달러 이상이라는 타당한 전망이 있을 때에만 제한 없는 이익이 유보되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은 회사가 유보이익으로 일반 투자가들이 벌어들이는 금액 이상으로 이익을 낼 때에만 성립될 것입니다.

<아래에 이어서>

<위에서 이어서>

설명을 위해서 한 투자자가 매우 독특한 10% 무위험 영구채를 갖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해마다 투자자는 이자 10%를 현금으로 받을 수도 있고, 똑같은 조건의 영구채에 재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해에 무위험 장기 채권의 이자율이 5%가 된다면 이 투자자는 이자를 현금으로 받지 않을 것입니다. 10% 영구채로 받는 것이 훨씬 가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가 현금이 필요하다면 10% 영구채를 받아 즉시 팔아버리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직접 현금으로 받는 것보다 더 많은 현금을 손에 넣게 됩니다. 모든 채권을 합리적인 투자자들이 보유한다면 금리가 5%인 시점에는 아무도 현금을 받으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생활비로 당장 현금이 필요한 사람조차 말입니다.

그러나 금리가 15%라면 합리적인 투자자는 아무도 10% 영구채에 이자를 재투자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금이 필요 없는 사람조차 현금으로 받을 것입니다. 현금 대신 채권을 받는다면 그 채권은 현금보다 시장가치가 훨씬 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10% 영구채를 원한다면 현금으로 받아서 시장에 가면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아래에 이어서>

<위에서 이어서>

10% 영구채 보유자의 분석은 주주들이 회사의 제한 없는 이익을 유보할 것인지, 지급할 것인지 선택할 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러나 재투자 이익률이 확정된 수치가 아니라서 불확실하므로 분석하기 훨씬 어렵고 착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주들은 장차 재투자 수익률이 평균 얼마가 될 것인지 추측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일단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하고 나면 나머지 분석은 간단합니다. 재투자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면 이익을 유보해야 하고, 낮을 것으로 예상하면 배당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경영자가 자회사의 이익을 모회사에 분배할 것인지 결정할 때에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추론합니다. 이때에는 경영자도 아무 어려움 없이 현명한 주주처럼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회사 관점에서 배당지급을 결정할 때에는 흔히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때에는 경영자가 주주 입장에 서기 어려워집니다.


p317. 찰리와 나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자사주 매입을 원합니다. 첫째, 회사에 운전자본이 충분하고 사업에 쓸 유동성도 풍부해야 합니다. 둘째, 보수적으로 계산한 내재가치보다도 주가가 훨씬 낮아야 합니다.

우리는 두번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자사주 매입을 자주 보았습니다. 물론 악의 없이 두번째 조건을 위반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자사 주식이 너무 싸다고 고집스럽게 믿는 CEO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분명히 잘못이라고 보아야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회사에 초과현금이 있다거나 주식 발행 때문에 희석된 주식의 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이라면, 이는 자사주 매입의 이유로 충분치 않습니다. 내재가치 이상의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하며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기업인수든 자사주 매입이든 자본배분의 첫번째 법칙은 가격에 따라 현명한 결정이냐, 어리석은 결정이냐가 판가름 난다는 것입니다. (자사주 매입에서 가격/가치 요소를 항상 강조하는 CEO가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입니다. 그의 사업보고서를 읽어보시라도 추천합니다.)

p319. 오늘의 퀴즈입니다. 버크셔 같은 장기 투자자라면 5년 동안 주가가 어떻게 되기를 바라야 하겠습니까?

여러분을 초조하게 만들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5년 내내 IBM의 주가가 지지부진하기를 바라야 합니다. 이제부터 계산해봅시다. 5년 동안 IBM의 평균주가가 200달러라면 회사는 500억 달러로 2억 5,000만주를 사들일 것입니다. 그러면 남는 주식은 9억 1,000만주가 되며, 우리 지분은 약 7%로 늘어납니다. 반면에 5년 동안 IBM의 평균 주가가 300억 달러로 상승한다면 회사가 사들이는 주식 수는 1억 6,700만주에 불과합니다. 이때에는 5년 후 남는 주식수가 9억 9,000만주여서 우리 지분은 6.5%가 됩니다.

5년 차에 IBM의 이익이 200억 달러라면 5년 평균 주가가 더 낮을 때 우리 몫의 이익이 1억 달러 더 많아집니다. 게다가 이후 언젠가는 주식의 가치도 15억 달러나 많아질 것입니다.

<아래에 이어서>

<위에서 이어서>

논리는 단순합니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장래에 주식을 게속 사들이려 한다면, 주가가 상승하면 손해입니다. 오히려 주가가 폭락해야 유리합니다. 그러나 대개 감정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지 못합니다. 장래에 주식을 게속 사려는 사람까지 포함해서 사람들 대부분은 주가가 상승해야 안도감을 느낍니다. 이런 주주들은 차에 기름을 가득 채웠다는 이유만으로 유가상승에 환호하는 사람과 같습니다.

..... 결국 IBM의 투자성패는 주로 장래 이익에 좌우될 것입니다. 그러나 두번째로 중요한 요소는 IBM이 막대한 자사주를 얼마나 사들일 것이냐가 될 것입니다. 만익 IBM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서 발행주식 수를 6,390만 주로 줄인다면, 나는 근검절약으로 얻은 명성을 포기하고 버크셔 직원들에게 유급휴가를 주겠습니다.


p323. 우리가 기업가치 대신 주가에 초점을 맞춰 주식분할을 하거나 다른 조처를 한다면 주식을 팔고 떠나는 주주보다 자질이 떨어지는 주주들이 들어올 것입니다. 주가가 1,300달러라서 버크셔 주식을 사지 못하는 투자자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 주식을 100대 1로 분할한다면 전에 1주를 사려던 사람이 100주를 사게 되므로 더 유리해질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주식분할 때문에 우리 주식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기존 주주 집단의 자질이 확실히 떨어질 것입니다. (생각이 명료한 기존 주주 일부를 보내고 대신 100달러 지폐 1장보다 10달러 지폐 9장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새 주주를 받아들인다면 우리 주주 집단의 자질이 과연 향상될까요?)

가치와 무관한 이유로 주식을 사는 사람이라면 가치와 무관한 이유로 주식을 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주주로 들어오면 주가는 기업의 실적과 무관하게 더 변덕을 부릴 것입니다.


p345. 주식을 발행하는 경영자가 즐겨 사용하는 합리화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a)"우리가 인수하는 기업은 장차 가치가 훨씬 높아질 것입니다."(그러나 우리가 대가로 지급하는 주식도 그럴 것입니다. 이는 기업평가 과정에서 미래 전망이 암묵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피인수기업의 가치 1달러에 대해 주식 2달러를 지급한다면 두 주식의 가치가 두 배로 증가해도 여전히 불균형 상태가 유지됩니다.)

b)"우리는 성장해야 합니다."(`우리`가 과연 누구일까요? 주식을 발행하면 기존 주주가 보유하는 기업의 가치는 감소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버크셔가 주식을 발행해서 기업을 인수한다면, 버크셔는 기존 기업에 더해서 새로운 기업도 소유하게 되지만 시즈 캔디나 내셔널 인뎀니티 같은 둘도 없는 기업에 대한 기존 주주의 지분은 자연히 감소하게 됩니다. 만일 (1)가족이 농장 120에이커를 갖고 있는데 (2)농장 60에이커를 가진 이웃과 합병해서 지분을 똑같이 나눠 갖는다면 (3)경장 면적은 180에이커로 늘어나지만 가족이 보유하는 지분은 농장면적이나 수확량 기준으로나 25%가 영원히 감소하게 됩니다.

<아래에 이어서>

<위에서 이어서>

주인을 희생해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는 경영자라면 공직에 진출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C)"우리 주식이 저평가되어 있으므로 이 거래에서 주식 사용 비중을 최소화했습니다. 그러나 피인수기업 주주들이 세금을 면제받아야 하므로 주식 51%와 현금 49%로 지급해야 합니다."(이 주장에서는 인수회사가 주식발행을 자제하는 편이 이롭다는 사실을 인정하빈다. 그러나 100% 주식 발행이 기존 주주에게 불리하다면 51% 주식 발행 역시 불리합니다. 잔디밭을 망치는 개라면, 그 개가 스패니얼이든 세인트버나드이든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기업 매도자들의 요구사항 때문에 기존 주주들이 손해를 보아서는 안됩니다. 만일 매도자들이 합병 조건으로 인수회사 CEO 교체를 요구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래에 이어서>

<위에서 이어서>

인수대금으로 주식을 발행해 지급할 때 기존 주주의 손실을 피하는 방법은 세가지 입니다. 첫째는 버크셔와 블루칩이 합병하는 경우처럼 둘 다 진정한 기업가치 기준으로 합병하는 방법입니다......두번째 방법은 인수회사의 주식이 내재가치 이상으로 거래될 때 합병하는 것입니다......세번째는 인수를 강행하되, 합병 과정에서 발행한 주식 수량만큼을 다시 사들이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면 원래 주식으로 주식을 산 합병이 실제로는 현금으로 주식을 산 합병으로 전환됩니다.

P349. A회사가 주식을 발행해 B기업을 인수한다고 발표하면, 이 과정은 관행적으로 "A회사가 B기업을 인수한다" 또는 "B기업이 A회사에 팔린다"라고 표현됩니다. 그러나 다소 어색하더라도 다음과 같이 더 정확한 표현을 쓰면, 이 문제에 대해 더 분명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A회사 일부를 팔아 B기업을 인수한다." 또는 "B기업 주주들이 기업을 넘겨주는 대신 A회사 일부를 받는다." 거래에서 우리가 무엇을 주느냐가 우리가 무엇을 받느냐만큼이나 중요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치르레 되는 대가 역시 중요합니다. 합병 이후 보통주나 전환사채를 발행해 인수자금을 상환하거나 제무제표의 건전성을 회복시키는 행위도 원래 인수거래에 대한 기본평가에 모두 반영해야 합니다.(두 기업이 결혼한 결과 아이를 갖게 된다면, 이 사실은 황홀경에 빠지기 전에 알고 있어야 합니다.)

p351.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는 인수대가를 버크셔 주식보다 현금으로 지급하는 편을 훨씬 선호합니다. 우리의 실적을 분석해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주식만 발행해서 합병한 사례를 모두 더해보면 내가 이 거래를 하지 않는 편이 우리 주주들에게 약간 유리했습니다. 말씀드리기 괴롭지만 그동안 내가 주식을 발행하면 주주들이 손해를 보았습니다.

......

실제 문제는 우리가 보유한 기업집단이 정말로 탁월하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새 기업을 인수하려고 이들 일부를 내주는 일은 절대 합당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합병과정에서 주식을 발행하면 코카콜라, 질레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비롯해서 우리가 보유한 탁월한 기업 전체 의 소유권이 감소하게 됩니다.

.....
우리가 현재 보유한 기업과 경영진을 `교환`해서 가치를 더 높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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